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유지하 님이 미사일을 후원했습니다
유지하는 공격 지시를 내리기 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에 최후통첩을 통보했다.
―3.25 테러의 실행자, 지원자, 관계자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 그들을 체포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당연하지만 대답은 NO였다.
이란은 코웃음을 쳤고 아프가니스탄은 정부조직이 존재하는가 의문이었으며 파키스탄은 무시했다.
세 나라의 공통점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탈레반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3.25테러가 탈레반의 주도하에 벌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들의 혐의점은 명백했고 세계 각국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사우디나 UAE등 중동의 리더격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이런 의견을 냈다.
―다소 의문점은 있지만 탈레반이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 자체는 확실하다. 세 나라도 발뺌하기는 쉽지 않을 것.
―중동에 또다시 피바람을 불러올 순 없다. 우리가 중재할 테니 협상에 나서라.
―이번에 동원된 인류연합의 함대엔 대마도급보다 큰 배도 포함되어 있다. 세 국가의 힘으로 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세 국가와 중동 대부분의 국가는 결사항전을 외쳤다.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공식 SNS에서 유지하의 얼굴 사진에 붉은 X표를 죽죽 그어놓는 패기를 보였다.
―우리는 영국, 소련, 미국과 싸워왔고 이겼다. 당신 따위는 두렵지 않다.
―만약 우리의 신성한 땅에 발을 들인다면 무덤을 몇 개 더 만들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온갖 조롱이 넘쳐났다.
요즘은 자기 PR 시대이고 테러리스트도 인력난이라 열심히 홍보를 해야 미래의 전사를 수급할 수 있는 것이다.
아르마는 그런 글에 동감을 표한 인사들의 신상과 위치를 확보해 두었다.
한편 파키스탄은 영공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무시했다.
―이란 영공을 통과해서 가도 될 텐데 굳이 우리 영공을 쓰겠다는 건 무슨 심보인가? 절대 허락 못한다.
―우리는 이번 테러와 관련이 없으며,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을 지원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억측은 그만두라.
이들은 9.11 테러 당시 잔뜩 분노했던 미국에도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영공을 열어주긴 했지만 부채를 탕감하고 다양한 지원을 받는 등 실리를 챙긴 것이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파키스탄 내부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고는 하나 한국에 굴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체 한국이 언제부터 파키스탄에 명령을 할 수 있게 되었나?
―아무런 지원책도 없으면서 영공을 열라니 터무니없다. 거절하겠다.
―우리에겐 250기에 달하는 핵미사일이 있다. 경고하는데 파키스탄에서의 불법적인 군사행동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한국을 지역강국 정도로 알고 있었고 안트론에 대해서도 믿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혼란한 상황이다 보니 국제정세에 둔한 것이다.
4년 전과 지금의 한국은 천지차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달라졌으나 이들은 그것을 캐치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자히르 파키스탄 대통령이 유지하 대통령에게 직접 경고장을 전했다.
―새삼 말하건대 우리는 테러와 관련이 없다. 그러나 당신의 행태를 보았을 때 언제고 신의 징벌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고, 우리가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러가라.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파키스탄 언론에서도 드론과 안드로이드를 중점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지하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영공 통과를 거부한 것이다.
사실 유지하의 입장에서 굳이 파키스탄의 영공을 빌려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란 영공을 써도 되고, 뭣하면 성층권 상부에서 작전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장차 중앙아시아 지역에 메가시티를 건설할 예정이므로 미리 밑밥을 깔아두어야 했다.
메가시티 센트럴엔 타지크족부터 시작해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의 국민의 일부까지 수용할 계획이었다.
원래는 계획에 없었으나 타지크족의 사이커 발현율이 유난히 높아 아르마가 급히 로드맵에 추가했다.
이렇게 일을 추진하게 된 것은 타지크족이 고향을 떠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제로 데려올 순 없으니 고향을 살만하게 만들어 줄 수밖에.
하여튼 세 국가 모두 유지하의 최후통첩을 무시하거나 거부했다.
이제 실질적인 군사행동에 들어갈 때다.
“시작해.”
유지하의 지시가 내려지자 아르마가 어스 플릿에 커맨드를 입력했다.
「목표 추적… 81개의 목표 확인.」
세틀러호의 중력자 레이더에서 포착한 탈레반의 전초기지가 스크린에 표시되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험악한 지형 그 자체를 무기로 삼고 있었다.
오늘부로 아무 쓸모도 없게 되겠지만.
「E모드로 설정.」
인류연합에서 E모드라고 하면 보통 말살, 즉, Exterminate를 뜻한다.
목표를 말살할 때까지 전력을 투사하며, 외부세력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한다.
