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59
제 1059화
염전을 만든 후에도 개량 작업과 유지 보수 작업이 남았다.
‘이건 신약 만들 때도 늘 있는 일이지.’
염수로 인한 판석의 노후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개량 작업부터 간수를 빼는 작업까지.
‘이건 이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가열식에 진법을 섞어 보조했지.’
바람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큰 혁명이다.
물론 그게 가능하려면 영맥이 있어야 하고 지리적으로 타고나야 하지만 이곳은 할 만했다.
‘신약 출시하는 것에 비하면 의외로 할 만하군.’
이런 건 인내심 싸움이었고 무월이 보좌해주니 쭉쭉 해결이 되었다.
‘어찌 보면 진법은 마치 인간이 신을 흉내 내는 작업 같네.’
누군가의 발을 묶거나, 때로는 환영을 보여주거나, 이렇게 바람과 온도의 방향을 정하거나.
가장 많이 쓰는 건 복을 달라고 하는 풍수지만.
천간과 지리를 읽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천지의 조화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부분이 마치 신선과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간은 모두 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건가? 이것 참 재미있네.’
오싹-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왠지 닭살이 돋았다.
진천희는 손으로 팔을 쓸며 무월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유리는 안 훔쳐 가는군요. 기껏 황구에게 냄새도 맡게 했는데.”
“그것과 관련하여 투괴님께 자문을 얻어 보았는데, 일단 염전 관리를 강호인이 하고 있기도 하고, 주변에 엄폐할 곳도 없는 데다가 저 큰 물건을 이고 달리다 보면 뒤통수에 짱돌이 날아올 각이라 도둑이라면 피해야 할 미끼라는군요.”
“이렇게 비싼데요?”
“네. 무엇보다… 아닙니다.”
“?”
무월은 말을 삼켰다. 투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광 물건을 건드려? 차라리 신병이기면 모를까. 염전 외에 아무것도 없는 지형에서 저 큰 걸 들고 뛴다고?
자르면 되지 않냐는 말에 투괴께서 말했다.
-아서라. 걔들도 죽기 싫겠지. 아니다, 죽고는 싶어도 단전 파괴돼서 살고 싶지는 않을 거다.
왠지 소름이 돋았다.
이 말은 전해주지 않기로 했다.
진천희는 장부를 보며 말했다.
“어쨌거나 누군가가 훔쳐 갔으면 하긴 하거든요. 겸사겸사 이 동네 장물이 어떻게 흐르는지 조사하고 싶었던 건데 미끼가 너무 큰가? 좀 잘라 놔야 오려나.”
갸우뚱.
‘이 인간은 천재인가 싶으면서도 가끔 이럴 때는 세 살 어린아이보다도 어리버리할 때가 있으니 원.’
무월은 모르는 셈 치기로 했다.
염전을 만들고 나니 이다음은 일사천리다.
생산량도 보장되었겠다, 당연히 강소성 전역으로 백린의각표 소금이 팔리게 된다.
일단 본래 유통되던 암염보다 무려 두 배나 저렴한 가격!
질보다 양이 중요한 이 시대에 그것은 무엇보다 강력한 전략이었고, 당연히 소금 소매 점포뿐 아니라 대형 객잔들까지 거래를 트기 시작했다.
‘염상은 전통이 필요 없지.’
실질적으로 백린의각이 더 치료할 확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대대로 거래해왔던 곳이 화주의각이라는 이유로 화주의각과 거래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이 시대에 의술은 일종의 구명지은과도 닿아있으나 소금은 금(金)이다.
‘음, 환전이 이렇게 빨리 되다니 꿈인가.’
농사를 해도 일 년을 기다려야 하고, 신약을 만들어도 검증까지 삼사 년은 족히 걸리는데 소금은 만들면 팔린다.
찬양하라! NaCl!(feat. 염화나트륨)
그렇게 새로운 도약을 하나 했었는데 어느 순간, 소금의 매출이 감소하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설마하니 이 시대에 웰빙이 유행하여 히말라야 자연 솔트 붐이라도 와서 해수염이 나가리가 된 것도 아닐 거고,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보고서를 읽었다.
‘백린의각 소금보다 싼 소금이 팔리고 있다고?’
심지어 이놈도 해수염이다.
이게 가능한가?
‘진법으로 돌리는 것보다 인건비가 더 싼 소금을 만드는 게 가능해?’
그냥 진법도 아니다.
현경의 힘으로 내열강화유리까지 만들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채집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나.
현원전단신공을 돌려 보아도 이보다 단가가 나오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진천희는 곧바로 그 소금 상인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나 혼자 가자.’
컹!
