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88
“그 사람, 아무리 봐도 선을 넘었어요.”
“권한대행 주제에 설치는 건 적당히 넘어간다 치더라도 이번 드론 건은 심했죠.”
“발언의 수위를 낮추던 미국 언론도 이번에는 비판 일색입니다. 북한을 삼키더니 닮아간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지요.”
술잔이 돌아가며 대화의 수위가 올라갔다.
이곳은 모 기업에서 자금을 대고 만든 요리집으로 그 어떤 도청장치도 없었다.
그리고 참석자 모두가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된 정밀수색을 받았다.
이동수단도 택시를 이용하고 경로를 꼬는 등 철저히 대비해 대화가 유출될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거기에서 용기를 얻었는지 참석자들은 과감하게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똑똑한 줄 알았는데 토목 건설 이쪽은 전혀 몰라요. 뭐 인공지능? 그깟 거에 일일이 보고해서 일이 되겠느냔 말입니다. 현장은 전쟁터나 다름없는데.”
“전쟁 중에 다소 실수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 급박한 상황에서 민간인을 어떻게 구분해요? 참 답답합니다. 한반도를 통일시킨 우리가 이런 푸대접을 받고.”
그렇게 말하는 장익환 대령의 동기는 민간인 학살 혐의로 기소되어 사형을 선고받아 현재 테라 섬에서 복역 중이었다.
육군 대령연합회의 일원은 누구나 그 사건에 대해 분노했다.
―참 세상 거꾸로 돌아간다. 삼십대 중반이 전쟁에 대해 뭘 알아? 전쟁터가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직접 겪어 봐야 알지.
―양복 입고 합참에만 있었던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주변에서 부추기니까 얼추 그렇겠거니 싶어서 사형 때린 거죠.
―그 일만 아니었어도 장래 총장이 확실한 사람이었는데 미래를 조진 겁니다.
이들은 학살을 피한 생존자가 다수 나왔고 시신에서 찾아낸 증거가 확고하다는 점은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지하가 국군의 장악 과정에서 과격한 수단을 동원한 점도 있었기에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합참을 비롯한 고위 장성들은 유지하라면 죽는 시늉도 할 기세였으나 영관급 장교들은 그렇지 않았다.
전쟁은 자기들이 했다는 것이다.
―특진도 모자랄 시점에 뭐 영주권? 땅개가 영어 배워서 그걸 어디다 쓰나?
―그 사람은 군을 버렸어. 사냥이 끝나니까 삶아서 먹어버렸다고.
―그러면 우리도 굳이 따를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한 대령의 제안에 다들 눈치만 살폈다.
인공지능은 국군의 인트라넷마저 장악했고 군 내부에도 드론 감시망이 깔렸다.
그리고 여러 혜택을 받은 병사들이 유지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어서 쿠데타는 절대 쉽지 않았다.
군부대에 게임기가 들어가질 않나 요즘은 조기 전역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더 이상 비대한 육군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 간부 위주의 군을 꾸린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는 고급 장교들의 불평을 샀다.
병사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자리도 줄어든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군에서 불만이 폭발하자 대령연합회의 몇몇 군인들이 조심스럽게 바깥과 접촉에 나섰다.
갑자기 정치에서 축출당한 국회의원과 유지하의 폭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재벌 등이 대상이었다.
처음엔 말로 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들어먹을 놈이 아니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참수부대까지 선정했으니 이제는 실행만 남았다.
한승재 의원이 소주잔을 입 안에 털어 넣은 후 말했다.
“공군을 섭외 못한 게 참으로 아쉬워요.”
“너무 아쉬워 마십시오. 그쪽이 개입하면 사이즈가 커집니다. 딱 한 명만 죽이면 되는데 굳이 일을 크게 벌일 필요가 없습니다.”
“뭐, 그렇지요. 딱 한 명···”
이들의 목표는 유지하다.
현 정권은 단연코 그의 인기와 능력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었다.
따라서 그만 죽이면 정권은 자연스럽게 붕괴되고 권력이 그들의 손에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청와대 간담회 등을 통해 본 유지하의 경호수준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서도 조촐한 수준이었다.
경호원의 숫자는 절반으로 줄었고 그마저도 빡빡하게 돌아가진 않았다.
