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267
#닥터 플레이어 267화
레이몬드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손에 들린 성궁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게도 빛으로 된 화살이 궁에 맺혀 있었다.
‘이게 성궁의 힘?’
[마나 스탯을 소모하여 ‘성스러운 정화’를 화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성스러운 정화!
레니스 성자가 사용했다는 스페셜 힐이었다.
정순한 생명력을 통해 사악한 기운을 제압하는 스페셜 힐로 언데드에게 특효약이었다.
‘마나를 엄청 많이 먹네.’
마나 스탯이 뭉텅 소모되었다.
한 발에 50이 넘게 소모되었다.
‘이래서는 한 발밖에 사용 못 하잖아.’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더욱 큰 문제는 그가 활을 쏴본 적이 없다는 거다.
‘그냥 막무가내로 휘두르면 되는 검이랑은 다르잖아.’
참고로, 활은 원하는 방향으로 쏘아 보내는 데만 해도 수개월 이상의 숙련이 필요한 고난도 무기였다.
‘특히 저렇게 움직이는 괴물을 어떻게 맞춰.’
레이몬드는 듀라한을 바라보았다.
듀라한은 이마에 박힌 마정석을 빛내며 종횡무진하며 무시무시한 무용을 뽐내고 있었다.
베테랑 궁수가 아닌 한, 절대 무리였다.
그때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우리도 나서자!”
“전설의 재림이야! 우리가 저 성자님을 지키자!”
성궁이 뿜어내는 빛을 보고 서랜스 성의 사람들이 분연히 들고 일어섰다.
‘안 돼! 개죽음당할 거야!’
레이몬드는 외쳤다!
저런 일반인들이 무기를 들고 와봤자, 희생자만 생길 게 분명했다.
결국, 레이몬드는 이를 악물었다.
‘젠장, 방법을 찾아야 해.’
레이몬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마켓을 열었다.
그리고 ‘호신술’ 항목을 찾았다.
‘이거야!’
레이몬드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딱 필요한 스킬이 있었다.
[스킬 포인트를 300포인트 소모합니다!] [힐러의 궁술]분류 : 호신 스킬
등급 : 레어
숙련도 : D
-환자를 지키기 위해 기초적인 궁술을 익힙니다!
-감각 수치의 0.1배 미터의 거리의 적을 낮은 확률로 맞춥니다!
-감각 수치의 0.05배 미터의 거리의 적을 높은 확률로 맞춥니다!
-감각 수치의 0.025배 미터 이내의 적을 백발백중으로 맞춥니다!
뭔가 계산이 복잡했다.
그의 감각 수치는 온갖 스킬로 스탯 뻥튀기가 되면 170~180선이다.
즉, 17.5미터에서 낮은 확률.
9미터쯤에서 높은 확률.
4미터쯤에서 백발백중인 것이다.
‘너무 짧잖아! 9미터라니!’
레이몬드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 9미터는 ‘높은’ 확률이니 빗나갈 수도 있었다.
마나의 한계로 한 발밖에 사용 못 하는 터.
무조건 맞추어야 한다.
‘4미터 안으로 접근해야 해.’
레이몬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4미터.
거의 바로 옆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영웅이 되어주겠어. 영웅이 되면, 드래곤 하트를 얻는 것도, 나중에 카탈 왕국에서 돈 버는 데도 유리할 테니까.’
카탈 왕국의 영웅!
레니스 성자의 뜻을 이은 전인!
그렇게 소문이 퍼지면, 그 명성을 이용해 카탈 왕국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눈 한번 질끔 감고 두려움을 극복하면 얻을 이득이 무궁무진했다.
‘듀라한, 네놈을 제물 삼아 슈퍼 리치가 되겠어.’
레이몬드는 굳게 다짐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성궁의 찬란한 빛이 그가 걷는 길을 궤적처럼 따랐다.
그런 성궁의 성스러움을 느낀 걸까?
듀라한이 일순 움찔하는 듯하더니, 거센 포효를 내질렀다!
[캬아아아악!]“주군!”
“죽어라!”
