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125
#닥터 플레이어 125화
레이몬드에게 느낀 깊은 감동, 드로튼 왕국 수뇌부를 향한 반발이 합친 결과물이었다.
문제는 병사들도 비오튼 성민들의 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르고 있을 뿐, 베라드 대공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이런.’
뒤락 후작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는 느꼈다. 공성전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안 돼. 최요충지인 비오튼 성을 손에 넣지 못하면, 휴스톤 왕국군을 각개격파하려는 내 전략도 무산으로 돌아가.’
이를 악물고 마지막 공세를 퍼부었지만, 휴스톤 병사들과 비오튼 성민들은 믿을 수 없는 분투를 벌였다.
서로 적이었던 그들이지만, 레이몬드를 위하는 마음으로 힘을 합쳐 하나가 되어 싸운 것이다.
또다시 하루가 지났고.
공성전이 3일째 접어들었을 때.
저 멀리, 먹구름이 피어올랐다.
“큰일입니다, 각하! 휴스톤의 원군입니다!”
“……!”
뒤락 후작은 놀랐다.
예상보다 하루는 빠르게 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어떻게?’
이유는 간단했다.
원군 병사들이 레이몬드를 구하려고 자발적으로 강행군을 거듭한 것이다.
특히 그들을 이끌던 지휘관은 바로 크리스틴 공녀!
그렇지 않아도 레이몬드를 위하는 그녀가 병사들을 이끄니 가히 기적적인 진군 속도를 발휘하였다.
‘반드시 마스터를 구하고 말 거야! 조금만 기다리세요! 죽으면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
그녀는 그런 마음으로 강행군을 거듭했다.
“하.”
뒤락 후작은 시가를 꺼내물었다.
그는 한탄했다.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전투였는데.’
베라드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자식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더는 방법이 없었다.
뒤락 후작은 무거운 음성으로 명령했다.
“우리의 패배다. 군을 물리도록.”
그렇게 개전 후 가장 치열했던.
비오튼 성 공방전이 레이몬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 *
전선 전체에 이번 승리가 울려 퍼졌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드로튼 최고의 장군 뒤락에게서 거둔 기적적 승리였으니까.
“와아아!”
“레이몬드 님 만세!”
“역시 우리 왕자님이야!”
“뒤락 따위! 우리 왕자님에게 안 되지!”
휴스톤 왕국군 전체가 환호했다.
대단한 업적에 경의를 표하듯, 여러 메시지가 떠올랐다.
[명성이 오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업적 : ‘기적의 수성’을 달성하였습니다!] [특전 : 명성이 큰 폭으로 오릅니다!] [수많은 이가 당신의 업적에 경의를 표합니다!] [명성이 기준치를 돌파합니다!] [새로운 칭호를 획득합니다!] [칭호 : ‘병사들의 마음을 얻은 자’가 ‘왕국군의 영웅(小)’으로 진화합니다!] [왕국군의 영웅(小)]설명 : 왕국군의 영웅(小)에게 주어지는 칭호.
칭호 등급 : 왕국군 급
부가 효과 :
-병사들의 ‘경의’를 받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병사들은 용맹한 용사가 될 겁니다!
-적국 병사들도 당신의 위대함에 영향을 받습니다! 당신과 맞설 시 적국 병사들의 사기가 감소합니다!
[보너스 레벨 업을 합니다!] [보너스 스킬 포인트를 70점 얻습니다!]그렇게 레이몬드는 뭔가 어마어마한 칭호까지 얻게 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수많은 공로와 업적, 환자를 치료한 경험치로 어마어마한 폭렙을 하게 되었고.
[레벨이 130이 되었습니다!] [‘승급’ 기준을 충족하였습니다!] [직업 등급이 ‘전투 군의관’에서 ‘의무 대장’이 되었습니다!]승급을 하게 되었다!
‘의무 대장?’
설명이 떠올랐다.
[의무 대장]설명 : 의무대를 통솔하는 지휘관. 환자의 생명뿐 아니라, 군 의료 계통을 책임지는 이로 강렬한 지휘력을 지니게 된다.
이후 쭈르륵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전 승급했을 때처럼 여러 학문 스킬의 숙련도가 우선 올랐고,
[지휘관에게 병사를 이끌 지혜는 필수. 지력 스탯이 5 상승합니다!] [군진 의학 숙련도가 A로 상승합니다!] [‘의무병 지휘’ 숙련도가 C로 상승합니다!] [의무병을 40명 지휘할 수 있습니다!] [휘하의 의무병들이 보다 더 뛰어난 환자 처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그뿐이 아니었다.
