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7
한편 스타필드는 신형 이온 추진기의 연소시험을 완전히 끝낸 상태였다.
전통적인 액체 로켓이라면 탑재하기 전 최소 1년에 걸쳐서 100번이 넘는 연소시험을 거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스타필드에 연소시험이란 최소한의 당위성을 가지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심지어 발사 리허설까지도 생략했다.
통신위성 더미를 실은 테라 발사체가 발사대에 누워 있다가 천천히 기립했다.
「발사체 위치 고정 확인」
「전자기 코일 활성화, 이온 튜브 주입」
「엔진 점화」
고정장치가 한꺼번에 풀리며 테라 발사체가 힘차게 대지를 밀어냈다.
다른 발사체와 달리 진동도 거의 없고 폭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시커먼 노즐에서 황금빛을 발하며 하늘을 향해 빠르게 상승할 뿐이었다.
너무 조용한 바람에 산 반대편의 주민들도 뭐가 발사됐는지 알지 못했다.
테라 발사체는 정확히 고도 100km를 달성한 후 페어링 시스템을 점검했다.
「벡터 제어 개시」
「이온 튜브 적출, 엔진 추력 감소」
유지하는 관제센터에 있으면서 테라 발사체가 내려오는 장면을 지켜봤다.
마침내 발사체가 착륙했으나 관제센터에선 아무런 환호도 없었다.
모두 자신의 할 일을 하러 분주하게 돌아다닐 뿐이었다.
“아르마, 언옵테늄 어디에 묻었지?”
“달 뒷면 모스크바의 바다에 묻었습니다. 코어를 같이 묻었으므로 지금쯤은 꽤 많은 양이 둥둥 떠다니고 있겠네요.”
“앞면에 안 묻은 건 감시가 심해서 그런 건가?”
“네. 지켜보는 시선이 너무 많습니다. 각종 센서가 달에 있기도 하고요.”
“접근하기가 좀 어렵겠지만 초전도체가 있으니 달려들겠지.”
언옵테늄이 세상에 알려지면 그야말로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상온 초전도체는 아니지만 실생활에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바뀐다.
물론 유기물로 만든 고온 초전도체는 현재도 존재한다.
하지만 액체헬륨 냉각시스템이 필요하기에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달까지 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테라 발사체가 있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르마가 계산한 테라 헤비 발사체의 화물운송비용은 kg당 520달러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언옵테늄을 싣고 돌아와도 충분한 이익이 남는다.
바야흐로 세대를 교체해 2차 문 레이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상한 우주 발사체
2026년 가을 현재 세계 각국의 우주 탐사는 침체일로에 빠져 있었다.
미국이 주도하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백지화되고 화성 개발을 외치던 스페이스X의 전 CEO가 사망했다.
하지만 우주 탐사 계획이 주춤한 것은 상기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코로나 후유증이 전 세계를 강타한 후 대중들이 우주 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회의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린 이렇게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우주에 가면 뭐 나오나?
―우주에 뿌릴 돈 있으면 우리한테 주지.
대중들의 이런 인식 속에서 우주 관련 예산은 대폭 차감되거나 아예 사라졌다.
물론 우주 탐사 계획이 모조리 백지화된 것은 아니었다.
소행성이나 심우주 탐사 관련 연구는 EU 주도로 그나마 살아남았다.
단지 예전처럼 엄청난 투자를 해서 우주에 사람을 보내는 계획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꾸준히 투자하는 국가가 있다면 중국과 일본이었다.
중국은 스페이스X의 실패를 디딤돌삼아 2030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내전 직전의 상황이라 모든 것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일종의 위기의식이었다.
블랙메탈이 사라지고 2차 전지를 한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상당수 일본인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블랙메탈 배터리 따위로 자랑하는 한국이 역겹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국에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혼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일본. 여기에 한국이 낄 자리는 없다.
한편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본의 이런 분위기를 소 닭 보듯 하고 있었다.
애초에 우주 관련 예산이 바닥을 기는 상태에서 섀도우 복싱을 한다고 여긴 것이다.
―지들이 달에 가는 거하고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야?
―안 말릴 테니까 가라고 좀. 일장기 100개 들고 가서 달에 꽂아.
―거기 가면 쌀이 나와, 밥이 나와?
