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190
#닥터 플레이어 190화
“어째서죠? 제후로서 백성을 위해야 하기 때문인가요?”
“그것도 그렇지만…… 제게는 찾아내야 할 악독한 적이 있습니다. 그자들을 찾아내는 게 우선입니다.”
“……!”
“참고로, 그자들은 마탑의 적이기도 합니다.”
라이나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샤메론 님께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번 마정석 광산 사태를 일으킨 자들이 있습니다.”
레이몬드는 자신이 알아낸 바를 모두 말하였다.
라이나는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그때 불순한 마나들은 생명의 기운이 결여되어 있었어요. 각하께서 알아낸 자들의 소행인 것 같군요.”
“혹시 짐작되는 자들이 있습니까?”
라이나는 부채를 접어 손바닥을 탁탁 두드렸다.
“블러디 템플 기사단, 산중노인, 사령술사 연합, 블랙 둠……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이름들이 튀어나왔다.
다양한 결사들로 마탑의 적들이었다.
온갖 종류의 테러를 자행하는 이들이니 이런 일을 획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런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그녀는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마정석 안의 마나 안에서 생명의 기운을 뽑아낼 수 있을지.
불가능했다.
‘조금은 가능하겠지만, 그런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의 기운을 빼내는 건 불가능해.’
즉, 이번 일은 그녀보다 더욱 대단한 능력의 인물이 해낸 거다.
아니면, 마나에서 생명의 기운을 빼낼 특별한 마도 기술력을 지니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부채를 펼치며 다리를 꼬았다.
“이번 일은 우리 마탑에서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군요. 제가 직접 놈들을 추적해 보도록 하겠어요.”
레이몬드가 의도한 대답이었다!
‘좋았어! 이단 심판관인 그녀가 나서면 놈들의 꼬리를 훨씬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때, 라이나가 말했다.
“만약 놈들을 잡으면 제 제자가 될 건가요?”
“아니요?”
“……!”
라이나는 흠칫하였다.
레이몬드는 중요한 분기점이 왔음을 깨닫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다행히 여러 스킬이 그를 도와주었다.
“물론 라이나 님의 실력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힐러이자 제후. 환자와 영지민들을 위해 최고로 훌륭한 분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즉, 라이나는 최고가 아니란 뜻이었다.
라이나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호호…… 그것, 참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최고로 훌륭한 분이라…….”
웃지만 웃는 게 아니다.
그녀의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레이몬드는 찔끔 떨렸지만, 강철의 심장의 도움으로 당당히 가슴을 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그녀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었다.
‘난 이제 제후가 될 몸이야. 아무리 아크 메이지라도 나한테 함부로 할 수 없어.’
그래, 그는 이제 높으신 몸이었다.
상대가 아크 메이지라도 꿀릴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라이나도 대놓고 기분 나쁜 티는 내지 못했다.
그는 한결 여유 있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저런 타입은 못 가질수록 더욱 안달 나 하는 타입이야. 더욱 자존심을 긁어야 해.’
레이몬드는 생각해 보았다.
그녀를 호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을지.
전해 들은 라이나의 성격을 고려할 때, 자존심을 긁어 도리어 승부욕에 불타오르게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바라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했으니.’
레이몬드는 생각했다.
‘그렇게 만들려면, 지금 잘해야 해.’
숨을 들이켜고 입을 열었다.
예의를 차린 것 같지만, 더욱 자존심을 긁게.
“물론 라이나 님의 가르침도 깊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절 가르치기에 충분히 훌륭한 분이시니까요. 다만, 워낙 중요한 문제이니 보다 신중을 기한 후 가르침을 청할 겁니다.”
네가 날 가르칠 만한지, 앞으로 보고 결정하겠다.
레이몬드의 말뜻은 이러했다.
“후후…….”
라이나가 나직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부채로 손을 두드렸다.
“재밌군요. 참으로 흥미로워요.”
그녀는 지그시 웃었다.
레이몬드도 마주 웃었다.
아무리 높은 몸이 되었더라도 그의 근본은 소심쟁이.
아크 메이지와 기세 싸움을 하려니 떨렸지만, 밀리면 안 된다.
밀리면 호구 만들기 계획은 실패다.
