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78
단둥시의 논밭을 깔아뭉개며 소탕전이 벌어졌고 80군은 완패해 뿔뿔이 흩어졌다.
한국군이 자국 땅까지 들어왔음을 알게 된 중국은 극렬 항의했으나 한국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80군도 평양까지 왔는데 땅 조금 넘어간 걸 가지고 난리냐?
―교전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중국은 화가 단단히 났지만 대만 상륙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마저 적으로 돌릴 수는 없어 분만 삭혔다.
그리고 사상 최대라고 일컬어지는 대만 상륙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의 후방지원과 한국의 무기지원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 전투로 거의 3만 명에 달하는 병력과 수십 척의 군함이 증발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해상작전을 할 역량이 사라졌다.
종전이 선언되진 않았으나 중국이 공세를 이어나갈 힘을 잃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대만해협에서 산발적인 해상전은 일어났으나 대규모는 아니었고 전투기의 영공 침입도 없었다.
마지막까지 핵이 고려되었으나 중국의 실권을 쥔 자들은 미국이 전면 개입하는 것을 우려해 포기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쏜 통에 각국의 규탄을 받고 여론이 한국에 완전히 쏠린 전적이 있다.
만약 핵미사일을 동원하고도 대만을 점령하지 못한다면, 그땐 중국이란 나라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중국의 실권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조용히 군을 물렸다.
27년 10월 개전한 양안전쟁이 28년 7월에 끝난 것이다.
각국의 경제학자들은 양국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계산했다.
중국만 해도 전비를 10조 위안 이상 썼으며 실질적인 피해는 그 수십 배를 웃돌았다.
전쟁은 끝났으되 내홍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별받던 농민공의 폭동이 해안도시에서 내륙도시까지 번졌고 중국은 이를 진압할 힘이 없었다.
몇 개월째 계속된 전쟁과 폭동에 중국의 경제가 그야말로 폭삭 주저앉았다.
세계는 더 이상 중국을 G2로 대우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만이 입은 피해는 중국보다 훨씬 심했다.
대부분의 도시가 폭격을 당했고 반도체 공장 등 산업기반이 처참하게 박살났다.
막긴 막았는데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UN과 미국이 지원을 약속했으나 잿더미로 변한 도시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듯 동아시아 3국이 전쟁에 휘말리는 통에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다 못해 위기가 들이닥쳤다.
공황까진 아니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더한 경제위기가 세계를 휩쓸었다.
그나마 일본은 전쟁 특수로 인한 막대한 수출을 달성했다.
한국에 전쟁이 나면 일본이 산다고 했는데, 동아시아 전체가 휩쓸렸으니 그 이익이 엄청났다.
각국의 경제제재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여서 일본은 호황을 맞았다.
그 틈을 타서 극우적인 언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초계기 건까지 합해서 일본이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언제까지 타국에 돈만 댈 셈인가? 일본은 타국의 저금통이 아니다.
―헌법 9조를 개헌하고 재무장을 해야 한다. 초계기를 잃고도 아무 말도 못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힘을 잃었고, 한국은 전쟁 중이다. 일본은 동아시아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오자와 정권의 인기가 최악인 가운데 극우정당이 목소리를 높이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초계기를 격추시킨 한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이들에게 별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내부단속을 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인구 5천만의 국가가 2천만을 흡수하려니 부작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경제가 파탄나지 않은 것은 환율이 그럭저럭 유지되어서였다.
개전 초기 IMF를 연상케 할 정도로 폭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안정되었다.
이는 매우 특이한 일로, 경제학자들은 유지하의 역할이 크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의 신용도가 유지되고 투자가 빠져나가지 않은 것은 유지하가 있기 때문이다.
―솔라퓨전이 이온빔 핵융합로를 300초 동안 운전하는데 성공했다. 연말까진 상업운전에 준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평양 시가전에서 선보인 드론의 위력에 수십 개의 국가가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 국지전에선 하이텍제 드론을 얼마나 보유하느냐로 승자가 결정된다.
―스타필드에서 상업용 이온 추진기를 출시했다. 이제 모든 항공기와 선박을 이온 추진기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유지하가 있는 한국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다만 변수는 북한으로, 이 낙후된 국가는 끝까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북한 리스크를 크게 우려했다.
한국은 북한을 흡수 통일하겠다고 선언만 했을 뿐 16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조차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지하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보니 뭔가 있겠지, 하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국제 선물시장에서 북한의 국채 가격은 거의 액면가에 육박하게 되었다.
물론 한국 정도의 덩치에 이 금액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새 계산서를 들이밀었다.
