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56
#닥터 플레이어 356화
‘순환 혈액량이 부족해 생긴 문제라, 약을 써도 회복이 되지 않아.’
부족한 혈압을 의학적으로 올릴 방법은 두 가지다.
수액 투여 혹은 승압제.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지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광전사 마법? 스페셜 힐? 안 돼. 둘 다 결국, 승압제와 비슷한 역할이야. 혈액 자체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
레이몬드는 초조히 생각했다.
아직 간을 적출하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그때까지 환자가 버틸 리가 없었다.
‘역시, 안 되는 거였나.’
지금껏 숱하게 겪었듯 가끔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환자들이 있다.
이번 경우가 그런 경우일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어려울 거로 생각했잖아.’
레이몬드는 무겁게 생각했다.
그래, 이건 그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간 이식이라니. 처음부터 무리인 일이었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그래도 이렇게 손 놓고 포기할 수는 없어.’
안 될지도 모른다.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려 노력해야 했다.
그게 힐러로서 의무이니까.
‘반드시 살려서 내 최대 호구로 만들 거야!’
굳게 다짐하며 방법을 찾았다.
“마스터, 혈압 더 떨어집니다! 60/30!”
시간이 없었다.
레이몬드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순간 한 가지 방법이 퍼뜩 떠올랐다.
‘길을 뚫어 혈액을 순환시켜 주면 되지 않을까?’
지금 쇼크가 온 근본 원인은 정맥의 혈액 순환이 중간에 끊긴 게 원인이었다.
문맥 정맥과 간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와야 할 혈액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길을 통해 심장에 피를 순환시켜 주면 되었다.
‘체외로 관을 삽입해 일부 혈액을 심장 쪽으로 순환시켜 주면 돼!’
다리의 대퇴 정맥과 목의 중심 정맥을 관으로 연결해 기계를 통해 순환시키는 것이다.
정맥-정맥 우회법(Veno-Venous bypas)으로 실제로 현대 지구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쇼크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야.’
관을 삽입해 다리의 대퇴 정맥과 목의 중심 정맥을 연결하는 건 다행히 가능했다.
문제는 혈액을 순환시켜 줄 동력원이었다.
피를 순환할 펌프가 없었다.
‘마법으로?’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레이몬드의 실력이면 단기간 순환시키는 건 가능했다.
문제는 수술 내내 마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불가능했다.
‘의학 지식 없는 다른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어려워.’
체내의 피를 뽑아내, 적정한 속도로 계속해서 순환시켜야 한다.
너무 빠르면 도리어 쇼크나 폐부종이 가중될 거고, 너무 느리면 혈액 응고가 일어날 수 있다.
최대한 적절하게 일정한 속도로 마법을 펼쳐야 한다.
기초적인 의학 지식 없이 일반 마법사들이 그런 일을 해내기는 어려웠다.
또한, 이러한 섬세한 마법 발현을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해.’
입술을 질끈 깨무는 순간이었다.
어떤 방법이 퍼뜩 떠올랐다.
‘있어! 이 일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존재가.’
생각을 떠올린 레이몬드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린든! 대퇴 정맥과 중심 정맥에 중심관을 삽입해 연결해 줘!”
“연결하라고요?”
“응, 바로 해줘!”
린든은 의아한 얼굴을 하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린든은 수술 필드 밖에서 전신을 소독 후 필드 안으로 들어와 관을 삽입하였다.
푹!
커다란 관이 대퇴 정맥과 목의 중심 정맥에 삽입되었다.
이제 이 정도 삽입 술기는 제자들도 쉽게 해냈다. 무리 없이 삽입을 해내고, 컨넥터를 통해 연결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관을 묶은 클램핑을 풀어줘.”
“하지만 마스터. 그러면…….”
린든은 곤란한 얼굴을 했다.
관 안으로 피가 흘러나온 후, 피를 순환시켜 줄 동력원이 없으니 그대로 굳어버릴 것이다.
흐르지 않는 피는 무조건 굳게 되어 있으니까. 물론 관 안에 항응고 약물을 처리해 두긴 했지만, 그것도 혈액이 순환할 때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굳건히 말했다.
“괜찮아. 관을 열어줘.”
린든은 결국 말에 따랐다.
관이 열리며 두 정맥이 연결되는 순간, 레이몬드는 외쳤다.
“풍계 정령 소환!”
외침과 함께 손가락만 한 귀여운 바람의 요정들이 소환되었다.
[와아! 또 불러주었어!] [좋아! 좋…… 꺄아아악!]실프들은 눈앞에 펼쳐진 수술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차, 착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건 나쁜 거야!]실프들은 레이몬드가 사람의 배를 파헤쳐 잔인하게 죽이려는 거로 오해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난 이 환자를 살리려는 거야.”
[살리려는 거라고?]“응, 수술이란 치료법이야. 배를 열어 나쁜 병을 고쳐주는 거야.”
실프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다행히 쉽게 수긍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 고대인들이 이런 치료를 했던 것 같아. 엄청 옛날에 봤던 기억이 있어.] [그래, 그런데 우리는 왜 부른 거야?]“이 환자를 살리는 데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서야.”
실프들이 눈을 반짝였다.
“응, 이 환자의 피를 관을 통해 순환시켜줘. 다리 쪽에서 목 쪽으로.”
-알았어! 그런데 공짜는 아니지?
