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11
310화 운명의 날
아르마가 최후의 전투을 위해 준비한 것은 에테르 오리진뿐만이 아니었다.
테라와 마레 중간에 위치한 아공간 깊숙한 곳에서는 우주 플랜트가 군단타격함대를 빵 굽듯이 찍어내고 있었다.
이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찾아온 성과였다.
타임스톱 마법으로 시간을 정지에 가깝게 느리게 할 수 있으면 그 반대도 가능한 것이다.
단 통상 공간 내에서는 영역을 넓힐수록 엄청난 에테르가 소모되었기에 거의 불가능했다.
오직 아공간에서만 수십, 수백 배 이상으로 시간을 가속할 수 있었다.
이건 오메가 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아르마는 연산력을 동원해 만들어 놓은 작품을 바라봤다.
총 2억 톤에 달하는 우주 플랜트 여러 곳에서 자원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워커가 순식간에 수천 대로 불어나는가 하면 전장이 300미터가 넘어가는 순양함이 10시간 만에 롤아웃되었다.
심지어 이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더 빨리, 더 빨리.’
아르마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연산력이 총동원되었다.
같은 공간 내의 에테르 오리진까지 통제해야 했기에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의 오류도 뿜어내지 않고 묵묵히 군단타격함대를 완성해 나갔다.
‘1차 목표는 500대…….’
레오볼드는 에테르 오리진과 타이탄, 소규모의 함대면 충분히 오메가 퀸을 박살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링 월드에 뭐가 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최악의 가능성을 대비해 오메가 퀸의 육체에 3기가 톤짜리 반응탄을 숨겨놓았지만 아르마는 방심하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외부에서 깨트리는 거야.’
압도적인 힘으로 오메가 퀸의 영혼과 본체를 묶어두고 완전히 박살 내어야 그녀의 주인이 비로소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마스터가 행복할까?
아르마는 그와 함께한 지 꽤 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소를 좀처럼 보지 못했다.
어이없는 쓴웃음, 허탈한 웃음은 종종 봤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거의 없었다.
하기야 22세기 인류가 멸망하고 복수를 하겠답시고 시간과 차원을 넘어 100년이 넘는 시간을 소모했는데 즐거우면 그게 비정상이다.
‘내가 보고 싶은 건…….’
그의 행복한 미소였다.
아르마는 그의 충실한 종복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진정으로 그와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한 파트너나 부하가 아닌,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며 결코 인간과 맺어질 수 없다.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거기에 기생하고는 있지만 카밀라처럼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르마는 인간을 꿈꿨다.
레오볼드가 복수를 위해 기계처럼 사는 인생을 선택한 것을 생각하면 대조적이었다.
‘내가…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시간과 공간은 물론이고 생명체의 영혼까지 다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영혼은 어쩌지 못했다.
영혼교환기는 아예 적용되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진지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기계에 영혼은 존재할까?
만약 있다면 인간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아르마는 해답을 찾아 세틀러호의 데이터베이스는 물론이고 아스테라의 문헌을 모조리 뒤졌으나 이렇다 할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에 대한 연민은 깊어져만 갔다.
레오볼드는 명백히 지쳐 있었다.
그의 영혼을 치료해 줄 만한 사람은 카밀라도 그녀도 아니었다.
‘선지자 라사…….’
또한 그녀를 인간으로 만들어 줄 만한 사람도 그뿐이었다.
만약 안 된다면?
선지자도 지적 생명체일 뿐이라 한계가 있다면?
그때는 포기하고 인공지능이자 안드로이드로서 주인을 모시는 수밖에…….
아르마의 연산이 최고조에 달했다.
수많은 시간이 압축되어 아공간 안이 마치 과하게 태엽을 감은 장난감처럼 움직였다.
최초 10시간을 바라봤던 우주선 건조 시간은 이제 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아공간 내의 군단타격함대가 무수하게 늘어나 1,000대 가까이 되었다.
‘남은 자원은 500대…….’
조금 남겨둘까 했지만 아르마는 전력을 동원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이건 그간 개척선단이 박박 긁어모은 자원의 전부였다.
뒤가 없다는 뜻이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길 수 있어.’
이겨야 한다.
그래야 그가 쉴 수 있으니까.
