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205
#닥터 플레이어 205화
쌍둥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에 장내가 무거워졌다.
그런데 레이몬드를 비롯한 사람들이 한 가지 짐작 못 하는 게 있었다.
지금 쌍둥이들은 단순히 감정이 격해져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니었다. ‘메시지’ 마법을 통해 속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우리에게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어. 저분은 정말 바보인 건가? 저런 분이 세상에 정말 있다니.] [나도 믿어지지 않아, 누나.]사실 오늘 일어난 사태는 두 쌍둥이가 연출한 거였다.
레이몬드를 불러오려고 일부러 쓰러진 척하였고, 그의 눈에 띄는 곳에 인챈터 서적을 놓았다.
‘저렇게 착한 사람이 정말 세상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결과는 놀라웠다.
레이몬드는 분명 그들의 재능이 탐났을 텐데도, 그들을 진정으로 위해 주었다.
저렇게 오로지 그들을 위해 주는 이는 아버지 말고는 처음이었다.
둘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앞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겠어요.”
“그래, 잘 생각했단다.”
“저희는 후작님을 따라가겠어요.”
“그러니…… 응?”
레이몬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쌍둥이들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가 원하는 삶. 그건 후작님을 위해 저희의 능력을 사용하는 거예요.”
“……!”
레이몬드는 당황했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
“아이들의 말대로 해주십시오, 후작님.”
뒤락이었다!
“하지만?”
“잠시만 이쪽으로 와주시겠습니까?”
뒤락은 조용한 방으로 레이몬드를 이끌었다.
“부탁이니, 후작님께서 저 아이들을 맡아주십시오.”
“어째서입니까?”
“아이들을 위해 드리는 부탁입니다.”
뒤락은 씁쓸히 담배를 꺼내물었다.
“느끼셨겠지만, 제 아이들은 과거 볼모로 지내던 시절 때 받은 상처 때문에 사람을 잘 믿지 않습니다. 누구든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지요.”
“…….”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보았지만, 한 번 깊게 뿌리 내린 불신은 고쳐지지가 않더군요. 따라서 아이들에게는 후작님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랑이요?”
‘내 사랑?’
레이몬드는 얼떨떨한 얼굴로 반문했다.
뒤락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후작님의 조건 없는 베풂과 사랑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아이들의 생각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받아주십시오.”
“…….”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뭔가 나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니, 더는 거절하기 곤란했다.
아니, 사실 너무 탐났다.
그렇지 않아도 데려가고 싶지 않았던가!
‘천재 인챈터와 천재 마검사가 내 손에!’
환호성이 나올 뻔한 걸 참으며 레이몬드는 정신을 차렸다.
‘최대한 좋은 인상을 줘야 해.’
인간 불신이 가득한 쌍둥이다.
방심했다가는 언제 그의 진면목을 알아차릴지 몰랐다.
‘때로는 모르는 게 나은 진실도 있는 법이니까. 훌륭한 힐러 선생님으로 남자.
쌍둥이들에게 말했다.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어.”
“무엇이죠?”
“만약 날 따라오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과 환자를 위해서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너희를 구해준 은혜를 다른 환자들에게 갚아줘.”
‘이렇게 이야기해야 더욱 열심히 하겠지.’
쌍둥이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멋진 말에 감명한 게 느껴졌다.
“두 번째 조건은 뭐죠?”
“행복해지라는 거야. 만약 내 곁에 있는 게 싫다면 언제든 떠나도 좋아. 언제든 너희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해.”
이건 진심이었다.
쌍둥이들은 한참이나 말없이 있었고,
“……감사해요.”
약간 물기 젖은 음성으로 답했다.
레이몬드는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그러면 지금 바로 둘에게 첫 임무를 내릴게.”
“무엇이죠?”
“말씀만 하십시오.”
룬, 렌은 기합이 들어 답했다.
“회식 참여.”
“네?”
“우리 이제 소고기 회식 갈 거거든. 한슨, 조금 늦었지만, 지금 가도 괜찮겠지?”
