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93
―지금 한국을 무릎 꿇리지 않으면 일본에 희망은 없다. 지금 즉시여야 하고, 대상은 다케시마가 좋을 것이다.
그렇게 다케시마를 점령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유지하가 살아 돌아왔다.
유신회의 계획 근간이 흔들릴 지경이 처했지만 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마츠다 유신회 간사장은 총리 앞에서 거드름을 피웠다.
“쓰시마가 함락되었다지요? 아무래도 즉각 중의원 선거를 치러야 할지 않을지 염려되는군요.”
오자와 총리는 부글부글 끓는 심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유 대통령이 돌아왔소. 즉시 다케시마에서 병력을 빼시오. 뒤는 내가 처리하겠소.”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입니다. 총리대신께서도 그걸 모르시진 않을 텐데.”
“그래서 지금 한국과 싸우자는 말이오?”
“전쟁은 없습니다.”
비대한 몸을 가진 마츠다 간사장은 상체를 들이밀었다.
“한국은 현재 전쟁을 할 형편이 못 됩니다. 그리고 레일건 순양함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한 대뿐이지요. 전면전에서는 4식 유도탄 세례에서 살아날 궁리를 해야 할 겁니다. 우리는 북조선이 아닙니다.”
역시 모르는군.
오자와 총리는 타는 속을 물로 달래며 말했다.
“이번 공격의 주체는 한국이 아니오.”
“그럼 어딥니까?”
“인류연합.”
순간 둘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지금도 열심히 물자를 갖다 바치고 있는 그 섬을 말하는 건가?
“그 섬에 무슨 병력이 있습니까? 포로수용소와 감옥뿐일 텐데.”
“유 대통령이 나한테 직접 말했소. 한국군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저 배들은 인류연합 소속이오.”
“탄생한지 1년 남짓한 소국에 저만한 배를 건조할 조선소가 들어섰다는 겁니까? 이야기가 되지 않아요.”
오자와 총리는 대답 대신 내각정보실에서 조사한 사진을 내놓았다.
그것은 아주 멀리에서 찍은 절벽의 구멍이었다.
흐려서 잘 구분이 되진 않았지만 구멍 안에 여러 시설이 들어찬 것은 분명했다.
“인류연합의 유일한 조선소요. 얼마 전에 완공됐으니 지금쯤이면 배 하나쯤 나와도 이상하지 않지.”
상식적으로 전투함을 진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유지하가 개입하면 이상하게 짧아진다.
한국의 레일건 순양함도 1년 만에 진수되어 실전에 동원되지 않았는가.
여태껏 돌아다니는 걸 보면 별다른 결함도 없는 모양이었다.
사진을 집어든 긴이치 막료장의 손이 떨렸다.
“왜 이것을 우리에겐 알려주지 않고···”
“해자에게 총리대신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지 않소?”
감정이 안 좋은지라 말이 부드럽게 나갈 리가 없다.
긴이치 막료장은 간사장의 눈치만 봤고 그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다면, 인류연합이 우리를 공격한 겁니까? 즉시 테라 섬을···”
“제발 정신 좀 차리시오! 지금 테라 섬은 미 해군이 보호하고 있다고!”
“나름 협정을 맺었겠지만 선제공격한 것은 인류연합이 아닙니까? 나는 총리대신께서 무르게 나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걸 다 포기할 셈이오?”
오자와 총리는 비서에게서 서류를 받아 테이블에 집어던졌다.
거기엔 한국에 지은 블랙메탈 배터리 공장과 스타필드 관련 회사, 그리고 핵융합 플랜트 준공에 대한 기자재 공급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가 죽었다면 모를까 멀쩡히 돌아왔소! 그런 마당에 계속 대립각만 세울 거냐 이거요! 전 세계 증시가 단숨에 반등하는 것이 보이지도 않소? 한국과 유지하를 배제하려 들다간 일본의 미래도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츠다 간사장은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일본은 그간 한국의 응석을 너무 받아줬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응석받이가 되었죠. 뭐든 떼를 쓰면 통한다는 국민성이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그 응석받이와 단교하자?”
“더 나아가서 테라 섬을 점령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협정이 1월 중으로 끝나기에 저런 전력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군요. 즉 시간만 조금 끌면 테라 섬에서 미군이 떠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미군만 떠나면 테라 섬을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소?”
“이번 사형 건으로 세계는 한국에 등을 돌렸습니다.”
“그렇다고 세계가 우리를 지지할 거라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오. 테라 섬은 엄연한 인류연합의 영토란 말이오.”
“UN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이란 설명이 빠졌군요. 그 말은 국제사회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는 뜻이죠.”