막대한 전비를 소모하다 보니 돈이 급해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은 북한에 많은 원조를 해왔다. 상당수는 무상이지만 차관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이 북한을 흡수하려면 이 100억 달러도 계승해야 한다.
북한이 극도로 폐쇄적인 경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타당한 주장이었고 유지하 권한대행도 수긍했다.
―북한 내부의 자료와 대조해서 갚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지불 시한이 지났다. 당장 갚지 않겠다면 디폴트를 선언해라.
안 그래도 악감정이 쌓인 상태에서 김정은의 면담까지 거절하는 바람에 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유지하는 김정은이 중국에 쌓아둔 재산의 청산을 요구했고, 중국은 거절했다.
―김정은 본인이 아니면 내줄 수 없다.
그러나 그를 중국에 데려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들 이번만큼은 유지하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돈벼락이라도 맞지 않는 이상 갑자기 100억 달러를 어디서 구하겠는가?
중국은 내심 이런 상황을 기다렸는지 모든 금수조치를 풀면 상환을 늦춰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유지하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러시아와 독일에서 선뜻 자금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언제든 한국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독일은 솔라퓨전의 핵융합로를 시범적으로 설치한다는 조건 하에 자금을 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국채를 탕감하기로 했다.
유지하는 러시아와 독일에 정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우리는 러시아, 독일과 전면적인 경제협력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이 선언이 나오자마자 지하로 추락하던 양국의 증시가 상당히 안정되었다.
그에 반해 100억 달러를 입금 받은 중국은 울상이 되었다.
완벽하게 한국과의 관계가 단절되었고 북한에서도 손을 떼게 생겼으니.
내부에서는 돈은 받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정은을 미끼로 양국의 관계를 개선했어야 했는데 너무 서둘렀다.
―장민 위원은 너무 화가 많고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왕쉬안 상장의 주도로 장민 위원이 실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새롭게 제안했다.
―김정은이 은닉한 재산을 정확히 청산하여 한국 정부에 돌려주겠다. 단둥시 침범 사건도 논의할 겸해서 중국을 방문해 달라.
유지하의 반응은 이랬다.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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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한국전쟁은 한국 사회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수십만에 달하는 장병이 처참한 월급을 받고 전쟁이 동원되다 보니 이들에 대한 대우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많아졌다.
특히 CNN 등 외신에서 한국군 병사들의 월급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500달러.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는데요. 단돈 500달러를 받고 전쟁터에 투입되었군요. 억울한 감정은 들지 않나요?”
부상을 입은 병사는 이렇게 얘기했다.
“복무 중에 전쟁이 터진 거라서 운이 나빴다고 할 수밖에 없죠. 그래도 통일에 이바지하고 저도 할 말이 생겼으니까,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어떤 할 말이죠?”
“전차를 타고 압록강까지 갔다 왔거든요. 거기 물도 떠다 마셨어요. 똥물이던데요.”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물었다.
“명예를 가졌군요. 그래도 정부에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500달러는 미군 병사의 수당만도 못한 금액인데요.”
“어···대통령님이···아, 유지하 의원님이 인류연합 영주권을 주신다고 하셨거든요.”
“영주권이요? 북태평양에 위치한 테라 섬? 거기 아무것도 없잖아요.”
“이번에 보니까 시설이 꽤 많이 들어섰다고 그러더라고요. 내년 3월부터는 거주할 수 있다던데.”
“정말 믿겨지지 않는군요.”
그의 말마따나 이번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병사들에겐 인류연합의 영주권이 자동적으로 부여된다.
세간에서는 인류연합과 테라 섬을 재벌의 장난감 정도로 치부했지만 실제로는 뭔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일본에서 폭로하면서 테라 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상식적으로 포로 수만 명을 수용할 정도만 기반시설은 깔렸다는 얘기 아니냐?
―일본 잡지에서 취재한 거 보니까 포로들 살이 통통하게 쪘다는데.
―물자야 그렇다 치고 기반시설이 그렇게 빨리 깔릴 수가 있나···
―레딧에서 나온 얘긴데 거기 시설 전체가 블랙메탈이라고 함. 군함에서 쳐다보고 있으면 하루 만에 막 건물이 올라온다던데.
―거긴 블랙메탈이 썩어나나?
―근처에 엄청 큰 매장지가 있다는 말도 있고 하여튼 위치 잘 잡았음.
―진짜 우주선으로 섬 만든 거 같음.
―ㅅㅂ 유지하 우주선 소유설 이건 언제 끝나냐.
―나중에 유지하 총통이 지구를 통일한 다음에 딱 밝히는 거임. 전부 내가 한 거라고.
