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89
무장한 현직 특수부대가 그를 호위했다.
“아아 납니다. 일단 방송부터 합시다. 독재자가 죽은 것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방송국 직원들과 경호원들을 데리고 유지하의 시체까지 직접 확인했다.
“죽었지요? 다들 봤지요?”
“···”
시체를 직접 보는 것은 끔찍한 경험임에 틀림이 없다.
방송국 직원들이 기겁하며 눈을 돌리는데 그가 재촉했다.
“생방송 중이었지요? 간담회는 중지되었다고 양해를 구하고 다시 시작하세요. 내가 나서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숟가락 얹기 전에 국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어놔야 한다.
원래 이미지란 게 중요한 법.
사람들은 유지하가 죽고 난 다음 먼저 나타난 정치인을 깊이 기억하게 되어 있다.
스튜디오에 매캐한 연기가 가득한 가운데 방송이 재개되었다.
“아아, 국회의원 한승재입니다. 방금 큰 소란이 일어났지만 아무 문제없이 해결되었습니다. 그 소란은 무엇이냐. 국민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독재자 유지하가 죽었습니다.”
마침 유지하가 간담회에 나온다는 소식에 시청률이 엄청나던 상황이었다.
티비 앞에서, 차의 라디오에서, 기타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유지하가 죽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충격이 한국을 강타했고 진짜 유지하는 세틀러호에서 이 소식을 접했다.
“적당히 모일 때까지 기다려.”
그의 빈자리
쿠데타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된 것을 꼽자면 대개는 이렇다.
―나도 권력을 갖고 싶다.
과거에는 왕, 현재에는 대통령 혹은 그 비슷한 직위.
이번 테러를 사주한 자들의 목표도 그것이었다.
겉은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속은 탐욕과 질시로 가득했다.
―30대 애송이에게 명령 받긴 싫다.
―저런 놈도 대통령질 하는데 나라고 하라는 법이 어딨어?
―보나마나 돈을 갈퀴로 긁어모았을 것이다. 잘하면 그게 내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재계서열 수위권을 차지하는 대기업은 그나마 유지하의 편을 들었다.
신라그룹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이 워낙 많고 달달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핵융합 플랜트 건만 해도 신라중공업 혼자서는 어림도 없는 규모다.
자연스레 한수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쏠쏠한 이득을 챙기리라는 점은 명백했다.
다만 모든 대기업이 유지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미래자동차와 GC 두 그룹.
전자는 블랙메탈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해서, 후자는 블랙메탈 배터리에 밀려서 존폐위기에 몰려 있었다.
재계의 이런 상황과는 상관없이 정계와 군부 쪽에서는 유지하라는 박을 터트리면 튀어나올 내용물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런 탐욕이 모이니 정밀하고 세심한 향후 계획 같은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어린애도 안 당할 것 같은 멍청한 아이디어는 파기되고 유지하가 방송국으로 나오는 틈을 노린다는 참수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주동자들 중에는 유지하를 죽인 다음을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단 죽이고 봅시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될 겁니다.
그들은 유지하와 신라그룹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또한 이북 5도와 더 북쪽의 새로 얻은 영토에 대해서도 거의 몰랐다.
누군가 이 사실에 대해 지적하자 한승재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라그룹 서버실을 점령하면 다 알게 되어 있어요. 거기라고 무슨 외계인 기술은 아니지 않습니까? 해석은 전문가들이 할 수 있습니다.”
대책 없는 참수작전이 개시되었고 기어코 유지하를 죽이는데 성공했다.
작전을 맡은 특전대원들은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지만 주동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물론 카메라가 꺼진 뒤에.
“유지하가 죽었다···이제 신라그룹과 한국은 내 거다!”
“우리 것이지 않습니까? 의원님?”
장익환 대령이 묻자 그는 떨떠름한 웃음을 머금었다.
“잠깐 말이 헛나왔을 뿐입니다. 하여튼 빨리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립시다.”
방송이 종료되었고 이들은 시민들의 환호를 꿈꾸며 방송국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
“왜,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겁니까? 우리가 해냈습니다. 독재자를 죽였다고요.”