레이몬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소고기 향기 실컷 맡게 해줄게!”
[와아! 소고기 향기!] [좋아! 좋아! 우리 열심히 할게!]실프들은 기뻐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날뛰었다.
어시스트를 서던 린든은 말세라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바람의 정령들이 소고기 향기를 좋아하는 거야.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어쨌든 실프들은 바람의 정령답게 완벽히 레이몬드의 지시를 따랐다.
마치 의료용 펌프처럼 완벽한 속도로 관을 통해 혈액을 순환시켜 주었다.
“혈압 다시 올라갑니다! 90/50!”
“혈압 확인하며 승압제 용량 조절해 주세요!”
“네, 마스터!”
추가적인 바이탈 조절을 메리에게 맡기고 레이몬드는 간을 적출하는 데 집중하였다.
최대한 빨리 적출을 마무리해야 했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해.’
고령이니, 수술을 버티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문제는 아직 제대로 된 이식은 시작도 안 했다는 것이다. 적출이 끝나면, 절제해 온 간을 몸에 이어야 했다.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간을 절제해 나갔다.
덜컥.
이윽고 간이 완전히 적출되었다!
‘이제 간을 이식할 차례야. 제자님은?’
레이몬드는 시선을 돌렸다.
마침 그때, 옆방의 문이 열렸다.
크리스틴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상자가 들려 있었다.
절제한 간을 손상 없이 보존할 시약이 담긴 상자였다.
“공여자의 간을 절제해 왔어요.”
레이몬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했는데, 큰 문제 없이 수술이 끝난 듯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에요. 마스터 덕분이에요.”
크리스틴은 고개를 저었다.
수술 중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커다란 고비가 있었다. 자칫하면 수술에 실패할 크게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레이몬드 덕에 넘길 수 있었다.
‘전 제자님을 믿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손길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메리, 이제 제가 퍼스트 어시스트를 설게요.”
크리스틴은 새롭게 손과 몸을 소독 후 수술 필드에 섰다.
이제 크리스틴이 퍼스트 어시스트. 메리가 세컨드 어시스트로 수술을 진행해 갈 것이다.
본격적인 간 이식 수술의 시작이었다.
‘혈관들과 담관을 이어야 해.’
간 이식 수술의 진행은 다음과 같다.
간을 위치에 고정한 후, 주요 혈관, 담관을 잇는 것이다.
‘고정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 문제는 혈관을 잇는 거야. 문제는 수술용 현미경이 없다는 건데.’
현대 지구에서 혈관 문합 수술을 할 때는 수술용 현미경을 사용한다.
물론 레이몬드도 현미경 정도야 예전에 구현했지만, 수술 중 사용할 수 있는 수술용 현미경 구현은 아직이었다.
‘마법으로 해내야 하는데.’
대체할 마법이 있긴 했다.
매의 눈!
좁은 부위를 확대해 관찰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문제는 사용 시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매의 눈은 마나 소모가 굉장히 커. 얼마 사용하지 못할 거야.’
레벨 업을 거듭한 레이몬드의 마나 스탯은 100에 육박한다.
하지만 그래도 매의 눈이 워낙 심하게 마나를 잡아먹어 10분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혈관을 문합하는 데 턱도 없는 시간이었다.
‘마나 소모를 줄여야 해.’
다행히 레이몬드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사용, 의학 마법 재조합!’
일전, ‘메디컬 메지션’으로 각성하며 얻은 스킬이었다.
기존 마법을 변형해 의학용 마법으로 개발하는 마법!
[매의 눈 마법을 의료용 마법으로 재조합니다!] [스킬 포인트가 200포인트 소모됩니다!]마치 초천재 마법사가 된 것처럼 매의 눈 마법의 술식이 분석되었다.
그중 레이몬드는 필요한 술식을 빼내 비틀고 변형시켰고,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였다.
[서전의 눈]분류 : 의학 마법
등급 : 레어
숙련도 : D
-미세 수술 시 적합한 배율에 맞춰 시야를 볼 수 있습니다!
-숙련도가 올라갈 시,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적합한 배율에 맞춰.
그 문구에 레이몬드는 눈을 빛냈다.
‘매의 눈은 쓸데없이 확대 배율이 높았으니까.’
예를 들면, 한 10배율로도 충분한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고퀄리티, 고배율로 확대하는 게 문제였다.
덕분에 마나 소모가 어마어마했고, 수술에도 도리어 걸리적거리는 면이 있었다.
반면, 이 마법을 사용하면 딱 알맞은 배율로 시야를 확보해 수술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나의 소모도 훨씬 줄어들고.
‘가자.’
레이몬드는 본격적인 문합을 시작했다.
서전의 눈으로 배율을 확대했고, 미세하게 손을 움직였다.
첫 시작은 정맥 문합이었다.
위쪽에서 간으로 이어지는 상부 간 정맥을 혈관 봉합용 실로 잇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수술장에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첨예한 긴장감이었다.
그 고요 속에서 레이몬드는 미세하게 손을 움직였다.
특수 제작한 혈관 봉합용 바늘이 공여자의 간 정맥의 뒷벽을 꿰뚫었다.
이어 미리 잘라놓은 수여자의 간 정맥을 꿰뚫었고, 조심스럽게 실을 끌어당겨 단면을 맞추었다.
레이몬드의 그런 미세한 손놀림을 보며, 크리스틴은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