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03
#닥터 플레이어 303화
[당신이 일으킨 위대한 기적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이 일으킨 기적은 카탈 왕국의 역사에 남아 누대에 걸쳐 칭송받을 겁니다!] [카탈 왕국의 모든 이가 당신을 칭송할 겁니다!] [이로써, 당신의 이름은 ‘성인(聖人)’(小)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당신의 숭고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 *
그날 밝혀진 일은 십자연맹제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매드 독 알케미스트!
그리고 멸망의 추종자.
사악한 결사들이 카탈 왕국을 전복시키려 한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휴스톤 왕국에도 커다란 참사를 일으키려 한 적이 있었다.
제국 차원에서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황제가 직접 토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황제를 수호하는 성 십자기사단이 나섰다. 제국의 종주를 자처하는 성 로제트 왕국의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참고로, 성 십자기사단의 단장은 무려 삼검(三劍)급 소드 마스터인 베넥트 공작이었다.
제국에서 손꼽는 강자가 직접 나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거물도 함께 움직였다.
검성(劍聖).
대륙에 존재하는 8명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이자, 명실상부 십자연맹제국 최강의 기사가 황제의 부탁을 받고 함께 움직였다.
거기에 마탑의 마법사들까지.
그렇게 이번 일의 흑막인 매드 독 알케미스트와 멸망의 추종자는 단숨에 괴멸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끝났어.”
“멸망의 추종자들도 이렇게 끝나는군.”
사람들은 그렇게 쑥덕였다.
다들 이걸로 이번 일이 마무리될 거로 생각했다.
멸망의 추종자가 아무리 대단해도 검성과 성 십자기사단, 마탑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한편, 이번 일로 제국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된 인물이 있었다.
레이몬드였다.
“레이몬드? 휴스톤의 빛이라 불리던 분이라고?”
“아니, 카탈 왕국의 빛이라던데?”
“어쨌든 그분이 이번 카탈 왕국에서 일어난 참사를 막았다고 해. 기적을 일으켰다더군.”
“소문을 들으니, 그분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셔. 등 뒤에 날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몸에서 광채가 난다고 하셔.”
“십자연맹제국의 백성들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셨데!”
“하늘이 너무 큰 축복을 내려 천무지체, 선천 마법사, 블레서의 재능을 한 몸에 타고났다던데? 물론 이건 과장된 헛소문 같긴 하지만.”
뭔가 어마어마한 소문이 퍼져갔다.
그만큼 레이몬드가 이번에 일으킨 기적은 대단한 것이었으니까.
특히 마지막 순간, 영혼의 빛을 발한 게 심각히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그때의 레이몬드는 정말 천사가 강림한 것 같았으니까.
흐릿한 의식 속에서 레이몬드가 발하는 빛을 목격한 이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빛입니다.’
덕분에 레이몬드가 들으면 기함할 소문들이 곳곳에 퍼져 나갔다.
심지어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제국에 새로운 성자(聖者)가 탄생했어.”
“맞아, 소문이 사실이면 충분히 성인(聖人)이라 불릴 만해.”
성인(聖人)!
단순히 힐이 뛰어난, 세인트급 힐러가 아니라, 남들을 위해 숭고한 업적을 남긴 이들에게 주어지는 영광된 칭호였다.
참고로, 십자연맹제국의 힐러 중에는 광휘의 성자, 에스텔이 이런 성인으로 칭해지고 있었다. 비 힐러 중에는 에스텔의 동생 실벤느가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었고.
어쨌든 드디어 레이몬드도 성인의 한 명으로 추앙받게 된 것이다.
사실 지금껏 레이몬드가 해낸 일을 생각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레이몬드의 주 활동 무대인 휴스톤 왕국이 워낙 변방이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수많은 사람이 레이몬드의 숭고함(?)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늦게나마 영광된 칭호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분을 어떤 성자님이라고 불러야지?”
영광된 성인들은 모두 각자 이명(異名)을 갖고 있다.
“빛의 성자?”
“하지만 그건 광휘의 성자님과 겹치잖아.”
광휘의 성자는 명실상부 제국 최고의 명성을 지닌 성인.
레이몬드가 이번에 성인의 반열에 들었다고 해도 고작, 왕국급의 명성일 뿐이다.
그러니 감히 광휘의 성자와 비슷한 이명을 지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 의술의 성자?”
“의술이 뭔가?”
“레이몬드란 분이 사용하는 치료술이야. 뭔지는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의술의 성자’란 이명은 의술을 거슬려 하는 치유의 탑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대신 사람들은 훨씬 좋은 이명을 찾아냈다.
마침 레이몬드에게 딱 어울리는 숭고한 이명이 있었다.
“가난의 성자는 어떤가?”
“……가난의 성자?”
“그래, 듣자 하니 그분은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해 여러 뜻깊은 일들을 했다고 하더군. 그러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성자란 뜻으로 가난의 성자가 어떤가?”
“참 좋은 생각일세! 레이몬드 성자님도 크게 기뻐할 이명이야.”
순식간에 가난의 성자란 이명이 퍼졌다.
레이몬드가 들으면 비명을 지를 이명이었지만, 원래 성인의 이명은 본인이 짓는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거다.
“휴스톤의 빛이던 분이니. 휴스톤 왕국 사람들이 기뻐하겠군.”
“카탈 왕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빛이라고 하던데?”
“어쨌든 두 왕국 사람들 모두 기뻐하겠어.”
훌륭한 성인이 나오는 건 왕국 전체의 경사였다.
그런데, 카탈 왕국과 휴스톤 왕국 사람들은 전혀 기뻐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커다란 비통에 잠겨 있었다.
