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5
기수는 입술에 침을 발랐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운영과 키스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녀의 붉고 도톰한 입술은 볼수록 아름다웠다.
그가 양손으로 벽을 짚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당운영은 눈을 감았다.
기수는 그녀가 입맞춤을 허락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 이 오빠가 잘 가르쳐줄게. 후후후…’
그러나 순간 칭! 하는 금속음과 함께 눈앞에 날카로운 침 세 개가 튀어 나왔다.
“뭐야! 씨발….”
기수는 깜짝 놀랐다.
그 침들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었고 끝이 은은한 녹색으로 번뜩이는 것으로 보아 독이 발라져 있는 게 분명했다.
당운영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더 다가오면 찌른다.”
“아 놔… 진짜… 알았어. 알았다고.”
기수가 벽 짚었던 손을 떼고 비키려 하자 당운영이 그 팔을 잡았다.
“가만히 있어.”
그러더니 아래로 미끄러져서 주저앉아서는 익숙하게 바지 끈을 풀었다.
“으음….”
기수는 벽에 양손을 짚은 채 가만히 서서 눈을 감았다.
따듯하고 촉촉한 혀가 닿는 느낌, 손으로 쥐고 당기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나 이러다가 너한테 습관들겠다.”
아래 쪽에서 당운영이 잠시 입을 떼고 말했다.
“닥치고 빨리 약이나 내놔.”
“후후… 그걸 먹으려면 좀 더 열심히 해야지.”
기수는 벽 앞에 선 채로 힙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운영은 뒤통수가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게 되자 양손으로 기수의 움직임에 제한을 가했다.
하지만 피하거나 거부하지는 않았다.
기수 입장에선 고맙고도 즐거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벽치기(?)를 한 기수는 기분 좋게 절정의 분출을 했고, 당운영은 이번에도 기수가 완전히 끝낼 때까지 입을 떼지 않고 마무리를 지어 주었다.
“아아…. 너 진짜 끝내준다.”
기수의 진심이었다.
뜨겁고 미끌한 액체가 가득한 상태에서 혀로 기둥 아래쪽을 자극하면서 입술로 꾹! 꾹! 물어주는 느낌은 진짜 최고였다.
가르치지 않아도 발전하는 걸 보면 혼자서 연구하는 게 분명했다.
그녀가 입 주변을 닦은 후 물었다.
“내가 잘 하는 거야?”
“응. 최고야!”
“유가장의 그 계집애보다?”
“하핫! 그걸 꼭 서열을 매겨야 하나?”
“그래도 매겨 봐.”
“네가 최고야!”
기수는 속으로 덧붙였다.
‘무림맹 안에서는…’
당운영은 얼굴을 무표정하게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목소리는 약간 들뜬 기운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25번 남았다. 내일 봐.”
“그래. 좀 시끄러워도 되도록 외딴 집으로 골라.”
당운영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기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보니 완전히 애플 힙이네… 햐! 엄청 기대되는 걸.’
독침을 눈앞에 들이댈 때는 진짜 가슴이 철렁했지만, 어쩌면 그게 이 고슴도치 같은 아가씨의 매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기수는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밖으로 나갔다.
무림맹은 온통 비무대회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용봉련은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참가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이 훨씬 많았는데, 그들은 참가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연무장에 몰려들었다.
기수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진 걸 느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더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구경이나 하려고 목인진 근처로 갔는데 유향경이 다가왔다.
“기소협! 왜 안 왔어요?”
몹시 서운하고, 어쩌면 약간 화가 난 듯한 말투였다.
“아! 그게 말이지….”
기수는 얼른 변명을 생각해냈다.
“우리가 함께 한 연공 있잖아. 그걸 일정 기간 하고 나면 진원지기를 보충하기 위해서 반드시 쉬어줘야 하는 기간이 있어.”
유향경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제 연공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동안 증진된 내공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우니까 연공 없이 재미만 보자는 뜻이었다.
기수도 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희생(?)해 줄 마음이 있었다.
