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76
그리하여 유지하는 마음 편하게 오자와 일본 총리와 대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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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권한대행님.”
“권한대행은 직위가 아니라서 예전처럼 회장으로 불러주셔도 됩니다. 나도 그쪽이 편하고요.”
한국에서 유지하만큼 복잡한 직위를 가진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신라그룹의 실질적인 회장이자 국회의원이며 국방부 장관임과 동시에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이런, 실례했습니다. 어쨌거나 저번에 말씀하신 조건 세 가지를 제안하기 위해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온빔 핵융합로에 대한 기술을 공유하는 대신 일본이 제안할 세 가지 조건.
하나는 일본의 남쪽 해상에 대한 자유로운 통행의 권리이고 나머지 둘은 지금부터 총리가 말할 것이다.
“듣기 전에 역으로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거지요? 들어보겠습니다.”
“테라 섬이라고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북태평양에 있는 섬인데···”
“유 회장의 소유이자 인류연합의 본토인 그 섬 말이군요.”
“정확합니다. 아무튼 그 섬에 조만간 다수의 인구가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고 포로입니다.”
“과연···UN의 감시가 심하니 섬으로 옮긴다는 계획이군요.”
“섬의 특성상 물자를 공급하기가 어려워서요. 총리께서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포로에 한하여 식량과 기타 생필품, 그리고 의약품과 의료 서비스까지 무한으로 제공한다,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돈으로 때우라는 말이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맡은 역할은 대개 그런 것이었고 오자와 총리도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였다.
“현재 6만 명이고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도 모르는데 너무 많습니다···”
6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은 일본의 경제력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러웠다.
해서 유지하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기로 했다.
“만약 이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즉시 일본 연구진을 솔라퓨전에 파견해도 좋습니다. 모든 데이터와 연구 과정을 공유할 겁니다.”
“으음···”
오자와 총리는 고민했다.
이거면 일본 내의 여론을 확 뒤집을 수 있었다.
모든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건 일본도 곧 핵융합로를 건설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든든한 미래의 기술 중 하나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그 기술의 근간이 유지하와 신라그룹이라는 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해임당한 자위대 간부들이 초계기 사건을 언급하며 여론을 선동했기 때문.
―한국은 일본을 공격했다! 따라서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오자와 정권은 모든 것을 묻고 유지하와 비밀협정을 맺어 일본의 바다를 내주려 하고 있다! 이는 비국민적인 행위다!
한국이 초계기를 추락시켰다는 보도가 나가자 일본은 다시금 격렬한 혐한감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일부에선 전쟁 중인 국가의 함대에 접근한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으나 이들은 앵무새처럼 공격했다는 말만 해댔다.
모처럼 한국을 물어뜯을 거리가 생긴 매스컴은 신이 나 이 사건을 보도했다.
정작 한국은 전쟁 중이라서 그런지 이 사건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 여론을 뒤집기 위해선 결정적인 뭔가가 필요했다.
답변의 텀이 길어지자 유지하는 가볍게 탄식했다.
“고민이 깊으신 모양이군요.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없었던 것으로 한다면 손해 보는 쪽은 명백히 오자와 총리다.
일본 내에서의 그의 입지는 한없이 쪼그라들고 있었기 때문.
“아뇨, 아닙니다. 테라 섬의 포로에게 필요한 물자를 댄다는 조건이었지요?”
“구체적인 품목은 이쪽이 지정하겠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곧 송환될 테니 그리 길지는 않을 겁니다.”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오자와 총리는 전쟁을 그렇게 길게 끌고 갈 수는 없으리라 판단했다.
당장 김정은과 김여정이 잡혔고, 수만 대의 드론 앞에 평양도 함락 직전이었다.
셋이 북한에서 가지는 위상을 고려하면 통일이 눈앞에 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겠지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조건은 기술료입니다. 데이터를 받는 것에 대한 수수료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는 핵융합로 1기당 적용되는 것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 언급되었다.
스스로 제약을 거는 이런 조건을 제시하다니 정말 간절하게 필요한 모양이다.
유지하는 조건에 만족했다.
“좋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협정을 체결하기로 하죠.”