하지만 일각에선 90년대부터 우주 관련 연구실적을 쌓아오고 있는 일본을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우주 탐사에서 일본과 한국은 어른과 어린아이만큼의 격차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달 탐사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지구를 벗어난 H-4 개량형 로켓에서 착륙선과 사령선이 결합된 탐사선이 최종적으로 분리되었다.
탐사선은 장비, 통신 점검과 궤도 수정을 위해 지구를 두 바퀴 반 돌고 달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상 전이 궤도에 올라탔다고 표현하는데, 달 탐사에 경험이 부족한 국가가 주로 쓰는 방법이다.
미국도 러시아도 중국도 처음에는 이 방법을 통해 달로 향했다.
이 모든 과정이 생중계되었고 일본 열도가 숨죽이며 지켜봤다.
마침내 지구 공전을 끝마친 탐사선이 달로 향하기 위해 연소를 진행했다.
「연소 종료. 이제 우리는 달에 갑니다」
「우리의 이 여정이 모든 일본국 국민들에게 힘이 되기를」
그리하여 일본의 달 탐사선은 수십 일의 여정 끝에 성공적으로 샘플 리턴 미션을 끝마치고 지구로 복귀했다.
이는 일본이 주요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임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사령선이 가고시마 앞바다에 천천히 낙하하자 해자대 함선들이 몰려들었다.
오자와 신임 일본 총리는 달 탐사 미션의 성공적인 종료를 선언했다.
―이제부터 일본은 달에 사람을 보낼 것입니다. 어려운 일임을 알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일본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은 총리의 발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혼자만의 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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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로우주센터에 귀뚜라미가 우는 계절이 되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스타필드가 몇 명의 귀빈을 초대했다.
이현성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그리고 항우연 발사체연구단 소속 연구원 몇 명이 그 대상이었다.
일행은 발사대에 기립해 있는 발사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발사체와 달리 칠흑같이 검었기 때문이다.
“저거 혹시 블랙메탈로 만들어진 겁니까?”
“네. 작고 깔끔하죠?”
“작고 깔끔한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우주선들이 왜 흰색으로 페인트로 칠했겠습니까?”
주요 목적은 태양 복사열을 막고 열평형을 이루기 위함이다.
또한 평화적인 목적임을 강조하기 위한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블랙메탈로 만들어진 발사체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혹시 블랙메탈 좀 만져보셨습니까?”
유지하가 묻자 연구원은 턱을 긁었다.
“여러 테스트를 해보긴 했는데 원광 형태로는 아무래도 제한이 있어서···”
“블랙메탈의 단열성능은 매우 강력합니다. 이 정도 두께만 있어도 반대쪽 열이 거의 전달되지 않죠.”
손가락 사이의 공간은 상당히 얇아서 만년필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연구원은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단열성능이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대기권에 진입하면 마찰열이 엄청나죠? 그걸 막기 위해 온갖 신소재 타일을 덕지덕지 붙이잖습니까. 블랙메탈로 선체를 만들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밖은 2천도가 넘어도 안에서는 조용히 독서를 즐길 수 있죠.”
“···”
확인해보지 못했으니 할 말이 없다.
듣고 있던 이현성 대통령이 물었다.
“유 회장, 내가 이런 로켓에는 지식이 없어서 묻는 겁니다만···저 로켓, 아무리 봐도 다단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맞습니까?”
“정확하십니다. 단발 발사체입니다. 저대로 저궤도에 올라가고 달에도 갈 겁니다.”
“달에 간다···그게 가능하긴 한 거군요.”
별다른 지식이 없는 대통령은 그러려니 했지만 연구원들이 눈을 부릅떴다.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블랙메탈이 튼튼하고 단열이 좋은 건 인정하는데 노즐 형상은 어떻게 할 겁니까? 연소가스와 대기압에 맞춰서 바꿔야 하는데, 그게 단발 우주선으로 가능해요?”
“아, 미리 말씀을 못 드렸네요. 저 테라 발사체에선 연소가스가 나오지 않습니다. 직접 보여드리죠.”
“···예?”
“직접 보여준다고요? 지금?”
연구원들은 발사체 하나 쏘아 올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지 익히 알고 있었다.
추진제가 되는 케로신과 산화제를 일정한 압력에서 주입하는 것은 물론 압축가스를 주입해 압력평형을 맞춰야 한다.
뿐만 아니라 최종점검도 이때 이뤄지는데 단 하나의 오류라도 생기면 즉시 발사가 취소되며 몇 시간에 걸쳐 연료와 가스를 배출시켜야 한다.