삑!
아니다. 황구와 뇌진도.
진천희가 해주는 밥을 끊을 수 없는 이놈들은 이제 식당 밥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아, 밀염은 아닙니다요. 그냥 정당하게 구입한 소금이지요.”
“……그렇군요.”
증명서도 그렇고, 호패도 보니 제대로 국가에서 인정한 염상이다.
“그……렇다면 염전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아아, 어렵지 않습죠.”
혹시 제갈세가의 진법을 뛰어넘는 곳인가?
아니면, 그쪽도 현경의 힘으로 뭔가 장치까지 해둔 걸까?
이쯤 되면 순수하게 학문적인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오우, 배울 수 있으면 배우고 싶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인류는 더 저렴한 단가에 소금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소금은 단순히 먹는 것뿐만 아니라 상처를 소독하거나 부패를 방지시키기도 하니까.
그게 가능하다면 좀 더 인류 보건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위치는…… 강소성 여동(如東)현이군.’
백린군 밖의 지역이라 진천희가 관할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강소성인 만큼 꽤 가깝다.
“황구야, 어쩌면 나도 몰랐던 인류의 새로운 기술을 여기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첩첩첩!
황구는 진천희의 손을 마구 핥았다.
개는 행복하다.
인간이 두근거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 개도 절로 두근거리게 된다.
헥헥헥헥헥!
“황구야, 자, 자, 잠깐만!”
이 거대한 놈이 두 발로 서려는 것을 억지로 말린다.
뇌진도 그만하라는 듯 삑삑대자 그제야 흥분을 진정시킨다.
개는 달리고 싶다.
아까도 실컷 달렸지만, 계속계속 달리고 싶었다.
결국 진천희는 그런 황구를 데리고 평야를 빠르게 내달렸다.
조금만 더 가면 염전에 도착하게 된다.
아마 그곳에는 진천희는 모르는 이 별의 신기술이 있을 거고, 그걸 잘 접목시키면 사람들은 더 싸게 소금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
드디어 진천희가 도착했다.
그곳은…….
[이것이 염전이다! 절망편]을 쓰게 된 계기였다.* * *
“끄으윽, 끄으으으으윽!”
땡볕에 아이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몸값은 성인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설령 쓰러져 죽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보상할 필요는 없다.
단순 밭농사도 아니고 이런 염전에 애를 팔아버린 집이라면 그 아이의 생사 여부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털썩-
아이 하나가 결국 땡볕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다.
나이는 일곱, 여덟.
진천희는 급하게 애를 안아서 진맥했다.
‘극심한 탈수인가?’
거기에 피로와 허기까지 겹쳤다.
진천희는 급하게 아이에게 진기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대나무 통을 꺼내 물을 천천히 먹인다.
꿀꺽, 꿀꺽-
“괜찮니?”
“…….”
아이는 말이 없다.
“어, 아우! 아!”
이윽고 아이는 말을 했다.
그것은 말이라기보다는 어설프게 입 모양을 따라 하는 소리와 같았다.
그러다가 답답한지 손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더 꼼꼼하게 아이를 진맥했다.
그제야 진천희는 이 애가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염전에 팔아버린 건가?’
발목을 보니 노예는 아닌 듯했다.
공노예는 거의 씨가 말랐다고 했고, 불법으로 사노예를 썼을 때 황상이 어떤 벌을 내리는지 모르지 않을 테니까.
‘계약을 하긴 했겠지. 이 아이들의 품삯도 미리 지불했을 거고.’
물론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겠지만.
다만 그 품삯이 아이의 호주머니가 아닌 부모의 호주머니로 바로 들어간다는 게 문제지.
그걸 그저 한번 주변을 돌아본 것만으로도 이 염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했고.
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여긴 지옥인가…….”
아이들이 노동하고 있다.
어른도 못 하는 일을 애들이 어떻게 하나 싶지만, 탄광 일도, 목화밭 일도, 커피 농장도 애들을 시켰던 역사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인류는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왔다.
‘지금도 시키고 있지…….’
지금도 인류는 아동들이 만든 유리잔을 들고, 아동들이 따온 커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지긴 했어.’
적어도 그게 잘못되었다 말하고, 그게 밝혀졌을 때 부끄러운 일이라는 자각이 생겼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앗하는 사이에 계속 뒤로 걷게 되기 마련.
지금 이 순간도 인류는 누군가 깨달은 자의 피로 전진하고 있고. 때로는 또 누군가의 획책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밀고 밀리는 싸움 속에서 인류가 어디에 다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허나, 이곳은 전진조차 시작하지 않은 곳.
전진을 해야 할 이유조차 아직 납득하지 않은 곳.
