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189
#닥터 플레이어 189화
드디어 제후가 된 것이다!
이로써 레이몬드는 다음 같은 직위를 내려받게 되었다.
루인 영지의 영주.
라팔드 지방을 총괄하는 대영주, 제후.
후작 위.
또한, 그는 주인 잃은 쿤카 영지와 보일 영지를 임시로 맡고 있었는데, 두 영지의 소유권까지 인정해 준다고 하였다.
덕분에 레이몬드는 후작 위에 걸맞게 광대한 영지를 직접 소유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성공하는 날이 오다니! 그때, 무리한 보람이 있었어.’
레이몬드는 마정석 광산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마나가 몰려오면서 기억을 잃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그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때 들어온 마나는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다 없어졌어.’
혹시 몸 어딘가에 있나 확인해 보았으나, 없었다. 깨끗하게 사라졌다.
‘아니,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 마나 스탯이 30이나 올랐으니까.’
레이몬드는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마나가 무려 30이나 오른 것이다.
‘힐의 등급도 엄청 올랐어.’
레이몬드는 시험 삼아 힐을 펼쳐보았다.
파앗!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무려 B급의 힐이었다!
그것도 그냥 B급이 아닌, B+급에 가까웠다.
‘내가 B급의 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다니.’
레이몬드는 얼떨떨한 얼굴을 하였다.
B급부터는 상급의 힐로 분류된다.
‘어쨌든 잘됐네. 힐도 유용한 힘이니.’
레이몬드는 힐의 효용을 부정하지 않았다.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의술과 결합해 사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야.’
예를 들어 쇼크 상태의 외상 환자 같은 경우, 힐이나 수술 단독 보다, 수술로 필요한 처치를 하고 회복 때 힐을 사용하면 더욱 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다.
그 외에도 두 치료가 결합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질병은 아주 많았다.
‘어쨌든 좋아! 아주 좋아! 내가 제후라니! 이제 부귀영화의 시작이야!’
물론 레이몬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알고 있었다.
‘꿀을 빨기 위해 영지를 발전시켜야 해. 영지가 부유해져야 내가 누릴 부귀영화도 커지니까.’
그뿐이 아니었다.
더욱 큰 난관이 있었다.
‘카이른, 리머튼의 위협에 대처해야 해.’
레이몬드도 두 왕자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난 왕의 핏줄이니. 그들에게 나는 눈엣가시 같겠지.’
레이몬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왕의 아들로 태어나 어떤 이득도 본 게 없다.
그런데 항상 이런 쓸데없는 불이익과 핍박만 받게 되는 것이다.
‘젠장. 왕의 핏줄 따위 갖다 버리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그는 소피아가 지난번 한 말을 떠올렸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당신의 뜻대로 살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을 가지세요.’
‘그래. 내가 강해져야 해. 두 왕자도 어떻게 하지 못할 만큼.’
그가 강해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두 방법 모두 힐러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첫째, 아까 생각했던 대로 라팔드 지방을 최대한 발전시켜야 해.’
그는 제후.
라팔드 지방이 부흥할수록 그의 힘도 커진다.
즉, 힐러 로드로서 영지민들을 위하고 대의(大醫)의 길을 실천할수록 그의 힘도 커지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힐러로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는 거야.’
뜻밖의 이야기였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힘이 세지는 게 상관이 있다니?
뜻밖에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가 힐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후가 되긴 했지만, 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가 지금껏 얻은 모든 명성의 근간은 힐러로서 얻은 것이었으며, 그의 소중한 지지자들도 모두 힐러로서 얻은 것이었다.
‘내가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할수록 내 명성은 올라가고, 내 힘이 될 이도 많아질 거야.’
결국, 달라진 건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처럼 힐러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힘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전에 소고기 먼저 먹고 싶은데. 왜 이렇게 한슨이 안 오지?’
그의 체력을 보충할 스테이크를 요리하러 한슨이 갔는데, 소식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각하, 몸은 괜찮아지셨는지요?”
“……!”
노크와 함께 한 인물이 들어왔다.
화려한 붉은 차림의 고아한 귀부인이었다!
“이 라이나, 각하를 위해 한슨 경 대신 스테이크를 가져왔습니다.”
라이나는 한 손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 접시를 든 채 싱긋 웃었다.
“뵙고 싶었습니다.”
* * *
레이몬드는 꺼림칙한 얼굴을 하였다.
아크 메이지 라이나.
적혈의 귀부인.
‘실제 별명은 크레이지 귀부인이라지.’
마정석 사건 이후, 레이몬드는 그녀를 조사했고,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탑 서열 103위의 대마법사.
고아한 차림과 다르게 과격한(?) 성격.
여타 다른 대마법사들처럼 한 번 꽂히면 주변을 안 보는 집착 심한 성격.
또한, 이단 심판관.
‘이단 심판관이라니.’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단 심판관(Inquisitor).
마탑의 적을 처단하는 자들이다.
‘마탑은 위세만큼 적이 많으니까.’
이곳 휴스톤 왕국에는 딱히 마탑의 적이 없었다. 대륙의 서쪽 변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륙 중앙으로 갈수록 무수히 많은 비밀 결사들이 있었고, 그들은 대부분 마탑을 적대하였다.
눈앞의 크레이지 귀부인은 그런 마탑의 적들을 처단하는 심판관이었다.
‘붉은 드레스를 입는 것도 피에 물들어도 연회에 참석할 수 있어서라지?’
레이몬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알고 보니 라이프 공작보다 더 무서운 여인이었다.
더욱 무서운 건, 그런 무시무시한 귀부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집착’하는 듯한 무서운 관심이었다.