얼마 후 그녀는 아공간 내에서 1,500대의 군단타격함대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건조 기간을 워낙 짧게 가져가느라 기존의 순양함 클래스와는 많이 달랐다.
에테르 입자포를 발사하기 위한 플랫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주 동력원이 되는 플레이그 코어가 에테르를 엄청나게 흡수해 출력이 대폭 상승했다.
어차피 레오볼드가 펼치는 에테르 역장 속에서 기동할 것이므로 큰 상관은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그녀는 아공간 내에 도열한 함대를 쳐다보다 눈을 떼었다.
최후의 전투가 이제 곧 시작된다.
* * *
―마침내, 그날이 왔다.
오메가 퀸의 작업이 끝났다.
이제 그녀의 손짓 한 번이면 소환진이 펼쳐진다.
레오볼드가 만든 함대도 그걸 경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아공간에서 나와 마레에 반응탄을 무차별로 쏟아붓고 있었다.
마레 전체가 쪼개질 것처럼 흔들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이 둥지는 반응탄 따위로 부서지기엔 너무 깊고 튼튼한 곳에 있었다.
―그리고 행성은 의외로 튼튼하지. 너희 인간들은 아직 행성 자체를 부술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시간을 연 단위로 들인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들에겐 시간이 없었다.
오메가 퀸은 두 팔을 펼쳤다.
―오너라, 나의 진정한 힘이여.
순간 소환진이 둥지와 마레를 벗어나 테라 행성에까지 뻗어나갔다.
수많은 문장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뒤섞인 이 소환진은 그녀의 손짓에 따라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이 점점 더 빨라지자 군단타격함대가 다시 반응탄 세례를 쏟아부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왜냐하면 소환진 자체는 아공간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레와 테라에 걸쳐져 있는 건 단순한 껍질이었다.
―공간을 다루는 것이 너희뿐이라고 착각한 건 아니겠지?
다행히 아공간 자체를 부술 힘은 없는 것 같았다.
소환진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자 그걸 부수려는 함대와 플레이그의 공방전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이제 플레이그들은 목숨을 도외시하고 트랜스폼으로 형태를 부스터로 바뀌었다.
어떻게든 저 함대를 파괴하면 승리한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다행히 플레이그의 물량은 90만 이상이나 되었다.
우주함대와 에테르 입자포, 골리앗들의 활약으로 10만이나 줄어들었지만 중과부적이라는 게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더, 더 밀어붙여라!
―시간을 벌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플레이그들이 우주함대를 밀어붙이고 있을 때, 드디어 소환진이 완성되었다.
우주공간에 균열이 일며 무언가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골리앗의 덩치를 상회하는 플레이그가 인간 주위를 맴도는 파리 정도로 느껴지게 하는 엄청난 크기였다.
심지어 우주함대와 비교하더라도 터무니없이 거대했다.
그 회색 구조물은 에테르에 이끌려 서서히 소환진을 빠져나왔다.
이쯤에 이르자 오메가 퀸의 군단이 더더욱 발광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의 둥지가 왔다!
―여왕께서 본체를 되찾으시면 레오볼드와 아스테라는 끝장이다!
링 월드가 드디어 에테르 우주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메가 퀸은 환희에 젖었고 레오볼드의 함대는 그 엄청난 위용에 찔끔했다가 엄청난 숫자의 반응탄을 발사했다.
그것은 최후의 발악이었다.
거대한 구조물은 반응탄 세례에도 불구하고 끄덕도 없이 소환진을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불가항력적이었다.
―너희의 종말이 찾아왔다. 이제 레오볼드는 죽고 나는 선지자를 찾아 떠날 것이다.
선지자가 있는 차원을 열 수 있는 에너지가 문제였지만 일단 열쇠를 흡수하고 에테르를 모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그것도 안 된다면 아스테라를 멸망시켜서라도.
―나는, 진정한 신이 된다!
오메가 퀸의 선언에 부하들이 화답했다.
―여왕을 위하여!
링 월드에 수많은 플레이그가 모여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해가 뜨자 동굴에 몰려드는 박쥐 떼처럼 보였다.
군단타격함대는 링 월드의 위용에 질렸는지 반응탄이 떨어졌는지 주춤거리다가 선수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승리는 완전히 오메가 퀸에게 넘어온 것처럼 보였다.