이번 협정은 외부에 알려질 수밖에 없어서 꽤 파장이 클 것이다.
아마 본격적으로 총리 반대파가 활동할지도 모른다.
총리가 그들을 누르면 일본은 친한으로 기울 테고 그 반대면 일본은 우경화되고 재무장을 시작할 것이다.
유지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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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유지하에게 전화를 건 정상은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축하 인사를 간단하게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붙잡힌 왕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고···우리 서로 할 말이 많지 않습니까?”
“대통령께선 물어볼 게 있으실 테고, 나는 요구할 게 있죠.”
“그거 압니까? 대놓고 요구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유 회장이 처음입니다.”
“이젠 밑질 게 없다 보니.”
주한미군은 이제 철수했고 미국인들도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한국과 미국의 연결점이라면 동맹이었다는 역사 정도였다.
그리고 강원도에 들어온 미군 약간.
“···개전 초기에 전자전기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군용 GPS도 그대로 쓰게 해줬죠. 이지스함을 배치해 핵미사일 요격에도 나섰습니다. 이 정도로는 만족이 안 됩니까?”
“개인적으로 드린 혜택만 따져도 그걸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다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우리에게만 제공한 것은 레일건뿐이잖습니까.”
역시 이온 추진기를 러시아에 준 것에 짜증이 난 모양이다.
“한국 외에 레일건을 전력화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죠.”
“다운그레이드라는 설명이 붙어야겠죠. 어쨌든 유 회장이 물러설 수 없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풀어봅시다.”
글쎄, 쉽게 풀릴지는 의문이었다.
매킨리 대통령은 시작부터 핵심을 찌르고 들어왔다.
“북한은 결코 바보가 아닙니다. 핵탄두 40발이 모조리 불량일 리 없습니다. 명확한 해명을 듣고 싶군요.”
“미국에 모든 사안을 보고해야 될 의무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스탠스인 나라가 몇몇 있었지요.”
“그 나라들은 모두 미국에 의해 무너졌다···이런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아, 대화의 강도를 너무 올리지 맙시다. 우린 이런 사이가 아니잖습니까.”
“강원도에 미군이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괜찮았겠죠.”
매킨리 대통령은 수화기를 들고 웃음을 지었다.
역시 아무런 협의 없이 북한의 강원도에 병력을 집어넣은 것에 짜증이 난 모양이다.
일견 두 나라는 동맹국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한국 병사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방위조약도 백지화된 지금 미국은 어디까지나 우호국일 뿐이었다.
유지하는 아직은 미국을 적으로 돌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유 회장이 나한테 요구하고픈 바는 그겁니까? 한반도에서 손을 떼라?”
“정확합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미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이제 실질적인 종전이 눈앞인데 우리를 배제할 순 없어요.”
“정전협정을 들먹일 생각입니까?”
“필요하다면. 나는 유 회장이 우리를 밀어낼 뭔가를 제시할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내가 언급할 내용은 혼자서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만약 밖으로 유출된다면, 장담하는데 파장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겁니다.”
“···유 회장이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하다는 거군. 알겠습니다. 나 혼자만 듣지요.”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고 유지하는 잠시 기다렸다.
“됐습니다. 오벌 오피스엔 나 혼자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북한 핵탄두를 무효화시킨 것은 새로운 원소 덕분입니다. 우린 이걸 안트론이라 부릅니다.”
“안트론이라···내 맞춰 보지요. 안티 뉴트론···”
자신만만하게 짚어나가던 매킨리 대통령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름에서부터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짐작한 것이다.
“서, 설마···중성자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겁니까? 핵반응을?”
바로 알아듣는 걸 보니 학창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음이 분명하다.
“핵분열은 물론이고 핵융합까지 억제합니다. 그래서 안티 뉴트론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심지어 호흡까지 거칠어졌다.
하긴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전력인 핵미사일 수천 기가 가지는 의미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니 오죽할까.
UN의 상임이사국이 모조리 핵보유국이라는 것만 봐도 핵이 가지는 영향력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안트론은···
매킨리 대통령이 다급히 말했다.