유향경에 올인하던 마음이 살짝 식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싫어진 것은 아니었다.
패션모델을 연상케 하는 그 긴 다리와 허리에서 힙, 허벅지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라인은 여전히 기수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다만, 또 다른 도전 때문에 한 이삼일 그녀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
“내 몸에 문제가 좀 있어서 아무래도 한 사나흘에서 길면 열흘 정도 쉬어야만 할 것 같아.”
유향경은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몸이 왜요? 괜찮으신 거예요?”
기수는 씩 웃었다.
“너한테 너무 빨려서 보충하는 기간이 필요할 뿐이야.”
“그럼 그 뒤에는 제 내공이 더 상승할 수도 있는 건가요?”
그녀의 속보이는 질문에 기수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는 좀 힘들 거야.”
유향경은 금방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기수가 물었다.
“너 목인진은 통과했어?”
그러자 유향경이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목인진쯤이야 우습죠. 방금 철인진까지 통과했는 걸요.”
“정말? 와! 대단한데?”
“모두 기소협 덕분이에요. 호호호!”
기수는 그녀와 얘기하는 도중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자기를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젊은 청년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유향경을 따라다니는 것이었고, 기수를 경쟁자로 여기는 듯, 질투심 담긴 눈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수는 유향경이 그들의 시선을 은근히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뭇 사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게 짜릿하기는 할 것이었다.
‘흙 속에 묻힌 진주를 꺼낸 건 바로 나지.’
그걸 꺼내서 잘 다듬고 광을 내서 보석으로 만든 자신이 살짝 자랑스러웠다.
유향경은 예전의 그 키만 크던 아가씨가 아니었다.
우선 달라진 것은 뽀얗고 윤기 흐르는 피부.
기혈의 막힘이 없어지고, 남자를 알게 되고, 음양대법까지 익히다 보니 혈색이 아주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더해져서 매력이 넘쳐흘렀다.
기수는 그녀에게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놔두고 혼자 대회장 주변을 돌아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말을 거는 여인이 있었다.
“기공자님 아니세요? 이런 우연이 있나. 호호호!”
기수는 미소를 지었다.
“아! 백소저.”
그녀는 십절금왕문의 백서린이었다.
‘네가 첫 번째구나.’
기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에 감사를 드렸다.
백서린이야말로 들어갈 데 쏙 들어가고 나올 데는 충분히 튀어나온, 몸매의 비율이 환상적인 여인이었다.
기수는 그녀와 함께 걸으며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백서린은 생전 처음 만난 남자에게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지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시종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애쓰는 기수를 보니 이번 내기는 승부가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였다.
‘처음부터 나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호호호! 그럼 그렇지.’
기수가 그녀에게 말했다.
“백소저. 이곳엔 사람들 눈이 많으니까 우리 밖으로 나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좋아요.”
그녀가 바로 응한 것은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사람들이 보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내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조용하고 인적 없는 곳에서 만나는 게 더 바람직했다.
밖으로 나온 기수는 숲길을 걸으면서 계속 수다를 떨었다.
“백소저는 참 마음씨가 고우신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가요? 호호호!”
“팔각정에서도 보면 늘 남을 배려해주시더군요.”
“아이… 사람을 앞에 놓고 그런 말씀 하시니까 부끄러워요.”
기수는 속으로 한 마디 했다.
‘부끄럽기는 개코나…’
기수는 어느 책에선가 읽은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자의 환심을 사려면, 그녀의 얼굴이 예쁠 때는 지성을 칭찬하고, 그녀가 똑똑할 때는 미모를 칭찬하라는 내용이었다.
예쁜 여자들은 자기가 예쁜 걸 잘 안다.
허구헌날 거울 들여다보는 게 일인데 그걸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런 여자에게 예쁘다고 해봤자 별 점수를 못 딴다.
그녀가 평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칭찬해야 하는 것이다.
