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9
그리고 정확히 100시간 후, 발사체는 지구 대기권에 진입했다.
진입하는 방식도 매우 이질적이었다.
여타 귀환선처럼 긴 포물선을 그리며 진입하는 게 아니라 자세를 제어한 후 수직으로 하강하는 것이다.
마치 지구를 떠날 때처럼.
그걸 본 과학자들이 허탈하게 웃었다.
“저런 식으로 하면 들어가는 연료가···”
“액체연료로는 저거 불가능하죠.”
“이온 추진기란 거···진짜 기적적인 물건이네요.”
“우리는 2026년을 살고 있는데 유지하씨 혼자 2050년을 사는 느낌입니다.”
“2050년이 되면 저런 거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윽고 테라 헤비 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 상공까지 내려왔다.
다들 목이 빠져라 지켜보는 가운데 발사체가 정확히 발사대에 착륙했다.
「착륙 성공」
「이것으로 달 탐사 미션을 종료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은 관제사가 아니라 유지하 회장의 목소리였다.
그의 선언을 끝으로 비로소 관제센터에 박수소리와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쪽도 사람이긴 한가 봅니다.”
“한 번도 웃는 걸 못 봤는데 이제 웃네.”
과학자들은 마침 복도로 나온 유지하와 비서를 보고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그는 날선 태도가 아닌 웃음과 악수로 그들을 대했다.
“지켜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째 성공하긴 했는데 좀 부족하죠? 앞으로 많이 도와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기적을 선보인 재벌 회장이 이렇게 나오는데 허리가 뻣뻣할 수 있을까?
“아이고, 아닙니다. 저희가 죄송하죠.”
다들 허리를 숙이며 악수를 나누는 가운데 거의 90도까지 허리를 접는 사람이 있었다.
스타필드에 대해 가장 많은 비판을 한 이명한 박사였다.
유지하는 그의 손까지 잡아주었다.
“박사님 비판이 제일 무섭더군요. 앞으로는 살살 좀 부탁합니다.”
그의 얼굴이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변했다.
지금 이 순간 관제센터엔 그의 충실한 팬보이가 될 사람만 존재했다.
유지하가 앞장서며 말했다.
“열흘 동안 고생한 발사체 좀 만나봅시다. 자세한 질문은 그때 받겠습니다.”
100여 명의 과학자들이 그의 뒤를 졸졸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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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각국의 주요 연구소에 소포 하나가 배달되었다.
스타필드에서 보낸 달 토양 시료였다.
미국 존슨 우주센터의 연구원들은 환호하며 시료를 디스크에 담았다.
최근 달에 간 국가는 중국과 일본, 한국인데 그 중 한국만 시료를 보냈다.
중국은 시료를 공유할 생각이 아예 없었고 일본은 채취량이 적어 자국 연구소에 돌릴 양도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후발주자인 한국이 신청을 받아줬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 시료,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한 연구원이 동봉된 서류를 읽어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특이한 성질을 발견했다는데. 저온실험실 지금 가동돼?”
“준비는 좀 해야겠지만, 뭐 되긴 하죠.”
“바로 준비해줘. 이 친구들 호들갑 떠는 게 아닌지 확인해야겠어.”
잠시 후 저온실험실 온도가 영하 50도를 가리키자 디스크가 떴다.
말 그대로 허공에 뜬 것이다.
연구원들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설마···”
“이거 초전도체, 맞죠?”
“다시 실험해. 온도 리셋하고 다시 내려!”
연구원들의 손이 바빠졌다.
실험이 반복되었지만 시료를 담은 디스크는 똑같은 현상을 보였다.
다들 얼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달에 초전도체가 있었다고···?”
다시, 우주로(무료연재 마지막)
초전도체란 특정 조건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물질을 말한다.
또한 마이스너 효과로 인해 그 어떤 자기장이든 상쇄하는 특징도 있다.
흔히 초전도체는 현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산업현장이나 MRI등에서 제법 쓰이고 있다.
다만 액체질소 등을 동원해서 냉각해야 하기에 비용이 상당히 높을 뿐이었다.