레이몬드는 긴장을 억누르고 그녀가 가져온 스테이크 접시를 앞으로 가져왔다.
그러며 최대한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이런, 가져온 고기를 잊고 있었군요. 늦었지만 감사히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약간 고기가 덜 익었군요. 저는 딱 적당한 미디엄을 좋아해서…….”
그러며 레이몬드는 일부러 마법을 일으켰다.
라이나가 보라는 듯이.
‘화염 마법!’
마음속 외침과 함께 레이몬드의 손에서 화염이 피어올랐다.
갑작스러운 마법 사용에 라이나가 흥미로운 얼굴을 하였다.
[마법 수준에 비해, 지력 스탯이 ‘무척’ 높습니다!] [마법의 세밀한 ‘응용’이 가능해집니다!] [마법으로 요리를 하려 합니다! ‘무척’ 높은 감각 스탯으로 더욱 세밀한 요리가 가능합니다!]레이몬드는 불꽃을 세밀하게 조절해 스테이크를 추가로 익혔다.
치이익.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함께 고기가 익었고, 그 모습을 본 라이나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저런 마법 운용력이라니! 역시 크레이지!’
레이몬드가 미친 마나 제어력을 지니고 있는 건 이미 봤다.
하지만 마법 운용력은 마나 제어력과 또 다른 능력이다.
마나 자체가 아닌, 실제로 마법을 사용해 운용하는 능력.
그런데 지금 레이몬드는 마나 제어력뿐 아니라, 실제적인 마법 운용력도 뛰어남을 보여준 것이다.
레이몬드는 고기를 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 말을 오해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전 그저 환자와 백성을 위해 최선의 가르침을 받고 싶은 것이니까요.”
달래는 것 같으면서도, 또다시 은근히 자존심을 긁는 이야기.
라이나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하긴, 선천 마법사이니. 저 정도의 고고함은 당연한 거겠지.’
방금 펼친 마법을 보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
저토록 미친 재능이니 저런 태도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물론 날 무시하는 건 괘씸하지만.’
그녀는 부채를 촥 펼쳤다.
‘저렇게 나오니 더욱 가지고 싶단 말이야.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겠어.’
원래부터 그녀는 어려운 난관일수록 더욱 정복욕에 불타올랐다.
그런 마음으로 아크 메이지의 경지까지 올랐다.
‘꼭 제자로 삼고 말겠어.’
그러려면 일단 이번 사태를 일으킨 놈들을 잡아야 할 것이다.
놈들을 잡아내 저 천재에게 그녀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주리라.
‘그래서 날 스승으로 바라게 해주겠어.’
그렇게 그녀는 홀로 승부욕에 불타올랐다.
“각하의 고고한 마음을 보니 더욱 탐이 나는군요.”
라이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라이나, 반드시 각하의 마음을 얻어낼 테니, 기다려주십시오. 아, 놈들을 쫓는 일은 걱정하지 마시길.”
마지막으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깟 놈들, 미래의 스승이 될 이로써 제가 다 해결해 드리도록 할 테니까요.”
그녀가 나간 후, 레이몬드는 식은땀을 삐칠 흘렸다.
‘잘 된 것 같지?’
그런 것 같았다.
이제 그녀는 그의 의도대로 열심히 놈들을 쫓을 것이다.
‘내가 선천 마법사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안 퍼뜨리겠지. 경쟁자가 늘길 바라진 않을 테니까.’
다 뜻대로 되었는데, 문제는.
‘……예상보다 더 집착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되겠지?’
그는 곤란한 헛기침을 하였다.
무언가 무서운 호구를 만든 것 같지만, 이미 벌어진 일.
지금은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다.
레이몬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팔드 지방에 공식으로 오픈한 페닌 치료원 2호점을 향해서였다.
* * *
루인 성.
라팔드 지방의 주도였다.
다른 여타 성들이 그렇듯, 외성 안에 영주가 머무는 내성이 있었다.
특히 대영주, 제후의 영지라 내성도 커다랗고 웅장했다.
레이몬드는 페닌 치료원 2호점을 그 영주 성에 차렸다.
정확히는 영주 성 일부를 페닌 치료원 2호점으로 만들어버렸다.