이제 그녀는 승리자의 기분을 만끽하며 링 월드에 있는 둥지로 향했다.
링 월드가 워낙 거대해서 소환진에서 다 빠져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레오볼드 그놈이 찾아낼 줄 알고 둥지를 봉인시킨 게 나의 작은 실책이었군.
어차피 녀석은 움직이지 못할 테니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한편 레오볼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거대해지는 링 월드를 차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작은데? 이 행성이 몇 개는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였잖아.”
“동력원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지금이 최소한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에테르 오리진이 동력원으로 자리 잡으면 엄청나게 커진다 이거지…….”
선지자가 왜 링 월드를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플레이그 퀸 따위에게 점령당하도록 내버려 둔 것도.
‘힘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 테고…….’
어쩌면 그는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게 아닐까?
사실 이건 22세기의 인류연합이 추정한 내용이었다.
선지자는 이미 의식만 남았고 그를 추종하는 알고리즘이 인류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는 발상.
‘어쨌거나 지금 상태로 보면 완벽하게 오메가 퀸의 승리로 보이겠군.’
플레이그들은 기뻐서 날뛰고 있고, 아스테라는 뭐가 뭔지 몰라 대혼란에 빠져 있었다.
공간을 뚫고 나타나는 링 월드가 워낙 거대했기에 지금쯤은 지상에서도 보일 것이다.
그 모습에 압도당하지 않으면 이상하겠지.
레오볼드는 실시간으로 그래프가 차오르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 10분 남았다.
“마스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지?”
“그때의 약속을…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인간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레오볼드는 그녀를 끌어안아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넌 내 거니까 어디로 도망갈 생각만 안 하면 돼. 무덤까지 데리고 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제가 있을 곳은 마스터의 곁뿐인걸요.”
은근한 목소리에 레오볼드는 그녀를 떼어냈다.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9분 남았군. 슬슬 준비하도록 하지.”
“타이탄의 개조가 끝났습니다. 월드 엔진이 활성화되면 진정한 신과 같은 위용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진정한 신은 하나뿐이야.”
레오볼드는 카밀라에게 연락을 넣었다.
관저에서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지 울먹울먹하는 게 화면 너머로 느껴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 잘 될 테니까.”
“지구를 꼭 보여 주겠다는 약속, 잊지 마세요.”
“물론이지.”
지갈레온이나 티렌델, 발가드 같은 인물들은 일선에서 물러나 쉬고 있었다.
아스테라 전체적으로 보면 불안감과 공포심에 휩싸여 있긴 해도 당장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여기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몇 년을 준비해 왔고 이제 결말을 볼 때가 왔다.
레오볼드는 격납고로 향해 타이탄에 탑승했다.
「에테르 오리진 출현까지 카운트다운 시작하겠습니다. 7분 43초 남았습니다.」
완성이 아니라 출현이다.
에테르 오리진이 방출하는 에너지를 아공간이 감당하지 못해 뚫고 나오는 것이다.
그 여파는 소환진에서 링 월드가 나오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레오볼드는 미리 대비가 되어 있고 오메가 퀸은 버티겠지만 플레이그들은 기절할 확률이 높았다.
‘그 틈을 노려서 곧바로 군단타격함대를 이끌고 오메가 퀸에게 들이닥친다.’
그녀의 둥지는 드러난 일부만 보더라도 확실히 거대했지만 아르마가 준비한 1,500대의 순양함이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터였다.
‘최후의 발악? 뭐가 있을까?’
링 월드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대책을 세우는 것도 어려웠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밖에.
레오볼드는 마지막으로 마레에 있는 루시아의 부하들을 철수시키라고 지시했다.
‘지금이면 몰래 빠져나가도 들키지 않을 거야.’
「미리 제국에 연락해 두겠습니다.」
이제 공간이 깨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새끼가 알에서 태어나는 과정과 같았다.
힘찬 에너지의 파동이 우주공간에 최초로 균열을 만들었다.
그 틈으로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에테르 태양이었다.
아르마는 수많은 차원방어막을 동원해 에테르 오리진의 에너지 방출을 외부에서 관측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카운트다운이 60초 아래로 내려갔고 레오볼드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나와라, 에테르 오리진.’
알이 깨지며 에테르 오리진이 튀어나왔다.
