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96
“선존이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나와서 절 보면 될 텐데요.”
“너는 선존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
스승님의 질문.
“…….”
어찌하여 그것을 묻는 걸까?
역시 진천희에 대한 선존의 관심이 정상이 아니라는 뜻일 터.
지금 제자는 ‘존귀한 자’들이 누구보다 탐을 내는 최고의 성찬이 아니던가.
심지어 태을단선검의 진의를 깨우친 자.
선(仙)을 끊는(斷) 자.
‘결국 참지 못하고 선존(仙)이 부르는가.’
반선의 씨앗이 발아하며 성장한다.
선존은 마침내 오랜 칩거를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른 눈이 제자를 꿰뚫었다.
진천희는 기억을 더듬어 선존에 대해 아는 것을 말했다.
“그가 선존이 된 것도 결국 선도(仙道)를 수련하기에 붙여진 이름이지요.”
“그래.”
그런 선존에 대해서 백린의각과 금혈방에서 알아낸 최신 정보들을 바탕으로 종합해 보자면.
황제가 하늘에 제를 올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천제단(天祭壇)이 있으며, 태산파가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는 태산(泰山)에 기거하고 있다.
선존은 주로 천제단을 관리하며, 그곳에서 수행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선대 황제 때부터 천제단을 관리했다고 한다.
태산은 제국에서 최고의 영산인 오악(五嶽)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산.
그런 영산의 천제단을 관리하는 선존이 보통 사람일 리가 없긴 하지만.
그 행적과 행동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이 대뜸 초대장을 보냈다?
여기까지 아는 것을 이야기하고는 제자가 묻는다.
“스승님은 선존에 대해서 아시나요?”
제자의 질문에 스승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그는 내가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도 선존이라고 불렸었지.”
“나이가 많으시네요.”
“적어도 백 년간 선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고 하니……. 지금의 나이가 아마도 백오십이 넘었을 게다.”
‘음, 역시 무시무시하군,’
금혈방 정보에는 선존의 나이에 대해서는 아예 표기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투괴 어르신만큼이나 오래 살아온 사람인 듯했다.
‘인간이 백오십 년을 살다니!’
도원향 같은 특수한 공간인 것도 아닌데.
반로환동?
아니면 투괴 어르신처럼 특별한 약을 먹게 되었다거나.
‘혹시. 천제단이 특수한 공간인가?’
불로불사가 불가능한 세계는 아니니 더욱 그랬다.
그때 유호가 말했다.
“확실히 기이하긴 하군요. 지금이라면 모를까……. 과거에는 인간이 그리 오래 살기는 어려울 텐데요.”
진천희가 말했다.
“지금이라면 가능하다는 건 무슨 의미야?”
“천기가 흐려지고 있으니까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단순히 투괴님이나 천마님 외에 다른 이들도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지요.”
“으으으음…….”
진천희는 생각에 잠겼다.
천기가 흐려진다는 것은 자신이 원인일 가능성이 클 터.
‘사람이 장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에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다고 해도 도원향을 경험하고 나니 그 정도로 오래 사는 게 과연 좋은 건가, 하는 생각도 요즘 든다.
제갈린이 물었다.
“그나저나, 어찌하고 싶으냐?”
푸른 눈이 제자를 관찰한다.
일견 섬뜩한 느낌도 들었지만, 이 또한 평소의 스승님이라 할 수 있겠지.
진천희는 뺨을 긁적이다 답했다.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데요…….”
“흐음…. 그렇구나.”
역시 제자 놈이다.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특히나 선존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 탓이리라.
이윽고 제갈린이 말했다.
“좋다. 마침 시간이 비니, 그렇다면 이 스승과 같이 가자꾸나.”
진천희가 눈을 홉떴다.
“예? 스승님이랑 같이요?”
“그래. 나 또한 선존에게 궁금한 게 있으니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
‘스승님도 선존께 볼일이?’
제갈린이 피식 웃었다.
“왜. 혼자 못 가서 싫은 것이냐?”
“아, 아니, 아닙니다! 그냥 너무 의외라서요.”
스승님과 같이 어딘가를 간 지가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리라.
“저야 스승님과 함께 가면 든든하지요.”
“…….”
“좋지. 참, 유호. 무슨 생각 하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호가 고개를 젓는다.
진천희는 유호의 반응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별거 아니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어찌 되었건 스승님과 함께라면 뭘 하든 안전하지 않을까.
제자는 그리 생각했다.
* * *
“스승님.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그럼. 아주 괜찮단다. 그간 네가 이렇게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번 같이 타 보고 싶었단다. 왜 그러느냐? 의동생들과도 자주 이러고 다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긴 한데… 뭔가… 뭔가가……. 뭔가 그래서요.”
