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60
기수는 일단 단전에 의식을 집중해서 욕정을 컨트롤했다.
‘네가 계속 시도를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어. 내가 거기에 넘어갈 줄 아냐?’
열기를 식힌 기수는 아쉬울 것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어. 싫으면 관 둬. 나 좀 나갔다 올게.”
탁지연은 기수의 태도 변화에 당황했다.
“어, 어디 가시게요?”
“기루.”
“기루엔 왜 가욧!”
“술과 여자가 있으니까 가지.”
“내가 있는데 다른 여자는 왜 찾아욧!”
“운기조식 해야 한다며? 열심히 해.”
그리고 곧바로 등을 보이자 탁지연이 와락 달려들어 등을 끌어안았다.
“오늘은 안 해도 돼요.”
“이거 놔. 난 남의 연공이나 방해하고 그러는 사람 아냐.”
“요, 용서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기수는 씩 웃고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예. 어떤 벌이든지 달게 받겠어요.”
그러면서 탁지연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릎을 꿇었다.
기수의 입장에서야 뭐 달리 무슨 벌을 주겠는가. 휘둘러서 얼굴에 때찌! 때찌! 조금 하는 것으로 체벌은 끝내고 화해의 섹스가 시작되었다.
기수는 다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쾌감을 느꼈다.
탁지연의 비너스 딤플에 양손 엄지를 올리고 원을 그리며 마사지해주면서 팟!팟!팟! 골반을 잡아당기는데 기분이 정말 끝내줬다.
‘오늘은 왜 이렇게 좋지?’
탁지연이 달라진 건 아니고 자기 기분 때문인 것 같았다.
강적과 싸워서 이겼다는 승리의 쾌감이 ‘이젠 종족번식을 시작해볼까?’ 하는 쪽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동물의 왕국 보면 산양들이 서로 박치기해서 우두머리가 되면 무리의 암컷을 전부 차지하지 않는가. 인간도 그 비슷한 유전인자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탁지연이 복수를 완수한 후 성적으로 엄청 흥분했던 것도 약간은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오래 했는지, 아래서 탁지연이 애원했다.
“기소협. 아직 안 됐어요? 전 벌써 여러번… 아아… 헉! 헉….아아…”
“조금만 더 하자. 응?”
예로부터 전쟁에서 승리하고 적의 성을 점령한 정복자는 일단 그 성안의 여자들을 전부 강간하지 않았던가. 생과 사가 갈린 결전에서 승리한 수컷은 자기 씨를 후세에 전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기수가 계속 본능에 충실하자 결국 탁지연이 견디지 못했다.
“그, 그만요… 벌써 날 샜어요. 제발…..”
“조금만 참아. 응? 응? 조금만…”
“아, 안되겠어요…. 입으로 해드릴게요!”
“뭐, 일단은 그렇게라도….”
탁지연은 엄청 열심히 머리를 움직였다.
이걸로 끝내야지, 또 하자고 하면 못 버틸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기수는 결국 쾌락의 극치를 마음껏 만끽했다.
탁지연이 한참만에 손등으로 입술을 훔치며 물었다.
“이제 오늘은 그만 해도 되는 거죠?”
“그래.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후후…..”
기수는 그녀를 위해 참기로 했다. 사실 기분 같아서는 얼마든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2.195km를 뛰겠다고 벼르고 나왔다가 1km도 정도에서 그만 둔 느낌이었다.
그래도 욕심을 채우기 위해 지연을 막 대해선 안 되었다.
노래에도 있지 않은가. Queen의 Too Much Fuck Will Kill You.
프레디 머큐리도 그것 때문에 비명에 간 것이다. 불쌍한 사람.
상대가 남자건 여자건 가리지 않고 해대다가 결국 에이즈로 죽다니….
‘그래. 즐거운 일엔 자제력이 필요해. 입이 즐겁다고 단 것, 기름진 것 많이 먹으면 살찌는 거하고 똑같아.’
그렇게 자기 암시를 통해 더 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른 기수는 잠을 청했다.
그러나 5분을 버티기 힘들었다.
그는 탁지연의 어깨를 쿡 찔렀다.
“야. 자냐?”
탁지연은 뒤척이지도 않았다.
“안 자면서 자는 척하지 말고. 우리 말야….”
탁지연이 기수의 손을 짝! 소리 나게 후려쳤다.
기수도 빈정이 상해서 그녀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잠이 들어서 해가 중천에 떠오른 다음에야 깨어났다.
선실 밖으로 나가자 육대기가 기다리고 있다가 말했다.
“채주님. 내일 오전쯤에 군사님이 이리 오신답니다.”