한슨이 답했다.
“네, 마스터. 괜찮을 것 같습니다. 미리 사람을 보내 두 분의 식사도 준비하라 연락하겠습니다.”
레이몬드는 얼떨떨한 쌍둥이에게 씩 미소를 지어주었다.
“환영 인사를 해야지. 소고기 좋아하지?”
“네, 네, 좋아해요.”
“좋아합니다.”
한슨도 쌍둥이들에게 말했다.
“페닌 치료원의 일원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소고기는 완전무결하며 학업적 성취를 돕는 데도 큰 도움이 되니 두 분께서도 많은 섭취를 권장합니다.”
룬과 렌은 놀란 얼굴을 하였다.
소고기가 학업 성취를 올린다니.
그들은 잡다한 지식도 많았지만, 소고기에 그런 효능이 있다는 건 처음 들었다.
‘정말인가?’
‘한슨 경은 페닌 치료원의 수제자잖아. 그러니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 텐데? 정말이겠지?’
둘은 빠르게 마법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 소고기를 많이 먹어야 하는 건가 고민했다.
한편, 크리스틴, 린든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쌍둥이들을 바라봤다.
‘저 쌍둥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소고기를 먹게 될지 모르고 있겠지.’
이런 눈빛이었다.
어쨌든 레이몬드는 기쁜 마음으로 외쳤다.
“쌍둥이들을 환영하며. 얼른 소고기 먹으러 갑시다!”
그렇게 룬, 렌이 페닌 치료원에 합류했다.
* * *
이후, 레이몬드는 셔트폰을 타고 라팔드 지방으로 돌아왔다.
해야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를 기다리던 환자 치료는 물론, 제후로서 백성을 위해 해야 하는 업무.
또한, 백신 생산 시설 준비, 수로 공사를 위한 기초 조사, 등등 수없이 많았다.
‘으아아. 이걸 어떻게 다 해? 부귀영화 누리기 전에 과로사하겠어.’
더구나 그는 커다란 과제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학술 업적이었다!
‘한 달 안에 학술 업적을 완성해야 해. 안 그러면 유급이야.’
레이몬드는 고심하다가 생각했다.
‘나 혼자서는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자.’
이럴 때 부려…… 아니, 중임을 맡기려고 인재를 모은 것 아닌가?
첫째는 메빈슨이었다.
“메빈슨 공. 제가 공을 무한히 신뢰함은 알고 있으시겠지요?”
“주, 주군!”
메빈슨은 눈물을 글썽였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그는 칭찬에 약했다.
“전 공이 하시는 일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빈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레이몬드는 행정 업무를 잘 모른다.
이건 메빈슨이 전문가였다.
“내정에 관하여는 공께 전권을 위임하겠습니다. 전 공만 믿고 있겠습니다.”
“크흑, 주군!”
메빈슨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맡겨주십시오, 주군!”
메빈슨은 그야말로 열혈로 불타올라 일에 매진했다.
“주군! 백성을 위해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고안했습니다!”
“주군! 주군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인재가 많습니다! 새로운 관리를 뽑았습니다!”
“주……!”
메빈슨은 심지어 이전 현자 시절 연이 있던 동료, 제자들을 불러왔다. 덕분에 레이몬드는 어마어마하게 유능한 관리단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내정은 메빈슨이 담당해 주었지만, 문제는 운하 공사였다.
‘음, 이거 엄청 고생스러울 텐데.’
땅을 파라!
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공사가 가능할지 조사부터 필요한 인력의 모집, 실제적인 공사의 진행까지.
어마어마한 고생이 필요한 일이었다.
‘……아, 이거 막상 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네. 이런 고생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참고로, 레이몬드는 땀나는 거 싫어서 기사도 고사한 사람이다.
‘시간도 없고. 누구한테 맡기지?’
그렇다고 메빈슨을 시킬 수도 없었다.
고민하던 레이몬드는 적임자를 찾았다.
라오였다.
