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전부 팝니다
원래 저지르는 것보다는 수습이 어려운 법이다.
인류연합이 이란과 파키스탄을 중세시대로 몰아넣었고 이를 수습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몫이었다.
미국은 지금까지 계속된 제재를 풀었고 UN이 주축이 되어 물자 보급에 들어갔다.
당장 급한 환자는 각국이 병원선을 파견하고 수송기를 동원해 인근 국가에서 수용하는 식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이는 공짜가 아니며, 향후 양국이 정상화가 되고 나면 두둑한 계산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특이한 협정이 하나 성사되었다.
러시아와 인도의 주도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의 국경선 재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그간 아프가니스탄은 바다를 접하지 못한 내륙국 신세였지만 이번 협정으로 약간이지만 바다를 갖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양국 정부는 러시아와 인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그들의 지원이 빠지면 정부조직의 유지조차 힘들었기 때문.
국제사회에선 배후에 유지하가 있다고 지적했고 한국과 인류연합의 배들이 몰려가 간이항구를 건설하는 바람에 사실로 드러났다.
각국은 인류연합이 항구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비교적 상세히 알게 되었다.
―일주일 만에 2만 톤짜리 화물선 10척을 정박시킬 만한 항구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아무것도 없던 황야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해상도가 문제가 아니고 규모 면에서 다른 분해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 러시아에 짓고 있는 도시도 저런 식이다. 블랙메탈로 인프라를 깔아 버리니 공기가 대폭 줄어들고 인력도 아낄 수 있다.
테라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걸 모르는 국가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짐작만 하는 것과 실제로 관측해서 보고서로 요약하는 데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각국은 사이커 유출방지 행정명령을 재빨리 통과시키고 에테르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유지하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왔다.
하지만 항구가 지어지는 걸 보면 과연 격차가 줄어들긴 하는 건지 의문이 앞선다.
―이제 겨우 블랙메탈 방탄복을 만들고 전차 장갑을 만드는 형편인데 저긴 인프라를 깔아 버리다니 허탈하다.
―두 달 만에 레기스탄 사막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깔 기세다. 현대 토목 건설 분야를 재정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해서 뭘 얻고자 하는가?
동아시아의 독재자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해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이런 의문은 자작극 설과 연계되어 음모론을 무럭무럭 피워 올렸지만 언제나 그렇듯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어어, 하는 사이에 칸다하르까지 이어지는 4차선 도로가 완공되는 걸 구경해야 할 뿐이었다.
다른 국가라면 연 단위의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고작 두 달 만에 끝내 버린 것이다.
물론, 이번 공사에는 한국의 건설사도 많이 달려들었다.
자재와 중장비는 물론이고 인부들이 먹을 식량과 물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소요되었음이 분명했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많았겠지만 유지하는 특유의 독단으로 밀어붙였고, 마침내 4차선 도로를 까는 데 성공했다.
완공식 대신 도로에 유지하 대통령을 위시한 카퍼레이드가 벌어졌다.
그는 칸다하르에서 북부저항전선의 지도자인 아흐마드 마수드와 함께 신생 메가시티 아프간의 설립을 선언했다.
“…더 이상 전쟁과 테러로 가득한 아프가니스탄은 없습니다. 이제 메가시티가 들어서면 다른 곳의 부러움을 받으며 발전과 번영을 누릴 것입니다. 여기 계신 형제와 제가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요컨대 테라 섬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척박한 고원지대에 그런 도시를 만들어서 어디다 쓸까?
사람들의 의문과 상관없이 메가시티 건설은 시작되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어 주변 국가에서 생필품과 자재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테러는 완전히 소멸되고 있었다.
산간지역에 숨은 탈레반과 IS 잔당들은 연이은 공습에 숨도 쉬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6월 중순쯤 되자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총소리를 듣기 힘들어졌다.
대신 보이는 것은 한국 기업에 고용되어 삯을 받으며 일하는 아프가니스탄인의 땀방울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외신들도 아프가니스탄이 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써내려갔다.
―동아시아의 독재자가 아프가니스탄을 바꾸다.
―그의 진의는 무엇일까. 이란과 파키스탄의 예에서 보듯 파괴와 혼란인가? 아니면 질서와 발전인가.
―만약 유지하에게 1조 5천억 달러와 20년의 시간이 있었다면 화성을 테라포밍 시켰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은 미국을 까는 농담이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좋든 싫든 유지하의 영향력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고 그가 나서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변화가 생긴다는 것.