레일건의 냉각장치가 거대하고 엄청난 전력을 잡아먹는 이유도 반쯤은 여기에 있다.
블랙메탈로 만든 포신이 등장하면서 줌왈트급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일단은 그렇다는 이야기.
“현재 우리가 활용하는 초전도체는 달성하기 까다로운 조건을 필요로 했습니다. 영하 200도가 넘는 저온이거나 대기압의 수백만 배가 넘는 조건을 필요로 하거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설명을 늘어놓고 있는 연구원에게 말했다.
“따분한 설명은 집어치웁시다. 내가 알고 싶은 건 하나요. 달에서 가져온 저 초전도체로 뭘 할 수 있소?”
뿔테 안경을 낀 연구원은 눈치를 보다 말했다.
“어···우선 핵융합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러시아는 ITER, 국제핵융합실험로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토카막 방식 핵융합로인데, 중심이온 온도를 1억 도까지 올리기 위해선···”
이야기가 길어지자 에너지부 장관 코즐로프가 눈짓하며 일어섰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우리 러시아는 전 인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훨씬 낫군. 언제까지 가능하오?”
“문제가 산적해 있으나 그 초전도체가 있다면 10년 내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걸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먼저 달에서 가져온 그 물질이 진정한 초전도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직 1종인지 2종인지조차 모릅니다.”
“우리에게 유리한 종류라고 치고, 매장량도 충분하다고 가정합시다. 우리 기술로 달에서 가져올 수 있소?”
코즐로프가 앉고 보리소프 부총리가 일어섰다.
그는 생각해보지도 않고 말했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이득이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러시아는 미국과 겨룰만한 우주 발사체를 가졌소. 그것으로도 어려운가?”
“위험합니다. 달까지 가려면 안가라 A7 로켓에 탐사선과 채광장비를 장착해야 하는데 이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도전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삐딱하게 앉았다.
“그 무모한 도전을 한국의 작은 기업이 시도해 성공했다 이거군.”
“기적에 가깝습니다.”
“스타필드에서 공개한 모스크바의 바다 사진을 보면 초전도체가 널려 있소. 그냥 수집만 하면 되지 않나 이거요.”
보리소프 부총리는 길게 설명할까 하다가 최대한 짧게 줄였다.
“시도할 때마다 400억 루블(6400억) 이상이 듭니다. 실패할 확률은 30% 이상입니다.”
“···”
이래서야 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러시아가 찬란한 우주 탐사의 역사를 가졌다곤 하지만 이는 수십 년 전 얘기였다.
2026년 현재 러시아의 우주 탐사 역량은 미국의 일개 기업인 스페이스X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다수였다.
결국 돈이 문제다.
최근에야 천연자원으로 돈 좀 만진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러시아의 경제순위는 10위권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핵전력을 관리하는 데에만 국방비의 20% 정도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우주 탐사를 시도할 여력은 없었다.
“다행스러운 건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오직 한국의 스타필드만이 채산성 있게 초전도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차라리 이게 낫군.
미국이나 중국이 가능했었다면 푸틴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곤 국방부장관을 쳐다봤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로켓을 스타필드가 개발했다고 하는데, 간략하게 설명하시오.”
“예, 대통령님.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신형 엔진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효율적이며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예. 전투기나 잠수함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민감한 분야에 사용 가능하다면 민간 영역은 더 볼 것도 없다.
이거 잘못하면 앞으로는 전쟁도 스타필드의 눈치를 보게 생겼다.
“달까지 다녀왔는데 더 이상 의심하는 건 바보짓이겠지···아무튼 스타필드는 하나같이 세계를 뒤흔들만한 물건을 보여줬소.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걸 확보할 수 있겠소?”
총리가 발언권을 얻었다.
“대통령님, 우리가 그에게 보낸 친서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물론 친서 따위론 아무것도 약속받지 못합니다만 최소한 부정적인 감정은 없다는 게 중요하죠.”
러시아는 올해 초부터 대통령 명의의 친서를 10여 차례 그에게 보냈다.
거기엔 대단한 내용은 없었다.
