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79
“그때는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글쎄, 위험도가 너무 높아서 말이오.”
“거절하신다면 길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겠군요.”
매킨리 대통령은 잘생긴 한국 청년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때도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던가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시간낭비와 비효율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진 회담도 생략하고 내가 바로 온 게 아니겠소? 탑다운으로 협상을 진행해 봅시다.”
원래 외교는 유지하처럼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니다.
조심스럽게 서로의 의사와 입장을 확인하며 접촉하며 실무진이 의견을 좁히는 과정이 길게 이어진다.
정상끼리의 회담은 도장을 찍는 절차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유지하는 생애의 대부분을 군인으로 살았고 그 방식에 익숙했다.
원한다면 아르마에게서 외교에 대한 코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상대방에게 맞추라고 하면 되니까.
매킨리 대통령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먼저, 이번 제안은 내 보좌진 사이에서도 격렬한 찬반양론이 오갔다는 점을 말하고 싶군요. 그만큼 치열했소.”
“숙적인 중국을 쪼개는 데에도 반발이 컸던 모양이군요.”
“확실히 중국은 위협적이었지. 하지만 최근에는 전쟁 후유증으로 앓는 중이요. 여러 싱크탱크에선 중국이 다시는 미국에 도전하지 못할 거라 추측했습니다.”
“이쯤에서 만족하시겠다는 거군요.”
그는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유 의원, 시야를 넓게 가지십시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전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겁니다. 중국이 쪼개지면 경제공황이 와요. 세계 경제가 쪼개진단 말입니다.”
중국은 그 거대한 인구로 미국 다음가는 경제를 구축했다.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도 장난이 아니어서 중국이 멈추면 세계가 멈춘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한국은 작년부터 탈중국을 시작해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건 물가 상승의 압력을 감수하고 추진한 결과였다.
미국은 결코 한국처럼 할 수 없었고 애초에 그럴 의향도 없었다.
자국에 대한 도전이 불가능한데 예전처럼 찍어 누를 이유가 없잖은가.
그러나 한국의, 유지하의 입장은 달랐다.
“의견 차이가 좁혀질 것 같지 않네요.”
매킨리 대통령은 실망스러운 눈으로 의자에 몸을 묻는 유지하를 직시하며 말했다.
“잠깐 화제를 돌리지요. 이번에 우리가 의논한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는 유 의원의 정체에 관한 것도 포함됩니다.”
“내 정체요? 얼마나 알아내셨는지 궁금하군요.”
“아아,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확실하죠. 지금까지 유 의원의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평범한 기업인이자 정치인이 맞나 하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외계인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매우 특이한 사람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을 쪼개면 거기서 끝이 아닐 겁니다. 유 의원의 진정한 목적은 뭡니까?”
“글쎄요…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미국 대통령으로도 감당이 어려운 목적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말을 돌리시는 것 같은데.”
유지하는 자세를 바로 하고 말했다.
“나는 이런 화법에 익숙하지 않으니 직설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미국이 나를 적대시하지 않는 이상, 나도 미국을 적대시하지 않을 겁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보통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유지하에 대해 경보음을 울리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그는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지 3년도 되지 않아 실질적인 한국의 수장이 되었다.
2차 한국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놀라운 수완을 발휘해 걸림돌을 하나둘씩 제거하고 있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장난이 아닌데 안트론 같은 위험한 물질을 만들고 이제는 중국을 쪼개겠단다.
앞으로 미국이 목표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미국 정보기관에선 유지하를 귀화시키거나 최악의 경우 암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물론, 매킨리 대통령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유지하는 과연 미국의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
“방금 유 의원의 발언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마치 당신들은 나를 적대시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들린단 말입니다.”
“그렇게 들렸다면 유감입니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게 뭡니까?”
“인류의 평화.”
“…….”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보통 평화라는 단어 앞에는 세계가 붙는데 인류를 언급하니 다소 뜻밖이었다.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지.
매킨리 대통령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도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유 의원이 하나만 해준다면 나는 얼마든지 믿을 수 있습니다. 아니, 미국 전체가 믿을 겁니다.”
“미국인이 되라는 제의군요. 방금 말씀드렸듯이,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거라고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협상 결렬이군.
대통령의 눈이 좁아졌다.
“미리 말하는데, 그 안트론인가 하는 물질을 공표하는 건 절대로 안 됩니다.”
“절대라는 건 이 세상에 없습니다.”
“일본이 어떻게 됐는지 알면서 하는 말입니까?”
“제재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호황이더군요. 외국의 불행은 곧 자국의 행복인 셈이죠.”
요즘 세계 경제는 워낙 불황이라서 제재한다 하더라도 효과는 미지수였다.
또한 미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한국에서 빼앗아왔다.
괜히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 게 아니다.
현재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대체 가능한 품목이 아니라 블랙메탈을 비롯한 신소재, 신기술이었다.
이를 제재한다는 건 자기 발등을 찍는 거나 다름없었다.
매킨리 대통령은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과 한국은 수십 년간 이어온 동맹입니다.”
“동맹이었죠. 그리고 그게 종속적인 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수십 년간 고분고분 말 들었으면 충분하잖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대등한 관계를 정립하겠다?”
