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신의 징벌이다
―한국, 공격당하다!
―서울 한복판에 대형 비행기로 인한 테러 발생… 위치는 신라그룹 본사 빌딩.
3월 25일 저녁, 한국의 주요 언론과 커뮤니티는 테러로 인한 속보로 뒤덮였다.
이때까지는 정확한 피해자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혼란이 커지며 불길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신라그룹 본사 빌딩에 직원 몇 명하고 유지하 대통령이 있었다더라.
―대통령은 죽진 않았는데 중상을 입었고 의식이 없다더라.
―강남 신호등이 전부 빨간불로 바뀐 게 대통령을 병원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라더라.
소문치고는 꽤 디테일했고 배성민 비서실장이 전해 들은 바도 같았다.
그는 테러 장소와 대통령의 위치를 확인하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제발, 제발 아니길…….’
비서진과 함께 현장으로 향하는 순간에도 급보가 계속 날아들었다.
―신라그룹 본사 빌딩, 항공유로 인한 유폭으로 대화재 발생.
―22층 빌딩이 완전히 동강 나… 사상자는 확인 불가능.
그리고 중간에 경호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원섭입니다. 상체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골절상도 보입니다. 의식이 없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번호판 2511 구급차를 이용해 강남 모 병원으로 모시는 중입니다.”
“휴우…….”
배성민 비서실장은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빌딩이 무너지는 그 사태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대통령이 살아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는 급히 비서관에게 차를 돌리도록 지시했다.
잠시 후 강남의 병원에 구급차 한 대와 시커먼 차량 여러 대가 모여들었다.
병원의 응급팀은 환자가 대통령이란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현재 의식을 잃으셨습니다.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경호원들이 흥분한 얼굴을 들이대자 의사들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지하를 태운 운반카와 의사들이 줄줄이 응급실로 들어가자 경호원들이 문을 막아섰다.
배성민 비서실장은 비서관들을 불러 모아 지시를 내렸다.
“언론에는 당분간 엠바고 요청하되 최소한의 정보만 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그리고 국방부 장관님 어디 계시지?”
“지금 전화가 와 있습니다.”
“이리 줘.”
통화에서 대통령의 무고를 알리자 그제야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난 전쟁이라도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배후가 어디냐에 따라서 그렇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긴 대통령이 저렇게 됐는데…….
한 나라의 수도에, 그것도 대통령이 있는 빌딩에 정확히 비행기를 때려 박았다는 건 절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의식이 돌아오고 배후가 밝혀지면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
아니, 전쟁이 아니고서야 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비서관들이 급히 다른 장관들에게 연락하는 사이 정문을 통해 아르마가 들어왔다.
“비서실장님.”
“아, 오셨군요.”
배성민은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의 복심이란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진짜 복심은 아르마 애쉬포드이기 때문.
그만큼 그녀의 존재는 중요했고 언론 등지에서는 비서실장보다 더 서열이 높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배성민 비서실장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하지만 외교부에서 그녀의 업무 처리를 확인한 뒤에는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관과 2차관을 비롯한 외교관 다수가 잘려 나갔음에도 그럭저럭 외교부를 꾸려 나가는 사람이 바로 아르마다.
업무 특성상 안드로이드로는 해결이 안 되고 임기응변을 동원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런 것까지 세심하게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여러 언론이 미국에서 왔다는 그녀의 과거를 캐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알아낸 것은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안드로이드가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올까.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한 그녀답게 이번 사태에도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대통령께선…….”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체 화상 때문에 예후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이번 사태의 배후는 어디일까요? 루시아조차도 예측하지 못했어요.”
강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데이터 분석과 연산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할 뿐인 것 같다.
배성민 비서실장은 주위를 둘러본 뒤 낮게 말했다.
“테러에 이용된 항공편이 이라크발 화물기인 걸 보면, 아마도 그쪽이겠죠.”
“이란, 혹은 그들의 껍질을 뒤집어쓴 다른 국적의 테러리스트.”
“요즘 아프가니스탄에 전직 IS가 모인다는 첩보가 있던데 그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정전의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강남 변전소 두 군데가 다운되어 정전이 있었는데, 시체 몇 구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경찰과 드론이 출동했고 입출국 기록을 뒤지면 금방 신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외견상은 어떻습니까?”