염전에서는 소금을 생산하기 위해서, 그리고 해수를 빨리 말리기 위해서 염전에 들어찬 해수를 계속해서 길고 납작하고 넓적한 삽으로 엎어주고, 엎어줘야 한다.
그렇게 물이 마르면서 생긴 소금들을 한쪽으로 모으기도 해야 하고.
그야말로 중노동.
아이들은 묵묵히 그것을 하고 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나 말투가 어눌한 아이, 그리고 그냥 장애는 없지만 부모의 선택으로 온 아이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고.
몇은 뒤늦게 밥을 받아서 구석에서 먹고 있었다.
소금이 들어간 흰 반죽.
떡도, 빵도 아닌 무언가였다.
먹는다는 표현보다는 삼킨다는 표현이 맞았다.
‘나는…… 기술로 이런 일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진천희가 만든 염전은 진법이 계속해서 끓이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엎을 필요 없다.
그저 물 붓고 끓이고 다시 물 부어서 끓이고, 그걸 반복하면 되는 상황.
물을 붓는 과정조차도 바람의 힘을 이용해 계속해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바람조차도 진법으로 방향을 조절할 수 있고, 그러고 나면 결국 열기로 졸이면 되니까.
소금이 계속해서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
그 소금을 퍼서 담으면 그걸로 종료.
‘나는…… 기술이 노동에서 사람을 해방하고 소금이 더 싸지면 이런 일은 자연스럽게 없어지리라고…….’
그럴 리가 있나.
그들도 진천희의 저렴한 소금에 밀리면 타격을 입게 된다.
파는 게 소금이다 보니 장사가 아예 망할 리는 없더라도 그래도 전처럼 벌지는 못할 터.
생존은 인간의 본능이고, 돈은 생존과 직결되는 법.
그리고 염전 주인은 더 싸게 할 구석이 이미 있었다.
이미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인부들을 쓰고 있었고, 그것은 노예가 아니니 합법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은 빛나지 않았다.
어른과 같았고, 어른보다 혈색이 나빠 보였다.
모두가 하루를 살아갔다.
인간을 얕봤다.
아니, 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얕봤다.
굳이 혈선교가 끼지 않아도 인간은 충분히 돈으로 지옥을 만들 수 있음을.
그저 혈선교는 수많은 악의 중 하나일 뿐.
악의 대표가 되지는 못했다.
‘막아야 해.’
어른이지 않은가.
기술이 인간의 악의에 패배했다 어쩌구 자기 연민에 취할 때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기 애들은 계속 혹사당하고 있지 않나.
관할 지역이 아니든, 기술이 욕망에 패배했든 뭐라도 해야 했다.
‘내가 본 건 이상론이었던 거지. 지구의 기술을 접목시켜 세계가 하와와와하고 변하리라고 믿었던 것뿐이야.’
총천연색의 터무니없는 이상론.
지구인의 막연한 긍정주의.
현실은 이렇게 무거운 질감인데.
비누를 얼마나 힘들게 팔았는지 기억하면서도 막연하게 다 잘되리라 생각하고 만다.
‘그래. 알고 있어. 그래.’
절망은 가깝고 희망은 늘 멀지 않던가.
어른은 몸을 일으킨다.
진천희는 마침 먼 곳에서 애들을 관리 감독하고 있던 놈을 찾았다.
‘저놈……?’
작은 키들 속에서 유난히 큰 키였으니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고작 허리께에 오는 작은 아이에게 왜 일을 이따위로 하냐며 화를 내고 있었고.
진천희가 경공으로 도착할 즈음에는 마침내 주먹으로 때리려던 찰나였다.
“이 멍청한 놈이!”
탁!
“음?”
주먹을 휘두르려 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놀라서 돌아보니 그곳에는 천인인가 싶을 정도의 미남자가 그를 잡고 있었다.
“히익!?”
가는 팔로 붙잡고 있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강호인 같다.
하지만 이쪽도 강호인.
상대의 내력이 얼마나 강하든 무골인 그가 좀 더 힘을 준다면 다르리라.
그렇고 오만하게 생각하는 순간, 진천희가 내력을 담아 비틀었다.
우드득, 두둑, 두드득-
그의 팔에 회전력이 실리더니 순식간에 몸이 뒤로 솟구친다.
콰앙!
“으그극.”
대체 어느 고명한 고수이기에 고작 손가락 하나만으로 회(回)의 묘리를 담아 사람을 제압하는가.
아득하게 차이 나는 경지에 어이가 없을 지경.
그때 엎어진 시야에 개가 가득 들어온다.
