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즐거운 군비경쟁
“그럼 나머지 작업은 제가 맡겠습니다.”
“가능하면 관리공단으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해. 인력이 필요하면 비서실에 요청하고.”
유지하는 나머지 유통망의 개혁을 아르마에게 맡겼다.
스마트팜이라는 뿌리를 세운 이상 나머지는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배양육에 큰 거부감을 갖지 않았고 그 결과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도 이유가 되겠지만 품질이 일정하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지방인지 고기인지 헷갈리는 게 많은데 최소한 그런 건 없어서 좋네.
―이거 먹다 보면 다른 고기는 못 먹어요. 맛이 없어서.
돼지고기에 이어 소고기까지 스마트팜 생산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많은 국민이 출시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외국에서도 많은 연구자가 찾아왔고 일부는 그대로 귀화했다.
―한국에 와서 직접 확인한 결과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가 힘들다는 걸 절감했다. 차라리 여기에서 연구하는 게 낫다.
―같이 연구하는 게 아니라 이미 연구된 것을 배운다는 개념에 가깝지만 신기술과 장비가 너무 많아서 즐겁다.
이렇게 연구자들을 받아들인 결과 한국의 스마트팜 관리공단의 규모는 세계 최대가 되었다.
국내의 수요도 많았지만 품질을 확인한 외국에서 수출 요청도 많이 왔기에 당분간은 풀가동 체제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유제품도 상당히 가격이 다운되었고 특히 우유에 별도의 공정을 추가해 특유의 고소하고 기름진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우유로 버터와 치즈를 만드는 계획도 추가되어 국내의 소비자들을 즐겁게 했다.
―외국 염소젖 치즈가 진짜 맛있는데 이번에 샘플 먹어 보니까 거의 비슷하더라구요.
―국내산 버터 더럽게 비쌌는데 이번 기회에 가격 확 다운되겠네.
―기술로 밀어붙이니까 똥땅도 어찌 해결이 되긴 하는구나…….
이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스마트팜이 과일까지 생산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특히 맛있는 동남아산 과일.
수입이 크게 확대되고 국내에서 재배하는 농가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비쌌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망고스틴 같은 것은 카고선을 동원해도 세관이나 검역 절차가 오래 걸려서 단가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스마트팜 관리공단에서는 기술적 난관이 있지만 불가능하진 않다는 답변을 내놨다.
―현재 배양육처럼 입자 스프레이로 과육을 만드는 과정을 테스트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이 끝나면 보다 실물에 근접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
―두리안에서 냄새 유전자를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과육 자체의 맛은 유지하면서 접근성이 좋은 과일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정보는 동남아에까지 알려져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만든 과육을 과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소비자는 저렴하고 맛있게 즐길 수만 있으면 그만이었고 유지하도 그만둘 계획이 없었다.
이렇듯 스마트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좋아지고 농촌의 사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유통망의 개혁도 착착 진행될 예정이었다.
아르마는 최대 5년 안에 한국의 식량자급률을 65%까지 끌어 올리고 대부분의 유통망을 관리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10년이면 완벽하게 식량을 자급할 수 있고 25년이면 10억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겁니다.”
“괜찮군. 그대로 추진해.”
다음으로는 군사개혁이 필요했다.
현 한국군은 유지하가 보기에 너무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차후 플레이그와 싸울 때에는 인공지능은 물론이고 능력이 약한 사이커, 그리고 평범한 인간의 도움도 필요했다.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서 총력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에서 활동할 때에는 인건비만 많이 나가는 군대를 운용할 필요가 없었다.
당장 서해 유전 근처에 모인 한중 양국의 해군 전력만 봐도 이걸 절감할 수 있다.
각 군함에 탑승한 인원이 자동화로 많이 줄었지만 80여 명 수준인데 총 13척이 모였으니 천 명이 넘는다.
이들이 2주 정도 대치한다고 하면 들어가는 인건비만 20억에 가깝다.
현재 한국군은 최저임금에 수병을 쓰고 있는데도 그렇다.
육군 장비를 보면 더 낭비가 심했다.
최근에 도입된 무기체계는 그나마 낫지만 대구경 견인포와 같은 물건에는 10여 명이 달라붙어야 한다.
워낙 오래된 무기체계라 그만큼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국방부에서는 2010년 초기부터 자동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른 사업에 치여 계속 미뤄졌다.
그리하여 병사들은 2031년에도 견인포를 방열하기 위해 땅을 파고 있었다.
“이 인원을 군에서 데리고 있는 건 사회적인 낭비야.”
징병제를 폐지할 때가 왔다.
이게 발표되면 현역들을 포함해서 퇴역 장성까지 난리가 나겠지만 계획 변경은 없다.
유지하는 아르마의 도움을 받아 국방개혁에 착수했다.