도처에 널린 드론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확실히 위협적이지만 방송국은 너무 복잡해서 안까지 들어오지는 못한다.
한승재 의원이 장익환 대령을 주시했다.
“두 번은 없어요. 딱 한 방에 확실하게 끝내야 합니다.”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현재, 저희 부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으니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그때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던 미래자동차그룹 유형석 회장이 말했다.
“꼭 죽이지 않아도 다른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어딘가에 감금해두고 기술만 빼낸다거나···”
다른 두 명의 표정이 살짝 찌그러졌다.
“아무래도 조카라서 팔이 안으로 굽지요? 이거 다른 분을 모셨어야 했나···”
그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
“오해 마십시오. 제 말은 그게 아니라 다른 쓰임새가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막말로 지하가 죽으면 블랙메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한승재 의원은 걱정 말라는 듯 배를 두드렸다.
“인공지능은 시간만 들이면 코드를 해독할 수 있습니다. 그럼 블랙메탈이나 안트론의 비밀도 자연스럽게 밝혀지지요.”
뒤이어 장익환 대령이 말했다.
“명심하십시오. 그는 아주 위험한 인물입니다. 죽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어요.”
“···”
진작 잘 좀 하지.
유형석 회장은 아쉬운 마음에 술잔만 연거푸 들이켰다.
큰아버지 되는 사람으로서 녀석의 외면에 크게 상심했던 게 사실이었다.
신라그룹을 이어받을 때만 해도 적당히 밀고 당겨줄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은 제 뱃속 채우기에 바빴다.
현 미래자동차의 부진을 넘어선 몰락은 바로 녀석의 외면에서 기인한다.
그는 죽이는 대신 협력을 얻어내려 애썼지만 주도자들의 결심이 너무도 확고했다.
유지하만 죽이면 권력을 쥘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과연 잘 될까?
유지하는 각국과 너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잘못 건드렸다간 이쪽이 박살날 위험도 있었다.
중국이나 유럽은 좋아하겠지만 미국, 특히 러시아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주인을 잃은 인공지능의 폭주도 가능성이 있었지만 후원자들은 그런 것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일단 죽이고 봅시다. 그의 유산을 나눈다면 충분히 이쪽을 이해해 줄 거요.”
“그래봐야 드론이고 그래봐야 안드로이드요.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나라입니다. 이제 그걸 돌려줄 때가 됐소.”
물론 그들은 독재자를 몰아낸 뒤에는 자신들이 정권을 차지한다는 점은 쏙 빼놓았다.
장익환 대령과 한승재 의원이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방송국에서 꼭 유지하 그놈과 붙어 있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참수부대가 위치를 확인하고 돌입할 수 있습니다. 큰아버지니까 뭐 변명은 될 겁니다.”
“조카를 죽여야 하니 씁쓸한 것은 알겠지만 이건 정의를 위해섭니다. 김정은이도 잡혔는데 더 이상 한반도에 독재자가 있어선 안 돼요.”
유형석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자자, 표정 풀고 건배합시다.”
“독재자 타도를 위하여!”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위하여!”
“위하여!”
.
.
.
―히틀러, 스탈린. 그리고 유지하.
―축하한다. 한국은 이제 김정은 대신 유지하를 가지게 되었다.
자유와 인권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프랑스와 영국의 언론에서 내놓은 기사 제목이다.
20세기 최악의 독재자와 유지하의 이름을 나란히 두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혐오감을 짐작할 수 있다.
시민점수제는 세계를 경악하게 했고, 긍정적인 면이 밝혀진 후에도 비판은 멈춰지지 않았다.
국민에게 점수를 매기고 관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발상이었던 것이다.
인류가 우주괴물에 의해 절멸의 위기에까지 몰린 후에야 안정을 위해 선택한 방법을 지금 내놨으니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다.
UN 인권위원회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미국은 정부 대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여 대대적으로 유지하 때리기에 나섰다.
―한반도를 통일하고 하는 짓이 겨우 이거냐. 애초에 지원도 해주지 말았어야 했다.
―사상까진 통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건 독재자들이 앵무새처럼 하는 말이다. 봐라, 이제 저 드론들은 각 가정까지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실질적인 타격은 없었다.
