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44
#닥터 플레이어 344화
버서커 마법은 치료 마법이 아니다. 엄연한 저주다.
지금껏 도움이 되었던 건, 환자들이 의식이 없던 상태여서 가능했던 거지, 이번 같은 경우는 아니었다.
‘제길, 심장의 기능만 폭주하는 효과만 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내가 진짜 선천 마법사도 아니고.’
만약 그가 선천 마법사라면.
마법의 술식을 본능적으로 분석해 원하는 효과만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스킬도 없잖아.’
레이몬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켓을 뒤졌지만, 그런 스킬은 없었다.
그런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항목이 하나 있었다.
[새로운 보조 직업 각성.]‘……이건 뭐지?’
레이몬드는 눈을 깜빡였다.
‘힐러 로드 말고 다른 보조 직업?’
참고로, 그의 스테이터스 창을 보면 보조 직업이란 항목이 있다.
힐러 말고 의학에 연관된 다른 직업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라팔드의 제후가 되며, ‘힐러 로드’가 되었다.
이후, 다른 보조 직업을 각성한 적은 없는데?
‘혹시?’
선택해 보니 주륵 설명이 떠올랐다.
[‘교수’격이 되며, 보조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 중 활성화할 보조 직업을 골라주십시오!]-메디컬 나이츠.
-메디컬 메지션.
마법사와 기사 계열이었다.
메디컬이란 명칭이 붙는 걸 봐서 환자와 관련한 마법사, 기사 직업인 것 같았다.
[메디컬 나이츠]설명 : 힐러로서 환자를 지키기 위한 기사 계열 직업입니다! 보다 전문적으로 환자와 본인을 지킬 고급 호신 스킬을 익힐 수 있습니다!
메디컬 나이츠의 경우, 지금까지보다 더욱 본격적으로 호신 스킬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고급 검술을 익힐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지금 상황에 필요한 건 아니었다.
레이몬드는 다음 항목, 메디컬 메지션을 선택하였다.
[메디컬 메지션]설명 : 의학과 관련한 전문 마법사 계열 직업입니다! 의학에 특화한 마법 스킬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의학에 특화한 마법 스킬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레이몬드는 속으로 외쳤다.
‘선택, 메디컬 메지션!’
[스킬 포인트가 500점 소모됩니다!] [보조 직업, ‘메디컬 메지션’이 활성화됩니다!] [첫 활성화 특전으로 보조 직업 관련 스킬 하나를 무상으로 습득 가능합니다!]레이몬드는 새롭게 나타나는 스킬 목록들을 살펴보았다.
여러 놀라운 스킬이 많았다.
마법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될 만한 스킬도 있었고, 환자를 위한 마법을 쓸 때 보다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한 스킬도 있었다.
하지만 레이몬드의 시선을 가장 끄는 건 바로 이거였다.
[의학 마법 재조합]분류 : 마법 스킬
등급 : 레던드리
-일주일에 1회, 기존 마법의 술식을 분석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마법을 재조합 가능합니다!
-주의 1. 기존에 습득한 마법만 재조합 가능합니다!
-주의 2. 환자 치료를 위한 마법으로만 재조합 가능합니다!
-주의 3. 재조합 시 다량의 스킬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레이몬드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딱 필요한 마법이었다.
곧바로 선택하였고, 머릿속에 형언할 수 없는 충만감이 차올랐다.
마치 마법의 어마어마한 천재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레이몬드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사용, 버서커 마법 재조합!’
[버서커 마법을 의료용 마법으로 재조합합니다!] [스킬 포인트가 300포인트 소모됩니다!]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버서커 마법의 술식이 머릿속에 완전히 이해되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그냥 본능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였다면, 지금은 마법 하나하나의 술식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머릿속에 쏙쏙 분석되어 떠올랐다.
그중 레이몬드는 에피네프린과 흡사한 작용을 하는 술식을 찾아내었다.
‘이 술식이야!’
[버서커 마법에서 ‘에피네프린 분출’ 마법을 재조합해 냅니다!] [마법 스킬, ‘에피네프린 분출’을 습득합니다!]레이몬드는 곧바로 숙련도 상승 아이템을 사용해 마법의 숙련도를 A등급으로 올렸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했다.
‘사용, 에피네프린 분출!’
파아앗!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쇼크 증상에 허덕이던 환자에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두근두근.
환자들의 꺼져가던 심장이 힘차게 맥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장의 기능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쇼크가 회복되었다.
“아아, 크레이지! 역시 선천 마법사!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아크 메이지 라이나는 제 몸의 변화를 느끼고, 레이몬드가 어떤 일을 해낸 건지 곧바로 눈치챘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경외로 넘쳤지만, 레이몬드는 일단 무시하였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쓰러진 이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 아니?”
마술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신의 독인데!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닥쳐라.”
라이나가 시퍼런 눈빛으로 말했다.
“선천 마법사이신 우리 전하에게 불가능은 없다. 네놈은 편안한 죽음을 맞지 못할 것이다.”
최후의 수작이 막힌 마술사는 덜덜 떨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도망갈 곳은 없었다.
하나둘 회복한 기사들이 흉흉한 기세로 검을 빼 들었다.
이제 그는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자, 잠깐. 나, 날 살려주면 너희가 원하는 정보를 말해주겠다!”