중간에 잠깐 계획을 비서실장에게 보여주자 그는 다소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극소수의 인원으로 유지되는 하이테크 군대를 만들 생각이시군요.”
지금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하이테크지만 이 계획은 극단적이다.
소수의 지휘부를 제외하면 모조리 무인장비로 대체할 예정이라니.
유지하는 페이지를 넘겼다.
“한국군 병력 약 40만에 국방비는 65조원. 인건비만 약 26조 원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습니다. 여기에 기본적인 주거비와 복지비, 지원비를 합하면 절반이 훌쩍 넘어갑니다. 장교들이 독점적으로 쓰는 골프장은 포함을 안 한 숫자입니다.”
여기에서 배성민은 골프장의 운명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만간 문 닫겠구나…….
중요한 건 서해에서 중국 해군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 이런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중국이란 존재는 아무것도 아닌 걸까?
아무튼 이 계획에 의하면 징병제는 폐지되고 대부분의 장교, 부사관들도 전역시킬 예정이었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되는 하이테크 군대다.
비서실장은 잠깐 옛날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렸다.
언제쯤 그런 미래가 올까 생각했는데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이건 개편이 아니라 해체했다가 다시 만드는 수준이군요.”
“비서실장도 알겠지만 군대란 싸움밖에 모르는 소모적인 집단입니다. 크면 클수록 예산에 부담을 줍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개편이 중요합니다.”
“…역사를 되새겨 보면 제대군인에 대한 처우 등으로 시위와 폭동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들을 한꺼번에 내치는 것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런 부분까지 이미 고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그 인원들을 써먹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동시베리아의 자원 개발은 어떨까?
워낙 넓고 척박한 곳인 만큼 대규모의 투자와 인원이 필요하다.
세틀러호에 잠재된 기술이면 그런 부분까지 무인화할 수 있지만 그 많은 인력을 놀릴 수는 없으니까.
배성민 비서실장은 계획서를 넘기면서 말했다.
“이 구상이 구체화되면 세상은 또 한 번 뒤집어지겠군요.”
“이젠 놀랄 사람도 많지 않을 겁니다.”
“진지하게 대통령님이 외계에서 왔다고 믿는 사람도 많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소 주제 넘는 발언이었지만 유지하는 의외로 그를 타박하지 않았다.
“글쎄요, 상상은 자유겠습니다만 내가 목표로 하는 건 하나입니다. 인류의 평화.”
여기에 프랑스 정치인이 있었다면 크게 웃었을지도 모르지만 배성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유지하가 계획서를 덮으며 말했다.
“당분간은 비서실장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합시다. 군에 알려지면 시끄러워질 테니까.”
시끄럽다 못해 발칵 뒤집힐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고 누구도 그걸 말릴 수 없었다.
* * *
확실히 볼드윈 대통령은 전임과는 다르다.
동아시아에서 손을 뗀다고 선언한 이후로 진짜 그렇게 하고 있었다.
서해에 긴장감이 높아지는데도 한 마디도 안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은 확실히 챙기려 들었고 가끔 그게 유지하를 아니꼽게 했다.
“나로서는 조금 실망입니다. 유전 탐사에 미국의 기업을 참가시켜 줄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러시아의 조건이 좋기 때문이죠.”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미국인들은 너무 철저하죠. 기술 유출에 대비해 애초부터 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정해 놓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달라요. 보드카 한 병이면 다 보여 줍니다.”
실제로 동시베리아 자원 탐사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한국 탐사진은 아무래도 석유에 관해서는 미숙했는데 그 분야에 이골이 난 러시아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형식적으로 보안담당이 붙긴 했는데 추운 곳에서 술자리에 동석하다 보니 죄다 취해서 해이해졌다고.
그간 유지하가 푸틴 대통령과 닦아놓은 친교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러시아인에게 한국은 형제의 나라나 다름없었다.
그런 나라의 뒤통수를 치려니 조금은 가슴이 아픈 유지하였다.
“하하… 그게 당신의 마음을 이끌었나 보군요.”
“아무래도 보다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 쪽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미국 기업들이 기술은 훨씬 좋을 텐데요. 러시아는 산유국이고 그 분야에도 노하우가 깊을 테지만 설비가 너무 낡았어요. 구멍 하나 파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단 말입니다.”
“그건 워커로 때우겠습니다.”
“노하우와 최첨단 기술의 결합이라… 이거 상당히 무서워지는군요.”
볼드윈 대통령의 말은 절대 엄살이 아니었다.
어쩌면 민주당으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아시아에서 손을 떼고 한국에서 신경을 끄는 게 맞는 거냐고.
그러나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생각한다면 최소한 그런 척은 해야 할 것이다.