“이렇게 각하를 다시 뵙게 되니 이 라이나, 가슴이 떨립니다.”
부드러운 음성과 다르게 눈빛이 기이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먹이를 노려보는 탐욕스러운 눈빛이었다.
‘무, 무섭잖아.’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선천 마법사라니. 나 그런 것 아닌데.’
하지만 한없이 피할 수는 없었다.
한번은 매듭을 지어야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전 선천 마법사가 아닙니다.”
“흐음.”
“그때의 일은 환자를 위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이었을 뿐입니다.”
사실 레이몬드는 지금껏 자신의 재능을 숨겨오지 않았다.
오히려 홍보 수단으로 여기고 은근히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천 마법사라니. 너무 과하잖아.’
그렇지 않아도 라이프 공작 때문에 그가 천무지체일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돌고 있던 차였다.
거기에 선천 마법사라니.
과해도 너무 과했다.
홍보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다. 어마어마한 소란이 일 것이다.
더구나 더욱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역대로 대부분 선천 마법사는 마탑주가 되었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마탑주!
세상 모든 마법사의 왕.
가히 황제와 버금가는 위치라 할 수 있었다.
‘무, 물론 마탑주가 되면 어마어마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지만, 난 선천 마법사가 아니란 말이야.’
가장 중요한 사안은, 그는 선천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킬발일 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라이나는 별로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흐음. 그렇군요. 단순한 천재라.”
그녀는 기품 있는 미소를 지었다.
“각하께서 단순한 천재면, 절 포함한 세상 모든 마법사는 바보 병신의 범주에 포함될 것 같은데요.”
“…….”
레이몬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런 반응은 예상하고 있었다.
강하게 나가야 했다.
“라이나님, 절 보십시오. 제가 선천 마법사처럼 보입니까?”
“그야 당연히…….”
“아니, 더 생각해 보십시오. 전해져오는 선천 마법사들의 모습과 저는 다소 다르지 않습니까?”
라이나는 흠칫하였다.
‘그러고 보니…….’
어째서인지 선천 마법사들은 반드시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성격을 타고났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어떤가?
한없이 선해 보이는 얼굴.
또한, 빛이라 불릴 정도로 오로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 위대한 인물.
확실히 구전되는 선천 마법사의 특성과 전혀 맞지 않았다.
‘이기적이긴커녕 숭고할 정도로 선한 성격.’
라이나가 흔들려 하자 레이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나도 사실 탐욕스러운 성격이지만.’
그런 사실은 숨기고 뻔뻔이 말했다.
“전 어떤 욕심도 없이 오로지 환자와 영지민들을 위하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때 보여준 능력은 선천 마법사가 아니고는…….”
“환자를 향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일 뿐입니다.”
그렇게 강하게 말했지만, 불행히도 라이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깊게 고민하더니, 굳게 고개를 저은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하의 존경스러운 성품이 선천 마법사가 아니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성격이란 후천적인 요소도 많으니까요.”
“…….”
“각하께서 부정하시는 건 아마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괜한 주목을 받기 싫으신 거겠지요. 아아, 역시 어메이징. 이런 위대한 성품을 지닌 선천 마법사가 나타나다니 마탑의 복입니다.”
역시 아크 메이지.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심지어 말도 엄청 많았다.
레이몬드는 곤란한 얼굴을 하였다.
‘어떻게 하지?’
보아하니 이미 라이나는 확신을 굳힌 듯했다.
그런 광경을 봤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차라리 호구로 만들어버릴까?’
레이몬드는 고민했다.
오해를 풀 수 없다면, 차라리 완전히 착각을 굳히게 해, 완전히 자신을 위하는 호구로 만들어 버릴까 말이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특히 그녀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니 제법 성공 확률이 높아 보였다.
‘내가 선천 마법사라는 소문만 안 퍼지면 되는 거잖아.’
레이몬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생각해 보니 이건 기회였다.
무려 아크 메이지를 호구로 만들!
절대 놓치면 안 되었다.
‘해보자. 그녀는 이단 심판관이니, 호구로 만들면 이번 마정석 광산 사태를 일으킨 놈들을 잡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거야.
다행히 메시지가 떠올랐다.
[환자를 위해 함께 일할 호…… 동지를 만들고자 합니다!] [스킬, ‘강철의 심장’이 발현됩니다!] [스킬, ‘언변’이 발현됩니다!]그뿐이 아니었다.
[상대가 ‘진상’입니다!] [상대의 진상력은 ‘낮음’입니다!] [‘진상 특수기 : 교묘한 도발’이 발현됩니다!]어째서인지 그녀도 진상으로 분류되었다.
우르르, 그를 도와줄 스킬이 발현되었다.
“그런데 왜 제가 선천 마법사이길 바라는 겁니까?”
“그거야 선천 마법사는 마탑의 부흥을 이끌 위대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라이나는 흥분해 외쳤다.
“그런 선천 마법사를 처음 발견하는 행운을 갖게 되다니! 전 당신 같은 위대한 천재를 가르쳐 인류의 마법 발전에 기여하고 싶답니다.”
결국, 그의 재능이 탐나 제자 삼고 싶다는 거였다.
예상했던 바였다.
레이몬드는 이제 더는 자신이 선천 마법사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착각하게 놔두었다.
대신 이런 말을 하였다.
“라이나 님 같은 훌륭한 분이 절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쉽게도 라이나 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답니다.”
레이몬드는 ‘아쉽게도’란 말에 강세를 넣었다.
물론 레이몬드는 라이나를 스승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다른 방식의 호구로 만들 거다.
탐욕에 눈이 먼 라이나는 그런 레이몬드의 흑심도 모르고 눈에서 안달이 난 불꽃을 튀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