진천희는 지금 거대한 황구의 등 위에 올라타 있다.
그리고 그 뒷자리에는 스승님이 타고 계셨다.
컹컹컹컹!
황구는 신이 나서 달린다.
개는 산책,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긴 산책이 좋았다.
진천희는 뺨을 긁적였다.
‘뭐…. 옛날과 다를 건 없지만. 뭔가…… 체통? 위엄? 같은 게. 이게 맞나?’
동생들이랑 황구를 타고 다닐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스승님이랑 같이 타니 기분이 좀 묘하다.
‘스승과 제자가 커다란 개를 타고 달리는 이게… 맞나?’
사제지간이면 이런 귀엽고 짧뚱한 거대 개……보다.
팔두마차 같은 게 낫지 않나?
그 생각을 스승님께 전하니 부채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리셨다.
“하하하. 아직도 고정관념에 빠져 있구나. 그런 놈이 어찌 현경에 들었을꼬?”
“그, 그러게요.”
스승님이라면 좀 더 뭔가 대단한 곳에 앉혀야 할 것 같은 황송함이 있다.
애초에 스승님은 뭐랄까.
사람인지 천인인지 모를 만큼 고아한 기품이 있는 분이신데 그런 품격 넘치는 분을-
‘짐마차 짐칸에 태우고, 이번에는 황구 등에 태우고……. 아아아악!’
불효. 불효다.
스승님을 곱게 모시지 못한 제자의 불효!
정작 태우고 있는 황구와 스승님 본인은 별생각 없어 보였지만.
컹, 커커커커커컹!
“황, 황구야. 좀만 더 천천히!”
헥헥헥헥헥!
스승님이 말했다.
“영물이면 가끔씩 이렇게 한계까지 달려 주게 하는 게 좋단다. 짐승으로서의 야성을 배출해 줘야 사고를 덜 치거든.”
“유호도 그런가요?”
“유호?”
그 말에 스승님이 재미있다는 듯 한참 웃었다.
“글쎄다. 뭐, 그자는 계약으로 내 종복이 된 자이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하지는 않는단다. 개인 시간이 될 때면 어딘가로 사라지곤 하는데 굳이 내가 알 필요는 없지.”
쿨하시군. 과연 스승님.
아니, 그냥 흥미가 없어서 냅두시는 걸지도.
아무튼 황구의 속도는 그야말로 바람과 같아서.
밤이 올 때쯤에 이미 강소성 경계에 도착해 있었다.
현대 지구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번에 도착한 것!
물론 지구 별에서도 자동차가 있다면야 6~8시간이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지구는 도로가 잘 뚫려 있다.
이 강호는 아무리 도로를 잘 정비해도.
그런 직선 주파 같은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있겠지.
황구가 그게 가능한 것은.
이놈은 산을 건너고 물을 건너고 심지어 절벽도 건너뛰는 미친 도약력과 속력을 가졌기 때문.
“분명 처음 너한테 왔을 때는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네. 그렇죠.”
조그마했다.
보통 개보다는 살짝 큰 수준.
영물답게 활동이 어마어마하기야 했지만 지금 같은 초월적인 속도와 힘, 지구력을 갖지는 못했다.
“무공을 익힌 것도 아닌데 진짜 대단하다.”
진천희는 황구의 이마를 북북북 긁어 주었다.
헥헥헥!
거대한 몸체가 기뻐서 허덕인다.
이렇게 달리는데도 너무 신난단다.
이럴 때는 꼭 무슨 어린아이 같다.
“영물을 키우는 사람은 많지만 진정한 의미로 더 강해지게 키우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애초에 이 녀석도 뇌진도 왜 강해졌는지 모르겠는데요. 그치, 뇌진?”
삐익!
뇌진이 자다 말고 대꾸한다.
이 녀석은 진천희 팔 사이에 파고들어 가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권제님처럼 진천희가 무공을 가르쳤으면 모를까.
모험을 하다 가끔 영물 고기나 영약을 먹곤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성장을 해명할 수가 없다.
명문대파에서도 영물에게 영약을 먹이기도 하고.
특히나 마교에서는 영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니까.
진천희 자신은 세끼 잘 먹인 것 말고 없다.
‘역시 밥이 답인가.’
황구와 뇌진이 진천희의 밥에 집착하는 것은 단순히 맛 때문이 아니라고 유호가 스쳐 지나가듯 말한 일이 있긴 했다.
‘더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이라면…….’
그렇다면 영물들이 진천희의 밥에 환장하는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나이가 들고 영약을 좀 복용하는 것 외에는 강해질 방법이 없는 게 영물이니까.