―엌ㅋㅋㅋㅋㅋ
아직 전쟁 중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대화가 도처에서 오갔다.
이는 한국의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진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는 다소 상승했지만 수출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었으며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대폭 내려갔다.
거의 1년 가까이 중국산 농산품을 수입하지 못하다 보니 포기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은 희망이었다.
북한이 사라졌으니 더 이상 도발이나 핵위협을 당할 일도 없어졌다.
또한 신라그룹에서 미래의 먹거리 진행상황을 속속들이 발표함에 따라 한국인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루시아 양산한다는데 이제 안드로이드의 시대가 온 거임.
―인공피부 씌우면 완전 인간이던데 진짜 기대된다.
―야 안드로이드 루시아 차 한대 가격으로 내려오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냐?
―일단은 5억 선에서 출시한다고 함. 개인이 가지는 건 무리고 어디 단체에서 홍보용으로 주문하겠지.
―우리 루시아찡 인권, 아니 로봇권 제정해야 되는 거 아니냐? 험한 일 당하면 안 되는데.
―사용계약서 따로 있다던데. 함부로 대하면 자동적으로 계약 파기되고 인공지능도 삭제된다고 함.
―전쟁 끝나면 루시아 조수석에 태우고 테라 섬 드라이브나 하고 싶다.
―거기 경치가 그렇게 죽인다던데···
다만 부정적인 이슈도 상당했다.
주로 경제적인 면이었는데 국고채를 엄청나게 찍어내고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부족해졌다.
북한 정권을 밀어버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주민들을 먹여 살리려니 이게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미국, 러시아 등지에서 잉여 농산물을 열심히 지원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통제가 풀리고 재건이 시작되면 나아지겠지만 당분간은 한국이 먹여 살릴 수밖에 없었다.
재정 담당자들이 비명을 지르자 유지하는 국무회의를 열어 모든 국가기관의 재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더 이상 세금 낭비를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올해 예산 지출 내역을 루시아에 업로드해서 검토 받으십시오. 통과 못하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습니다.”
여기서 루시아라고 하면 신라메타버스에서 제공하는 자금 운용 프로그램을 말한다.
자금 흐름 추적에 특화된 이 인공지능은 정부에서 쓰는 세금을 10원 단위까지 감시한다.
통일부에 적용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온갖 허황된 계획을 적발하고 방만한 재정 운용을 터는 바람에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고소까지 당했다.
유지하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관에게 보고서를 들이밀었다.
“이 위원회는 남북한 공동사전을 편찬한다는 거창한 업무를 24년째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있습니까?”
통일부 장관은 그리 두껍지 않은 사전 한 권을 들이댔다.
“이 사전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완성되지도 않은 사전 나한테 들이대지 마십시오. 그리고 사전 하나 편찬하는데 700억이 말이 됩니까? 올해도 사무실 유지하느라 10억을 지출했다면서요? 15명이나 되는 거기 직원들은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드론을 통해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자 텅 비어 있었다.
장관은 끝내 고개를 숙였다.
“차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사무실 폐쇄합니다. 그리고 사무실 인원들 24년 치 근무내역 찾아서 보고하십시오.”
24년 동안의 근무내역을 찾아서 보고하라는 말에 장관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런 기록은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유지하는 그에게 강조했다.
“근무내역 없으면 근무하지 않은 걸로 간주하고 끝까지 비용 추징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변호사 알아보는 게 좋을 겁니다.”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정부기관들은 제출할 자료 만드느라 법석을 피웠다.
도저히 내역을 만들지 못해 반쯤 무시했다가 유지하에게 불려가 박살이 난 부서장도 여럿이었다.
심한 질책을 당해 자살한 사장이 있을 정도였다.
국회나 언론에서 죽음의 칼춤 소리까지 나왔지만 유지하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앞으로 만 원 이상 재정이 필요하면 루시아에 계획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고하는데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마십시오. 업무를 중단하는 한이 있어도 세금 낭비는 끝까지 추적합니다.”
그 결과가 차곡차곡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정부가 얼마나 방만하게 재정을 낭비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일주일 근무시간이 10시간도 안 되는 직원한테 1억? 장난하냐?
―시민단체한테 지원금 퍼부으면 그게 시민단체냐? 관제단체지?
―이 새끼들 전부 돈 토해내게 만들어야 한다니까.
국민들은 시원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래를 걱정했다.
당장은 개혁이 진행되겠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이거 다음 대통령이 원래대로 돌려버리면 어떻게 하나?
―전쟁 끝나고 계엄령 해제되면 대선 총선 치를 텐데···
대통령 궐위 시 권한대행이 직무를 맡되 60일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계엄령 때문에 선거를 치를 수 없었다.