대중들은 왜 빨리 발사하지 않고 발사대에만 서 있느냐고 묻지만 사실 이런 사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바로 보여준다는 건···
유지하는 관제센터에 연락했다.
“테라 헤비 발사하십시오. 고도 200미터에서 10초간 유지한 후 하강.”
과연 몇 분 지나지도 않아 발사대에서 덜컹,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테라 헤비 발사체가 솟아올랐다.
자욱한 연기도, 진동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노즐에서 황금빛을 뿜으며 천천히 상승할 뿐이었다.
“와···이건···”
“진짜 말도 안 돼···”
액체연료가 아니라 이온 엔진인가?
하지만 보통의 푸른빛이 아니라 황금빛을 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사체는 정확히 10초 동안 고도를 유지하다 천천히 하강했다.
포지셔닝도 얼마나 정확한지 발사대 고정 락이 그대로 덜컹, 하고 체결될 정도였다.
짝짝짝―
이현성 대통령이 박수를 보냈다.
“대단합니다. 다들 재벌의 취미라고 폄하하고 있을 때 유 회장은 이런 걸 만들고 있었군요.”
“따지고 보면 개인적인 취미가 맞죠. 그게 우주라서 좀 거창해 보일 뿐이지.”
“하하, 이거 나중에 가면 9번째 행성에 직접 가는 거 아닙니까?”
별다른 지식이 없는 대통령은 쉽게 그를 칭찬했지만 연구원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배우고 현장에서 익힌 경험이 모조리 백지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유지하는 그들을 관제센터로 안내했다.
“자세한 건 안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윽고 이온 추진기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제시되었다.
“중요한 건 블랙메탈을 초고해상도로 분해할 수 있는가 입니다.”
또 블랙메탈이냐···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검은 금속에 뭐 이리 대단한 비밀이 숨어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후로 유지하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온 추진기의 기본 원리는 이온 엔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해된 아주 작은 원자 알갱이들을 플라즈마화 하여 전자기 코일을 이용하여 뒤로 분사한다.
“이온 추진기는 일종의 초소형 코일건이나 다름없습니다. 발사하는 게 자성체가 아니라 원소라는 점만 다를 뿐이죠.”
“이 이온 추진기는 기존 이온 엔진처럼 추진효율이 매우 높고 로켓 엔진 이상으로 반응성이 좋습니다. 구조도 비교적 간단하죠.”
그러면서 보여주는 구조도는 정말로 간단했다.
하기야 제트 엔진도 구조도만 보면 비교적 간단하니까.
진짜 중요한 건 직접 만들어야만 알 수 있는 노하우다.
보고만 있던 국방장관이 물었다.
“요컨대 여러 엔진의 장점을 합한 엔진이라는 겁니까?”
“제가 장담하는데 이온 추진기가 출시되면 현존하는 모든 엔진이 사장될 겁니다. 바다에서, 하늘에서, 우주에서 이온 추진기 하나만으로 효율적인 추진이 가능합니다.”
“모든.”
“네. 항공기부터 잠수함,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다소 비싸겠지만요”
“···”
“어···흠.”
연구원 두 명은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정말 기가 막힌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지구를 돌아다니는 플랫폼이 도대체 몇 종류이고 몇 대인가.
그 추진부를 모조리 갈아치울 수 있다는 건 혁신을 넘어서는 광기에 가까웠다.
“이 뭔 영화도 아니고···”
연구원 한 명의 중얼거림이 이 사태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러니까 유지하는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해낸 것이다.
유지하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것들은 당분간 비밀로 지켜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약속하지요. 유 회장이 직접 발언하지 않는 한 밖에서 들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김 장관.”
“어, 물론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 항공기와 잠수함에 적용이 가능한지 조금 의문이 들긴 합니다.”
“확실히 가능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도태를 감수해야 할 겁니다. 마하 5로 날아다니는 무인기 앞에서 6세대 전투기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유지하는 루시아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인공지능을 군사용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은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루시아는 주식이나 코인 등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는다.
연구원들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발사체의 페이로드는 어떻습니까? 일단 저궤도부터 들어보고 싶은데요···”
“아까 노즐을 보니까 추진기를 클러스터링한 모양인데, 추력이 얼마나 됩니까?”
질답이 오가는 동안 이현성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한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통령님, 만약 추진기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건 혁명입니다.”