“···”
한승재 의원은 시민들의 차가운 눈초리에 당혹해 했다.
왜 다들 이런 눈을 하고 있지?
독재자를 죽이고 자유를 되찾아 준 사람에게 이래도 되는 건가?
장익환 휘하 대원들도 싸늘한 분위기에 당황했는지 무장을 점검했다.
그리고 시민들이 대뜸 삿대질을 하며 질타하기 시작했다.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그런 소리는 아무도 안 믿어요!”
“당신들이 그 사람 대신할 수 있어? 한국을 이끌 수 있냐고!”
“유지하 발목만 붙잡고 늘어지던 거 기억하는 사람이 한 트럭이야!”
이게 아닌데.
시민들의 반응이 워낙 격렬해서 한승재 의원을 비롯한 대원들은 방송국으로 쫓겨 올라오고 말았다.
그리고 정말 짜증나는 광경도 목격했다.
방송국 직원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유지하의 시체에 모포를 덮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름 배려였겠지만 한승재와 장익환의 입장에선 분통이 터지는 광경이었다.
탕! 탕!
급기야 장익환 대령이 권총을 뽑아 쏘았다.
직원들이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는 가운데 무거운 입이 열렸다.
“독재자를 타도했는데 환호하진 못할지언정 이게 무슨 짓입니까. 모포 안 치워요?”
“···”
“그래도 안 치운다···이거 우리가 큰 실수를 했네. 그냥 독재자한테 지배당하도록 내버려 둘걸 그랬어. 안 그러냐?”
부하들에게 묻듯이 말하자 한 직원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차라리 그게 나았을 겁니다···”
“뭐 이 새끼야? 너 죽고 싶어?”
권총을 겨냥했지만 그는 벌벌 떨면서도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그렇잖아요. 이제 어쩔 겁니까. 당신들이 유지하를 대체할 수 있어요? 아무 능력도 없어서 권한대행 계속 넘긴 주제에.”
“이 새끼가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
순간 짜증이 난 장익환 대령이 권총으로 그의 얼굴을 후렸다.
얼굴이 휙 돌아가며 피가 흐르자 한승재 의원이 옆에서 말렸다.
“장 대령, 좀 부드럽게 부탁합시다.”
“다시 말해봐. 우리가 뭐 어쨌다고?”
“···”
직원은 피를 닦을 생각은 않고 장 대령을 노려봤다.
한대 더 칠까 하는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올랐지만 참아야 했다.
다른 직원들이 슬금슬금 그를 감싸고 나섰기 때문.
그들의 눈에는 당혹감과 동시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독재자 주제에 사람들에게 이 정도의 신망을 얻고 있었던가···
주모자 둘은 뭔가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
.
.
유지하가 죽었다는 뉴스가 한국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
사람들은 그 뉴스를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철두철미한 사람이 저런 멍청이들에게 목숨을 내준다고? 말이 안 되는데.
―무슨 뒷공작이 있을 거야. 독재자한테는 흔한 일이지.
―근데 아르마는 어디 갔어?
하지만 주도자들이 유지하의 시체를 사진으로나마 공개하면서 그의 죽음이 마침내 확정되었다.
먼저 반응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였다.
그들은 한국에 유지하가 없으면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침 장이 시작되자마자 전례가 없는 규모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수백조 원이 증발했고 투자자들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씨발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냐?
―유지하 살려내 개새끼들아!
날이 밝으면 국민들이 환호를 보낼 줄 알았던 주도자들은 심히 당황했으나 수습하려 애썼다.
“어차피 주가란 건 회복되기 마련입니다. 첫날의 작은 사건에 일희일비해서 일을 그르치면 안 됩니다.”
그러나 오후가 되어도 주가는 계속 빠지기만 했다.
중국과 유럽 발 악세에도 불구하고 든든하게 버티던 코스피 4,000이 무너지고 있었다.