경찰에 물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드론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는 아르마가 더 정확하다.
그녀는 태블릿을 보여 주었다.
“끔찍한 사진이니 유의하세요.”
아마도 테러범들의 사진인 모양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니 과연 길게 기른 수염의 흔적이 있었다.
“…무슬림이 이렇게 수염을 길게 기르죠?”
“단정할 순 없지만, 최근 SNS 등지에서 대통령님에 대한 테러를 선동한 것도 그쪽이었죠. 주로 아프가니스탄에 많았습니다.”
역시 그쪽인가…….
최근 무슬림 사회에서 유지하 대통령에 대한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동안 드론과 안드로이드로 쌓아 올린 혐오감이 이란 사태로 인해 폭발한 것이다.
다들 테러를 예상하긴 했지만 과거 미국에게 썼던 방법을 그대로 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정확하게 비행기를 때려 박는단 말인가.
배성민 비서실장이 그 점을 언급하자 아르마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쩌면 대통령의 존재는 상관이 없었을 수도 있어요. 단순히 빌딩이 목표였던 거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낮았다.
최소 국내의 무슬림 세력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나중에 비행기의 운항 경로를 까 보고 변경이 되었다면 100%다.
둘은 경찰청장 등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호출해 이번 사태에 대한 수습을 논의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병원 측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님께서 찾으십니다.”
그새 의식을 되찾았단 말인가.
둘은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 * *
“…….”
매킨리 대통령은 할 말을 잃고 빌딩이 무너지는 영상을 지켜봤다.
29년 전 9월 11일에 촬영한 영상 같았지만 아니었다.
빌딩의 규모는 작았고 어딘가 모르게 주변의 풍경도 낯설었다.
저 영상을 촬영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서울이었다.
그러니까 한국의 수도가 비행기 테러를 당한 것이다.
사태만으로도 심각하지만 더 안 좋은 것은 한국의 대통령이 피해자라는 점이다.
왜 그 빌딩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급차를 통해 실려 갔다는 첩보가 전해졌다.
현지의 정보원들은 당시의 난리 통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증언했다.
“한국의 영공이 봉쇄되었습니다. 모든 비행기는 근처 공항에 강제 착륙했고 현재 스크램블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급한지 차를 다 밀어 버리고 구급차를 이동시켰습니다. 하필 퇴근 시간대라 도로 일부 구간이 주차장이나 다름없었죠.”
“아이언 빔과 방공부대의 대응이 늦은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 중에 있습니다만, 갑작스런 정전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일단 대통령이 현장에서 즉사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살려 낼 순 있을 것이다.
화재가 발생했으니 아마 성한 몸은 아니겠지만, 중요한 건 그의 머리다.
매킨리 대통령은 여러 영상을 돌려 보다가 정지를 누르고 보좌관들을 쳐다봤다.
“중요한 건 향후의 정세겠지. 유 대통령이 중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았다는 걸 가정한다면 어떻게 나올 것 같소?”
“전쟁이죠. 그 사람 정도의 중요도를 지닌 인물에게 테러를 했는데 그냥 넘어가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번에도 범인이 무슬림일 가능성이 큽니다. 무슬림 전부를 적으로 돌리는 건 말이 안 되고 몇 개 국가 정도를 집어서 타겟을 좁히겠죠.”
정말 그럴까?
유지하 대통령의 정신세계는 매킨리 대통령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았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전력질주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가끔 선을 넘는 구석이 있었다.
그가 정상이었다면 무슬림 사회가 시위를 하기 전에 드론 판매를 중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제 드론은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었다.
험프리 보좌관이 발언했다.
“최악을 가정한다면 무슬림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중동에 드론을 깔아 두고 테러리스트를 족치는 거죠.”
“말이 안 됩니다. 그런 식의 감시 체계는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만 가능한 겁니다. 중동이 얼마나 넓습니까?”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이란만 해도 한국의 16배나 되는 영토를 가졌다.
북한 지역이나 러시아가 양도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땅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영토만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매킨리 대통령의 생각도 그러했다.
“그 드론 시스템은 확실히 획기적인 체제이긴 하지만 한계는 있소. 그걸로 중동 전체를 감시한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아마도 두 국가로 좁힐 것 같군.”