“그렇지요. 모든 플랫폼의 엔진을 갈아치울 정도라니···말도 안 된다고 하고 싶지만 유 회장은 이미 선례를 만들었잖습니까?”
블랙메탈 배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공지능 루시아는 학계에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었다.
일부에선 루시아를 기준으로 인공지능을 정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 오죽할까.
다만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약간 다른 문제였다.
국방부장관이 속닥속닥했다.
“대통령님, 다음 대선에서 그 후보자가 당선되면 유 회장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저 정도 전력을 가지고만 있진 않을 겁니다.”
“그 양반 대북관이 너무 확고해서···지금보다 큰 마찰이 빚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수가 없을까요?”
“아니···그건 우리가 염려할 게 아닙니다.”
이현성 대통령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다음 대통령과 유 회장이 알아서 할 문제지요. 우리야 야인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하지만 진짜 위험한 사태가 터질지도 모릅니다. 중국이 저렇게 불안정하니 아무래도 간섭하기가 힘들지 않겠습니까?”
최근 북한의 거칠어지는 언행이 골칫거리였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기차가 전면 차단되면서 고사 직전에 놓인 것이다.
북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 정권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우려했다.
자강도 등지에선 수확철인데도 아사자가 백 명 단위로 발생하는 등 최악이란다.
그런 상황에서 다음 대통령이 강도 높은 비판이라도 하면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질지도 모른다.
이현성 대통령은 그 점을 염려했지만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도 유지하와 두 연구원의 즉석 세미나는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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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달 착륙 이후로 완전히 자신감을 얻었다.
예전부터 추진해오던 독자적인 우주비행사 훈련에 탄력이 붙었고 유인 착륙선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즈음에는 일본인을 달에 보낼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의 스타필드에서 조용히 달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라 언론도 대체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요약하면 이번 달 안에 달 뒷면 모스크바의 바다에 우주선을 보낸다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그 어떤 성과도 보여주지 못한 작은 우주 탐사 업체가 말이다.
이 소식을 빠르게 접한 일본 언론들은 비웃기에 바빴다.
―스타필드의 헛발질 – 달 탐사는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JAXA의 기술을 가져간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다. 한국의 기술력으로 소화시키는 것은 역부족이다.
―한국은 저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그 이상은 과욕.
명백히 한국을 한 수 아래로 여기는 어조였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한국의 달 탐사는 계획단계에서 흐지부지되었고 독자적인 발사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발사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관리도 되지 않고 있었으니 오죽할 것인가.
일본의 어느 IT 기업에서는 슈퍼컴퓨터 후가쿠를 동원해 한국의 달 탐사 확률을 계산했고 100% 실패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도대체 무슨 알고리즘을 동원했는지도 미지수고 변수 등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실패확률 100%는 확실히 강렬했다.
이제 스타필드는 일본 내에서 100%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우주예산 32억엔, 실패확률 100%, 그야말로 완벽하다.
―어쩌면 100%는 우리의 교사가 될 수도 있어. 저렇게 엉망진창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 말이야.
이런 일본의 조롱과는 상관없이 스타필드는 정확한 일정을 공개했다.
무려 직접 전이 궤도를 통해 달까지 105시간 만에 간다는 계획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학계에선 많은 비판이 일어났다.
―백번 양보해서 항우연과 일본의 기술을 흡수했다 해도 직접 전이 궤도에 올라탄다는 건 너무 위험하다.
―스타필드는 인력은 그럭저럭 모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일본처럼 위상 전이 궤도를 쓰는 것이 나을 것.
하지만 일정은 달라지지 않았고 국내 학계는 포기상태에 이르렀다.
국내 우주 산업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이명한 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한탄을 쏟아냈다.
“발사일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모든 게 불명입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케로신도 공급을 안 했어요. 가장 중요한 추진제조차 없이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기자분은 이거 믿을 수 있어요?”
“어···나름 신형 엔진을 쓴다고 하니 괜찮지 않을까요?”
“이온 엔진이요? 대기권에서 그걸 쓴다는 건 선풍기 바람으로 차를 모는 거나 다름없단 말입니다!”
“아니 제가 그런 게 아닌데···”
스타필드는 한 번도 이온 엔진이라고 발표한 적이 없음에도 잘못된 기사 하나가 사람들을 오해와 착각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스타필드에 연락한 사람이 부지기수였지만 그때마다 딱딱한 어조의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은 발사일에 발표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