한승재 위원과 장익환 대령은 일단 청와대와 신라그룹부터 장악하기로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뒤늦게 사태의 진상을 파악한 합참 쪽에서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 당신들의 이런 행동은 한국의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폭거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망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장관에게 바톤이 넘어가야 옳다. 당신들이 아니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지하의 법적 지위는 권한대행이니 그가 사망하면 권한대행을 이어받을 수 있는 장관에게 넘어가게 된다.
한승재 의원이 거기에 끼려면 유지하가 한 것처럼 누군가가 나서서 총리로 임명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기재부와 교육부, 과기부는 하나같이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고 외교부와 통일부는 분해되다시피 해서 장관이 공석이었다.
법무부 또한 몸을 사렸고 남은 것은 김철우 국방부장관이었다.
그는 초췌한 안색으로 한탄했다.
“내 생애에 이런 어거지를 두 번이나 써야 될 줄은 몰랐는데···”
“한시가 급합니다. 누군가가 중심을 잡아야 돼요, 김 장관, 부탁 좀 합시다.”
“의원님. 내가 왜 유 의원을 권한대행으로 추천한지 아십니까?”
“···”
“그만한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라면 되겠다 싶었다고요. 그런데 당신들에겐 그게 안 보이니 어쩌면 좋습니까.”
한승재 의원은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내가 부족한 건 알지만 독재자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난 안 합니다. 다른 장관 찾아보세요.”
“장관님, 지금 시간이 없습···”
장익환 대령이 나섰지만 까마득한 상관의 분노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야 이 새끼야. 너 몇 기야. 대령 부스러기 따위가 쿠데타를 해?”
너무 급해서 잠깐 잊었다.
대한민국의 국방부장관은 대개 합참의장 출신이라는 것을.
김철우 장관도 마찬가지라서 대령 따위가 감히 나설 짬이 아니었다.
유지하를 죽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장익환 대령은 반박도 못하고 물러섰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어딜 봐서 이게 쿠데타인가.’
독재자를 타도하는 건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군인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권한대행으로 추천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국방부장관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두 번 말 안합니다. 그 어거지를 다시 쓰고 싶진 않아요.”
쫓겨난 뒤 그들이 찾아간 사람은 행안부 장관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대통령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순 없다면서 한승재 의원을 총리로 천거하겠노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유지하를 그렇게 보낸 것에 대한 원망의 말을 했다.
“죽일 것까지는 없었잖습니까···지금 쌓여 있는 안건이 몇 개인데···”
“그거 다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한승재 의원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장관은 그를 외면하고 말았다.
이후로는 유지하를 권한대행에 임명할 때보다 더한 날치기가 이루어졌다.
서류까지 패스하고 하루 만에 당사자들끼리 구두로 합의해버린 것이다.
사법부와 합참에서 너무 심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한승재 의원은 꿋꿋이 밀어붙였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야 후원자들의 온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청와대의 집무실 의자에 앉았다.
“축하드립니다, 권한대행님.”
“드디어 정의가 실현되었군요.”
기다렸다는 듯 후원자들이 줄줄이 인사하러 왔다.
한 권한대행은 그제야 뿌듯하게 목의 뭉친 근육을 풀 수 있었다.
바로 이 맛이라니까.
그리고 비서실에서는 배성민 비서실장이 뭔가를 쓰고 있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세 번째의 주인을 모셔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유지하 때는 그의 설득에 다시 해보자고 다짐했지만 이젠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권한대행이 지시한 데이터를 준비함과 동시에 사표를 써내려갔다.
.
.
.
쾅!
“이 미친 작자들이 기어코 일을 벌였군!”
백악관 보좌관들은 단언하건대 매킨리 대통령의 분노하는 모습을 처음 목격했다.
평소 아이비 출신 너드라며 강단이 없다는 평을 받았던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머나먼 소국의 한 인물이 죽었다는 소식에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당혹스러운 것은 보좌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지하는 분명히 독재자이고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지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죽으면 큰 혼란이 일어난다.
당장 신라그룹 전체가 멈추고 인공지능의 서포트도 사라졌다.
100만 대에 달하는 드론이 작동을 중지하고 컨테이너로 돌아간 것은 덤이다.
이쯤 되면 인공지능과 연결된 안드로이드 루시아가 고철이 되었다는 것은 애교에 불과했다.