해서 국회의원들은 틈만 나면 계엄령을 해제하라고 유지하에게 요구하는 실정이었다.
살아남은 중진들은 언론과 이런 인터뷰를 했다.
“곧 내려올 사람이 정부조직을 너무 많이 흔들어놓고 있어요. 일부 기관이 다소 방만한 경영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감사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유지하 권한대행은 감사원이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는데요.”
“앞으로 잘 하면 되잖습니까. 하여튼 그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권한대행입니다. 현상유지에만 신경 써야 하는데 대한민국 전체를 뒤집는다는 건 선을 넘었어요.”
사람들은 그 인터뷰를 보면서 깨달았다.
유지하가 내려가는 즉시 정부가 원상복귀될 거라고 말이다.
일부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튀어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기도 했다.
―재네들 전쟁 내내 한 게 뭐 있어? 평양 보내달라고 떼만 썼지.
―전쟁은 유지하가 했는데 저 새끼들이 다 받아먹게 생겼네.
―우리가 뽑았는데 후회하면 뭐해?
―그냥 다 치워버리고 계속 유지하가 권한대행 했으면 좋겠다.
―그럼 쿠데타밖에 답이 없는데?
이렇듯 사방에서 유지하를 압박하는 가운데 매킨리 미국 대통령이 방한을 통보했다.
전시에 방한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동행할 관료들의 숫자도 장난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은 스포트라이트를 꿈꿨지만 일주일의 방한기간 중 국회에 배당된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곧 물러날 권한대행이 이런 것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열을 올렸다.
“곧 대통령이 취임할 텐데 권한대행이 무슨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겠습니까? 일정을 미뤄야 합니다.”
“미국이 요구한 겁니다.”
“···”
그럼 할 말 없지.
79화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보통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1박 2일 정도로 매우 짧다.
워낙 바쁜 위치이고 한국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커티스 B. 매킨리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무려 일주일이었다.
전시란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한국의 지도자가 대통령도 아닌 권한대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곧 권력을 양도할 사람과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측이 아닌 미국이 일정을 이렇게 잡았다는 점에서 온갖 추측이 오갔다.
―대통령은 유지하 회장이 차후 권력을 잡을 것이란 가정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몇 년 후인데 성급한 것이 아닌가? 일주일이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최근 러시아와 한국의 밀접한 관계를 경계했는지도 모른다.
―불러서 경고하면 될 것을, 일주일은 너무 길다.
미국의 일부 지식인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예전처럼 밀접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2차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은 미국의 지원을 그리 많지 받지 않았다.
물론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더 힘들어졌으리란 점은 자명했다.
개전 초기의 정보와 병원선의 지원, 군사용 GPS 허용 등이 없었더라면 한국군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수출한 식량이 아니었더라면 점령지에서 아사자가 제법 나왔으리란 연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으리란 점에서 한국인들은 더 이상 미국에 대한 종속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이번 방한에도 이런 말이 나올 정도였다.
―우리 권한대행은 할 일이 많은 사람인데 일주일은 너무 긴 거 아니냐? 예전처럼 1박 2일 하고 치우지.
―보나마나 신라그룹 투어하고 가겠지. 안드로이드 루시아 시제품 출시라는데 그거 만져 보고 갈 듯.
―개전하자마자 위험하다고 미국인 전부 철수시킨 거 뻔히 아는데 이젠 괜찮나 보지?
―또 예전처럼 귀찮게 굴 거면 검머외들 데리고 다 떠났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보면 러시아가 선녀야. 수송기하고 식량 잔뜩 지원하고 이번에 돈 빌려주면서 조건도 안 달았다잖아.
―러시아는 우리가 통일하면 가스관 깔 생각에 싱글벙글임.
―우리 입장에서도 나쁠 거 없지. 단가가 70% 이하로 내려가는데.
―통일되면 우리하고 러시아하고 국경 맞닿는 거 아냐?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제 입대하면 삼지연이나 개마고원에서 복무할지도 모름.
―거긴 겨울에 영하 20도부터 시작함ㅋㅋ
―아 씨발.
어쨌거나 매킨리 대통령의 방한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미국 대통령은 국빈으로 대우하고 의전도 최고여야 한다.
하지만 유지하 권한대행은 전시라는 이유로 상당수의 의전을 생략했다.
심지어 공항에 직접 나가지도 않고 다른 장관을 보냈다.
미국 대통령이 가지는 위상을 생각했을 때 심각한 결례라는 말이 나왔지만 전시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매킨리 대통령은 삼청동 공관에서 유지하를 만났다.
* * *
“우리 두 번째지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 번 만났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