쉽게 말해 다 때려 부순다는 뜻이다.
보급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지므로 따로 명령을 내릴 일은 없었다.
「작전 개시.」
9척의 군함에서 발사관이 일제히 개폐구를 열었다.
* * *
인류연합의 함대인 어스 플릿은 총 9척으로, 레일건 전투함 3척에 통합화력함 3척, 드론모함 1척과 보급함 2척으로 편성되었다.
이 함대는 세틀러호에서 중력자 레이더의 데이터를 받아 목표를 포착하며 가용한 화력으로 적을 섬멸한다.
대부분의 미사일은 확산탄이며 수백 개의 자탄에 이온 추진기가 장착되어 있어 다수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드론모함에는 러시아와 공동개발 중인 무인기의 개량형인 캘리버 드론이 20기 탑재되어 있다.
이 캘리버 드론은 소형이지만 어지간한 유인 전투기를 압도하는 기동력과 작전반경, 그리고 화력을 자랑한다.
최고속도는 마하 3이며 작전반경은 추진제 보급 없이 3천 km에 달한다.
다만 이런 스펙은 현재의 파워 밸런스에 맞춘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이온 추진기의 리미터를 풀고 추력을 올릴 수 있고, 심지어 대기권도 돌파할 수 있다.
스펙을 이렇게 잡은 것은 언젠가 러시아와도 싸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타지크족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쪽에서도 사이커 발현율이 높게 나타났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러시아는 반대하겠지만 푸틴이 사망하고 인류연합이 교류를 중단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유지하가 푸틴 대통령과 친한 척하며 교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쪽이 이용해먹기 좋아서다.
만약 미국과 교류했었다면 뭘 내주든 동시베리아만 한 땅을 얻지는 못했을 테니까.
아무튼 어스 플릿이 첫 번째로 목표로 한 것은 수십 개소에 달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전초기지였다.
이들은 사막과 호수, 그리고 동굴에 위치해 있으며 심지어 마을 어딘가에도 숨어 있었다.
특히 주민인 척 마을에 숨어 있는 탈레반이 골치 아팠는데, 괜히 미군이 대민작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아니다.
방금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던 상대가 돌아서면 소총을 들이대는 식이니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스 플릿에는 인간이 한 명도 없었다.
모든 것은 아르마가 판단하며 소총이 옮겨지는 자그마한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는다.
따라서 아르마 앞에서 탈레반이 현지 주민 행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발사관 개방. 확산 미사일 발사.」
정확히 81발의 이온 추진 미사일이 발사관을 벗어나 이란과 파키스탄 상공을 가로질렀다.
미사일의 궤적을 보면 영락없는 순항미사일이지만 속도가 마하 3에 달해 레이더 화면에서 금방 사라졌다.
이란의 레이더기지에서는 미군의 SR-71이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떨 정도였다.
“설마, 미국이 이번 사태에 개입한 건가? 테헤란에 알려!”
종교지도자 바스파르는 모든 정보를 동원한 끝에 이란 영공을 침범한 것이 전투기가 아니라 미사일 다수란 것을 보고받았다.
그의 주름 가득한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이런 무기를 가진 건 미국밖에 없다! 망할 제국주의자 놈들!”
이란의 각 방공기지에서 대공미사일이 발사되었으나 놀랍게도 이 미사일들은 고도를 낮추어 대응했다.
그러니까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고원지대에서 마음대로 고도를 조정하여 대공미사일을 농락했다는 뜻이다.
모든 수단이 무위로 돌아갔고 이란은 허탈하게 이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미사일이기에 고도 100미터까지 내려올 수 있는 거지……?”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이 미사일을 포착하지조차 못했다.
뭔가가 영공을 불법침입 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미사일인지 전투기인지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양국이 허둥대고 있는 사이, 81발의 미사일은 마침내 아프가니스탄에 진입해 레기스탄 사막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칸다하르 주위에 들어서자마자 미사일 한 발당 수백 개의 자탄을 흩뿌렸다.
이 모두가 이온 추진기를 장착한 하프늄2 자탄이었다.
상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탈레반들은 소총을 들고 경계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이온 추진기를 작동시킨 자탄이 날아오는 소리만 뒤늦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두두두둑―
고원지대에서 수백 발의 하프늄2 자탄이 폭발해 탈레반의 경계초소를 한꺼번에 쓸어버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주변이 뒤집어졌고 산 전체가 흔들렸다.
칸다하르에서 작전 중이던 영국의 SAS 대원들은 폭발을 목격하고 입을 떡 벌렸다.
“한국놈들이 핵을 쐈습니다!”
“하프늄이라는 거다. 그나저나 아예 산을 날려버릴 생각인가?”