“이란, 아프가니스탄.”
이쯤 되면 얼마 전 그가 아프가니스탄에 신경을 썼다는 첩보가 의미심장해진다.
타지키스탄 정부에 왜 연락을 취했을까?
왜 한국의 요원들이 아프가니스탄 판지시르에 들어가 마을의 동태를 살펴봤을까?
이 외에도 수상한 구석은 많았다.
한국 언론에 의하면 해당 비행기는 전형적인 화물기로, 김포공항의 착륙 허가를 얻은 직후 항로를 틀었다고 한다.
문제는 방공망이었다.
김포공항에서 해당 지역까지는 15km가 약간 못 되는 거리로, 방공부대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격추하는 게 이상하진 않다는 소리다.
물론 화물기를 도심에서 격추시킨다는 건 매우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번화가 한복판에 추락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합참이 방공부대에 충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
정확한 사유까진 모르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통신 혼선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했다.
보좌관 중 한 명이 자료를 정리하다가 영 수상쩍었는지 목소리를 낮추었다.
“…자작극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증거는?”
“너무도 적절하고 정확하게 해당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다는 점, 지휘 라인에 혼선이 생겨 방공부대에 충분한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화물기가 대통령의 위치를 정확히 특정한 점도 있습니다.”
충분히 의심스러울 만하다.
하지만 지금 이 의심을 밖으로 꺼내선 곤란했다.
“방금 발언은 문건으로 남기지 마시오. 우리가 그런 추측을 했다는 것이 유출되면 골치 아파져.”
“알겠습니다.”
정황상 자작극 가능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걸 꺼낼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었다.
지금부터 유지하의 분노가 쏟아질 것이기 때문.
전 세계에 끼치는 그의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아마도 모두가 테러를 비난하고 한국과 유지하에 대한 위로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
향후 그가 추진하는 모든 계획에서 배제됨은 물론 영영 관계를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일부 막나가는 중동 국가는 다르겠지만.
이후로는 파키스탄과 협상을 할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란은 그렇다 쳐도 아프가니스탄은 내륙국이다.
드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하니 결국 지상군이 들어갈 텐데 그러려면 파키스탄 또는 이란의 영공을 통과해야 한다.
이란은 그렇다 쳐도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최대 후원자였다.
9.11 테러 때 파키스탄은 미국의 협박을 받고 얌전히 영공을 개방했다.
하지만 한국에도 그럴까?
벌써부터 피곤해진 매킨리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일단 파키스탄 건은 향후의 행동을 보면서 대응하기로 하지. 지금 즉시 내 명의로 긴급 성명을 준비하시오. 한국과 유지하에 대한 충분한 위로가 담겨야 하고, 미국은 테러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기면 좋겠지. 그리고 9.11도 조금이지만 언급하시오. 그런 끔찍한 사태를 겪었기에 한국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성명문 작성하겠습니다.”
“그리고 성명문과는 별개로 한국 정부에 특사를 파견하고 싶은데… 마틴 부보좌관.”
“예. 제가 가서 어디까지 계획했는지 넌지시 물어보겠습니다.”
“영공이 봉쇄됐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요. 가서 내 위로와 의향을 전달하시오. 우리는 유지하 대통령의 생각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단, 일이 너무 크지 않았으면 한다고.”
민주당이 난리를 치겠지만 매킨리 대통령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테러를 당한 피해자를 달래는 것이다.
* * *
한국이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져들었다.
9.11 이후 항공기를 이용한 직접적인 테러는 없었고 대부분이 그 사건을 잊고 있었다.
거의 30년 전 얘기니까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이 당한 테러는 9.11과 매우 흡사했다.
현장이 통제되어 취재진이 드나들기 어려웠기에 당시의 사진과 영상이 재등장했다.
―증언 등을 토대로 볼 때 당시 상황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단 테러는 신라그룹 본사 빌딩에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망자로 확인된 사람은 신라그룹 소속의 직원 몇 명이다. 대통령의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의 영공은 완전히 봉쇄되었고 선박에도 운항 제한 조치가 떨어졌다.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추산조차 하기 힘들다.