“군사?”
“예. 오빠의 복수를 하겠다고 여동생과 수로맹주님이 한꺼번에 오신답니다. 26채 채주님께서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래? 내가 챙기지 않아도 잘 할 수 있지?”
“예. 맡겨주십시오.”
기수는 반가웠다.
‘이렇게 빨리 네 번째 과제가 찾아와줄 줄은 몰랐는데?’
이런 식으로만 상대를 만날 수 있으면 몇 개월 안에 후딱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로맹주가 함께 오는 건 좀 귀찮은 일이지만 기회는 있을 것이었다.
당장은 이번에도 이기면 어떻게 시간 분배를 해야 탁지연과 길게, 오래오래 할 수 있을까 하는 쪽에만 신경이 쓰였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나온 탁지연은 기수를 발견하자 슬금슬금 피했다.
기수가 바짝 달라붙어서 물었다.
“왜 그래?”
“당분간 저 좀 혼자 놔둬주세요.”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뭘 또 새삼스럽게.”
“몰라요. 어젠 좀 특별했어요.”
“오늘은 살살 할게.”
“오! 제발…. 하루만 쉬게 해주세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왜 다들….”
“수로맹주와 군사가 온다더군.”
탁지연은 몹시 반기는 눈치였다.
“아! 그럼 결전에 대비해서 운기조식 하셔야죠! 오늘은 멀리 가지 말고 그냥 배 안에서 하세요. 절~대로 방해 안 할 테니까.”
“그런 거 안 해도 돼. 손만 잡고 잘 테니까 나 한 번 믿어 봐. 응?”
“안 해도 되긴요! 지난번엔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오셨잖아요?”
“이번엔 여자고, 동생이니까 지난번에 준비한 걸로 충분해.”
“여자라고 무시하면 안 되죠!”
그녀가 워낙 단호하게 얘기하니까 기수도 하루만 봐주기로 했다.
선실에 정좌하고 앉아 운기조식을 시작하니까 역시 바른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청기의 강기에 맞은 자리들의 기혈 순환도 풀어주고, 또 워낙 내력 소모가 심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충도 필요했다.
집중하다 보니 눈 깜빡할 사이에 아침이 되었다.
기수는 개운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나 강물에 들어가 목욕도 하고 새옷으로 갈아입은 후 수로맹주와 군사 맞을 준비를 했다.
아침에 만난 탁지연은 어제와 좀 달라 보였다.
“운기조식 잘 됐어요?”
“그래. 잘 잤어?”
“예. 이젠 기운이 좀 나요.”
더 이상 헬렐레 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좀 쉬었다고 다시 눈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정도면 서너 시간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기쁜 마음으로 채주 3인방 회의로 간 기수는 예정대로 도착한 수로맹주와 군사를 만날 수 있었다.
군사는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유청기의 여동생 유소진.
기수는 그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네가 나의 4번째 사냥감이구나.’
그리고 다른 의미로도 가슴이 설렜다.
비록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척! 보는 순간 와꾸가 딱! 나왔다.
20대 중후반. 가슴과 힙의 풍만함과 허리와 다리의 날씬함이 확연히 대조되는 라인. 인생은 굴곡 없는 게 좋지만 몸매는 들어갈 데 쏙 들어가고 나올 데 확실히 나와 주는 게 보기 좋았다.
면사너머로 비치는 얼굴도 상당한 미녀였다.
다만 눈빛에 분노와 슬픔과 원망이 가득한 상태였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그녀는 기수에게 물었다.
“우리 오빠는 어떻게 돌아가셨죠?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기수는 최대한 자세히, 현장감 있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자기가 가해자인 동시에 목격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현실과 좀 달랐고. 무공에 대해서도 파천강기 얘기는 뺐다.
유소진은 집요하게 캐물었다.
“기수가 쓴 무공이 정확히 어떤 거였죠?”
“그러니까 제가 기수와 싸운 건 아니라서 확실치 않습니다. 손을 굉장히 빨리 움직이면서 마구 후려치다가 단전에 치명적인 한 방을….”
“흐음……뭔가 특별한 호신강기를 익힌 모양이군요. 오빠에게 그렇게까지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유소진이 갑자기 기수를 쏘아보며 물었다.
“범채주님은 왜 오빠를 돕지 않았죠?”
“그, 그야….. 저와 두 사람의 무공이 워낙 차이가 크니까 방해만 될 것 같아서…”
“그런데 기수는 왜 채주님을 살려둔 거죠?”
내가 나를 죽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의 대결이 끝났을 때는 기수도 거의 탈진한 상태였습니다.”