* * *
2030년 7월 한국에서 방위산업 박람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타국이나 타 기업의 물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유지하의 것만 전시될 예정이었다.
일반인은 관람할 수 없으며 정치인이나 관료, 군인, 기업가 등만 초대권을 발부받아 참석할 수 있었다.
철저히 B2B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말인데 숨겨진 의도가 초대권에서 드러났다.
「Sell : Everything」
말 그대로 그동안 선보였던 무기 체계를 팔겠다는 뜻이다.
레일건부터 시작해서 아이언 빔, 그리고 무인 전투함과 무인기까지…….
당황한 각국은 많은 문의를 넣었고 진짜로 다 판다는 게 알려졌다.
그러니까 이번 행사는 돈을 벌기 위한 박람회였던 셈이다.
대부분이 무기 체계인지라 평화단체 등에서 시위가 있을 예정이었고 몇몇 국가도 좋게만 보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이 행사에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런 무기 체계를 제한 없이 팔면 어떤 혼란이 일어나는지 모르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레일건과 아이언 빔은 수출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아마도 구두 협정이었을 거다. 이제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거겠지.
―카탈로그를 보니 스펙이 다운된 버전이다. 우리 해군에 비해서도 사거리가 짧다.
―슬슬 각국에서 연구를 시작하니 미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인가?
―그나마 하프늄2 탄두가 없는 게 다행이군…….
백악관이 간접적으로 항의에 나섰지만 큰 이슈는 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은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
민주당 후보의 당선은 거의 확정적이었고 그는 맹견에는 입마개와 목줄이 필요하다는 연설을 토해내서 갈채를 받았다.
그게 가능할지의 여부는 차지하고 말이다.
어쨌든 여력이 되는 국가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자금을 잔뜩 준비했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무기 체계를 도입할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
레일건과 아이언 빔은 워낙 유명했고 신형 무인기와 무인함까지 판다니 각국 정부는 물론 방위사업을 주관하는 기관과 밀리터리 매니아들까지 들썩였다.
―씨발 이건 돈이 얼마가 되든 반드시 사야 한다고!
―근데 많이 비싸네… 5천 톤급 무인전투함 2척 팩에 3조원이라…….
―레일건과 아이언 빔이 워낙 전력을 많이 잡아먹어서 그런가? 화력함과 방공함을 분리해 놨네.
―인류연합의 그 배는 분명히 동시에 해냈잖아?
―다운그레이드야. 무기 수출 사업에선 의외로 자주 있는 일이지.
―가격만 보지 말고 걔들이 할 수 있는 거에 주목해 봐. 그거 두 척만 있으면 다른 배는 필요가 없어.
―한 팩으로는 좀 그러니 세 팩 조입하면 훈련용, 정비용 이렇게 돌려가면서 쓸 수 있겠어.
―큰일이네. 만약 러시아가 발트 해에 이걸 들여놓는다면 북유럽과 폴란드도 최소 한 팩씩은 사야 균형이 맞아.
―말하자면 다른 배는 전부 도태된다는 거지. 인도양 해전에서 봤듯이 저 배들은 수십 발의 탄도탄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아 냈어.
―차라리 비대칭전력으로 잠수함을 대거 도입하는 게 더 효율적이겠는데.
―잊지 마, 저 녀석들도 잠수할 수 있어.
―그건 맞지만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는 모르잖아? 액티브 소나가 달려 있긴 한가.
―행사에서 알게 되겠지.
―젠장, 안드로이드(섹스 가능한)는 언제 파냐고!
―그냥 한국으로 귀화하는 게 빨라. 아니면 메가시티의 영주권을 얻든가.
아무튼 이번 행사는 타 부스가 없어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릴 예정이었다.
신라그룹에서는 모든 준비를 끝내놓았고 마침내 행사의 아침이 밝았다.
7월 초, 각국에서 이륙한 수백 대의 항공기가 한국으로 향했다.
* * *
전남 나로도에서 열린 박람회에 많은 외국인이 찾아들었다.
신라그룹의 행사이니만큼 안드로이드가 행사 진행과 안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기묘하게 생긴 로봇이었다.
「저는 워커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 로봇은 블랙메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지 필요에 따라 형상을 바꾸었다.