독점적인 수출품목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도 말로만 유지하를 비판할 뿐, 실질적인 제재를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매킨리 대통령이 발언의 수위를 낮춰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이렇듯 사방에서 비판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그럭저럭 평온하게 시민점수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범죄와 관련이 없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드론에 무척이나 편리한 기능이 업데이트되기 시작했다.
바로 도우미로서의 기능이었다.
현재 한국에 100만 대나 뿌려진 드론의 장점을 열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기동력이 좋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튼튼하고 추력이 높다. 네 대가 모이면 2톤짜리 차량도 거뜬히 들어올린다.
―판단력이 인간과 비슷한 수준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단점은 딱 하나였다.
―더럽게 비싸다.
다만 일반 시민들이 단점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드론은 언제든지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도우미였다.
피드백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시민들을 돕기 위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뭔가를 물어보면 바로 답을 출력하게 되었다.
심지어 길눈이 어두운 사람을 위해 길안내까지 해주기 시작했다.
이제 어린아이의 하교길에 드론의 동행은 필수가 되었다.
이 녀석들은 건널목 등에서 버티고 있다가 아이들이 지나가면 바로 차를 멈춰 세운다.
음주운전도 크게 줄어들었다.
리스트에 기록된 사람이 차에 타려고 하면 드론이 날아와 행동을 주시하기 때문이다.
만약 술에 취한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바로 경보음을 울리고 비키지 않는다.
드론의 이런 기능들은 범죄율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도처에 경찰이 깔린 거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얘네들 의외로 편하네.
―감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전용 도우미가 따라다니는 느낌이야.
―이게 보는 시각에 따라서 드론이 다르게 보인다니까.
물론 이런 비판도 있었다.
―그래봐야 범죄율을 0으로 낮추지는 못한다. 장점보다 시민통제라는 단점이 더 크다.
―이제 드론을 통해 사상을 통제하기 시작할 것이다. 모든 독재자의 행동원리는 같고, 유지하도 거기에서 벗어날 순 없다.
루시아 프리미엄을 통해 사상을 슬쩍 주입하는 행위는 예전에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도 여유도 없어졌다.
유지하의 목적은 메가시티라는 요새를 만들어 인류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
15억의 인구를 에테르에 노출시켜 사이커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서 사상 통제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물론 사이커 육성 과정에선 세뇌에 가까운 교육이 진행되겠지만.
“그래도 나를 못 믿는 사람들은 꽤 많지. 어떻게 나올 것 같아?”
“정확한 장소는 나오지 않았지만 M사 본사로 추측됩니다.”
나름 행선지를 숨긴다고 고생했겠지만 현재 사회의 높으신 분들은 대부분 마이크로드론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
“내가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하는 동안 참수부대를 투입해 목을 따겠다는 건가?”
“그들은 마스터만 없으면 자신이 권력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딱 1년만 비켜주고 해보라고 하고 싶군.”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유지하는 이번 기회에 쿠데타 세력을 뿌리 뽑기로 했다.
그러려면 사전모의를 박살내는 게 아니라 승리를 쥐어주고 세력이 모이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유지하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숨을 죽이고 있던 기존 기득권이 나올 테니까.
이건 꿀로 개미 떼를 유인하는 것과 같다.
“아르마, 준비는 다 해놨어?”
“네. 바이오백에서 대역품을 하나 생산했습니다. 머리의 일부만 기계라서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유지하가 죽었다고 판단해야 했기에 안드로이드가 아닌 대역품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바이오백의 수리는 예전에 끝났기에 인간의 육체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산된 인간은 영혼이 없지만 부품 몇 개로 간단한 흉내는 낼 수 있다.
“간담회 분석해서 적당히 토론하는 척하다가 총알에 맞아줘.”
“알겠습니다.”
굳이 방송국을 타겟으로 한 것은 유지하의 죽음과 동시에 자신들이 권력을 쥐었음을 알리려는 목적일 것이다.
또 방송국은 워낙 사람이 많아 경호가 소홀한 것도 있다.
드론도 들어오지 않으니 일을 벌이기에 안성맞춤이고.
유지하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은 아마도 한 사람이 맡게 되겠지.
“평생 먹고 살 돈이 있을 텐데 꼭 이런 식으로 죽음을 재촉해야 했나?”
유형석은 큰아버지이지만 유지하는 그에게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아무 시그널도 주지 말고 명단부터 확보해. 개미가 얼마나 많은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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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어느 날 저녁, 여의도 M사 방송국 본사에 유지하와 대기업 경영자들이 모였다.
