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12
311화 최후의 전투
에테르 오리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는 링 월드에 변화를 일으켰다.
둘은 완전히 다름에도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공명하기 시작했다.
레오볼드가 이끄는 군단타격함대가 오메가 퀸을 뒤쫓고 있을 때, 에테르 오리진은 링 월드의 가운데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자리라는 걸 아는 듯하군.’
「에테르 오리진이 자리를 잡으면 점화 타이밍을 봐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 전까지는 오메가 퀸을 끝장내야 한다는 소리지? 알았어.’
에테르 오리진이 점화하면 월드 엔진으로 변화하며 링 월드의 동력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문제는 레오볼드가 동기화를 하고 있어서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영혼과 관련된 문제라서 차원 방어막을 아무리 튼튼하게 세워도 소용이 없었다.
그 점은 아르마도 마찬가지였다.
선지자의 유산을 흡수해 보다 높은 연산력을 가지게 된 아르마였지만, 월드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워낙 막대하기에 셧다운은 피할 수 없었다.
최대한으로 잡아야 며칠 정도겠지만 아스테라가 무방비 상태로 놓이게 되는 것이다.
‘타이밍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루시아가 시간을 벌어 줄 거예요」
‘그러길 바라야겠지. 아무튼, 다녀올게.’
레오볼드는 함대를 이끌고 시시각각 커져 가는 링 월드로 뛰어들었다.
선지자가 만든 이 구조물은 어찌나 거대한지 일부만으로도 1,500척이나 되는 군단타격함대를 포용하고도 남았다.
‘중력자를 보면 목성과 비슷하군, 질량은 훨씬 크지만.’
그러는 중에도 오메가 퀸과의 거리는 계속해서 좁혀지고 있었다.
둥지 여기저기에 플레이그가 코쿤째로 잠들어 있는 광경이 드러났다.
‘부하들을 봉인해 놨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없애야겠어.’
「입자포 일제사격 준비하겠습니다」
순간 군단타격함대에서 무수한 빛이 뿜어졌다.
평범한 공격이었다면 코쿤이 박살 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의 일제사격은 반응탄에 버금가는 에테르 입자포였다.
튼튼하던 코쿤이 광선에 닿자마자 우후죽순 폭발하기 시작했다.
둥지 전체가 진동했지만, 링 월드 자체는 끄덕도 없었다.
‘과연 선지자의 유산이라고 해야 하나.’
「방금 사격으로 둥지 내의 플레이그가 3% 줄었습니다」
‘계속 사격해, 최후의 한 마리가 사라질 때까지.’
오메가 퀸이 부하들을 깨우겠지만 이쪽은 화력으로 승부하면 된다.
한편 추적을 당하고 있던 오메가 퀸은 마음이 급해졌다.
함대의 포격 따위로 어떻게 될 둥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위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단시간에 1,500척이나 되는 숫자를 찍어 낸 것도 경악스러웠다.
새로운 선지자의 유물이라도 획득한 것일까?
그녀는 부하들이 폭죽처럼 터져 나가는 것을 보며 눈물을 삼켰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다행인 건 코쿤의 숫자가 워낙 많았던 터라 함대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부 부하들은 공격에 놀라 깨어나기까지 했다.
얼마 되지 않는 숫자였지만, 소중한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둥지가 저기에 있다!
둥지의 최심부에 그녀의 육체가 있었다.
육체를 되찾는다고 당장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 탐색한 링 월드의 기능을 이용해 레오볼드의 함대를 분쇄하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만약 그 방법도 막힌다면 최후엔…….
링 월드로 워프 게이트를 열어 도망가면 된다.
이 에테르 우주의 특징이 바로 그것이다.
들어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나가는 것은 의외로 쉽다.
수호자의 여왕답지 않은 졸렬한 처사였지만 그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도망가서 기회를 다시 잡으면 그만 아닌가?
레오볼드의 수명은 유한하지만, 수호자의 일족은 아니었다.
그녀는 얼마든지 더 기다릴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링 월드를 녀석에게 넘겨 주지 않는 것…….
최후엔 둥지를 뜯어내 저 에테르 태양에 부딪히는 한이 있어도 링 월드를 넘길 수는 없었다.
확실한 건 여기서 잡히면 끝장이라는 점이다.
그녀는 이상한 로봇을 타고 있는 레오볼드에게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오메가 퀸과 타이탄, 군단타격함대가 둥지의 최심부로 접어들었다.
* * *
둥지의 최심부엔 오메가 퀸의 본체와 친위대가 잠들어 있었다.