자탄 하나하나의 위력이 TNT 환산 15톤에 육박하다 보니 산 전체가 박살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무튼 자탄 한 발로 75명의 탈레반은 물론 기지와 연결된 땅굴까지 증발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아프가니스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유일한 예외는 마을과 아예 한 몸이 된 탈레반 기지였다.
미사일은 이런 곳도 지나치지 않았지만 자탄 대신 드론 컨테이너를 드랍했다.
이 드론 컨테이너는 빠르게 강하하다가 지면과 충돌 직전 로켓 모터를 분사해 충격을 줄였다.
그리고 컨테이너가 열리며 문제의 드론들이 벌떼처럼 날아올랐다.
탈레반 전사들이 녀석들을 보고 기겁한 것은 당연했다.
“악마가 나타났다! 모두 총을 들어라!”
즉각 마을을 방패삼아 대응했지만 드론에는 향상된 조준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다.
쉽게 말해서 드론 하나하나가 뛰어난 소총수이자 저격수라는 것이다.
또한 몇 대의 드론은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전장을 정찰해 적의 위치를 도출해낸다.
그로 인해 총열이 짧음에도 2km 이상의 저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인간은 실수를 하지만, 기계는 어지간하면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탈레반들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총알에 하나씩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 마을에서는 16명의 탈레반이 숨어 있다가 드론의 사격을 받아 2분 안에 몰살당할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사망한 순수 민간인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세틀러호의 중력자 레이더와 시비리 위성이 무기를 들었는지 식별해 내 드론에 이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시가전에서도 수백 대 1의 교환비를 자랑하는데 뛰어난 색적 능력까지 갖추다보니 마을을 방패로 삼아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이렇듯 실시간으로 탈레반이 죽어나가자 당연히 SNS의 업데이트도 끊겼다.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몇몇 지부의 탈레반은 나를 죽여 보라며 조롱했지만 곧장 위치를 발각당해 죽어 나갔다.
어떤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는 탈레반들이 마을 주민을 모아두고 연설을 하다가 드론의 습격을 받아 몰살당하기도 했다.
개전 1시간 만에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수천 명이 넘는 탈레반이 사망했다.
물론 탈레반은 게릴라전에 매우 능숙하며, 그들의 진가는 이제부터였다.
그리고 인류연합은 그들 하나하나의 신상과 외모를 정확히 포착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쌓아놓고 있었다.
유지하의 지시가 떨어졌다.
“모조리 죽여.”
아르마는 그렇게 했다.
* * *
인류연합의 함대가 인도양에 출현함에 따라 각국은 이를 예의주시했다.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에도 정보원을 파견했고 특수부대를 들여보낸 국가도 많았다.
아무래도 아프가니스탄 같은 산간지역은 통신망이 전무해 정보를 받아 볼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류연합이 교전을 시작하고 몇 시간이 지나자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아프가니스탄에 존재하는 탈레반 전초기지가 최소 50개소 이상 증발했다. 무력화가 아닌 증발이다. 말 그대로 통째로 지워졌다.
―한 발의 미사일이 수백 개의 자탄을 뿌리는데 이 자탄에는 유도기능이 포함된 것 같고 위력은 우리 측 관측반이 전술핵으로 착각했을 정도다.
―문제의 드론은 더 강화되어 이제는 저격수 역할까지 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의 위치를 어떻게 특정하는지는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칸다하르 주위의 탈레반은 절반 이상이 쓸려나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칸다하르가 건재하며 각지에 흩어진 전초기지도 아직은 많다. 그러나 이상의 성과만 보더라도 미군이 20년간 주둔하면서 낸 성과를 능가한다…….
각국의 수뇌부는 이 보고를 받고 상당한 충격에 빠져들었다.
드론의 성능이야 익히 아는 바이니 넘어간다 치더라도 탈레반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고 핀셋으로 뽑아내듯 하는 건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았다.
영국의 정보기관의 수장은 총리와 대담하며 이런 한탄을 털어놓았다.
“인류연합은 우리가 20년 가까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며 모은 정보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마하 3를 넘어가는 순항미사일도 문제였다.
이온 추진기가 나온 이상 언젠가 미사일에도 적용될 것임은 짐작했지만 고도를 마음대로 바꿀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치 미사일 자체에 인공지능이 장착된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전초기지 수십 곳을 박살낸 하프늄2 자탄이 상식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쪽은 다른 국가에서도 실험적으로 성공하긴 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레일건과 이온 추진기 등의 분야에서도 약간의 성과를 얻고 있었다.
한국에게만, 유지하에게만 허용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어쨌든 각국은 UN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긴 했지만 이번 사태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인류연합의 진짜 전력을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걸로 봐선 확실히 대단하지만 다소 미묘한 구석이 있었다.