“뭐?”
“우리의 수장, 로드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겠다!”
그 말에 모두 흠칫하였다.
로드.
지금껏 오리무중이었던 놈들의 수장에 관해 드디어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대, 대신…… 나, 날 살려준다고 약속하면……!”
놈이 그렇게 횡설수설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우뚝 마술사 놈이 멈추어 섰다.
그러더니 주르륵 코에서 피가 흐르고, 왈칵 입에서 피를 토하였다!
레이몬드 일행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 살려…….”
외마디 신음과 함께 놈의 동공이 풀렸고, 스르륵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져 버렸다.
레이몬드를 비롯한 이들은 깜짝 놀라 다급히 놈을 살폈으나, 이미 늦었다.
완전히 맥이 멎어 있었다.
“……린든, 심폐소생술을!”
“네, 마스터!”
저지른 죄와 별개로 놈은 중요한 정보를 지닌 이다.
어떻게든 살려보려 하였으나, 소용없었다.
그러나 심폐소생술을 해도 살리지 못했다.
라이나가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
“금제였어요. 로드란 자에 대해 발설하려고 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그 말씀은……?”
라이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놈이 했던 발언들. 그리고 끔찍한 금제.
이 사실들이 가리키는 바는 하나였다.
“네, 아무래도 놈들의 잔당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 * *
이번 일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체르만 왕가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고, 놈들의 소행이었음이 밝혀졌으니까.
무엇보다 그 흉악한 놈들이 아직 박멸된 게 아니란 사실이 레이몬드의 등골을 쭈뼛하게 하였다.
‘으아아. 바퀴벌레도 아니고,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가는 곳마다 온갖 마수를 다 뻗치고 있었다.
“멸망의 추종자들이 최종 흑막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멸망의 추종자들은 놈들의 하수인일 뿐. 진정한 흑막은 따로 있는 게 분명해요.”
“혹시 짐작 가는 게 있으십니까?”
“음.”
라이나는 부채를 펼쳤다 죄었다 하며 고민에 잠겼다.
“잘 모르겠어요. 정보가 너무 적어요.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할 것 같아요.”
마술사, 마니안 후작의 저택을 조사하였으나 딱히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심복이 있긴 했으나,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꼬리가 끊겨 솔직히 어디서부터 조사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혹시 전하께서는 짐작 가시는 바 있으신가요?”
라이나는 기대 어린 시선으로 레이몬드를 바라보았다.
우리 위대한 전하라면! 답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눈빛이었다.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바라는 건 그냥 놈들이랑 마주치지 않는 것일 뿐인데.’
레이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평화로운 삶을 바라건만, 왜 이렇게 맨날 놈들과 마주치는 건지.
솔직히 이제 짜증이 날 지경이다.
‘이제 드디어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니. 무슨 세계 정복이라도 하려는 거대 단체인 거야?’
거기까지 생각한 레이몬드는 흠칫하였다.
무언가 그럴싸한 가능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혹시…… 놈들의 수장은 십자연맹제국의 십 국 중 한 곳의 권력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건 그냥 떠오른 생각이다.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한 발언이 아닌, 그냥 무심코 떠오른 생각.
하지만 라이나는 눈빛을 빛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그냥…… 놈들이 원하는 게 십자연맹제국을 손에 넣는 것처럼 보여서요.”
드로튼 왕국에서도.
휴스톤 왕국에서도.
카탈 왕국에서도.
그리고 이곳 체르만 왕국에서도.
놈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이가 왕위를 얻을 수 있도록 일을 꾸몄다.
만약 놈들의 뜻대로 되었다면 위의 왕국들은 모조리 놈들의 손아귀에 떨어졌을 것이다.
‘어, 생각해 보니 진짜 그렇잖아. 정말 세계 정복…… 아니, 십자연맹제국을 지배할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 아니야?’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라이나도 동의했다.
“아아, 어메이징. 역시 선천 마법사. 위대한 혜안입니다. 맞아요. 일리가 있는 추정이에요. 특히 지금껏 벌인 일들을 보면 보통의 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니, 어쩌면 십자연맹제국의 십 국 중 하나가 배경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레이몬드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뒷발로 맞춘 거지만,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페닌슐라 왕국에서 활약하시고 계신 건, 혹시 놈들의 꼬리를 잡기 위해서인가요?”
“네?”
“만약 십 국 중 하나가 흑막이면, 페닌슐라 왕국일 가능성이 가장 크니까요.”
“…….”
레이몬드는 침묵하였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인가?
“4약이 흑막일 가능성은 적을 거예요. 4약 수준에서 벌이기에는 너무 커다란 규모의 일이라서. 하지만 그렇다고 3강이 흑막일 가능성도 낮아요.”
라이나는 조목조목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3강은 이런 일을 벌일 여력이 충분하지만, 이미 그들은 가진 게 많아 구태여 이런 역풍이 불 일을 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다면 남은 건…….”
라이나는 의미심장하게 말하였다.
“3강에 준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 아쉬운 게 많은 왕국. 페닌슐라 왕국이 흑막일 가능성이 있어요. 정확히는 페닌슐라 왕국의 유력자 중 한 명이 배후일 가능성이 있겠죠.”
“……!”
레이몬드의 안색이 하얘졌다.
유력자.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