“···”
착각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현재 UN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각국은 유지하의 처사에 비판을 가하는 중이다.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재판을 인공지능에게 맡겨 후다닥 끝내버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려 하는 국가는 프랑스 정도였다.
나머지는 발언 수위를 충분히 조절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특사를 한국에 파견해 앞으로의 일을 의논 중이었다.
자국의 이득 앞에서 타국의 인권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 자들의 시야는 참으로 좁구나···’
오자와 총리가 다시금 말을 이으려 했을 때였다.
똑똑, 짧은 노크 후 문이 벌컥 열리더니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내각정보실에서의 소식입니다! 한국이 다케시마를 공격했습니다!”
오자와 총리는 짙은 절망감에 눈을 감았다.
금수조치를 잘못 내렸다가 사임한 후지도토 겐조 총리 이후 유지하와 화해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 그였다.
하지만 그의 임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단교가 답이다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일본 오자와 총리가 사임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본격적으로 우익들이 날뛰겠군요. 최악의 경우 일본과 단교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짜십시오.”
유지하가 던진 말에 각 장관과 참석자들은 침묵했다.
사실 벌써 전쟁이 일어나고 단교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본이 먼저 독도를 점령했지만 어째서인지 인류연합의 배가 나서더니 호위함 두 척을 박살내고 대마도를 점령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김구함이 포함된 1함대가 독도를 재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원거리에서 지속사격을 가하니 3호위함대는 CIWS를 가동하다가 안 되겠다고 여겼는지 철수해 버렸다.
애초에 한국과 진지하게 전쟁을 할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이유라면 해상자위대가 내각이 아닌 유신회와 관련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일개 정당의 지시를 받으면서 전쟁을 치를 수는 없으니까.
유지하는 이 점을 정확하게 파악했고 곧장 밀어붙이라고 지시했다.
그 후로는 해병대 병력과 드론이 출동해 독도를 재확보하는 작전을 진행해 국민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억류되어 있던 독도경비대 대원들이 풀려났고 삼십여 명의 자위대가 붙잡혔다.
“국민 여러분! 독도에서 욱일기가 내려가고 태극기가 다시 게양되고 있습니다!”
헬기를 타고 진입한 한 기자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보도가 한국인들을 전율케 했다.
이로서 유지하는 한승재가 빼앗긴 독도까지 되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 그에 대한 지지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것이다.
다만 그가 흡족해 하거나 기뻐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261명의 사형 집행을 덮으려고 기획한 것일 뿐이니까.
마침 일본의 독도 점령이라는 재료가 생겼고, 판을 키워서 사형이라는 큰 사건을 묻는데 성공했다.
현재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마저도 그 사건에 대해 캐는 곳은 별로 없었다.
어딜 가든 독도와 대마도 얘기뿐이다.
유지하가 티비를 끄자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헛기침을 하면서 자세를 바로 했다.
공석인 외교부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차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사람은 외교부에 들이닥친 숙청의 칼날에서 용케 직위를 보존하는데 성공했다.
아마 전형적인 일 잘하는 관료형이란 평가를 받아서일 것이다.
원래 국장급이었으나 유지하의 부름을 받아 차관으로 승진했다.
“대통령님, 방금 단교란 말씀을 하셨는데···그 후폭풍이 장난이 아닐 겁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손해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중맹도 극복했잖습니까.”
양안전쟁은 한국에도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마트의 물가가 오르는 것은 애교였고 수많은 기업들이 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체질 개선에 성공했는데, 이는 수출액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를 일치감치 미국이 가져가서 그렇다.
한 마디로 말해 더 망할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중맹과의 교역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유지하와 신라그룹은 한국 경제의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인류연합의 영향력 안에 집어넣는 중이다.
외교부차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합니다만···”
유지하가 이런 말을 꺼냈다는 것은 이미 대책마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참석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본은 대마도를 잃었고, 독도에서도 쫓겨났습니다. 오자와 총리가 사임한 이상 유신회를 내버려두진 않을 겁니다.”
“최대파벌인 사카구치에서 내각불신임결의를 유도할 것 같습니다.”
“총리 자리는 자민당의 중진인 관방장관이 이을 테니 두고 보진 않겠죠. 일본을 장악하기 위한 신일본유신회의 발악이 시작될 겁니다.”
신일본유신회의 성향에 대해서는 참석자들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극우.
일본의 전통적인 우익과는 구분되는 계층으로서 한국과 단교하고 헌법 9조를 개정해 재무장하는 것을 골자로 삼는다.
이들의 세력은 미미했으나 최근 핵실험을 실패하고 그 배후를 한국으로 지목하면서 세력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자민당과 오자와는 물러. 한국과 중맹에 단호히 대처할 마음이 없어.
―핵무장을 방해한 한국을 용서할 수 없다. 일본은 과거 한국에 많은 것을 양보했고 기술까지 전수했다. 그 대가가 이거냐.