루인 성의 영주 성은 영주의 개인 공간인 별채와 업무를 보는 본관으로 나뉘었는데, 본관 일부를 치료원으로 만든 것이다.
‘어차피 반쯤은 쓸데없는 공간이었으니까.’
굳이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여기가 제일 목이 좋아.’
치료원 입지에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목이었다.
환자들이 오기 쉬워야 했다.
이곳 영주 성은 루인 성 정중앙에 있어서 그런 면에서 최고의 요지였다.
‘나도 왔다 갔다 하기 편하고.’
더욱 중요한 이유는 그의 업무 편의성이었다.
그는 앞으로 제후의 일과 힐러의 일을 같이해야 했다.
이렇게 영주 성에 치료원이 있으면 환자를 치료하다가 회의에 참석하고, 다시 환자를 보는 식으로 두 가지 일을 함께하기 수월할 거다.
물론 반대 의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수많은 평민이 영주성에 드나들게 될 테니까. 안전이 염려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들 조금 반대하다가 어쩔 수 없이 넘어갔다.
‘역시 마스터. 또, 환자밖에 생각 안 하시는군요.’
‘환자를 위하는 마스터의 마음을 어떻게 말리겠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 주군을 지키겠습니다!’
다들 이런 반응이었다.
특히 영지민들은 레이몬드의 결정을 듣고 다시금 커다랗게 감동하였다.
도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를 감동, 감탄이었다.
‘우리를 위해 영주성에 치료원을 열다니.’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영지민들이야.’
레이몬드 덕에 감동이 일상이 된 라팔드 지방이었다.
어쨌든 레이몬드는 복도를 걸어갔다.
업무를 보는 본관은 5층의 커다란 건물이었다.
1~3층 및 주변 부속 건물은 치료원 및 제자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썼다.
4~5층은 응접실, 회의실, 집무실 등, 영주로서 업무를 볼 공간으로 사용했다.
‘으하하. 이 넓은 곳이 다 내 성이라니!’
레이몬드는 촥 펼쳐진 복도의 모습에 입꼬리가 찢어지라 웃었다.
너무 좋았다.
더구나 넓기만 한 게 아니었다.
유서 깊은 성답게 온갖 예술품, 장식품들이 있었다.
그는 까막눈이어서 어떤 가치인지 모르지만, 그냥 무언가 장식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좋았다.
특히 가장 흐뭇한 건 바로 이거였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각하를 뵙습니다!”
바로 이 소리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레이몬드는 계단을 오르면서, 4층 창문에서 성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무려 7만에 달하는 성민들이 사는 곳답게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몬드는 성을 내리쬐는 찬란한 햇볕이 앞으로 자신의 미래처럼 보였다.
‘이제 부귀영화만 누릴 거야!’
그렇게 웃는 레이몬드를 보며 성의 시종들이 수군거렸다.
“영주님이 성을 내려다보며 웃으시는구먼.”
“자애로운 웃음이셔.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영지민들을 보는 거겠지.”
“역시 빛…… 빛.”
“휴스톤 놈들이 영주님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헛소리를 한다던데. 어림도 없지. 영주님은 우리의 것이야!”
그런 말을 뒤로하며 레이몬드는 계단을 올라갔다.
5층. 그중에서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를 한 후, 환자를 치료할 예정이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레이몬드를 맞았다.
“각하를 뵙습니다!”
다들 이제 레이몬드를 제후의 칭호, 각하로 불렀다.
레이몬드는 다시금 입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애써 참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회의를 시작하죠.”
“네, 각하.”
회의는 현자 메빈슨이 이끌었다.
참고로, 회의에 참석한 이는 현자 메빈슨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과 휘하 영지의 영주들이었다.
괴질 사태 이후 라팔드 지방의 영주들은 모두 레이몬드에게 무릎을 꿇었다.
또한, 중앙 행정부의 대표자로 라오, 중요한 객원으로 크리스틴, 공중 보건 담당으로 한슨도 참여했다.
“첫 번째 안건은 라팔드 지방의 재정입니다. 금년도 라팔드 지방의 예상 재정은 마이너스 273만 페나입니다.”
“네, 네, 좋습…… 네?”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레이몬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뭐라고?
적자가 몇만 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