이날의 주제는 문라이트 프로젝트를 비롯한 29년의 국책사업에 대한 논의였다.
일단 간담회라는 이름을 걸긴 했지만 실상은 유지하가 대기업에 먹거리를 얼마나 분배하느냐를 발표하는 장에 가까웠다.
핵융합, 문라이트 프로젝트, 기타 블랙메탈과 이온 추진기, 언옵테늄에서 파생되는 사업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또한 2부에서는 최근 이슈인 시민점수제에 대한 토론도 펼쳐질 예정이었다.
지식인이나 시민단체 등은 유지하가 데이터에 강하므로 자유와 인권을 중심으로 공략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었다.
범죄율이 확 내려간 것과 시민들의 반응이 좋은 것까지 부정하면 이야기가 안 된다.
그리하여 방송국 본사 7층에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모든 직원은 3중의 몸수색을 받아야 했으며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문을 지키고 섰다.
참석자들은 금속탐지기를 거친 후에야 겨우 메인 스튜디오에 들어설 수 있었다.
“허리띠까지 풀라는 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곧이어 간담회가 시작되었고 유지하가 발언을 시작했다.
“2029년, 인류는 새로운 변혁의 시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한국이 그 중심에 설 것입니다···”
발언과 함께 방송국 본사 지하에서 일단의 무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원 기관단총과 각종 수류탄으로 무장했고 블랙메탈 방탄복까지 착용했다.
이들의 목적은 화재를 이용해 유지하를 경호의 중심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다.
“화재 경보 울리겠습니다.”
한 대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본사 전체에 요란한 경보음이 울렸다.
따라라라랑―!
“불이다! 불이야!”
“연기가 없는데 어디서 불이야?”
7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즉각 움직였다.
“코드 레드. 즉각 VIP를 보호하라.”
유지하로 위장한 육체에 수 명의 경호원들이 달라붙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나, 나도 보호해 주시오.”
유형석 회장이 대통령의 친척이었나?
그럴 의무 따윈 없지만 VIP가 고개를 끄덕였기에 다들 그까지 보호하며 비상구를 통해 밑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무장한 테러범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펑!
섬광탄과 연막탄이 동시에 터지며 시야를 가렸다.
그 틈을 타 방독면을 쓴 테러범들이 순식간에 계단을 올라와 기관단총을 겨누었다.
타타타―!
“끄흑!”
몸으로 유지하를 보호하던 경호원들이 쓰러졌다.
대응사격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테러범들의 화력이 우세했다.
기어코 계단에서 수류탄이 터졌고 경호원들이 육편이 되어 우수수 쓰러졌다.
“으아아악!”
유형석은 진심으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러범들은 쓰러진 경호원들 사이에서 유지하를 끌어낼 수 있었다.
“나, 나를 죽이면···”
다리에 파편을 맞았는지 입에선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테러범 중 한 명이 권총을 그의 가슴에 대었다.
마음 같아서는 머리를 날려버리고 싶었으나 온전한 시체를 남겨야 했다.
“독재자의 최후는 결국 총 맞고 죽는 거지. 잘 가라.”
탕! 탕!
총탄이 독재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유지하의 눈에서 빛이 사라져갔다.
테러범들은 시체를 뒤져 안드로이드가 아닌 것을 알아냈다.
BD의 안드로이드는 겉으로 보면 티가 안 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이 아니란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드디어 뒈졌군.”
“새끼, 잘난 체하더니 꼴 좋다.”
그가 사망하자 테러범들이 사전에 녹음된 방송을 틀었다.
―유지하가 죽었다!
―독재자가 죽었다!
―모든 적대행위를 멈추고 무기를 버려라!
숨어 있던 직원들이 그 방송을 듣곤 심히 당황했다.
“대통령이 죽었다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뒤늦게 올라온 경호원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지켜야 할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독재자라도 권한대행이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경호를 지속했던 것인데 그가 죽었다면 명분에 의미가 있을까?
소식을 들은 한승재 의원이 비로소 나타났다.
다행히도 근처의 드론에 이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본사 앞 도로에서 진치고 있는 경찰들을 물리치고 곧장 7층으로 올라가 사태를 수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