―배은망덕한 한국과 단교하고 대만과 수교하자. 현재 중맹은 신장 위구르 때문에 대외에 신경을 쓸 수 없다.
이런 주장은 일본의 중장년층에 상당히 먹혀들었다.
젊은 층이야 루시아를 비롯한 신라그룹의 약진에 이끌려 친한에 가까웠지만 일본 사회의 주류는 어디까지나 중장년층이었다.
어쨌든 일본의 극우화는 필연적이었고 유지하도 그걸 막을 생각은 없었다.
오자와 총리가 더 버텨주길 바랐지만 유신회가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일본에는 딱히 유감이 없지만 원래 극단적인 성향이면 뽑아먹을 구석이 많은 법.
“그래서···각 처부에서는 일본과의 단교에 대비해서 정책을 추진하길 바랍니다. 외교부에서는 외교공관 철수 준비하고.”
“예.”
“산자부에선 일본이 금수조치를 할 경우 타격을 입을 업종과 품목에 대해서 리스트 작성하세요. 대책 마련은 내가 합니다.”
“즉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군사 쪽에서도 일본 부품을 쓰고 있는 게 꽤 되는 줄로 아는데···”
“죄송합니다만 대통령님, 현재 한국군은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한 상태로서 예외가 되는 것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의···”
“거 군단 정찰기에 이미지센서하고 서보가 일제라는 거 누가 모릅니까? 분명히 그거 수출 막을 테니까 이미지센서는 독일 쪽으로 알아보세요. 서보는 BD에 연락하고.”
대체 군단급 정찰기에 일본 부품이 적용되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김철우 장관은 꼬투리를 잡힐까봐 땀을 삐질 흘렸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유지하는 관계부처에 몇 가지를 추가로 지시하고 말했다.
“일본과의 국교단절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손해는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도록 내가 만들 겁니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허세나 과대망상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지하는 실제로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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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총리가 사임하면서 일본 정국이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원래는 관방장관이 뒤를 이어 총리를 맡아야 하지만 참의원을 대거 장악한 신일본유신회에서 경고하고 나섰다.
―관방장관이 나설 경우 우리는 내각불신임결의를 발동시키겠다.
서류에 총리가 사인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오자와 총리는 그 소식을 들은 후 의회해산을 선언했다.
정보를 입수한 유신회의 일부 의원들이 격렬히 항의했다.
―어떻게 사임을 발표한 총리가 의회를 해산할 수 있나? 이건 무효다.
엄격히 따지면 총리의 자격이 있을 때 선언한 것이므로 조건은 충족된다.
그리하여 일본은 중의원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할 입장에 놓였다.
정치가 이렇듯 혼란스럽다 보니 독도를 점령한 해자대 3함대는 갑자기 기습한 한국 해군의 공세에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제독! 레일건 탄자가 비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격 명령을!”
“으음, 감부에서는 소식이 없는가?”
“확전을 방지하라는 지시가 전부입니다!”
3호위함대 제독 이즈치 해장보는 함대에 산개명령을 내리면서 고민했다.
막료감부의 결단 없이 단독으로 한국 해군과 전투를 치르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한국이 혼란에 빠졌다면 모를까, 현재는 유지하 대통령이 복귀해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의 정국은 그야말로 엉망으로 도저히 버틸 상황이 되지 않았다.
“계속 버티다간 우리가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 함대 철수! 이 해역에서 각개 이탈하라!”
동해에 버티고 있던 함대가 철수함에 따라 일본은 쓰시마에서도 인류연합의 병력이 철수하길 바랐다.
하지만 유지하는 병력을 철수시키기는커녕 한국 해병대를 불러들였다.
독도함과 마라도함에 승선한 해병대 병력이 줄줄이 대마도에 상륙했고 한국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했다.
인류연합의 함대는 안드로이드와 드론을 철수시키긴 했지만 대마도에서 떠나지는 않고 주위를 경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의 호위함대는 물론이고 지방대까지 몰려와 쓰시마 근해에 도열했다.
그 수가 무려 40척에 달해 대마도 서쪽 해협에서 대기 중이던 한국 함대가 걱정할 정도였다.
“이거 자칫 잘못하면 전쟁인데···”
“싸워도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습니까? 레일건함이 두 척이나 있고 부산에서도 지원이 가능한데.”
독도함에는 아이언 빔까지 실려 있었으므로 이제 일본의 전투기가 접근하긴 어려울 것이다.
미사일을 쏘고 이탈할 순 있겠지만 아이언 빔은 이미 양안전쟁에서 그런 상황에 대한 성능을 입증했다.
중맹처럼 수백 발을 동시에 쏟아 붓는 것이 아니면 충분히 요격한다.