레이몬드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레이몬드는 계속 혼수상태였다.
제자들, 크리스틴, 엘무드, 쥬드, 한슨…… 그뿐 아니라, 휴스톤 왕국의 소피아, 오든 등까지.
레이몬드를 아는 모두가 간절한 얼굴로 그가 누워 있는 병실만 바라보았다.
째깍째깍.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 * *
그때, 페닌슐라 왕국의 수도, 물의 도시 라펜텔.
이번 레이몬드의 소식을 주의 깊게 접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페닌슐라 왕국의 실권자들이었다.
라펜텔 인근의 고성에서 조각 같은 인상의 미남자가 서늘한 얼굴을 들었다.
남자의 눈동자는 놀랍게도 레이몬드의 것과 같은 에메랄드빛이었다.
리슈테인 왕가의 피를 타고난 왕족인 것이다.
“새로운 성인이 나타났다고? 가난의 성자라고?”
“네, 휴스톤 왕국의 레이몬드 왕세자라고 합니다.”
남자의 이름은 기드온 대공!
페닌슐라 왕국의 제1정파, 대공파의 수장이었다.
페닌슐라 왕국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
그런 이가 이번 소식에 관심을 두다니 뜻밖의 일이었다.
아무리 새로운 성인의 탄생이 주목할 만한 일이어도 고작 카탈 왕국 내에 국한된 명성인데?
이유가 있었다.
“레이몬드 왕세자라면 이번에 라시드 왕자가 찾아낸 페이안 7세의 적통을 말하는 건가?”
놀라운 이야기였다!
레이몬드가 페닌슐라 왕가의 혈통임을 기드온 대공이 이미 알고 있는 거다!
기드온 대공은 국왕파의 핵심 인물인 라시드 왕자의 최근 움직임에 의아함을 품었고 라시드의 측근을 회유해 이 놀라운 소식을 알아낸 것이다.
“네, 맞습니다. 휴스톤의 레이몬드 왕세자는 전 왕세녀 라스텔의 핏줄이 맞는다고 합니다.”
수하는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실 계승 법칙에 따르면, 레이몬드 왕자가 페닌슐라 왕국의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됩니다.”
수하는 염려스러운 얼굴이었다.
레이몬드는 보통의 인물이 아니었다.
이미 타국의 왕세자였다.
더구나 카탈 왕국 내에서도 절대적인 입지를 쌓았고, 이번에는 성인의 반열에 들기까지 하였다.
그런 이가 계승 서열 1위가 되면 페닌슐라 왕국 정계에 어마어마한 파란이 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기드온 대공은 뜻밖의 이야기를 하였다.
“적법한 이가 왕위에 오르는 게 당연하겠지. 만약 가난의 성자가 본국의 왕위를 원한다면 그가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돕겠다.”
“……!”
수하는 눈을 부릅떴다.
“진심이십니까?”
“진심이 아니면?”
기드온 대공의 에메랄드 눈빛은 여전히 지극히 차가웠다.
이검(二劍) 격 소드 마스터이자 강력한 구현계 혈인 능력자인 기드온 대공의 차가운 눈빛에 수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수하는 기드온 대공의 속마음을 눈치챘다.
‘……레이몬드 왕세자를 국왕으로 세워 허수아비로 이용하려는 거구나.’
기드온은 페닌슐라 왕국 내 가장 강력한 정파를 이끌고 있지만, 다른 쪽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레이몬드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이용하려는 거다.
레이몬드가 국왕이 되어 기드온 대공의 허수아비가 된다면, 기드온은 다른 정파를 완벽히 압도할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즉, 왕 위의 진정한 왕이 되는 것이다.
“훌륭한 복안이십니다. 다만, 레이몬드 왕세자가 전하께서 기대하는 것만큼 역량을 보여줄지가 관건이군요.”
수하는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이곳 페닌슐라 왕국은 그런 ‘열등국’들과는 다르니까요.”
수하는 거침없이 두 왕국을 열등한 국가라고 표현했다.
무례한 표현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단 국력부터 비교되지 않았다.
페닌슐라 왕국은 3중(中) 중에서도 최강으로 꼽는다.
더구나 십자연맹제국 최고의 부국.
대륙에 손꼽는 해군력.
가장 많은 황금과 인재들이 모이는 곳.
그게 페닌슐라 왕국이었다.
‘또한, 만마전(萬魔殿)이지.’
페닌슐라 왕국은 지금껏 레이몬드가 활동했던 나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위험하고 혼란스러웠다.
성자라 불리게 되었다지만, 고작해야 상대적 약소국들인 4약(弱) 국가들에서의 업적일 뿐이다.
과연 페닌슐라 왕국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특히 라스텔 전 왕세녀의 핏줄이면 사람들의 기대가 높을 터. 과연 아들로서 전 왕세녀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부끄럽지 않은.
수하는 그렇게 표현했다.
페닌슐라 왕국에는 라스텔 전 왕세녀를 그리워하는 이가 많았다.
특히 그녀는 리슈테인 왕족답지 않게 백성을 위하는 왕세녀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아직도 그녀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백성이 많겠는가?
‘하지만 이건 레이몬드 왕세자의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겠지.’
레이몬드가 모친과 같이 훌륭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열화와 같은 환호로 그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쉬울까?
지나치게 높은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실망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하지만 기드온 대공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지켜봐야겠지. 레이몬드 왕세자가 과연 명성에 걸맞은 인물인지. 못난이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이용하기 나쁘지 않을 테니.”
수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화가 끊겼고, 수하가 나간 후 기드온 대공은 혼자가 되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레이몬드 왕세자라…….”
기드온 대공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기대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