“덩치가 워낙 차이가 나서 어렵겠죠. 하지만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
당초 미국의 계획은 한국에서 손을 떼지 않는 선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불가능하다는 게 밝혀졌다.
한국은 북한을 흡수한 뒤 독자적인 길을 걸을 결심을 하고 있었다.
후유증이 장난이 아닐 텐데 그걸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는 차치하고, 이쯤에서 따끔하게 경고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매킨리 대통령은 자세를 바로 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말씀하시죠.”
“미국은, 유 의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중국을 쪼개자는 위험한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고, 안트론은 절대 공표되어선 안 됩니다.”
“하나도 양보 못하겠다는 거군요.”
“3단계의 보이콧도 준비가 되어 있으나 당장 시작하지는 않을 겁니다. 뒤의 정부와 협상하면 되니까 말이오.”
이게 끝인가?
유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얼굴이 되었다.
“겨우 이런 걸로 나를 포기시킬 자신이 있었다는 말입니까?”
회담 뒤에는 신라그룹의 시설과 안드로이드, 핵융합 테스트의 참관뿐만이 아니라 평양을 둘러보는 일정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은 유지하가 무릎을 꿇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대해선 답하지 않겠습니다.”
경제 제재를 언급하면 조금이라도 숙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덤벼드니 참으로 곤란한 노릇이었다.
‘똑똑한 사람이 확실한데 희한하군.’
미국은 일본이 아니다.
미국의 보이콧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면 버티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가혹하다.
한국은 그럭저럭 독립적인 경제를 만들어 가고는 있었으나 아직은 미국의 영향력 안이었다.
이만큼 경고했으니 안트론을 발표할 엄두도 못 내겠지.
매킨리 대통령은 일어섰다.
“이후의 모든 일정은 취소합니다. 생각이 바뀌면 정식 외교채널을 통해 알려 주십시오.”
핫라인도 아닌 정식 외교채널을 통하라는 말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지하는 그를 마주보며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조언 하나 하지요. 유 의원은 적을 너무 많이 만들고 있어요. 언젠가 버거워질 텐데 혼자서 그걸 감당하는 건 어려운 일이오.”
“조언 감사합니다.”
전혀 감사한 얼굴이 아니었다.
매킨리 대통령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에어포스 원에 올라탔다.
언론을 포함한 한국 전체가 의아해하는 게 느껴졌다.
지금부터 유 의원은 상당한 압력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귀국하자마자 유지하가 기자회견을 열어 안트론을 공표할 줄은.
―소개하겠습니다. 모든 핵반응을 억제하는 신물질, 안트론입니다.
“…….”
보좌관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매킨리 대통령은 눈을 손으로 덮고 신음했다.
“이거 감당할 수 있나?”
* * *
기자회견이 끝났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중성자를 억제해 핵반응을 막는단다.
유효 범위는 500미터.
그러니까 500미터 안에서 안트론이 기폭되기만 하면 모든 핵무기와 원자로가 고철이 된다는 뜻이다.
이 발표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당장 큰 움직임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각국의 수장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회의에 들어갔기 때문.
외신에서는 CNN이 대표로 유지하 권한대행과의 단독인터뷰를 따냈다.
“그러니까… 이 폭탄이 터지면 근처에 있는 모든 핵반응이 억제된다는 거죠?”
“맞습니다.”
“원리가 정말 궁금하지만 왠지 들어도 제 머리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군요. 혹시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은 것도 이 물질인가요?”
“40발의 핵탄두 모두 요격해서 고철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핵실험도?”
“글쎄요,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일본의 핵실험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방금 핵반응을 억제하는 물질을 소개하셨지 않습니까.”
“설마 미사일을 쐈겠습니까? 근처에는 일본 자위대의 함대가 있었는데?”
“아, 그렇게 되는군요.”
기자는 그때 김구함의 시운전이 있었다는 걸 몰랐는지라 대충 넘어갔다.
유지하는 인터뷰에서 안트론을 다른 국가에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현재 국제 안보는 핵보유국의 밸런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밸런스를 흔들 생각이 없습니다. 동시에 적국이 한국을 위협하는 것도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을 향한 모든 핵위협은 오늘 이 시간부로 무효입니다.”
진짜 안트론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지하의 발언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정식 외교채널을 통하라던 매킨리 미국 대통령이 먼저 수화기를 들었다.
“기어코 내 발언을 무시하는군요. 이거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말씀드린 것 같은데, 나는 미국의 적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각을 세우는 건 대통령이십니다.”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발표하는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소.”
“정말 한마디 상의도 없었습니까? 나는 누구보다 미국을 믿고 레일건도 공유하고 안트론의 존재까지 알려 줬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나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군요.”
러시아의 반응을 보면 그들도 몰랐던 게 확실하다.
매킨리 대통령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물었다.
“…대체 어쩔 셈입니까.”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원자로가 가동이 중단되기라도 하면 한국이 의심을 산단 말입니다.”
“미사일이 날아드는 것도 모를 정도의 바보는 없습니다. 그냥 한국에 종류가 다른 핵이 생긴 것뿐입니다.”