“누가 알고 있습니까.”
“연구진 몇 명 정돕니다. 한 분 더 계셨지만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계속 그래야 됩니다.”
“그건 앞으로 미국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날, 미국을 협박할 셈입니까?”
“찍어 누르는 것만 생각하시는군요. 방금 대화로 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대화로 풀 수준의 문제입니까! 안트론은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르는 물건이라고!”
그야 그렇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기 전까지 세계는 비교적 평화로웠다.
핵보유국 간에 상호확증파괴는 일으키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핵으로 상대를 공격하면 상대도 핵으로 나를 공격하기에 궁극적으로 양국은 멸망한다.
그러니 그 전에 다양한 외교채널을 구성해 핵전쟁을 막아보자는 게 각국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 안트론이라는 물질은 그런 균형을 완벽히 깨버린다.
물론 미국도 상호확증파괴를 깨트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SDI도 MD도 안트론만큼의 효과는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40발에 달하는 핵탄두를 완벽히 방어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국은 실제로 해냈고, 그 결과 서울은 안전했다.
매킨리 대통령이 흥분한 것과 달리 유지하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트론은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우리 생산시설을 몇 개월 동안 가동해도 북한의 핵전력을 겨우 상쇄할 정도입니다.”
거기엔 중국도 포함되지만 그건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지.
매킨리 대통령은 진정했는지 한결 안정된 호흡을 내뱉었다.
“후우···일본의 핵실험 실패도 관련이 있겠군···아니면 레일건 순양함이 그날 테스트를 한 게 우연이라고 말할 겁니까?”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일을 얼마나 저지를 작정입니까. 후폭풍은 생각지도 않습니까?”
“그거 큰일이군요. 비밀 유출을 막기 위해서 공범이 되어주셔야겠습니다.”
“공범?”
“중국을 쪼갤 겁니다. 도와주십시오.”
“당신 미쳤군.”
“공교롭게도 장민 위원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욕까지 곁들였지만.”
“대체 얼마나 이 세계를 혼란에 빠트려야 속이 시원하겠습니까.”
유지하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를 연합으로 묶는 것이다.
현 세계가 그걸 원하지 않으니 혼란으로 보일 뿐.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중국을 쪼갤 것인지 얘기나 들어봅시다. 설마 한국이 중국 땅을 점령하겠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고.”
“장민 위원은 중국을 중화민국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대만이 아니라 과거의 중화민국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중화민국이라고 하면 보통은 대만을 뜻하지만 장민 위원의 본심은 달랐다.
신해혁명 이후 1912년 건국된 그 중화민국의 성세를 되찾고 싶은 것이다.
“유 회장 입장에선 그게 곤란하다?”
“대만을 집어삼키면 다음엔 우리겠죠. 그러니 예방을 하고 싶은 겁니다.”
“정확히 뭘 원합니까.”
“만주까진 내가 가지겠습니다.”
“중국이 피자도 아니고 그렇게 잘라 가지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건 UN도 거부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잘 협조해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죠.”
“뭔가 큰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미국은 그런 위험천만한 계획에 참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유감입니다.”
유지하가 통화를 끊으려 했기에 매킨리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 얼마나 더 피를 흘려야 만족할 생각입니까. 북한을 완전히 흡수 통일하는 것도 허덕이는 한국이 만주를 점령해요? 분명히 탈이 납니다.”
“당장 점령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대만이 먼저죠. 미국도 대만의 완전한 독립은 환영하잖습니까.”
“아무튼 안 됩니다. 이건 전 세계의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잘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오늘 계획이 밖으로 유출된다면 나는 똑같은 제안을 러시아에 할 겁니다. 물론 안트론도요.”
“그 즉시 전쟁입니다.”
그가 경고했지만 유지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핵이라도 퍼부을 생각이십니까? 한국은 땅이 좁으니까 인구가 대폭 줄어들겠군요.”
“꼭 핵이 아니더라도 여러 방법이 있소.”
“항모전단을 동원하면 한국의 해상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을 겁니다. 수출입 선박을 일일이 검문할 수 있으니 한국의 목줄을 죄는 거나 다름없죠. 김구함 한 척으로 이걸 뚫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군요.”