―순간적인 화력은 미군을 능가하는 바가 있다. 저 탈레반이 순식간에 꼬리를 말고 동굴에 숨을 정도니.
―하지만 민간을 장악하는 것이 쉬울지 의문이다. 남부 아프가니스탄은 파슈툰족이 주류로, 탈레반의 영향을 받아 드론과 안드로이드에 깊은 증오심을 갖고 있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이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인류연합의 병력에는 치명타다.
하지만 각국이 착각한 것이 하나 있다.
유지하의 목적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점령이 아니었다.
타지크족을 기반으로 한 메가시티를 세우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고 지금의 대공세는 그것을 위한 청소일 뿐이었다.
설사 파슈툰족이 증오를 뿌리삼아 탈레반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 이상으로 드론을 뿌리면 되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에 위치한 플랜트에선 각종 무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지시만 내리면 하루에 드론 만 대쯤 만드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파슈툰족의 한 청년이 총을 잡고 테러리스트가 되는 숫자보다 드론의 충원속도가 월등히 빠른 것이다.
물론, 이런 방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유지하에겐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메가시티가 완공되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자원과 인력을 흡수하면서 완전히 폐쇄되지. 그때가 되면 테러리스트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야.”
우주로 진출한 인류연합에 오래된 경전을 읊으며 소총과 RPG-7으로 저항하는 테러리스트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기술 격차는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고 메가시티의 영주권을 얻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었다.
인류연합이 아니라 환경과 플레이그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아무튼 이런 대공세는 탈레반에겐 재앙으로 다가갔고 이란과 파키스탄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눈 뜨고 있다가 자국 영공을 내줘 버린 것이다.
잔뜩 화가 난 이란과 파키스탄 양국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는 한편 전면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인류연합의 전력은 인도양에 버티고 있는 함대가 거의 전부로 여겨진다. 그들만 처리하면 지금의 공세도 그칠 것이다.
―하지만 그 배들은 블랙메탈로 만들어졌고 잠수까지 한다고 들었다. 우리의 전력으로 상대가 가능할지?
―우선 전투기를 동원해 쫓아내기라도 해야 한다.
현재 어스 플릿이 정박한 곳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근처로 아라비아 반도와 인도 사이에 위치한 바다였다.
미국에 의해 위치가 발각된 상태여서 그런지 별도의 기동도 하지 않고 둥둥 떠 있었는데, 그게 각국이 군침을 다시게 만들었다.
―아이언 빔은 물론 강력하지만 처리할 수 있는 목표에 한계가 있다는 게 양안전쟁에서 드러났다. 대함미사일을 쏟아부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핵미사일을 투발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비록 우리 미사일의 CEP(원형공산오차)는 정밀하지 않지만 정박한 함대라면…….
대놓고 한곳에 버티고 있다는 게 이란과 파키스탄의 수뇌부로 하여금 위험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상을 부추긴 것은 중맹에서 급히 파견된 특사였다.
그는 왕쉬안 상장의 친서를 파키스탄의 자히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우리는 대만성 공략전에서 아이언 빔의 요격률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저 요격 시스템의 성능은 굉장해 보이지만 동시다발적인 공습을 감행할 경우 약점을 드러냅니다. 그것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원래 중맹과 파키스탄은 굉장히 친밀한 관계로, 중맹이 이렇게 된 이후에도 우호적인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신장 자치구와 티베트 자치구를 잃다 보니 파키스탄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젠 국경선을 마주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왕쉬안 상장은 이번 사태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획득하고자 했다.
인류연합 함대의 방공시스템과 안트론의 성능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 약점을 알아낼 수 있다면 향해 주석 자리에 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히르 대통령이 핵공격을 망설이자 특사는 다음과 같이 권했다.
“저 함대가 탈레반 다음으로 어디를 지목할 것 같습니까? 유지하가 관련자 전부 죽이겠다고 한 말을 기억하십시오. 놈은 파키스탄까지 공격하고 말 겁니다.”
“…….”
“그 후의 일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파키스탄 곳곳에 드론이 깔릴 것이고 가혹한 압제가 펼쳐질 겁니다. 유지하는 매우 악독한 인간입니다. 조금의 반항도 용납하지 않죠. 파키스탄 수뇌부는 전원 처형될 거고 유감이지만 대통령께서도 벗어나진 못할 겁니다…….”
실제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자히르 대통령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그리하여 그는 골라선 안 될 선택지를 선택하고 말았다.
바로 인류연합의 함대에 대한 전면적인 핵공격이었다.
물론 유지하는 아르마가 미리 깔아둔 마이크로드론을 통해 이들의 대화를 처음부터 엿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