“핵보유국이 아니지만 함부로 공격할 수 없으므로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다 이겁니까?”
“NPT 탈퇴까지 생각했는데 다행이죠.”
하마터면 입에서 FUCK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정말 달라진 게 없다.
안트론이 유출되지 않는 이상 미국의 핵전력 우위는 변하지 않는다.
유지하에게 협력하기만 하면 여전히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치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제재에 들어간다면 미국은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러시아를 비롯한 불량국가들이 안트론을 보유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었다.
매킨리 대통령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걸 발표할 줄이야…….’
벼랑 끝 전술을 즐겨 쓰는 독재자가 사라졌나 했더니 더한 놈이 나타났다.
앞으로 가해질 유형무형의 압력은 장난이 아닐 것이다.
대놓고 그를 암살하려 들 수도 있었다.
“각국의 반발은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죠.”
그는 최종적으로 결심했다.
“묵인하면 되는 겁니까?”
“현명하십니다. 나머지는 내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될 겁니다. 서쪽이 심상치 않다는 건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겠죠.”
중국 내부의 폭동 때문에 신장 위구르 수용소를 감시하고 있던 병력이 크게 줄었다.
“대체 정보망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모르겠군. 아무튼 몰랐다고 할 테니 유 의원이 알아서 하십시오.”
“그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안트론 샘플이라도 드릴까요?”
누굴 놀리느냐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차마 거절할 순 없었다.
어떻게 핵반응을 억제하는지 원리를 탐구하고 싶은 과학자들이 그랜드 캐니언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기왕이면 몇 차례 실험할 정도로 보내 주면 고맙겠소.”
“그러죠.”
한편 국내의 의견은 완전히 나뉘었다.
대부분은 유지하에 대해 찬양하는 분위기였으나 일부, 그러니까 국회의원들은 극도로 그를 경계했다.
―지금까지 이걸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전 대통령도 이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전쟁 자체가 기획된 것일지도 모른다.
―권한대행이면서 대통령보다 더한 횡포를 휘두르고 있다. 즉각 하야해야 한다.
―계엄령을 해제하고 권력을 국민에게 양도하라!
10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보좌관들과 나와 함께 시위를 벌였다.
그들에 대한 여론이 매우 나빠졌다.
―이제 핵위협을 당할 일이 없어졌는데 이게 나쁜 건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놈들이 유지하한테 지랄이네.
―아 그냥 꺼지라고. 유지하가 알아서 잘 하니까 너희들 필요 없다고.
광화문 앞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국회 시위대와 대치했다.
국회의원들이 설득하려 했지만 거만하기 그지없는 모습과 당신들이 뭘 아냐는 말투를 고수하는 바람에 나쁜 인상만 심어 주었다.
국민들은 확신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예전의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분노한 민의가 욕설과 고함으로 변해 국회 시위대를 위협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국개들 꺼져!
―세금도둑들 잡아 죽여라!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는 절박함이 국민들을 움직였다.
경찰이나 헌병들은 그들을 둘러싸기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리고 시위대 속엔 위장한 안드로이드가 몇 대 숨어 있었다.
국민의 뜻대로
“당신들이 뭔데 안트론 자료 달라고 해? 이번에는 어디 팔아먹으려고?”
“전쟁 내내 숨어 있다가 좀 안전한 것 같으니까 수송기 내달라고? 씨발 단체로 평양에 유람 가냐?”
“이 새끼들 죄다 동해에 빠트려서 죽여야 된다니까?”
격한 고함이 터져 나왔고 시위를 벌이던 국회의원들은 상당히 당황했다.
자신들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심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곳곳에서 죽이라니 바다에 빠트리라니 험한 소리가 튀어 나오면 옳소! 하고 찬동하는 목소리가 파도처럼 퍼졌다.
모든 것이 오해였다.
안트론에 대한 자료를 달라고 한 것은 국방위 소속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 신무기를 대통령도 아닌 권한대행만 알고 있다는 건 현행법상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리고 전쟁 내내 숨어 있었다는 것도 억울했다.
초기에 북한의 로켓이 국회의사당을 두들기는 바람에 막대한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때 200명 가까운 의원이 사망한 것을 생각하면 자신들이 전쟁 내내 숨어 있었던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
그리고 평양에 가는 것도 진짜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위험한지 살피기 위함이었다.
적당히 치안이 확보되었다면 계엄령을 해제하고 선거를 치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잖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권한대행이 온갖 핑계를 대며 계엄령을 유지하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 이를 해제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 우매한 작자들은 그런 것조차 모르고···
온갖 쌍욕을 처먹고 있던 국회의원들이 슬슬 열 받기 시작했다.
“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하네.”
“뭐 외국에 자료를 팔아먹어? 국방위 간담회 자료를 한 번이라도 봤어야 말이지.”
“이 사람들 혹시 유지하가 독재하길 바라는 거 아냐? 엄연히 민주공화국에서.”
의원들에 비해 유지하의 인기는 엄청났다.
정작 그는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곳곳에서 이름을 외쳐댔다.
“유지하! 유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