“제발, 제발 그만합시다.”
“같이 하자고는 안 하겠습니다. 알아서 할 테니 묵인하면 됩니다.”
“···이유나 들어봅시다.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살기 위해서입니다. 나와 중국은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죠. 하나가 죽어야 합니다.”
“우리가 중재하겠소.”
“그 중재가 아무런 효과가 없었잖습니까. 탈레반을 이용한 테러 다음엔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릅니다.”
블랙메탈 건부터 해서 너무 꼬였다.
지금에 와서는 푸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위로 잘라버리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위협하지 못하도록 박살을 내겠다?”
“적당한 덩치로 찢어 놓을 겁니다. 대만과 만주, 홍콩 자유국, 티벳, 위구르 정도면 충분하겠죠.”
그렇게 해도 중앙의 땅은 여전히 크지만 한국이 감당할 정도는 되었다.
매킨리 대통령은 이 미친 구상에 말을 잇지 못했다.
가끔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가 있긴 있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행하려는 사람은 맹세코 처음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태어났다면 인류가 멸망했을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그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시간이···필요합니다.”
“당장 시작하자는 건 아니니까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강원도 병력은 당장 빼시고요.”
그 한 마디에 허락 없이 원산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병력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들과 불편한 동거를 하던 한국군 병사들이 의아해 했다.
“어? 쟤들 가네?”
“그렇게 나가라고 부탁을 해도 대꾸도 안하더니만 무슨 바람이 불었지?”
“대통령하고 무슨 협정을 했을 겁니다.”
“대통령 아니고 권한대행, 임마.”
듣다 못한 간부가 철모를 탕 때렸지만 병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뭐 대통령 될 거잖습니까. 어어, 부소대장님 저기 보십시오! 물자 남겨놓고 갑니다!”
“진짜네···”
미군이 남기고 간 물자는 엄청났다.
원산항 주둔 22사단 병력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가 상부에서 지시를 듣고 냉큼 달려들었다.
“미국이 완전히 떠난답니다! 물자부터 확보하라는데요?”
“맛있는 건 나눠먹어야지.”
“하여튼 유지하 형님이 대통령 되고부터 일이 잘 풀린다니까.”
병사들이 웃으며 한 소리였고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서 대통령으로 인정받은 유지하는 군 연수원에 감금된 두 명을 만나고 있었다.
독재의 종말
경기도 모처에 위치한 육군의 한 연수원 건물.
정기적인 행사를 제외하면 늘 비어있던 이 곳은 최근 두 명의 손님을 받아들였다.
김정은, 김여정.
각각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 제1비서의 직책을 가진 이들은 북한의 로얄 패밀리이며 곧 지배자였다.
해외에선 이들이 공동으로 북한을 통치한다고 봤고, 그건 사실이었다.
주로 김여정이 대외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 김정은은 살짝 누그러진 태도로 나가는 식이다.
배드캅 굿캅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속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하여튼 그들은 2차 한국전쟁 도중에 한국군에 의해 생포되었다.
일각에서는 약에 취해 정신없이 누워 있다가 붙잡혔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육군 당국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우 중요한 인물들인 만큼 이들이 있는 연수원의 경비는 대단히 삼엄했다.
외곽을 감시형 드론과 CCTV, 3미터에 달하는 벽으로 둘러쌌고 훈련된 경찰 병력이 연수원 외곽을 지켰다.
그리고 연수원 건물 가까이에서는 실탄과 장갑차로 무장한 육군 병력이 내외보를 감시하고 있었다.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외부에서 접근하려면 3단계의 검문을 거쳐야 했다.
유지하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이쪽입니다, 의원님.”
육군 중령 한 명이 그를 독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모든 창문에는 튼튼한 쇠창살이 자리 잡았고 문은 철문이었다.
손님 둘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김정은은 탈옥을 포기했는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중령이 나갔고 유지하는 의자에 앉았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깰 수 없는 방탄 유리였다.
“살이 빠지니까 그럭저럭 인물이 나는군.”
유지하가 한 마디 했지만 그는 오히려 돌아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