[‘일반 병사’ 지휘 가능.] [일반 병사 지휘]분류 : 제자 육성 스킬
숙련도 : D
-의무 대장으로서 500명의 일반 병사를 지휘할 수 있게 됩니다!
-휘하 병사들에게 뛰어난 통솔력을 발휘합니다!
-휘하 병사들은 당신의 지휘 아래 더욱 강력한 사기와 전투력을 갖게 될 겁니다!
그렇게 레이몬드는 ‘전투 군의관’에서 ‘의무 대장’으로 승급하였다.
* * *
한편, 뒤락은.
‘전략을 바꿔야겠어.’
더는 레이몬드를 공략하는 걸 포기했다.
“이제 레이몬드를 직접 상대하는 건 피하겠다.”
“그러면?”
“레이몬드가 아닌, 다른 빈틈을 노리겠다.”
뒤락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커멓게 어두워진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것 같았다.
‘확실히 레이몬드는 휴스톤 최고의 인재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지.’
레이몬드의 약점.
그건 바로 그가 최고 사령관이 아니란 거다. 우습게도 그의 직위는 종군 힐러일 뿐이다.
즉, 그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레이몬드가 완벽할 뿐. 다른 휴스톤 왕국군에는 빈틈이 많아. 그 빈틈을 노려 치명적인 타격을 주겠다.’
뒤락 후작은 고심하였다.
‘과연 어떤 방법을?’
한참을 고민한 뒤였다.
한 가지 회심의 계책을 떠올렸다.
바로 휴스톤 왕국의 세 명의 왕자들.
공명심에 눈이 먼 그들을 이용하면 휴스톤 왕국군을 큰 함정에 빠뜨릴 수 있으리라.
‘그들을 이용해야겠어.’
투둑. 툭.
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뒤락은 딱딱하게 굳은 눈빛으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승리를 다짐하였다.
* * *
레이몬드가 이룩한 승리는 전선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드로튼 왕국군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그들은 최요충지 탈환에 실패함으로써 한층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되었다.
반대로 휴스톤 왕국군은 완전히 상승의 기세를 탔다.
거의 전쟁에 이긴 듯한 분위기였다.
실제로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다. 드로튼 왕국 영토의 3할 이상을 점령하였으니까.
현 전선인 중부 지방마저 점령하면 6할 이상이 손에 떨어지게 된다.
“최대한 빨리 중부 지방을 손에 넣어야 합니다!”
“진격해야 합니다!”
“제가 출진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사령부에서는 연일 열띤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다 이긴 전쟁.
서로가 더 많은 공을 세우려고 경쟁하는 것이다.
하지만 라이프 공작은 쉽게 출진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직 전쟁은 끝난 게 아니야. 방심하지 말고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였지만, 다른 이들은 불만을 품었다.
‘아니, 다 이긴 전쟁인데 무슨 만전?’
‘기껏 영지의 병사를 이끌고 와서 참전했는데,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했어. 이럴 때라도 공을 세울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
특히 영주들의 불만이 컸다.
그들은 휘하 영지의 사병들을 이끌고 참전했다. 그런데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거다.
‘자기가 뭐라고.’
‘공작이면 다야?’
‘그냥 우리끼리 독자 행동을 해버려?’
하지만 그들의 불만은 왕자들의 불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왕자들, 특히 리머튼, 세이틸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그들은 이번 전쟁에서 어떻게든 공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다.
‘레이몬드의 이름만 높아진 채 전쟁을 끝낼 수 없어. 놈을 짓밟을 정도의 공로를 세워야 해.’
결국, 리머튼이 꾀를 내었다.
지원군으로 참전한 타국 지휘관들과 접촉한 것이다.
“따로 독자 행동을 하자는 말이오?”
그중 이웃한 메이시 왕국군의 총사령관 보른 공작은 눈을 크게 떴다.
전력을 합치기 위해 휴스톤 왕국군과 함께하고 있지만, 그들은 독자적인 작전권을 지니고 있다.
“라이프 공작 각하의 전략은 너무 소극적이오. 지금은 몰아쳐야 할 때라고 판단되오.”
보른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앞서 나가면 휴스톤 왕국군을 제치고 큰 공을 세울 수 있다. 그러면 승전 후 큰 지분을 주장할 수 있어.’
“알겠소. 전하와 함께하도록 하겠소.”
지원군으로 참전한 십자연맹제국의 동맹은 총 5개국이었다.