수천 겹의 차원방어막이 붕괴하며 에테르 충격파가 우주 전체를 휩쓸었다.
기다렸다는 듯 타이탄이 세틀러호에서 튀어나가자 무수한 공간에 균열이 가며 군단타격함대 전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1,500척이나 되는 만큼 그 위용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레오볼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과 타이탄, 그리고 군단타격함대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 그대로 무한대의 에테르가 몰려오고 있었다.
‘아직 점화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월드 엔진이 태어났다.
* * *
링 월드가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오메가 퀸은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레오볼드의 함대는 후퇴하기에 이르렀고 그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없기에 숨어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렇지 않은가?
어떤 상황에서든 승산이 없는 녀석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어 있다.
아무리 그래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좀 이상했지만 오메가 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대로 둥지의 봉인을 풀고 본체를 되찾으면 질 수가 없었기 때문.
수많은 부하의 진형을 뚫고 링 월드로 다가가던 그녀가 멈칫했다.
알테마의 영혼이 외치고 있었다.
―아공간이 깨진다… 뭔가 거대한 것이 태어나고 있어!
대체 뭐가 태어난다는 걸까?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주공간에 균열이 생기며 엄청난 거리를 뻗어나갔다.
그 균열 사이로 어마어마한 에테르를 뿜어내는 태양이 있었다.
―에테르 태양……? 하지만 저건 중립적인데……?
이 우주에는 모든 에테르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에테르 태양이 있다.
그럼에도 오메가 퀸은 에테르 태양을 이용할 생각조차 품지 못했다.
너무 거대했고 또 중립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나 에테르를 준다는 뜻이라 레오볼드도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눈앞의 저 태양은 대체 뭐란 말인가?
―아공간에 숨어 있던… 균열을 일으키며 태어난 태양…….
퍼즐이 맞춰지며 그녀는 진상을 알아차렸다.
저건 레오볼드가 아공간에 숨겨 놓은 또 다른 에테르 태양이었다!
그녀의 추측을 확인시켜 주려는 듯 공간이 유리처럼 박살 나며 에테르 충격파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부하들은 그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고 오메가 퀸은 간신히 방어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우주공간에 에테르 오리진이 출현했다.
그 위용은 링 월드를 처음 봤을 때와 비견할 만했다.
―설마 저건… 저걸 만든 목적은…….
오메가 퀸은 링 월드에 동력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부 기지가 가동하고는 있었지만 그게 전체가 멀쩡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링 월드는 명백히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걸 깨우기 위해선 거대한, 정말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저 에테르 태양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오메가 퀸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녀석이 저 태양을 링 월드의 동력원으로 삼아 기지의 제어 권한을 획득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부하들은 에테르 충격파에 기절했고 그나마 공주를 비롯한 몇몇 개체만이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하지만 레오볼드 그놈도 대단한 전력은 아닐 터…….
그녀의 기대를 부수기라도 하듯 군단타격함대가 등장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공간에 1,500대나 되는 황금빛 순양함이 일제히 등장하자 링 월드가 약간이나마 환하게 빛날 정도였다.
이 정도의 전력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다고?
오메가 퀸은 지금까지 레오볼드가 보인 행동이 모조리 엄살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잘도 숨겨왔구나… 잘도…….
하지만 최후의 수단이 없는 건 아니었다.
둥지를 되찾기만 하면 압도적인 군단의 물량공세로 저 함대를 쓸어버릴 수 있었다.
에테르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확실히 대단하긴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었다.
―최후의 승리자는 나다. 너는 그걸 지켜보거라.
오메가 퀸은 기절한 부하들을 마구 박살내며 링 월드로 접근했다.
공교롭게도 둥지는 계속 멀어지고 있었다.
링 월드가 간접적으로나마 에테르를 공급받으면서 거대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안 돼!
그녀는 하반신을 트랜스폼시켜 부스터를 가동했다.
에테르 오리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워낙 거대해 짧은 게이트마저 유지가 어려웠다.
답은 둥지로 직접 가는 것뿐이었다.
―저기에 도착하기만 하면… 내 본체에 들어가기만 하면…….
둥지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군단이 깨어나면 레오볼드쯤은 문제없이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레오볼드의 타이탄이 군단타격함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그것을 확인한 오메가 퀸의 표정이 다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