크르르릉-
황소만 한 거대한 개가 건치를 보이며 으르릉거린다.
고개를 돌려 위를 돌아보니 사내의 머리에 앉아있는 새까지.
‘서, 서, 서, 서, 설마! 이, 이, 이, 일광?!’
관할도 아닌데 일광이 여기까지 왜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그쪽에서 소금을 판매 시작해서 윗분들이 얼마나 마음이 심란해하는지 모른다.
놀랍게도 일광은 웃고 있었다.
“……이 더운 날 아이를 때려서야 쓰겠습니까?”
왜일까.
입은 웃고 있는데 푸른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오싹-
일광은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저 바라볼 뿐.
“아, 아, 일광 대협! 아, 아니! 벽안신의 대협을 뵙습니다요!”
차마 진 태수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왜인지 그렇게 불렀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까.
“아이들 일 시키는 거 당장 중지시키죠.”
크르르릉-
개는 왜 집사가 화가 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집사가 화났으니 자신도 화났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건치를 보이고 있다.
평소의 진천희라면 말렸을 텐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만큼 집사가 분노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
그러면 무조건 저놈이 나쁘다!
황구는 생각했다.
집사, 어서 명령을! 저놈을 물어뜯을 수 있게!
개는 선악을 모른다.
그저 우리 집사를 화나게 한 자는 죽어도 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놈은 약하다.
강호인이지만 약하다.
크르르르-!
“무, 물론입죠! 벽안신의 대협님의 말씀이라면 바로 따라야 합죠!”
뇌보다 척수가 먼저 대답했다.
만약 여기서 저항했다가는 지옥을 볼 거라는 사파 특유의 생존본능이 울린 탓도 있다.
반면 진천희는 생각했다.
‘후우……. 저항하면 그걸 이용해 일을 키우려고 했는데 전형적인 강약약강인가.’
그렇다면 그거대로 좋다.
이쪽도 맞춰서 움직이면 되는 일.
“여기 주인이 우일이라고 하던데. 안내하시죠.”
“네넵!”
감독관은 진천희의 눈치를 보며 종을 울렸다.
댕댕댕댕-
그것을 신호로 아이들은 일을 멈추고 우르르 다가왔다. 감독관이 외쳤다.
“다, 다들 숙소로 이동한다!”
그 말에 아이들은 고개만 끄덕일 뿐 왜인지 묻지 않고 돌아간다.
‘잡담하는 아이들이 없다니…….’
그렇다는 건 이런 학대에 이미 너무 익숙해졌다는 뜻.
문득 아이 하나가 황구를 바라보았다.
“이거 먹을래?”
흰 빵 부스러기.
그것도 얼마나 오래 챙겨둔 건지 손때에 회색으로 꾸깃꾸깃해진 빵이었다.
황구는 미식가다. 천하십대숙수가 주는 간식에 입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원래라면 혀끝도 안 댈 터.
컹!
하지만 왜일까?
황구는 첩첩첩 빵을 먹더니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헤헤헤헷!”
아이가 마구 쓰다듬고 볼을 당겨도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러다 문득 진천희는 깨달았다.
아이의 한쪽 뺨과 귓불이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맞았던 흔적.
빠진 손톱으로 황구를 끌어안았다.
“엄청 커, 엄청 귀여워!”
아이가 외치자 다른 아이들도 슬금슬금 걸어왔다.
“와아, 장난 아니다!”
한 아이는 머리카락이 두피가 보일 만큼 빠져있었고, 다른 아이는 눈두덩이가 부어서 한쪽 눈이 안 보이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치는 빠르다.
감독관이 지금은 못 때린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황구에게 다가간다.
“북슬북슬, 북북북북!”
아이들은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개 한 마리에도 웃었다.
컹!
황구가 아이들을 마구 핥아주었다.
금은보화도 상관없다. 황족들이나 쓰는 사치스러운 장난감도 필요 없다.
아이들은 오늘 일이 일찍 끝났고 개가 귀엽다는 사실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우와아!”
하지만 진천희는 지옥을 본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여기는 지옥이다. 그리고 감독관을 바라본다.
“…….”
행복한 아이들 속,
그들과 있던 어른을.
감독관은 그런 진천희의 시선에 오금이 저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왜 하필!’
놀랍게도 의원은 이 순간에도 웃고 있었다.
다만 눈이 초점 없이 서늘할 뿐.
오싹-
감독관의 본능이 눈앞의 미청년에게서 도망치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대한 먼 곳으로.
하지만, 어디로?
‘이렇게 된 이상, 가주님께서 어떻게든 해주실 거다! 어떻게든!’
까득-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감독관은 어금니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