무거운 짐을 들 필요가 있을 때에는 상체를 트레이로 바꾸었고 입장권을 배부할 때에는 즉석에서 팔을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녀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어떤 면에서는 안드로이드 이상의 물건이었던 것이다.
“모터를 집어넣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매우 희한하군요.”
“블랙메탈의 진화는 어디까지인지… 이제는 근육 역할까지 하는 모양입니다.”
“인공지능과 연계된 건가? 어지간한 언어는 다 알아듣는군요.”
이 워커는 미래 인류연합에서 흔히 쓰이던 워커를 간략하게 만든 버전으로, 향후 신라그룹 전체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단어 그대로 일꾼이다.
기존에 출시한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흡사한 외형을 가졌기에 작업에 그 이상의 효율을 내기가 힘들었다.
나사라도 하나 돌린다 치면 드라이버가 필요한 것은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워커는 즉석에서 공구를 만들어 낸다.
아마도 동체에 간이 블랙메탈 분해기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 비용을 생각해도 대단히 효율적일 것이 분명했다.
“이거 산업용 로봇을 전부 대체할 수 있겠군요.”
“대부분 라인에 투입할 수 있으니 내구력만 확보되면 잘 팔리겠습니다.”
“신라그룹에서 내놓은 건 대체로 내구력이 보장되는 편이죠. 너무 튼튼해서 문제라고나 할까.”
그간 산업용 로봇이라고 하면 일본과 미국 등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데 이 워커가 기반을 흔들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따로 마련된 영상관에서는 워커를 포함한 스마트 팩토리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이 개념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완전한 무인 공장을 이뤄내진 못했다.
결국, 설비 점검과 비상사태 대응 등에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워커가 포함된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영상에서도 담담하게 완전한 무인화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팩토리 : 당신의 비지니스를 완벽하게 지원합니다. 더 이상 오작동과 출고 지연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대담한 표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완전한 무인화? 그게 가능한가?”
“아무리 그래도 원자재 관리 등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고장 난 워커도 워커가 수리한다는군요. 진짜 사람이 필요가 없겠는데요?”
“이 정도로 정교하면 어지간한 수술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관람객들이 경악한 건 단순 수리가 끝이 아니라 수치제어와 오버홀까지 자체적으로 해낸다는 점이었다.
별다른 설비는 없었지만 워커 두 대가 모여 한 대를 완전 분해해 고장 난 부품을 갈아 끼우고 재조립하는 걸 보면 기가 막혔다.
이건 마치 의사 두 명이 수술을 집도해 사람을 살려 내는 것 같지 않은가?
물론, 함부로 의료분야에 적용시킬 순 없겠지만 가능성만큼은 충분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정확히 이분되었다.
“인류연합에 무인 플랫폼이 많다 했더니 이런 녀석들을 쓰고 있었군요…….”
“효율성 면에 있어선 따라올 수가 없겠습니다. 막말로 관리자 몇 명만 있어도 되겠는데요?”
그에 반해 진지하게 인간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전쟁도 기계가 해, 수리도 번역도 기계가 해, 모든 것을 기계가 하면 우리 인간은 어디에 선단 말입니까?”
“그래서 메가시티에서 영주권자에게 수당을 주는 건지도 모르죠.”
물론,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스마트 팩토리와 워커의 출시만 기다렸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해야 간신히 생존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은 기본이고 물류 컨트롤과 구조조정은 필수에 온갖 사기에 가까운 마케팅과 과감한 전략적 베팅이 이루어진다.
거기에 이 워커와 스마트 팩토리가 적용된다면?
적어도 효율성 면에서는 따라올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업률 관리에 혈안이 된 각국 정부가 이 플랫폼을 권장할지는 의문이었다.
특히 노조의 입김이 강한 유럽에서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걸 도입할 수 있는 EU 소속 국가는 독일 정도겠지만요.”
기업가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독일을 제외한 EU 국가들에겐 초대장이 가지도 않았다.
나름 친분이 있는 관료나 기업가에게 자료를 부탁했겠지만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리고 워커와 스마트 팩토리는 단지 박람회의 초입에 불과할 뿐이었다.
더 많은 놀라운 것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보통 박람회라고 하면 차분한 분위기로, 실제 시연은 잘 하지 않는다.
방위산업에 관련된 거라면 더더욱 그러한데, 박람회장에서 총을 쏘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초반에 비행팀이 곡예를 선보여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 나로 우주센터 주변에서 열린 박람회는 달랐다.
