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430
#닥터 플레이어 430화
‘아니야! 황도 전체를 수색해 버리면 돼!’
이 스킬의 탐지 범위는 무려 2㎞다.
절대 좁지 않은 범위.
그러니 황도를 계속해서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다 보면, 언젠가 황도 전체를 다 탐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발로 뛰어다니면 오래 걸리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으니.’
방법을 떠올린 레이몬드는 곧바로 외쳤다.
“셔트폰! 소고기 그만 먹고 출동!”
셔트폰에 타서 황도 창공을 활보하면 된다!
그러면 1시간도 안 되어 황도 전체를 탐지할 수 있을 것이다.
* * *
레이몬드는 셔트폰을 탄 채 황도 하늘을 비행했다.
[착한 인간! 어디로 가면 되느냐?]“우선 황도를 위아래로 계속해서 가로질러줘.”
마치 황도 전역을 배경으로 붓으로 색칠하듯, 레이몬드는 꼼꼼히 황도의 모든 곳을 날아다녔다.
최대한 예민하게 탐지하려고 낮은 고도에서 비행했기에, 수많은 백성이 레이몬드를 보았다.
“저분은 가난의 성자님이 아니신가?”
“뭘 하고 계신 거지?”
“무언가 또 빛 같은 일을 하시려는 것 아니겠나?”
사람들은 흥미를 보였다.
뜻하지 않게, 황도의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게 되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레이몬드는 초조하게 생각했다.
‘왜 탐지가 안 되는 거지? 혹시 황도가 아닌가?’
그럴 수도 있었다.
만약 범인이 그가 짐작하는 이유가 아닌, 인신매매할 목적으로 납치한 거면, 황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끌고 갔을 테니까.
실제로 어린 빈민을 납치해 타국이나 흉악한 마법사 등에게 파는 일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면 찾을 방법이 없어.’
벌써 실종된 이후 5일.
레이몬드는 희생자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했다.
그가 짐작하는 목적으로 납치한 게 맞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제길. 어쩌지?’
그런데 셔트폰이 뜻밖의 말을 하였다.
[착한 인간. 어떻게 하느냐? 계속 이곳은 반복해서 비행할 것이냐? 아니면, 안 가본 곳을 가볼 것이냐?]“안 가본 곳?”
[비행이 금지된 구역이 있어 못 간 곳이 하나 있다. 저쪽이다.]셔트폰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 레이몬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비행기사단의 영역이었다.
3강의 국가는 황도의 하늘에 자신들이 운영하는 비행기사단의 구역을 정해놨다.
이 구역은 타국의 비행체가 절대로 접근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셔트폰이 지금 가리킨 곳은 바로 그런 구역이었다.
정확히는 기어스 왕국의 영역이었다.
‘……저기는?’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광휘의 성자의 저택이 있었다.
* * *
그때, 광휘의 성자는 잔뜩 술에 취해 있었다.
“빌어먹을!”
와장창!
요란하게 물건이 깨지는 소리에 광휘의 성자를 보필하는 수하들은 자라목이 되었다.
‘점점 더 난폭해지시는구나.’
‘궁지에 몰리고 있으니.’
현재 황위 선출 상황은 최악이었다.
기어스 왕국이 멸망의 추종자의 진짜 배후인 게 들통나 대거 표가 레이몬드 측으로 넘어갔고, 시넬 공작가가 완전히 레이몬드를 지지함에 따라 그 지지세도 공고해졌다.
광휘의 성자는 초조한 마음에 레이몬드가 치료한 환자에게 손을 대는 수작질을 벌였지만, 그거야말로 악수였다.
루드비히는 불같이 노해 광휘의 성자를 질책했다.
‘이 병신 같은 놈!’
욕설이라니.
놀라운 일이었지만, 광휘의 성자와 기어스 왕국의 관계를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황제 위를 노리며 높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광휘의 성자는 기어스 왕국의 체스 말에 불과할 뿐이었으니까.
기어스 왕국의 지원이 아니라면, 광휘의 성자는 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저런 원색적인 욕설은 광휘의 성자가 명성을 얻은 이후 처음이었다.
그만큼 루드비히는 광휘의 성자가 이번 일을 잘못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가난의 성자가 누구인데, 그런 허접한 수작을! 이 일이 들통나면 네놈의 황위 선출은 정말로 끝장이야!’
광휘의 성자는 화가 나 벌컥 술을 들이켰다.
실제로 레이몬드는 그새 누명을 벗고, 진범을 찾고 있다고 한다.
만약 광휘의 성자가 벌인 일이란 게 밝혀지면, 황위 선출은 더는 손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뜻하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 광휘의 성자는 터져 오르는 분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자란 광휘의 성자는 이런 실패에 극도로 취약했다.
그래서였다.
광휘의 성자가 이런 상황에도 또 끔찍한 일을 하려고 한 것은.
“유희는 준비되었나?”
“저, 전하.”
수하가 곤란한 얼굴로 말하였다.
“준비는 되었지만, 자중하시는 것이.”
“닥쳐!”
와장창!
다시 술잔이 깨져나갔다.
“비키도록.”
수하들은 결국 말리지 못했다.
광휘의 성자는 비틀거리며 유희를 즐기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지금 레이몬드가 찾고 있는 소녀를 향해서였다.
다행히 소녀는 아직 죽지 않았다.
결벽증이 있는 광휘의 성자는 유희를 즐기기 전, 제물을 최대한 단장하게 하였고, 덕분에 시간이 걸렸던 덕이다.