어떻게 왔는지 공주가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레오볼드! 이제 네놈이 도망칠 차례가 됐다!
공주는 인류 연합을 밀어붙일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통합 우주군은 분명 그녀의 전투력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신세였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육체만 되찾으면 모든 것이 끝난 줄 착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레오볼드가 준비한 전력은 태양계에 출현한 플레이그 군단을 손쉽게 박살 낼 정도로 막강했다.
당장 군단타격함대가 주변의 플레이그를 우후죽순 박살 내자 공주가 멈칫했다.
―단순한 포격에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나가다니…….
그간 인류 연합이 써 왔던 에테르 레이저나 이온 캐논과는 비교가 안 되는 위력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기동성을 믿고 덤벼들었다.
―여기서 소멸되더라도 시간을 벌면 돼……. 어머니가 육체를 되찾으시면 너희들은 모두 끝이야!
하지만 공주는 그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없었다.
타이탄을 위시한 군단타격함대가 집중사격을 가해 그녀를 퇴로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포격은 너무나 집요했고 또 범위도 넓었다.
한 방이라도 맞으면 치명상인데 그런 포격이 천 개가 넘게 날아오다 보니 도저히 피할 구석이 없었다.
―어머니… 저는…….
함대의 집중사격이 그녀가 날아든 구역 전체를 휩쓸었다.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공주를 위시한 친위대의 육체가 한 방에 증발했고 자그마한 파편조차 남지 않았다.
둥지 최후의 보루를 박살 낸 함대는 이제 오메가 퀸의 육체만 남겨 두고 있었다.
‘사격 시작. 끝장을 보자.’
무수한 빛줄기가 쏟아졌지만 어떻게 했는지 오메가 퀸의 육체가 엄폐물에 가려졌다.
둥지가 육체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링 월드 일부를 점령하긴 했군.’
문제는 오메가 퀸의 육체가 복잡한 구역으로 이동한다는 데에 있었다.
오메가 퀸은 덩치가 작아서 접근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레오볼드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내가 직접 가야겠어.’
그러는 사이에도 플레이그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다.
마치 둥지 전체가 깨어난 듯했다.
함대는 아르마의 통제에 따라 기동하면서 몰려드는 플레이그를 요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오볼드는 단독으로 오메가 퀸을 추적했다.
오메가 퀸은 타이탄의 덩치가 자신보다 크다는 것에 착안해 복잡하고 어지러운 경로를 골랐다.
―내 둥지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레오볼드는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모조리 박살 내고 들어왔다.
정말이지,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기겁한 오메가 퀸은 피해를 감수하고 더욱 속도를 높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레오볼드는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었지만 일부러 참았다.
마지막 순간에 오메가 퀸의 체내에 잠든 반응탄이 한 건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루시아의 육체가 걱정이 되었지만 회수해서 안드로이드에 넣으면 되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없어야지, 나를 위해 지금까지 일해 준 녀석인데.’
그의 타이탄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제 오메가 퀸은 자신의 육체에 거의 손을 대려 하고 있었다.
―하하, 나의 승리다! 레오볼드, 아니 유지하!
그녀의 손이 천천히 뻗어졌고 레오볼드는 폭발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짧은 시간 동안 별 희한한 생각이 다 들었다.
―만약 루시아가 배반했으면 어떻게 하지?
―오메가 퀸이 링 월드를 움직여 자신을 공격하면?
―최악의 경우 차원을 열고 도망가는 걸 막을 수 있나?
에테르 오리진을 점화하지 않으면 도망가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으리라 믿었지만, 루시아가 워낙 갈팡질팡했어야지.
‘널 믿는다.’
레오볼드는 오메가 퀸의 손이 육체에 닿는 그 순간까지도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드디어 반응탄이 기폭되었다.
시야가 온통 경고로 가득 찼다.
「반응탄 폭발 경고, 위력은 2.97기가톤에 달합니다」
‘견딜 수 있어.’
수천 겹의 차원 방어막이라면 전부 상쇄하지는 못해도 타이탄이 큰 손상을 입을 일은 없었다.
마침내 루시아가 숨겨 왔던 반응탄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막 접촉하려던 루시아의 육체와 오메가 퀸의 육체가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무한에 가까운 빛에 휩싸였다.
레오볼드는 황급히 차원 방어막을 켰지만 폭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수천 겹이 과자처럼 깨지며 타이탄에까지 큰 충격이 들이닥쳤다.
‘이런……!’
그는 뒤로 밀려나면서도 두 육체를 똑똑히 관측하고 있었다.