기껏해야 신형 채광선 주문과 모스크바에 방문하면 국빈으로 대접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답장이 2차례나 온 것으로 봐서 그는 러시아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블랙메탈 생태계에서 완전히 배제당한 중국이나 최근 망신당한 일본보다는 훨씬 나은 관계를 쌓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일건 포신을 공급받은 미국보다야 떨어지겠지만 그 다음 급은 된다.
푸틴 대통령은 깍지를 끼고 관료들을 둘러봤다.
“잘 들으시오. 지금 이 시간부터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침입하는 머저리는 나와 티타임을 가져야 할 거요.”
회의실 사람들의 표정이 무섭도록 굳었다.
러시아 대통령이 대접하는 방사능 홍차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푸틴은 독재자로서 자신에게 그런 강한 이미지가 씌워지는 것을 반겼고, 관료들에게도 적절히 써먹었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신형 로켓과 초전도체를 가져야 하오. 그러니 조심스럽게 스타필드의 CEO와 접촉하시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과 그쪽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시오. 내가 한국에 가겠소.”
임기 말에 접어든 한국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일개 기업인과 만나기 위해 가는 것이다.
명분이야 적당히 둘러대겠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였다.
당장 미국이 국무장관 등을 파견했고 다른 국가도 속속들이 방한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러시아는 그들이 줄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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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2월은 초전도체의 달이었다.
스타필드가 달에서 가져온 물질이 초전도체임이 밝혀진 후, 사람들은 핵융합과 자기부상열차를 외쳐댔다.
매장량이 어느 정도인지 채산성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데도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초전도체! 초전도체!
사람들은 상온 핵융합이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들떴고 관련 연구자들은 한동안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시간을 쏟아야 했다.
―문제의 물질을 규명하고 분석하는 데에만 년 단위의 시간이 소모될 겁니다. 그러니까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상온 핵융합은 이론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연구소에 내가 개발했다고 전화 걸지 마세요.
―그것보다 이 물질의 이름을 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름을 명명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유지하.
그는 달 표면에 둥둥 떠 있는 초전도체를 최초로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그걸 가져와 연구하기까지 했다.
비록 미국의 존슨 우주센터가 초전도 현상을 최초로 언론에 알렸지만 자신들이 양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유지하가 입을 열었다.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가상의 초전도체에는 언옵테늄이라는 이름이 붙더군요. 저도 이 전통을 따르겠습니다.
언옵테늄.
말 그대로 구할 수 없는 물질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젠 달에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필드의 협조만 있다면.
세계의 언론사들은 희망 섞인 관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옵테늄이 있는 이상 핵융합로의 상업적 운전은 5년 내로 가능하다.
―이제부터 모든 열차는 자기부상열차로 바뀔 것이다.
―MRI 비용이 혁신적으로 낮아진다! 왜냐고? 언옵테늄이 있으니까!
―당신의 스마트폰은 이제 무한에 가까운 대기시간을 자랑하게 된다. 켜지만 않는다면.
정작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은 바빠서 이런 헛소문에 대응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시간을 내서 루머를 반박하면 새로운 루머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스타필드의 우주선이 달에 간 것 그 자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설립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회사가 효율 좋고 재사용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들의 음모론은 묘하게 과학자들의 내심과 통하는 바가 있었다.
그만큼 스타필드가 저지른 짓이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온갖 관측 데이터와 언옵테늄 실물이 존재하는 이상 스타필드의 업적을 부정하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각국은 다시 우주로 가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그간 우주 탐사는 돈만 잡아먹는 하마로 악명이 높았다.
열심히 돈을 부어봐야 뭐가 나오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언옵테늄이라는 훌륭한 변명거리가 생겼다.
천문학자를 포함한 우주 관련 연구원들이 입을 한데 모아 주장했다.
―왜 우주에 가냐고? 거기 언옵테늄이 있으니까!
이 간단한 캐치프레이즈는 대중을 설득하는데 완벽히 성공했다.
바야흐로 우주와 언옵테늄의 시대였다.
이렇듯 12월 중순까지 전 세계는 언옵테늄의 열풍 속에 빠져 있었다.
미국의 대통령은 사절단을 보내 유지하와의 면담을 성사시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었다고 발표함으로써 엄청난 지지를 끌어냈다.