어쨌든.
산동성과 강소성의 경계에 위치한 산맥을 지날 때쯤 해가 떨어졌다.
“해가 떨어졌으니 슬슬 야영이나 하자꾸나. 네가 요즘 하는 야영에 대해 늘 이야기만 들어서 사실 궁금했단다.”
“요즘 하는 방식이라고 해도 별거 없는걸요.”
진천희는 부끄러워졌다.
‘쓰읍, 스승님께 이런 누추한 노숙을 보여도 되는 건가.’
그러나 몸은 충실하게 야영지를 제작하고 있었다.
콰르르릉!
콰광!
콰과과과과곽!
사실 야영지라기보다는 즉석 제작 거주지라고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방공호 내지는 대피소 같은 것.
그렇게 완성하고 나니 스승님이 ‘호오…….’ 하며 감탄하시는 게 아닌가.
“신기하구나.”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스승님이 그리 말하시니 왠지 으쓱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에 돌을 골라 온돌대피소의 사용법에 대해 열심히 적는다.
다음 사람을 위해 깨끗이 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나도 하나 기여해 보자꾸나.”
그리 말하며 조약돌 몇 개를 주워서 방위를 잡고 놓기 시작했다.
우웅-
대단하게 무언가 변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스승님, 이건 뭔가요?”
“원기를 회복하는 것도 진법으로 가능하단다. 너도 조금 생각해 봤다면 할 수 있는 일이지.”
“아! 그렇네요.”
“너무 물리적인 것만 생각하지 말렴. 기운을 다루는 것도 진법을 쓰는 진법가의 일이지 않더냐.”
스승님은 그리 말씀하시며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스승님이시다.’
강호 노괴가 저 미소를 보았다면 혈린광살이 실성했다 비명을 지르겠지.
허나, 제자는 그저 우리 스승님은 참 속이 깊으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네, 스승님.”
“그러면 요리는 무엇이 좋겠느냐?”
“생선 어떠신가요?”
그리 말하며 제자가 소매 안에서 사람 몸뚱이만 한 거대 잉어를 꺼내는 게 아닌가.
펄떡펄떡!
* * *
잉어탕과 잉어탕수.
잉어찜까지.
“이제 살아있는 녀석도 그 주머니 안에 들어갈 수 있구나.”
“아, 네. 사람을 넣을 수는 없지만요. 이런 잉어 같은 것은 넣을 수 있더라고요. 양력 말로는 주술적으로 봤을 때 사람은 영혼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넣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잉어는 혼이라고 해 봐야 거의 없어서 괜찮다고 하고요.”
“주술은 참 신비하구나.”
스승님은 잉어탕수를 젓가락으로 갈랐다.
치이이익-
갓 튀긴 탕수가 젓가락에 부서지면서 엄청나게 맛있는 소리를 냈다.
생선 가시 하나까지 전부 발라내어서 그 맛은 일품이었다.
“남은 재료는 만두를 만들면 좋겠구나.”
“아, 그건 제가…….”
“아니다. 쉬거라.”
그리 말하며 의념으로 제자를 억지로 침낭 쪽으로 밀었다.
“으으, 그러면 불초 제자, 스승님께서 요리하시는 것을 지켜보겠습니다.”
“그러면 된 거지.”
스승님은 오랜만에 즐거워 보이셨다.
“그러고 보니 이리 둘이서 다닌 건 오랜만이로구나.”
“네. 저번에 가뭄 때 이후로 오랜만이긴 하네요. 그 강소성 무투 대회부터 매번 바빴으니까요. 그때 그 거대 토용이 엄청나게 인기 좋았던 게 생각나네요.”
“…….”
그 말에 제갈린이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더니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 종종 같이 놀러 다니자꾸나.”
“네, 스승님.”
제자가 활짝 웃는다.
제갈린은 그런 제자를 위해 만두를 빚었다.
‘하여간 독특한 녀석.’
최고의 불효자.
하지만.
‘중원 최고의 제자이기도 하지.’
스승의 미소에 제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 다행이다. 스승님이 기분이 좋으셔.’
그동안 사고를 하도 쳐서 이 제자 찔린다.
“희야.”
“네, 네?”
제자가 벌떡 일어난다.
“아니, 앉아 있거라. 만두를 찌는 게 좋을지 구워 주는 게 좋을지 묻는 거란다.”
“아, 아. 네네.”
눈을 빛내며 대답하는 제자.
그걸 보며 제갈린은 생각했다.
참 총명한 사고뭉치의 눈이라고.
대체 저 강아지는 누가 키운 걸까?
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