“라오, 내가 널 아끼는 것 알지?”
“형님?”
“널 아끼는 마음으로 너에게 커다란 공을 세울 기회를 주고 싶은데…….”
레이몬드는 크게 선심 쓰는 얼굴로 운하 공사에 대해 설명했다.
라오는 눈을 크게 떴다.
아카데미의 천재 라오는 단번에 레이몬드가 말한 공사의 의의를 깨달았다.
‘그야말로 역사를 바꿀 공사야! 이런 업적을 세울 기회를 해주다니?’
관리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을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아니, 단순히 커리어의 수준이 아니었다.
공사를 담당한 라오의 이름은 휴스톤 왕국 역사에 기록되리라.
레이몬드는 헛기침을 하였다.
“너를 특별히 생각해 기회를 주는 거야.”
라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고마운 일인데, 왠지 레이몬드의 기색이 귀찮은 일을 떠맡기려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라오, 이놈! 형님은 나를 이만큼이나 위해 주는데 넌 또 의심이나 하다니! 넌 어찌 이리 한심하단 말이냐?!’
라오는 그렇게 자책 후 열심히 일에 매진했다.
일단 아카데미 인맥을 동원해 관련 지질학자를 대거 초빙했다.
공동 투자자인 드로튼 왕국에도 도움을 요청해 함께 협업했다.
학자들은 지형을 검토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미라클!”
“좋습니다. 수로를 뚫기 가장 적합한 조건입니다! 이 공사는 기적적인 경제 효과를 낳을 겁니다!”
“양국은 커다란 이득을 볼 게 분명합니다!”
“후작님 덕분에 양국의 역사가 바뀌게 될 겁니다!”
예상대로 타당성 조사는 합격이었고, 이후 본격적인 공사 준비를 하였다.
‘백신 사업도 진행해야 해.’
이 문제는 남들에게 맡길 수 없었다.
레이몬드가 직접 최종 책임을 맡아야 했다.
다만, 레이몬드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감독, 감수의 역할을 했고 실질적인 업무는 한슨이 맡기로 했다.
‘음, 룬과 렌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는데. 어쩌지?’
백신 생산 시설을 만드는 데는 마법 장비가 필수였다.
무균 공간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합류한 애들을 착취하기가 꺼려졌다.
마탑의 도움을 받아도 되지만, 그러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거다.
‘원가절감 해야 해!’
레이몬드는 백신 판매 전략을 박리다매로 잡았다.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려면 원가절감은 필수였다.
고민 끝에 레이몬드는 쌍둥이들을 감언이설로 꼬드겼다.
“룬, 렌. 너희는 참 축복받은 아이들이란다.”
“네?”
“너희의 능력으로 수많은 사람을 도울 수가 있거든.”
쌍둥이들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레이몬드는 백신 사업에 대해 설명하였고, 쌍둥이들은 눈을 크게 떴다.
“온 대륙 사람들을 죽음의 사신에서 해방한다고요?”
둘은 레이몬드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말문이 막혔다.
‘후작님은 단순히 남을 위하는 바보가 아니었어.’
‘이상가…… 아니, 혁명가야.’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레이몬드가 결정타를 날렸다.
“바로 너희의 손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단다.”
“저희의 손으로요?”
“응, 백신 생산에는 마법적 능력이 필요하거든.”
레이몬드는 혹시나 쌍둥이들이 그의 본심을 간파(?)할까 연기를 하였다.
“물론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단다. 마탑에 부탁하면 되니까. 다만, 너희가 이번 일을 맡으면 너희에게도 뜻깊지 않을까 해서 말해본 거야.”
‘제발 맡아줘! 마탑 놈들한테 맡기면 어마어마한 돈을 뜯길 거야!’
쌍둥이들은 레이몬드의 진짜 속마음은 짐작 못 하고 감동에 빠졌다.
‘……우리의 손으로 수많은 사람을 구하는 일을.’
‘이런 가치 있는 일을 우리에게 맡겨주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