일행들이 듀라한의 몸에 검을 박아넣었다.
하지만 최상급 언데드는 사악한 기운이 응집한 핵을 꿰뚫지 않는 한 소멸하지 않는다.
일행들의 공격을 몸으로 버텨내고 레이몬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허억?’
두려움과 별개로 ‘투사의 본능’이 그의 몸을 이끌었다.
힐러의 살신성인이 발현된 거다.
레이몬드의 시야가 이질적으로 변했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레이몬드는 두려움을 딛고 활시위를 놓았다.
파아아앗!
빛의 화살이 성궁을 떠났고, 찬란한 궤적과 함께 듀라한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그리고 하얀빛이 듀라한을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아악!]그렇게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비명과 함께 듀라한이 사라졌다.
“…….”
레이몬드는 뻣뻣이 굳어 듀라한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듀라한이 사라진 자리에는 웬 불길한 느낌의 마정석 하나만 남아 있었다.
“와아아! 성자님이 마물을 퇴치했어!”
사람들이 환호하였지만, 레이몬드는 같이 기뻐할 수 없었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너무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갑자기 듀라한이라니. 이게 무슨.’
순간, 레이몬드의 머릿속에 섬뜩한 생각이 떠올랐다.
일행도 무거운 얼굴로 레이몬드에게 다가왔다.
그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전하, 이건 설마.”
레이모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이야기하였다.
“……검은 어둠이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 * *
검은 어둠의 생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지금 사태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듀라한은 다른 하급 언데드와 다르게 술사가 사망하면 현실 세계에 머물지 못하는 존재예요. 즉, 검은 어둠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커요.”
룬이 설명했다.
“통신구도 먹통이에요. 검은 어둠 헤나투스가 마법적으로 통신 방해를 하는 게 분명해요.”
모두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검은 어둠이 살아 있다니. 이런 사태는 예상한 적 없었다.
‘도망가야 해.’
레이몬드는 가장 먼저 생각했다.
‘검은 어둠이 살아 있으면 저주가 문제가 아니야. 당장 도망쳐 토벌대를 불러와야 해.’
검은 어둠은 무려 이현(二賢)격의 아크 메이지였다.
온 대륙을 통틀어 50위 안에 드는 강력한 대마법사인 것이다.
특히 사령술사란 것을 고려하면, 그 강력함은 재앙 급이었다.
‘이건 비겁한 게 아니야. 일단 살고 봐야지. 우리가 있어봤자 놈을 토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있을 때였다.
렌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무언가 이상하군요. 검은 어둠이 살아 있는데, 고작 듀라한 한 마리 보내고 끝이라니. 검은 어둠의 힘이면 데스 로드를 소환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데스 로드는 소드 마스터에 준하는 최강의 언데드다.
렌은 날카롭게 지적했다.
“어쩌면 검은 어둠은 힘을 잃고 숨어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쌍둥이 누이 룬이 반박했다.
“하지만 그러면 왕자님을 노린 게 이상하잖아.”
“검은 어둠 뒤에 또 다른 흑막이 있을 수도 있지. 레이몬드 왕자님과 쥬드 왕세녀님을 노리는 누군가가 검은 어둠에게 사주했을 수도 있어.”
일행은 렌의 추측에 얼굴을 굳혔다.
비약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 어쨌든 빨리 내려가요! 또 괴물이 올 수도 있어요!”
린든이 하얀 얼굴로 재촉했다.
일행은 동의했다.
상대가 검은 어둠이니,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레이몬드는 떠나기 전 서랜스 성의 창고를 바라봤다.
‘으으. 저거 다 버리려니 아깝네. 손해가 얼마야.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
저주를 정화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물품을 준비해 마차에 실어 보냈다.
카탈 왕국의 지원을 받은 것도 있지만, 그의 사비를 턴 물품도 많았다.
그걸 다 버리고 도망치려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흑, 그래도 카탈 왕국 와서 돈 많이 벌었으니까. 돈은 또 벌면 되지.’
그렇게 서랜스 성을 바라보고 있는데, 크리스틴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안 돼요.”
