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429
#닥터 플레이어 429화
하지만 레이몬드는 고개를 저어 일단 그 가능성은 뒤로 미루었다.
“설마 광휘의 성자가 그랬을 리라고. 그래도 광휘의 성자는 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성자인데.”
광휘의 성자는 정말 많은 선행을 베푼 성인이었다.
괜히 제국 최고의 성자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그런 이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물론 실제로 만나본바, 순수한 마음으로 행한 선행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베푼 선행이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그렇게 명성 높은 성자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적어.’
광휘의 성자가 사실 끔찍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건,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 레이몬드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러면, 역시 치유의 탑이 저지른 일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레이몬드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통해 치유의 탑이 배후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정했다.
치유의 탑이 범인이라면,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 밝혀야 했다.
‘희생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니까.’
레이몬드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욕심쟁이지만, 그래도 선을 지키는 욕심쟁이였다.
자신의 탐욕을 위해 죄 없는 이를 희생시키는 건 그 선을 아득히 넘는 거였다.
할 수 있다면, 범인을 찾아 밝혀 희생당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했다.
‘그리고 이게 치유의 탑이 저지른 짓이란 게 밝혀내면, 내게도 큰 이득이야.’
속물적인 생각이지만, 치유의 탑은 그의 경쟁자였다.
이번 일이 정말 치유의 탑의 짓이라면, 아주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레이몬드는 미엔에게 물었다.
“미엔, 혹시 범인을 추적할 수 있겠니?”
이전에도 미엔은 여러 범죄 사건에서 여러 톡톡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미엔은 이번엔 자신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범인이 남긴 냄새를 추적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빈민가는 너무 많은 냄새가 섞여 있어 제 능력으로는 추적이 어려워요.]“아…….”
레이몬드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찾기만 하면, 죄를 입증하는 건 어렵지 않을 텐데.’
DNA 감식 기술 덕분이었다.
범인은 희생자의 거처에 잠입해 독을 투약했다.
전문적인 잠입 훈련을 받은 이인지, 은밀히 희생자들의 거처를 넘나들었는데, 남긴 흔적이 있었다.
머리카락이었다.
범인을 잡으면 그 머리카락의 DNA와 대조해 죄를 증명할 수 있었다.
‘문제는 범인을 잡을 수가 없다는 군데, 방법이 없을까?’
하지만 뚜렷이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너무 단서가 없었다.
레이몬드는 고민 중, 미엔이 한 말을 떠올렸다.
‘범인이 남긴 냄새로 추적할 수 있다라. 혹시 후각을 극대화할 수는 없을까? 여러 냄새가 섞인 상태에서도 범인을 추적할 수 있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이지. 내가 멍멍이도 아니고. 어떻게 후각으로 추적을.’
그렇게 생각하던 중이었다.
레이몬드는 퍼뜩 방법이 떠올랐다.
‘잠깐. 있어. 개처럼 되는 방법이!’
개처럼 되는.
……그러니까 욕 같은 뜻의 이야기가 아니다.
레이몬드는 다급히 마켓 창을 열어보았다.
구입 가능한 스킬 목록이 우수수 떠올랐다.
그중 보조 스킬 항목에 가니 이런 스킬이 있었다.
[응급 구조견 빙의.]……멍멍이처럼 될 수 있는 스킬이었다.
* * *
스킬의 정확한 내용은 이러했다.
[응급 구조견 빙의]분류 : 보조 스킬
등급 : 레어
숙련도 : D
-실종된 환자를 추적하기 위해 응급 구조견의 능력이 빙의됩니다!
-탁월한 후각을 갖습니다!
응급 구조견처럼 냄새로 상대를 추적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레이몬드는 곧바로 스킬을 구입 후 사용해 보았다.
‘……윽, 냄새.’
정말 인간의 한계를 넘는 후각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곧 실망했다.
응급 구조견에 준하는 후각 능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남겨진 냄새만으로 범인을 추적하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실제 탁월한 응급 구조견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냄새로 상대를 추적할 수는 없으니까.
‘아니야. 숙련도를 올려보자.’
레어 등급 스킬이라, 요구 스킬 포인트가 많지 않았다.
레이몬드는 단번에 스킬을 A등급으로 올렸다.
그러자 효과가 놀랍게 변하였다.
[숙련도 상승으로, 스킬이 진화합니다!] [‘응급 구조견 빙의’ 스킬이 ‘지옥의 응급 구조견, 켈베로스’ 스킬로 진화하였습니다!] [지옥의 응급 구조견, 켈베로스]분류 : 보조 스킬
등급 : 유니크
숙련도 : A
-지옥을 지키는 파수견, 켈베로스는 3개의 코를 가지고 있습니다! 후각도 당연히 월등!
-켈베로스의 전설적인 후각을 응급 구조견의 용도로 사용 가능합니다!
레이몬드는 놀란 얼굴을 했다.
‘켈베로스면 전설의 개잖아? 그런데 후각도 뛰어나다고?’
생각해 보니 스킬 설명처럼 얼굴이 3개이니 코도 3개이고 따라서 후각이 당연히 뛰어날 것 같긴 했다.
‘……뭔가 이상한 논리이지만, 어쨌든.’
이 스킬을 쓰면, 범인도 충분히 추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스킬을 사용하려 했는데, 갑자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전하, 찾아온 이가 있습니다.”
“누구?”
“빈민가의 백성 중 한 명인데……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레이몬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찾아온 이를 보니, 허름한 옷을 입은 여인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몸이 불편해서 오신 건가요?”