그러나 상황이 좋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각국은 겉으로는 언옵테늄에 대한 보편적이고 평화적인 사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지만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고 유지하를 UN 총회에 호출해 기조연설을 맡긴다는 식으로 기본 골조가 짜여졌다.
거기엔 언옵테늄을 인류 공동의 관리 아래에 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지하는 이 소식을 듣곤 피식 웃었다.
“우주조약에 자원에 관한 내용이 있었나?”
“없어요. 당시 강대국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바람에 빠졌거든요. 또한 79년에 체결된 달 조약은 참여한 국가가 너무 적어 의미가 없고요.”
“우리는 대통령이 발표한 게 있으니까 우기면 될 거야.”
이현성 대통령은 얼마 전 유지하의 부탁으로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한국의 민간이 얼마든지 우주를 탐사하고 자원을 획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주요 강대국은 한국의 이 선언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차피 그럴 역량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스타필드는 독자적으로 외기권을 탐사하고 자원을 캘 역량이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니 UN의 기조연설을 수락할 이유는 전혀 없다.
유지하는 자신을 설득하러 온 UN의 사무국 자르뎅 국장 앞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언옵테늄을 인류 공동의 관리 하에 놓을 수는 없죠. 거절하겠습니다.“
“만약 이 건을 수락할 경우, 진지하게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게 되실 겁니다.”
“관심 없습니다.”
“···예?”
국장이 벙쪘고 유지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설사 다른 상의 후보로 추천한다 해도 받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절 설득하려 들지 마십시오. 언옵테늄은 인류의 공동 자산이 아닙니다.”
“유감이군요. 인류의 평화를 위해 힘 써달라는 걸 거절하시다니.”
유지하는 국장의 눈을 들여다봤다.
“프랑스 분이셨죠?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핵무장을 포기하실 수 있습니까?”
“그건···”
“평화를 외치는 주요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걸 잘 압니다. 그러니 위선은 그만둡시다.”
자르뎅 국장은 별 소득 없이 돌아갔다.
하지만 유지하를 UN의 연단에 올리려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중국이 주축이었다.
아르마는 이를 자르뎅 국장에 붙인 마이크로드론을 통해 알아냈다.
“중국에서 프랑스와 영국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많은 투자를 약속하는 것 같네요.”
“겨우 그로기에서 빠져나왔나?”
“혼란을 완전히 수습한 것은 아니에요. 베이징을 점령한 세력이 선수를 친 거죠.”
블랙메탈 생태계에서 배제된 마당에 언옵테늄까지 얻지 못함이 거의 확실시되니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중국의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봐야 안보리 의결은 못할 텐데?”
“딜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만을 미끼로 두면 미국이 걸려들겠죠.”
“설마 전쟁을 일으킬 생각인가.”
“현 상황을 타파할 수단이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마침 내년은 중국 창군 100주년이네요. 미국이 중재하지 않으면 진지하게 대만을 공격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요.”
“나야 나쁠 거 없지.”
대만에는 안 된 일이지만 중국이 대만 공격에 총력을 다할 경우 상대적으로 한반도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빅 이벤트를 벌이기가 쉬워진다.
마침 이쪽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는 북한 정권에 강경한 그 양반이라고 하니까.
유지하의 입장에선 코를 풀고 싶은데 마침 휴지를 대령하는 격이었다.
“러시아가 1월에 만나자고 했지?”
“네. 채광선 진수식 핑계를 대고 푸틴 대통령이 방한할 예정이라네요. 사장님께서 허락 하신다면요.”
“만나서 중국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어. 마침 땅도 필요하니까.”
메가시티를 건설할 땅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스마트팜을 만들 땅이 필요했다.
러시아라면 흔쾌히 그 땅을 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아르마가 보고했다.
“그리고 마스터···세틀러호의 수리가 80% 완료되었습니다.”
80%는 세틀러호가 우주로 나갈 수 있다는 상징적인 숫자다.
물론 우주에 나가더라도 수리는 계속해야 하며 전투행동은 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12월 24일 밤.
유지하는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의 부모님과 만난 후 탐사정에 올라탔다.
세틀러호가 탐사정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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