볼드윈 대통령은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최근 주요 강국들이 국방비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군요. 상원에서도 국방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설마 그것도 나 때문이라고 할 겁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서해에서 대치하고 있는 양국의 군함을 보고 타국이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레일건만큼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을까요?”
대함미사일은 기만, 미사일, CIWS라는 3단계 방어책이라도 있지, 레일건 앞에서는 전부 무용지물이다.
서해가 너무 좁은 것도 있어서 대치하고 있는 양국 해군 사이에선 먼저 쏘는 쪽이 이긴다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어스 플릿이 동원된다면 또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중국은 그 경우 함대를 더 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레일건과 이온 추진기가 언제까지 한국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우리는 이미 하프늄2의 실험까지 끝냈다. 얼마든지 양산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에 절망을 안겨다 줄 것이다.
유지하는 이미 중국의 블랙메탈-에테르 연구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중국은 말 그대로 연구에 사이커들을 갈아 넣고 있었다.
강한 힘을 가진 이들이다 보니 효율적으로 연구한다는 핑계를 대고 한 시설에 감금하고 군대를 동원해 완전히 봉쇄했다.
사실상 죄수 취급을 한 것이다.
덕분에 중국 사이커들 사이에선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가란 회의감이 무럭무럭 싹트고 있었다.
아무리 연봉이 높으면 뭐하나.
죄수 취급에 피를 토하면서 트랜스폼 현상을 일으켜야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블랙메탈의 품질이 균일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검수가 하도 철저해서 일본처럼 레일건 포신이 부러지진 않았지만 수명이 짧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괜히 서해에 배치된 중국 레일건함들의 포신이 교체형인 게 아니다.
“포신이 교체형이다 보니 출력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거리가 대체로 짧죠.”
좁은 서해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지금쯤은 희희낙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선 양국 네티즌들이 우리 레일건이 더 낫니 하는 식으로 싸워대고 있었다.
루시아 프리미엄을 동원해 온갖 욕을 자유롭게 번역할 수 있는 한국 측이 훨씬 유리하지만 차라리 지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유지하로선 군비감축을 권유하려는 볼드윈 대통령의 의도를 차단해야 했다.
“레일건이 군비경쟁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각국의 사이커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국의 사이커들은 노예나 다를 바 없이 학대당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심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미국은 확실히 그렇겠죠. 하지만 다른 국가는 아닙니다. 정보기관을 재촉하는 게 좋을 겁니다. 예전 신장 위구르 사례와 엇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설마, 아닐 겁니다.”
“내기해도 좋습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면 생각이 바뀔 겁니다.”
갑자기 인권 문제로 흐르자 볼드윈 대통령은 곤혹스러웠다.
세상의 그 누구보다 인권과 먼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다니.
어쨌든 뭔가 소스가 있는 모양이니 정보기관을 재촉할 필요성은 있었다.
그들이 입수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정보기관 수장의 입맛에 맞춘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란 직위에서 한정된 정보만 받다 보면 그들의 의도에 휘둘리기 쉽다.
“…확인해 보지요. 그런데 하나만 물어봅시다. 한국에서는 왜 사이커가 나타나지 않는 겁니까?”
“전부 메가시티에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이커보단 편안하고 즐거운 생활을 누리고 있죠.”
“그렇게 모아놓는 이유가 있을 텐데…….”
“에테르 연구에 차질이 빚어진 모양이죠? 원하는 걸 가지려면 대가를 지불하십시오.”
유지하는 수십 년 전 미국이 도와준 것에 대해 다 갚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밑질 것이 없고 미국은 우방국일지언정 동맹국은 아니었다.
신기술을 확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볼드윈 대통령은 씁쓸해하며 말했다.
“어쩌면 상원의원들이 주장하던 게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미국에게 진짜 우방은 앵글로색슨이잖습니까? 그쪽에 집중하십시오.”
“무엇에 집중하느냐는 미국이 결정합니다. 하여튼 유 대통령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군요.”
“미국이 그렇듯이 말이죠.”
무한 자국중심주의.
블랙메탈과 사이커라는 존재가 대두된 뒤 각국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사상이다.
그간 환경과 평화를 위해 각국이 다각도로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이런 초기술이 등장하자 다들 표정을 싹 바꾸었다.
인권 문제로 유지하를 가장 앞장서서 비판했던 프랑스가 하는 행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위대한 프랑스를 재건하기 위해 군비를 증강하고 사이커를 학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채찍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봐야 중국만큼은 아니겠지만 해외에 알려지면 대단한 망신이 될 게 틀림없었다.
아르마는 마이크로드론과 시비리 위성을 통해 정보를 차곡차곡 모아놓고 있었다.
언젠가 빵 터트리면 참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겠지.
* * *
서해에 양국의 군함이 대치 중이었지만 의외로 전투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로 전쟁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다.