루시아의 육체는 거의 붕괴되어 뒤로 튕겨 나갔고 오메가 퀸도 마찬가지였다.
즉사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둘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둥지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거렸고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럼에도 링 월드 자체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 걸 보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다.
폭발이 가라앉자 최심부엔 육체의 절반을 잃고 나뒹구는 오메가 퀸이 있었다.
간신히 육체에 들어가는 데에는 성공한 모양이었다.
저리도 처절한 절규를 내뱉는 걸 보면 말이다.
―아아아아악!
마치 세상의 비명이란 비명은 다 모인 듯한 고통스런 절규였다.
레오볼드는 자신에게 떠밀려 오는 루시아의 처참한 육체를 받아들였다.
‘수고했어. 이제 편히 쉬어.’
육체 안에 든 두 개의 영혼이 파르르 떨렸다.
* * *
레오볼드는 바닥을 기는 오메가 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다 포기했는지 육체를 바로 하고 레오볼드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서 날 죽여 봐야 별거 없을 거야…….
“또 도망치려고?”
―도망치는 게 아니야. 수호자의 권능이란 거다. 하하… 하긴 일개 인간이 어찌 수호자의 의무를 알까? 정말이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참지 못한 레오볼드는 그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에테르가 단단히 뭉쳐진 주먹이 틀어박히자 거대한 오메가 퀸의 육체가 나가떨어졌다.
―쿨럭, 쿨럭…….
“너도 고통을 느끼나 보지? 10억이 넘는 인류가 그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며 죽었다.”
―그리고 넌 60억을 그렇게 죽였지.
“네가 죽인 거다!”
다시금 에테르 주먹이 그녀를 후려쳤다.
오메가 퀸은 헐떡거리면서도 이죽거리길 멈추지 않았다.
―열쇠만 넘겨 줬다면, 네놈이 내게 굴복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겠지……. 날 죽인들 그들은 돌아오진 않아. 그리고 외우주의 존재들을 막는 것도 불가능해지겠지……. 자, 말해 봐라.
그녀는 되려 레오볼드에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선지자의 후계라 자칭하는 종족이여, 말해 봐라. 네가 그들을 막을 수 있나? 우리가 한 일을 맡을 수 있나? 이 우주를 지킬 수 있겠느냔 말이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넌 졌어. 그러니까 너희들보다는 더 잘하겠지.”
―흐… 하하하… 겨우 그런 이유로… 외우주에 누가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너희로는 그들을 막지 못해… 파멸이다…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파멸이라고… 그걸 막기 위해선 열쇠가 필요했단 말이다…….
“그 역할을 내가 대신하겠다.”
―너희 또한 선지자가 창조한 종족일 뿐이야……. 우리가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
레오볼드는 선지자가 인류를 창조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답하진 않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가 없었다.
“할 말은 다했나? 이제 죽어라.”
그녀가 흠칫하더니 얼굴에 서서히 웃음을 띄었다.
―너도 방심이란 걸 하는가 보구나……. 내게 시간을 준 걸 보면 말이다.
“뭐?”
레오볼드는 흠칫했고 그녀가 부스터를 이용해 몸을 허공에 띄웠다.
―우리는 이 링 월드에서 살아왔지만 기능 대부분을 모른다. 너희들의 표현대로라면 기생하고 있었다고 봐야겠지. 그러나 단 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기능이 있다. 그걸 지금부터 써 볼 참이다.
“그 전에 널 죽이면 되겠군.”
―하하… 내가 왜 시간을 끌었다고 생각하지? 미안하지만 이미 발동됐다. 링 월드는 둥지를 이물질로 판단하고 사출할 거야.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설마…….”
―그 설마다.
이제 오메가 퀸은 완전히 득의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설마 둥지 전체를 움직일 순 없겠지! 아스테라에 낙하하면 문명 전체가 사멸한다!
“처음부터… 이걸 노렸군.”
―너는 또 혼자서 살아남게 생겼어. 만족하나? 그게 열쇠를 넘기지 않은 대가다.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둥지 전체가 미미하게 진동했다.
덜컹, 하고 충격이 오더니 둥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르마의 다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링 월드에서 둥지가 분리되었습니다. 질량이 너무 커서 막는 건 불가능합니다」
113조 톤이라는 무식한 숫자, 아무리 레오볼드라고 해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이게 테라에 낙하하면 문명이고 뭐고 모조리 증발한다.
어쩌면 행성 자체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오메가 퀸은 자신이 승리했다고 여겼는지 거리낌 없이 웃어 댔다.