“그게 아니라 미국이 가만히 안 있을 걸? 대마도는 독도하고는 사이즈가 다르지 않냐. 또 주일미군도 있고.”
“지들이 먼저 독도 공격했으니까 책임을 져야죠.”
“미국은 그렇게 생각 안 할 것 같은데···”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자 침묵하고 있던 미국이 나섰다.
백악관에서는 양국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단 모든 조치를 독도 점령 이전으로 돌리도록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 갈등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 후에 하도록 하지요.”
그러나 양국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고 일본은 책임을 미루다가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총리가 사임했고 의회마저 해산되었기 때문이다.
내각에 관료는 많지만 유신회가 대놓고 반대하고 있었기에 일본을 대표해 미국에 대답할 사람이 없었다.
또한 유신회 내부에서도 이번 일에 대한 책임공방을 벌이다가 싸움이 일어났다.
최대 파벌인 사카구치의 집이 화재로 불타는 사고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다.
양국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매킨리 대통령은 유지하와 직접 담판을 지으려 시도했다.
“부재중에 일본이 그 섬을 점령해 화가 난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쓰시마 섬은 일본의 영토입니다. 인구가 2만이 넘어요.”
“독도도 민간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망설임 없이 공격했죠.”
“압니다, 아는데···일단 억류하고 있는 병사들은 좀 풀어주길 바랍니다.”
“그러죠.”
그 후에 그를 달래기 위해 여러 조건을 들이밀었으나 태도가 바뀌진 않았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일본이 한국의 영토를 공격해 점령했습니다.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뿐인데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제 일본은 전력을 동원해서 대마도에 있는 우리 병력을 밀어내야죠. 꼭 그렇게 하길 바랍니다.”
전쟁도 불사한다는 그의 태도에 매킨리 대통령은 애꿎은 보좌관들에게 짜증을 냈다.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진짜 일본 섬을 꿀꺽할 셈인가? 21세기에 그게 가능하기나 해?”
이미 유지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세 국가의 땅을 양도받은 전적이 있다.
거기에 일본이 낀다 해서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이제 백악관 보좌관들은 유지하를 크레이지맨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더는 양보해선 안 됩니다. 주일미군을 동원해서 한국군을 밀어내야 합니다.”
“한국이 점점 선을 넘고 있습니다. 더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주한미군? 이제 와서 받으려 하진 않을 텐데.”
“받게 만들어야죠. 현재 한국은 단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지역을 건드리면 유지하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매킨리 대통령은 고민 끝에 방한하기로 결심했다.
“가서 대화하기로 하지. 준비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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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국에서는 일본도 참여한 3자회담을 원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의회가 해산되고 신일본유신회 내부 사카구치 파벌의 수장이 사망하면서 정치가 마비된 탓이었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테러를 의심했으나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공교롭게도 모든 일이 유 대통령에게 이롭도록 진행되고 있군.’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정말 희한하게도 앞을 가로막던 정적들이 사퇴하거나 사망했다.
정보기관은 최소한 몇 건은 유지하가 직접 개입했을 거라고 보고했다.
그 경우 3년 전 식물인간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이 사태를 계획했다는 뜻이 된다.
‘뒤에 뭔가가 있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자들이 주장하는 우주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미국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했다.
테라 섬도 그렇고 이대로 놔두면 정말 위험한 인물이 될 수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통제를 그럭저럭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매킨리 대통령은 그런 상념을 안고 유지하화의 회담에 돌입했다.
“조건은 하나입니다. 쓰시마 섬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이십시오. 보상안은 우리가 책임지고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군요.”
“일본이 먼저 독도를 공격했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유 대통령이 핵실험을 방해한 반작용이 아닙니까? 조건을 정정하지요. 이번 기회에 그 섬, 독도를 확실한 한국의 영토로 인정하고 중간수역을 없애도록 만들겠습니다. 이래도 부족합니까?”
파격적인 제안이지만 유지하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그가 고집을 부리자 매킨리 대통령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한국이 그렇게 나온다면 다소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드디어 주일미군이 나서게 되겠군요.”
“···”
매킨리 대통령은 한참 동안 유지하를 쳐다보다 말했다.
“직설적인 것을 좋아하니 내 묻지요. 원하는 게 뭡니까. 이렇게 고집을 부릴 때면 꼭 기상천외한 게 튀어나오더군요.”
“내가 원하는 건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손을 떼는 겁니다.”
“그 틈을 타서 만주를 먹어치우고 일본까지 넘보겠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미국은 인류연합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현 시점에서 정면대결에 들어갈 경우 미군은 테라 섬을 확실히 점령할 역량을 가졌다고 평가되었다.
물론 미국이 가진 정보 하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