첫째 날부터 인도양에서 데뷔한 캘리버 드론이 하늘을 수놓았다.
이 가오리 형태의 무인기는 SU-37이나 F-22가 선보인 쿨비트 기동은 물론 호버링까지 해냈다.
전투기 주제에 헬기처럼 상공에 그냥 떠 있었다는 말이다.
또한 호버링을 하는 도중에 기체를 뒤틀어 한 바퀴 회전하는가 하면 심지어 기수를 땅으로 향하고 수직으로 이륙하는 등의 믿지 못할 기동을 선보였다.
“저런 게 가능할 줄이야 상상도 못했는데.”
“저 커다란 무인기가 마치 드론처럼 자유자재로 기동하는군요. 거기에다 최고속도는 마하 3라…….”
사실 이온 추진기가 수출된 지는 꽤 되었다.
항공기 제작사들은 이온 추진기를 기본으로 한 설계를 적용했고 몇몇 대형 항공사에선 이를 전폭적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이온 추진기를 장착한 항공기라고 해도 수직이착륙이 가능하고 효율이 좋다는 것 외엔 별로 다른 게 없었다.
전투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조종사가 탑승하기에 격렬한 기동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인기와 이온 추진기가 결합되니 그 성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실전에서 저런 기동을 할 법한 상황이 그리 자주 나오진 않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데에는 충분했다.
“캘리버 드론이라… 기동성은 물론 엄청나고 다양한 임무에도 투입이 가능하다… 단점은 가격과 연계성인데…….”
“아무래도 영공을 수호하는 항공기가 한국의 인공지능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 꺼려지지 않습니까?”
“다행히 자체 인공지능을 쓴다고 되어 있군요. 정확히는 패키지를 들여야 하고 거기에 드론과 인공지능, 그리고 설비가 포함되어 있는 식입니다.”
“레이더를 포함한 전자장비가 러시아와 한국산이라 미국이의 최신 전투기에는 못 미치겠군요.”
“그래도 조종사가 필요 없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죠.”
장단점을 떠나 무인이라는 점이 관계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전투기는 돈만 있으면 급하게라도 들여올 수 있지만 조종사는 최소 몇 년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실제 양안전쟁에서도 그런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났다.
조종사가 대만 영공에 들어갔다가 아이언 빔에 격추되는 바람에 구조대도 보내지 못하고 그대로 생포당한 것이다.
구형 전투기야 남아돌았지만 조종사가 없어서 중국은 대만 공략에 굉장히 애를 먹어야 했다.
이 드론 패키지를 도입한다면 그런 사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별도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필요가 없고 사와서 기지에 들여놓기만 하면 된다.
항공 전력을 한국과 유지하에게 의지하게 된다는 단점이 존재했지만 어차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없으면 2차 대공황이 재림할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는 형편에.
다음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우주센터 앞바다에서 벌어진 깜짝 행사였다.
“어스 플릿의 1번함이 곧 부상합니다. 관람석에서 편히 즐겨주십시오.”
어스 플릿?
그 거창한 이름에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으나 바닷물을 헤치고 부상한 레일건 전투함의 위용에 웃음이 지워졌다.
다들 이 배의 존재는 물론 대략적인 성능까지도 알고 있었으나 이렇듯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관람객들이 하나둘씩 일어섰고 이 배는 즉석에서 위력 시범까지 선보였다.
레일건으로 수평선 너머의 표적함을 사격해 완전히 침몰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드론을 띄워 아이언 빔으로 격추시키기까지 했다.
“와우.”
“사람들을 초대해 놓고 이런 걸 보여 준다니… 완전히 미쳤네요.”
“확실히 독재자가 밀어붙이니까 이런 그림이 나오는 겁니다.”
위험성이야 어찌 됐든 그림이 화끈하다는 건 확실했다.
살면서 레일건과 아이언 빔의 실제 작동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레일건은 폭음 외엔 그다지 감흥이 없었지만 하늘을 어지럽게 수놓는 황금색 레이저는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시연은 모조리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유지하 대통령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그는 무대에 올라 화성 진출 계획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말이야 쉽다.
화성은 달에 이어 지구에 가까운 천체니까.
러시아가 금성에 공을 들였다면 미국은 화성에 많은 신경을 쓰고 탐사선을 보냈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을 차지한 것은 모 기업가가 당한 불의의 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