―흐하하하하! 같이 죽자꾸나! 나는 수호자의 권능으로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너는 어떻지? 이 우주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나?
“있다.”
―뭐?
그것은 단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최초로 에테르석에 대한 실험을 했을 때, 레오볼드는 지구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 자체는 금방 사라졌지만 그때의 데이터는 아르마가 기록해 두었다.
에테르 오리진은 바로 그 에테르석을 엄청나게 키운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 힘을 지금 깨운다면.
레오볼드는 이를 악물었다.
‘아르마, 점화 시작해.’
「마스터라고 해도 그 충격을 버티진 못할 겁니다. 최소 며칠간 기절할 수가 있어요」
‘상관없어. 일단 이걸 막아야 돼.’
둥지를 막고 오메가 퀸의 육체와 영혼을 완전히 분쇄해야 하는데, 에테르 오리진을 점화하는 방법뿐이었다.
레오볼드가 거듭 지시를 내리자 아르마는 자신의 셧다운 가능성까지 고백했다.
‘우리 둘 다 기절한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거군. 선지자가 보살펴 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그럼… 점화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숫자가 서서히 줄어들었고 에테르 오리진에서 뿜어지는 에너지가 급격히 증대되었다.
이때의 레오볼드와 타이탄은 거의 빛 덩어리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오메가 퀸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넋을 잃었다.
―이 힘은… 이 에테르는…….
그녀가 그렇게 바라던 힘이 여기에 있었다.
팔을 뻗어 에테르를 움켜쥐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레오볼드에게 모든 힘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의식이 육체를 떠나 우주로 이동해 행성을 내려다보는 크기로 성장했다.
테라와 마레 그리고 두 개의 달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는 기분은 참으로 기묘했다.
‘진짜 이렇게 커진 건 아니고 에테르 오리진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 거겠지.’
말 그대로 무한대의 힘이 그에게 몰려들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아직 점화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레오볼드는 아르마의 카운트다운을 들으며 테라로 접근하는 둥지에 손을 가져갔다.
에테르로 만들어진 거대한 손이 둥지를 감쌌지만 기묘한 힘이 튕겨 냈다.
―선지자의 힘인가.
질량이 문제가 아니라 링 월드에서 분리되면서 어떤 힘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에테르로 형상화된 손이 마레에 접근했다.
루시아의 군단은 이미 떠났고 남은 건 아무것도 모르는 플레이그뿐이었다.
그리고 레오볼드는 플레이그를 싫어했다.
―이 세상에서 플레이그란 존재를 완전히 없애 주겠다.
그의 손이 마레를 움켜쥐고 둥지를 향해 집어던졌다.
그 행동에 아르마마저 당황해 더듬거렸다.
「어, 어… 마레가 초속 253km로 둥지를 향해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 충격에너지는…….」
―점화까지 남은 시간은?
「3초입니다!」
숫자가 줄어들었고 마침내 에테르 오리진이 타오르면서 월드 엔진으로 변화했다.
링 월드의 가운데 공간에 자리 잡은 동력원은 천문학적인 에테르를 내뿜으며 레오볼드에게 힘을 주었다.
그 순간 레오볼드는 에테르 우주의 신이 되었다.
마레와 둥지가 충돌하는 그 엄청난 재앙에서, 그는 흔들림 없이 에테르를 펼쳐 충격파를 막아 냈다.
둥지는 그 막대한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원자 상태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오메가 퀸도 마찬가지였다.
레오볼드는 산산이 흩어지는 그녀의 육체와 영혼을 들여다봤다.
수호자의 권능이고 뭐고 그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힘… 네가 선지자의 진정한 후계자였구나…….
―우리는 선지자의 창조물이 아니야. 스스로 일어선 문명이지. 그래서 선지자가 우리를 선택했던 거고.
―그걸 왜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않았지?
―어차피 이길 거였으니까. 그리고 널 포함한 플레이그를 반드시 없앨 거라고 맹세했으니까.
오메가 퀸의 영혼은 힘없이 웃었다.
―네가 이겼다…….
대폭발 속에서 그녀의 영혼과 육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레오볼드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에테르 오리진이 점화한 충격은 너무도 커서 그의 육체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의식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아르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월드 엔진 부근에 워프게이트가 열립니다! 녹스에 있던 것과 같은 종류입니다!」
선지자가 초대하는 건가?
레오볼드의 영혼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사라진 뒤 아르마 또한 셧다운되었고 링 월드는 동력원을 수납하고 수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의 명령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