그중 메이시 왕국과 카탈 왕국이 리머튼의 뜻에 따랐다. 총 7천 명이나 되는 병력이었다.
그들이 앞서 나가자, 다른 왕국들도 독자적인 작전에 나섰다.
“이제 굳이 하나로 모여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앞으로 우리는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겠소.”
“그대들에게 무운이 있길!”
그렇게 연합국들이 떨어져 나가자, 라이프 공작의 입장도 곤란해졌다.
휴스톤 왕국의 귀족들이 더욱 안달을 낸 것이다.
“우리도 진격해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다른 왕국 놈들이 모든 공을 가져갈 겁니다!”
재주는 휴스톤 왕국이 부리고, 공로는 타국인들이 가져가게 된 상황에 다들 초조해하였다.
‘아직은 신중을 기해야 하거늘.’
라이프 공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더는 머물러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공로를 떠나, 타국 병사들이 앞서 나가며 병력이 유리된 것이 문제였다. 잘못하면 각개 격파될 위험성이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쳐 밀어붙여야 했다.
이후, 휴스톤 왕국군은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전격적으로 공세에 나섰고, 휴스톤 왕국의 귀족들, 타국의 귀족들, 리머튼, 세이틸, 너 나 할 것 없이 치열한 공로 경쟁을 벌였다.
‘내가 최초의 공을 세우겠어!’
‘가장 먼저 영지를 점령하는 건 나야!’
그렇게 그들이 공로를 세우기 위해 아웅다웅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레이몬드는 놀라운 손님을 맞고 있었다.
드로튼 왕국의 어린 국왕 마카펠 3세의 충신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것도 놀라운 용건으로.
“베라드 놈의 악독한 술수로 국왕 전하께서 사경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제발 부탁하니, 국왕 전하를 살려주십시오!”
네켈스 경.
드로튼 왕국 로열 나이츠의 단장이자, 어린 국왕을 섬기는 충신인 그는 레이몬드에게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위대한 드로튼 국왕 전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거니와 어떤 대가라도 치를 테니, 제발 국왕 전하를 살려주십시오!”
* * *
적국 국왕이 레이몬드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베라드 대공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옥좌에 앉아 있었다.
‘빌어먹을. 뒤락 놈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믿고 맡겼건만, 패전만 거듭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군을 이끌어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것도 답은 아니었다.
군을 이끄는 능력은 뒤락이 압도적으로 위였다. 지금은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제길. 내가 어쩌다 이런 궁지까지. 이게 다 레이몬드, 그 빌어먹을 놈 때문이다.’
베라드 대공은 시뻘게진 눈으로 레이몬드를 떠올렸다.
그때, 시종이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왔다.
“저, 대공 전하. 겨울 궁전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하!”
베라드 대공은 어이없는 숨을 토했다.
겨울 궁전. 어린 왕이 유폐된 곳이다.
어린 왕은 유폐된 처지에 겁도 없이 끝없이 그를 규탄하는 서신을 보냈다.
지금껏 코웃음 치고 불에 태웠지만, 오늘따라 심기가 불편해서인지 확 화가 났다.
그는 수하들에게 명했다.
“치우도록.”
“네?”
“허수아비 왕의 목숨을 더 살려둘 필요는 없겠지. 가서 죽여.”
수하들은 놀라 만류했다.
지금 왕을 죽이면 민심이 크게 동요할 게 뻔했다.
드로튼의 백성들은 베라드 대공보다 정통 왕가의 어린 왕을 흠모하고 있었다.
‘제길!’
결국, 베라드 대공은 다른 술수를 내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도록.”
베라드 대공은 잔혹한 미소를 짓고는 시종에게 명해 무언가를 가져오도록 하였다.
시간이 지난 후, 시종은 침을 꿀꺽 삼키며 유리로 만들어진 상자를 가져왔다.
안에는 커다란 모기들이 섬뜩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건? 모기 아닙니까?”
일반 모기가 아니었다.
검은 몸체에 하얀 줄무늬가 그어져 있었는데, 드로튼 왕국에서 볼 수 없는 종이었다.
과거 ‘그들’에게 받은 모기로 베라드 대공은 주기적으로 사람을 먹이로 주어 이 모기를 번식시켰다.
“이 모기들을 겨울 궁전 어린 왕의 방에 풀어놓아라.”
“……!”
수하는 눈을 크게 떴다.
베라드 대공의 술수를 눈치챈 것이다.
모기를 통해 어린 왕이 정체불명의 끔찍한 병에 걸리게 하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