“그럼 오빠의 시신이라도 모셔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럴 여유까지는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옆에서 막붕비가 두둔해주었다.
“범채주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겨우 목숨만 구해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유소진은 의심하는 표정으로 기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기수는 기도를 감추고, 지치고 힘든 표정을 지으면서 상처 난 팔뚝을 슬쩍 드러내어 보였다. 오빠보다 훨씬 의심이 많은 성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소진이 기수에게 물었다.
“그 장소로 저를 안내해줄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그러자 수로맹주가 말했다.
“백리세가에서 경계를 더욱 강화했을 텐데 지금 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소?”
군사 둘을 모두 잃을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유소진은 단호했다.
“아니에요. 전 반드시 가서 오빠의 시신을 찾아와 안장할 거예요. 그리고 기수란 자를 죽여 이 원한을 갚을 거고, 백리세가가 방해한다면 그들도 전부 죽여 버릴 거예요.”
수로맹주는 몇 번 더 만류했지만 유소진은 듣지 않았다.
기수는 속으로 그녀를 비웃었다.
‘야. 미안하지만 넌 그것들 중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어. 네가 무공 말고 다른 걸로 나하고 한 판 붙어보겠다면야 또 모르겠지만…’
유청기의 시신은 들짐승들이 먹었을 가능성이 컸다.
말려도 듣지 않자 결국 수로맹주가 말했다.
“좋소. 나도 함께 갑시다.”
기수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오지 말랄 수도 없었다.
그때 유소진이 말했다.
“아니에요. 저 혼자 가겠어요. 맹주님을 위험한 곳에 가시게 할 수는 없어요.”
“하, 하지만….”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 아시잖아요?”
수로맹주는 영 불안한 눈치였지만 결국 물러섰다.
“알겠소. 조심하시오.”
기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맹주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군사로서는 바른 판단이겠지만 기수 입장에선 훼방꾼이 사라져주는 고마운 상황이었다.
유소진이 기수에게 물었다.
“날이 어두워진 뒤에 가는 게 좋겠죠?”
“예. 물론입니다.”
“좋아요. 그때까지 저 혼자 있도록 배 한 척만 비워주세요.”
기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그리고 수로맹주, 다른 두 채주와 대낮부터 술을 마시며 무림정세 얘기, 수로맹 얘기 등을 나누었다.
기수는 결전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내공 운용을 통해 마신 술을 모두 모공으로 배출하여 취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가 지고, 기수는 쪽배를 준비하여 유소진을 태웠다.
수로맹주와 두 채주의 전송을 받고 배를 저어가면서 뱃머리 쪽에 선 유소진의 뒷모습을 감상하는데, 강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옷을 몸의 굴곡에 밀착시켰다.
‘햐! 좋구나.’
유소진은 그냥 죽여 버리기엔 정말 아까운 바디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상대는 12사도. 딴 생각을 품을 수는 없었다.
‘그러게 왜 나쁜 신을 섬겨서 사도가 됐냐?’
그때, 그녀가 허리띠를 풀었다.
기수는 깜짝 놀랐다.
‘허걱! 저, 저게 뭐 하는 짓이지? 왜 옷을 벗는 거야? 설마 지금 여기서 한 번 해달라고? 날 도대체 뭘로 보고 그런….’
그러나 아쉽게도 그녀가 푼 것은 허리띠가 아니었다. 가늘고 긴 채찍이었다.
기수는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유소진은 허공에 대고 그 채찍을 휘둘렀다.
결전에 대비해서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기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넌 그걸로 파천강기의 사거리를 늘린 모양이지? 하지만 미안해서 어쩌나? 난 50m 밖에서도 쏠 수 있는데. 후후….’
유소진은 강변에 도착할 때까지 채찍 연습을 계속했다.
꼭 무공 연습이 필요한 건 아니고 긴장을 풀기 위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채찍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데다가 채찍 특유의 탄력으로 가속도가 붙어서 끝부분은 거의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든 스피드를 보이고 있었다.
기수는 수로맹주가 의외로 쉽게 그녀를 혼자 보낸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기 혼자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지 않느냐? 라고 했을 때 수로맹주는 순순히 물러섰다. 그 얘기는 유소진에게 진짜 실력이 있다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어제 운기조식 해두기를 잘 한 것 같았다.
‘그래. 이건 게임이 아냐. 죽으면 리로드해서 다시 이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상대를 쓰러트리는 그 순간까지는 방심해선 안 돼. 절대로.’
기수는 심호흡을 하고 결전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여자라고 해서 다소나마 풀어졌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