―내부 정보통에 의하면 한국 내부는 혼란을 벗어나서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살아 있다는 정보를 접한 것 같다.
대통령이 입원한 것으로 추측되는 강남의 병원은 물샐틈없이 경비를 서고 있어서 취재가 쉽지 않았다.
이렇듯 정확한 소스는 없었으나 다수의 언론이 거의 동시에 꺼낸 얘기라 생존 자체는 확실하다는 말이 나왔다.
사태가 발생하고 몇 시간 후의 밤.
강남의 병원은 추모의 열기로 뒤덮였다.
누구 하나 지시한 사람이 없는데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종이컵에 촛불을 들고 모인 것이다.
이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파되자 각국은 예상외라며 말을 아꼈다.
유지하는 냉혈한 독재자일지언정 자기 국민들에겐 따뜻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밤이 깊어질수록 추모의 열기는 갈수록 더해져 수십만의 인파가 모였다.
못 살겠다, 갈아 보자는 식의 시위도 아니고 진심으로 단 한 명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례는 세계를 찾아봐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벽에 대통령이 급한 고비를 넘었다는 소식이 언론을 탔다.
“기쁜 소식입니다. 대통령의 의식이 회복됐으며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때 병원 주위에서 터진 함성은 2002년 월드컵 때와 거의 맞먹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차의 경적을 울리며 독재자의 무사함을 기뻐했다.
다만 화상을 입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돌아 다들 숙연해졌다.
“그 잘생긴 얼굴이 망가지면 안 되는데…….”
“요즘 성형수술 얼마나 잘하는데요. 워낙 피부가 좋아서 깔끔하게 될 거 같아요.”
“뭐 얼굴로 대통령 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별로 상관없다는 평이었다.
너무 미끈한 얼굴이라 흉터 좀 있어야 관록이 붙는다는 말도 나왔다.
연예인도 아니고 대통령 아닌가.
아침이 찾아왔고 각국에서 속속들이 위로 성명과 테러에 대한 비난이 시작되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테러는 인정받을 수 없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세력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 대통령과 국민들이 겪었을 충격과 상심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부디 쾌차하길.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을 뻔했다. 이 참담함과 괴로움을 버티기 어렵다. 말만 해 달라. 러시아는 어디든지 함께하겠다.
러시아가 대담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싸해졌다.
추모의 열기 다음은 분노의 광기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 당시 미국은 말 그대로 눈이 뒤집혔고 그런 미국을 말릴 수 있는 국가는 아무도 없었다.
당시 미국은 우리 편에 서든지 적이 되라고 강요했고, 그 북한마저 테러에 반대한다며 성명을 발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선진국들이 한국을 주요 강국으로 분류한 지 꽤 되었지만 중동의 무슬림들에겐 그런 인식이 별로 없었다.
하루 먹고살기에 바쁘고 코란만 암송하다 보니 정보 습득이 상당히 느렸던 것이다.
그들에게 유지하란 어쩌다가 드론 같은 것을 만들어서 무슬림을 죽여 돈을 버는 사악한 동양인 정도의 이미지였다.
그러니 SNS나 인터넷에 애도는커녕 비아냥거리기에 바빴다.
―안타깝다. 죽었으면 좋았을걸.
―신의 응징이니 곱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이다.
―네놈이 뿌린 약간의 피로 10만에 달하는 무슬림의 핏값을 치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지하드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란 등의 국가도 날이 선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이 저지른 반인도적인 범죄의 열매를 거두는 것에 불과하다. 드론이 죽인 무슬림과 호르무즈 해협을 기억하라.
탈레반 지부로 알려진 SNS에서도 유지하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더 많은 피해자가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곧 소식을 듣게 될 것.
―많은 형제들이 조직에 합류하고 있다. 우리는 악마의 종자와 기꺼이 맞서 싸울 것이다.
이런 반응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어마어마한 분노를 이끌어 냈다.
2차 한국전쟁을 겪었음에도 당장 전쟁을 해야 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개새끼들 진짜 다 죽이고 싶다.
―저 종교는 하여튼 변한 게 없네.
―9.11 때는 미국에 쫄아서 꼬리 내렸는데 우리는 만만하게 보인다 이거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지하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그는 중환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눈만 내놓은 상태였다.
그 눈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