얼마 풀리진 않았으니까.
보좌관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매킨리 대통령의 분노는 계속되었다.
“이제 블랙메탈 어쩔 거야! 언옵테늄은 몇 대 되지도 않는 발사체로 찔끔찔끔 캐올 건가!”
“수천억 달러가 그냥 날아갔어! 앞으로의 피해는 가늠도 안 되고! 저 멍청이들에게 그걸 청구할 수 있나?”
그때 보좌관 한 명이 들어와 한국과 연결된 핫라인이 울렸음을 보고했다.
새로이 권한대행에 오른 한승재 의원의 전화일 것이다.
하지만 매킨리 대통령은 끝내 수화기를 들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보좌관들을 불러 모으더니 물었다.
“정말 죽었을 것 같소?”
“시체까지 확인했으니 아무래도···”
“대역을 준비하면서 그 쇼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파장이 너무 큽니다.”
하긴 그렇겠지.
이번 사태의 주모자들은 유지하의 시체를 공중파에 내보내는 강수를 두었다.
국민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그들은 마침내 정의가 실현되었다며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니, 유지하의 독재가 끝나길 바랐던 지식이나 종교계까지 당황할 지경이었다.
―이런 결말을 바라지는 않았는데···
―그는 시민들의 손에 끌어내려져야 했다. 또 다른 쿠데타에 의해 죽는 게 아니라.
―청와대에 들어간 한승재 의원과 주변의 인물들이 한국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
하지만 유지하의 공백은 너무나도 컸다.
인공지능으로 유지되던 신라그룹 전체가 정지했다.
업무가 마비된 것도 모자라 직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손을 놓아버렸다.
한승재 권한대행은 신라그룹을 오픈하려 했지만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
―현재 신라그룹의 주인은 아르마 애쉬포드 대표이사입니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든 조치가 무효입니다.
“내 말은 그래서 지금 그 주인이 어디 있느냔 겁니다.”
그녀는 유지하의 죽음과 거의 동시에 대중들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
외국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흔적이 보이질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당장 급한데 법원에선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법학자들도 등기상 주인이 엄연히 있는데 정부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승재 권한대행의 군사보좌관 역할을 맡고 있던 장 대령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즉각 휘하 부대원들을 출동시켜 신라그룹 본사를 장악하게 했다.
“한 시가 바쁜데 멍청이들과 실랑이할 시간 없다! 최대한 빨리 서버실을 점거하도록.”
법원에선 불법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들은 장갑차까지 동원해 신라그룹을 포위했다.
직원들은 의외로 순순히 메타버스 본사의 지하에 위치한 서버실을 열어주었다.
마침내 한국을 좌지우지했던 인공지능 루시아의 실체가 밝혀지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대원들과 함께 들어간 서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핵심 데이터가 블랙박스화 되어 있어서 오픈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걸 오픈하기 위해서 당신들을 고용한 겁니다.”
“글쎄요···암호체계도 건드리기 어렵고 네트워크가 너무 방대합니다. 데이터의 입출력을 분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최대한 빨리, 시간이 없습니다.”
또한 한승재 권한대행은 미국 측에 테라 섬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테라 섬은 안보협약에 의거, 미군이 보호하고 있다. 유지하가 아닌 당신들은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
―유지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었고, 이제 한승재 권한대행이 이어받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테라 섬에 관한 것은 알아야겠다. 거기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라. 나중에 상황이 적당히 무르익으면 협력할지에 대해서 고려를 의논하겠다.
말을 비비꼬는 것을 봐서 협력할 의지가 없는 것이 분명했다.
한승재 권한대행이 분통을 터트리며 비서실을 들들볶는 동안 매킨리 대통령은 다소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소? 그 치밀한 사람이 저따위 얼간이들에게 죽었으리라곤···어쩌면 대역을 내세운 게 아닐까?”
“카게무샤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하지만 얼굴이 너무 닮았고 치열까지 일치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직접 확인하지 않았으니 모를 일이지. 하여튼 조금만 더 지켜봅시다. 저 작자들이 한국을 제대로 이끌 것 같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