레이몬드는 늘 그렇듯 친절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왜인지 레이몬드의 친절한 음성을 들은 여인은 울컥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왜 보자마자 울어?’
레이몬드는 당황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여인이 갑작스레 레이몬드 앞에 무릎 꿇더니 이렇게 외친 것이다.
“제, 제발 제 딸을 구해주세요. 전하!”
“……네?”
“제 딸이 며칠 전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악마’가 잡아간 게 분명합니다. 간절히 비오니, 부디 ‘악마’에게서 제 딸을 찾아주세요!”
뜻밖의 요청이었다.
* * *
‘악마라니?’
레이몬드는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여인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무언가 들은 게 있는지 엘무드가 아 하고는 설명하였다.
“이전부터 빈민가에서 종종 원인 불명의 행방불명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누구의 짓인지 알 수가 없어 빈민들은 ‘악마’의 소행이라고 여기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황도 빈민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런데 왜 밖에 소문이?”
레이몬드은 의아해하다가 곧 이유를 깨달았다.
‘빈민가니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
물론 이곳이 다른 나라의 수도였다면, 반복적인 행방불명 사건이 일어나면 아무리 빈민가라도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황도였다.
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북적이는 최고의 도시.
빈민가의 규모도 다른 곳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특히, 여러 이유로 고향을 잃고 황도로 모여든 실향민이 많아 인구 대비 빈민의 비율도 굉장히 높았다.
치안은 당연히 최악.
‘원래도 온갖 이유로 사람이 다치고 죽는 곳이니, 몇 명 행방불명된다고 신경 쓰는 이는 없었겠지.’
레이몬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쨌든 정말 ‘악마’의 소행일 리는 없어. 이건 누군가 빈민가의 빈틈을 노려 주기적으로 납치한 게 분명해.’
불행히도 레이몬드는 인간 중에 악마 못지않은 끔찍한 종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좋지 않은 목적으로 납치한 것이리라.
특히 행방불명된 이들이 주로 십 대 후반의 소년, 소녀라는 걸 고려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설마, 그런 목적으로 납치를?’
레이몬드는 섬뜩한 추측이 떠올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아니야.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일단, 행방불명된 아이 먼저 찾는 게 우선이야.’
“따님이 행방불명된 건 언제입니까?”
“……5, 5일 정도 되었습니다.”
5일.
레이몬드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너무 오래 지났다.
그가 짐작하는 이유로 납치한 게 맞는다면, 여인의 딸이 무사할 가능성은 적었다.
“왜 이렇게 늦게…….”
하지만 다시 입을 다물었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거로 여겼기에 이리 늦게 온 것이라.
실제로 빈민이 행방불명된 일에 관심을 두고 도와줄 이는 드물었으니까.
‘빌어먹을.’
레이몬드는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아무리 그가 속물이어도, 이런 일에는 화가 났다.
“당장 찾아봐야겠습니다.”
하늘이 도운 걸까?
마침 지금 상황에 딱 도움 되는 스킬을 익힌 상태였다.
‘지옥의 응급 구조견’ 스킬이었다.
“따님이 사용했던 물건을 볼 수 있겠습니까? 급합니다.”
여인은 곧바로 레이몬드의 말을 따라 구멍이 뚫린 허름한 옷을 가져왔다.
여인의 딸이 입던 옷 같았다.
이제 이 옷에 묻은 냄새를 통해 딸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걸까?’
레이몬드는 막상 스킬을 사용하려고 하자 걱정이 들었다.
냄새로 상대를 추적한다니,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딱히 다른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다른 어떤 방법을 쓰든 여인의 딸을 찾을 때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고.
레이몬드는 제발, 효과가 있길 바라는 기원하는 마음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사용, 지옥의 응급 구조견!’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켈베로스의 후각을 사용합니다!] [켈베로스는 전설의 마물. 초월 후각이 발현됩니다!]초월(超越) 후각!
거창한 명칭답게 아까, 낮은 숙련도의 후각 스킬을 썼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추적에 불필요한 냄새를 배제합니다!] [해당 범위(2㎞) 내에 목적한 냄새가 존재할 시 마력을 통해 감지합니다!]켈베로스의 후각은 단순히 감각이 예민해지는 게 아닌, 마력을 이용해 냄새를 탐지하는 거였다!
그리고 불필요한 냄새까지 예민하게 맡아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다.
도리어 추적에 필요하지 않은 냄새는 완전히 느끼지 못하게 되어, 전혀 후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건, 이것 나름대로 느낌이 이상한데.’
레이몬드는 어색한 얼굴을 하였다.
‘그런데 이 후각을 이용해 어떻게 추적하는 거지? 전혀 느껴지는 게 없는데?’
레이몬드는 다시 설명을 바라보았다.
해당 범위(2㎞) 내에 목적한 냄새가 존재할 시 감지.
전설의 지옥견답게 넓은 범위였다.
문제는 그 안에 목적한 냄새가 없을 시 감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지금 여기서 2㎞ 안에는 없다는 거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빈민가의 범위만 2㎞는 훌쩍 넘을 테니까.
황도는 대륙 최고의 도시답게 빈민가의 범위도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면 이 스킬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 아니야?’
레이몬드는 곤란한 얼굴을 하였다.
‘직접 황도 전체를 다 수색할 수도 없고.’
하지만 그때, 레이몬드는 퍼뜩 방법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