“네?”
“카탈 왕국의 미래를 위해 힘이 약화한 상태의 검은 어둠을 퇴치하려고 생각 중이신 거잖아요. 이번에는 절대로 안 돼요.”
다른 이들도 나섰다.
“맞습니다, 주군! 주군은 휴스톤의 빛이자, 제 영혼의 빛! 제발 몸을 아껴주십시오!”
“전하, 제발 부탁이니 그냥 도망가요!”
레이몬드는 눈을 깜빡였다.
‘전혀 그럴 생각 없는데?’
그때, 성 위에서 갑작스러운 비명이 들렀다.
“마, 마물이!”
깜짝 놀라 성 위에 올라가 보니 하급 언데들이 성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이런!’
레이몬드의 얼굴이 하얘졌다.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도망가야 해요.”
크리스틴이 재촉했다.
레이몬드도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발걸음을 잡았다.
‘우리가 도망가면, 여기 성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눈앞에서 마물이 몰려오는 걸 보니, 성 사람들이 걱정된 것이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곧 고개를 저었다.
‘여기 록타르 사람들은 검은 어둠을 신봉하잖아. 그러니, 검은 어둠도 이들을 손대지 않을 거야.’
그래, 서랜스 성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 없었다. 지금 위험한 건 그들의 목숨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등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위대한 어둠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마물에게 서렌스 성의 사람들이 일부 다가갔다. 검은 어둠의 강렬한 추종자들이었다.
그런데.
콰악!
언데드가 그들을 공격한 것이다!
“어, 어째서?”
“검은 어둠이 우리를 버렸어?”
서렌스 성의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때, 가장 선두에 있던 언데드에서 이런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주받은 자들 때문에 오늘 내 분노가 임하리니. 저주받은 자들과 함께 너희는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레이몬드 일행은 얼굴을 굳혔다.
‘설마, 이 말뜻은?’
아니, 확실했다.
이건 협박이었다.
그들이 떠나면, 이곳 성민을 모조리 학살하겠다는.
* * *
그때, 록타르 지방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비밀 심처.
검은 어둠, 헤나투스는 괴로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크으아아. 성궁을 사용하다니. 빌어먹을!]그는 전성기의 힘을 반의반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버몬트의 사주에 따라 무리해서 듀라한을 소환했건만, 성궁에 소멸당했고, 헤나투스는 심령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도대체 성궁을 어떻게? 놈은 정말 전설의 주인공이라도 된단 말인가?’
원격으로 놈이 성궁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헤나투스는 충격에 빠졌다.
놈이 성궁을 쏘는 장면은 마치 전설이 재림한 듯 장엄한 모습이었다.
‘놈들이 록타르 지방을 빠져나가게 하면 안 돼. 그러면 사태를 수습할 수 없어.’
쥐새끼 몇 마리가 도망쳐 조금 소문이 퍼지는 것 정도는 괜찮다.
버몬트가 권력을 이용해 어떻게든 무마해줄 수 있을 테니까. 특히 록타르 지방 인근의 귀족, 군부대 지휘관들은 모조리 버몬트가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세자, 왕세녀인 저들은 달랐다.
저들이 이곳을 벗어나 검은 어둠의 생존 소식을 알리면 그때는 버몬트의 힘으로도 무마할 수 없다.
‘대규모 토벌대가 조직될 거야.’
그러니 반드시 놈들을 이곳에 붙들어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어떡해? 놈이 성궁을 사용하는 이상, 고위 언데드를 불러도 상대가 되지 않아.’
검은 어둠은 곤란한 얼굴을 하였다.
타격이 커 듀라한급의 마물은 더는 소환할 역량이 되지 못했다.
레이몬드 일행은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 궁지에 몰린 건 오히려 검은 어둠 쪽이었다.
검은 어둠은 고민 끝에 답을 떠올렸다.
‘사령술이 안 된다면, 흑마법을 써야겠군. ‘죽음의 영토’를 사용해야겠어.’
검은 어둠은 섬뜩한 기색을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