유지하의 특기인 자작극도 없다 보니 대치만 했고 그게 각국에 큰 인상을 남겼다.
마치 중국이 제대로 한국을 견제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저 바다는 좁고 얕아서 대형 군함의 운용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이 저 정도로 견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건 투자의 필요성을 말해 준다.
―레일건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레일건뿐이다. 그러므로 군비 증강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현 시점에서 레일건은 상당히 많이 퍼진 무기체계다.
축전지야 블랙메탈 배터리가 있으면 간단한 편이고 언옵테늄으로 초전도 레일 이슈까지 해결하면서 기술 자체가 완숙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블랙메탈의 균열과 수명이 문제였는데 그것마저 사이커들의 능력이 상승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상당부분 해결되었다.
물론 이렇게 투자할 수 있는 국가는 기존의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강국이라 불리는 몇 개뿐이었다.
그 중에 4개국이 동아시아에 몰려 있다 보니 군비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졌다.
당장 중국과 일본은 국방비를 한계선이라 추정하는 7%까지 올릴 것을 천명했다.
원래 국방비의 상당부분은 인건비가 차지했고 블랙메탈이 워낙 비싸서 이렇게 올려야 했다는 슬픈 뒷사정이 있었다.
배터리를 만들 블랙메탈로 장갑판을 만들면 얼마나 손해인가 말이다.
특히 블랙메탈 전량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일본은 타격이 극심했다.
일본 국내에선 쏟아붓는 돈에 비해 성과가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방비를 5배나 올리면 뭐하나. 기껏해야 레일건 호위함 5척을 찍어낼 수 있을 뿐이다.
―블랙메탈이 너무 비싸다. 그걸로 빌딩을 올리고 도로를 까는 한국은 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다.
―새로 개발된 이온 추진기의 효율이 미심쩍다. 기존의 추진체계에 비해 무슨 이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단 연료비부터가 그다지 줄어들지 않는다.
―너무 많은 돈을 들였기에 탑재하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곤란해진다.
―그러니까 정치인들의 체면을 위해 이온 추진기를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는 건가?
―그에 대해선 답하지 않겠다.
이런 공방이 끝도 없이 이어졌고 가장 우익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조차 이게 괜찮나 하고 의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레일건과 이온 추진기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러시아는 진작 이런 흐름을 탔고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여러 강국들도 여건은 달랐지만 국방비를 증강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은 같았다.
바야흐로 전 세계적인 군비경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쟁의 원인이랄 수 있는 한국은 의외로 느긋했다.
아니, 느긋하게 보일 뿐이었다.
유지하는 새롭게 한국군의 주력이 될 컴뱃 워커의 설계도를 바라봤다.
이 워커는 기존의 병사를 대신해 전장에 투입된다.
안드로이드와 달리 프레임이 튼튼하고 블랙메탈 장갑판까지 증설했기에 로켓포 한 방에 박살나는 일은 없다.
기본은 이족보행이지만 이온 추진기를 가동해 높이 점프할 수도 있다.
미래형 중무장 보병인 셈인데 굳이 인간 사이즈로 만든 이유는 기존의 무기체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들어 놓은 것을 버릴 수는 없잖은가?
보통 이런 체계는 수리가 까다로워 현장에선 못 써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그 체계를 도입할 기술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인류연합에선 별로 쓸모가 없었지만 여기서는 다르겠지. 양산 준비해.”
“네.”
“그리고 차기 전차도 만들어야겠는데. 가능하면 저 녀석을 닮았으면 좋겠어.”
저 녀석이란 시비리 위성의 포드에서 잠자고 있는 보병지원전차 타란튤라를 말하는 것이다.
컴뱃 워커와 마찬가지로 인류연합에선 써먹을 구석을 찾지 못했지만 이 시대라면 충분할 것이다.
현재 양산하고 있는 K-3A2 전차도 과도기에 불과할 뿐으로, 향후 플레이그가 공습하기 전까지의 지상전을 책임질 예정이었다.
다만 현재 한국군을 이런 군대로 바꾸기 위해선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식료품 유통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반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진통은 다른 나라의 고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그쪽은 국방비를 증강하느라 말 그대로 밑천까지 탈탈 털어 넣고 있기 때문.
심지어 선진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복지비 삭감까지 감행해 국민들이 시위를 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에선 옆 나라가 앞장서서 레일건함을 찍어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댔고, 실제로 그랬다.
느긋한 사자가 된 미국조차 복지비를 삭감하고 레일건에 최적화된 전함을 찍어낼 예정이니 말 다했지.
그러나 그 경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유지하는 오히려 국방비 삭감과 징병제 폐지를 동시에 선언했다.
“더 이상의 강제징병은 없습니다. 2031년 9월 15일부로 징병제를 폐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