‘어쩌다 저런 끔찍한 취미를.’
‘희생자들이 불쌍하군.’
수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들도 광휘의 성자의 끔찍한 유희를 협조 및 방관한다는 면에서 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수하들도 똑같았다.
“딸꾹.”
광휘의 성자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희를 즐기러 가는 것이다.
그런데 방을 나서려는 데 갑자기 수하 중 한 명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타났다.
“크, 큰일 났습니다!”
“……뭐냐?”
광휘의 성자는 와락 불쾌한 얼굴을 하였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을 딱딱하게 굳힐 수밖에 없었다.
“가난의 성자가 찾아왔습니다!”
* * *
레이몬드는 딱딱한 얼굴로 광휘의 성자의 저택에 들어왔다.
광휘의 성자의 저택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껏 수많은 저택에 가본 레이몬드지만, 이렇게나 화려한 저택은 처음이었다.
저택 전체가 금과 보석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만 같았다.
평소라면 저택의 화려함에 눈이 홀려 멍하니 군침을 흘렸을 레이몬드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얼굴을 한없이 딱딱히 굳히고 있었다.
‘왜 납치된 소녀의 냄새가 이 저택에서?’
처음 납치된 소녀의 냄새를 탐지했을 때, 레이몬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광휘의 성자의 저택에서 실종된 소녀의 냄새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너무 뜻밖의 일이어서일까?
레이몬드는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아니, 머릿속에서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말도 안 돼. 설마 광휘의 성자가 범인이었다고?’
레이몬드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택 안으로 들어오니, 더욱 강렬하게 실종된 소녀의 냄새가 느껴졌다.
정말 이 저택 안에 그 소녀가 있는 것이다!
‘왜? 도대체?’
레이몬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려 성자 아닌가?
정치적 의도가 다분했다고는 해도, 광휘의 성자는 지금껏 정말 수많은 선행을 베풀어 왔다.
그런데 뒤에서 이런 끔찍한 일을 했다고?
‘아니, 무언가 오해일 수도 있어. 혹시, 다른 목적의 이유로 데려온 것일…… 리가 없잖아. 빌어먹을!’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광휘의 성자가 이런 일을 벌였을 다른 이유를 최대한 찾아보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없었다.
‘정말 광휘의 성자가 그런 끔찍한 괴물이었다고?’
그렇게 혼란에 잠겨 있을 때였다.
불쾌한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광휘의 성자였다!
그는 잔뜩 술에 취해 있었는데, 레이몬드를 향해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불쾌한 시선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불온한 시선을 마주한 순간, 레이몬드는 맥이 탁하고 풀렸다.
‘진짜였구나.’
물론, 아직 어떠한 증거도 없다.
그래도 레이몬드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하. 저런 쓰레기가. 성자라고.’
레이몬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지만 심증일 뿐, 어떠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었기에 일단 공손하게 말을 꺼냈다.
“갑작스레 죄송합니다. 급한 용무가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용무라. 무엇입니까?”
“최근 빈민가에서 한 소녀가 실종되었습니다. 그 소녀를 찾은 결과, 이 저택에 흔적이 이어져 찾아왔습니다.”
“……!”
그 순간.
레이몬드는 광휘의 성자의 얼굴이 굳는 걸 놓치지 않았다.
찰나에 불과한 동요였고, 곧 원래의 얼굴로 돌아갔지만, 막연한 심증이 확신으로 굳어지기에 충분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실종된 빈민을 제 저택에서 찾다니. 갑자기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하신 겁니까?”
광휘의 성자가 입꼬리를 비틀며 도발했다.
‘이 빌어먹을 놈이.’
레이몬드는 당장에라도 놈을 때려눕히고 싶은 걸 참았다.
아무리 그가 속물이라도 저런 쓰레기는 용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심증일 뿐, 여전히 어떤 증거도 없었기에 차분히 말하였다.
“제 동료 중, 묘인족의 고귀한 핏줄, 진혈족이 있습니다. 탁월한 후각을 지니고 있어, 실종된 소녀의 냄새를 쫓았고, 이 저택으로 냄새의 흔적이 연결되는 걸 확인하여 온 것입니다.”
레이몬드는 미엔을 팔았다.
실제로 진혈족인 미엔은 켈베로스의 초월 후각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한 능력이 있었기에 얼추 들어맞는 설명이었다.
“…….”
“그러니 이 저택을 수색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거리가 가까워지니, 명확한 위치가 탐지되었다.
실종된 소녀는 이곳에서 멀지 않았다.
저택을 수색할 수만 있다면,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부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광휘의 성자님께서는 빈민들을 늘 걱정하시지 않았습니까?”
광휘의 성자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눈빛에 곤란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레이몬드가 모든 걸 확신하고 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안 돼. 내 유희가 밝혀지면 나는 끝장이야.’
광휘의 성자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치적으로 매장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끝장이었다.
악마로 몰려 화형대에 매달려 처형당할 것이다.
하지만 광휘의 성자는 곧 여유를 되찾고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건 곤란하겠군요.”
“성자님. 잠시면 됩니다.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
광휘의 성자는 비웃듯 말하였다.
“지금 한 이야기는 당신의 망상일 뿐인데 내가 따라줄 이유는 전혀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레이몬드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이 빌어먹을 놈이.’
광휘의 성자는 지금 발뺌을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굉장히 유효한 대처였다.
레이몬드는 어떤 증거를 가지고 온 게 아니니까.
레이몬드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광휘의 성자에게 어떤 법적인 강제력도 행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