기수가 백서린에게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어쩜 이렇게 예쁘냐? 게다가 몸매는 우와….!’ 뭐 그런 말들이지만 꾹 참고 있지도 않은 착한 마음씨를 계속 칭찬했다.
백서린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기가 그런 칭찬을 들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텐데, 그저 칭찬이니까 무조건 좋아하고 수용했다.
기수는 말을 하면서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덮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원래 백서린 정도 되는 미녀라면 괜히 떨리고, 잘 보여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도 되고, 좋은 인상 남기기 위해 노력도 하고, 진도도 천천히 뽑는 게 정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달랐다.
당운영을 통해서 자기를 내기의 대상으로 삼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떨리지도 않았고, 잘 보이거나 좋은 인상을 남길 이유도 없었다.
일단 마음가짐이 그렇게 변하니까 참 편하고 좋았다.
“우리 저기서 잠시 쉬었다 갈까요?”
기수는 숲속에 숨겨진 사당을 발견했다.
“좋아요..”
백서린도 순순히 응했다.
그녀는 미모뿐만 아니라 무공에도 자신이 있었다.
외딴 곳에 남자와 단둘이 있는다고 해서 겁낼 이유가 없었다.
사당은 낡아서 기둥이 기울고, 문짝은 뜯겨 나가고, 지붕 일부가 허물어진 데다가 온통 잡초들이 자라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존재조차 불명확할 정도였다.
기수는 먼저 들어가서 나무 마루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그녀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이렇게 둘이만 있으니까 참 좋네요.”
백서린은 기수를 향해 눈웃음을 쳐 보였다.
본격적으로 유혹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기수는 그녀의 미소를 보고 속으로 군침을 삼켰다.
‘진짜 예쁘다…. 그리고 저 몸매… 으으….’
“기공자. 저는요, 어려서부터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그게 뭡니까?”
“사랑하는 정인과 연서를 주고받는 거예요.”
기수는 속으로 웃었다.
‘벌써부터 본론이군. 연애편지를 써달라는 거지?’
그녀가 애교 가득한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 편지 한 장 써주실 수 있으세요?”
“물론입니다.”
“아이! 좋아라. 언제요?”
“오늘 저녁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호호호! 저도 쓸게요. 내일 아침에 서로 교환해서 읽기로 해요. 우리.”
“좋습니다.”
백서린은 만사가 다 자기 뜻대로 된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다.
그래서 기수의 눈빛이 변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
기수가 말했다.
“저는 백소저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습니다.”
“어머 정말요?”
“정말이고말고요. 그런데 백소저도 제가 마음에 드셨나요?”
“물론이죠. 다른 사람들은 기공자의 사문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전 첫눈에 기공자님이 영웅이라는 사실을 알아봤어요.”
“그럼 우리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요?”
“확인? 어떻게요?”
기수는 대답 대신 그녀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아 그녀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아….”
신음하는 백서린의 입술에 기수의 입술이 포개졌다.
“으움…. 우움…. 음…”
백서린은 기수의 키스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자신이 기수의 염정구심술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수가 태무신궁의 비고에서 배운 무공 중에서 염정구심술만이 미완성인 상태였는데 그동안 몇 차례 실험과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기수는 백서린과 함께 여기까지 오는 내내 그녀를 칭찬해서 기분을 띄우고 방심을 유도한 뒤에 심리적 동조를 시도했다.
처음엔 연결고리가 미약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마음을 장악해 나가는데 마침내 성공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 저항 없이 키스를 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기수가 물었다.
“백소저의 가슴은 정말 탐스럽군요. 조금만 만져 봐도 될까요?”
백서린은 깜짝 놀랐다.
‘이 자가 미쳤나? 감히 어딜 만지겠다고!’
그러면서 뺨을 한 대 후려갈겼어야 하는데, 놀랍고 당황스럽게도 몸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조금만이라면… 만져도 좋아요.”
백서린은 자기 입이 하는 말을 듣고 기절할 것 같았다.
‘안 돼! 그걸 허락하면 어떻게 해!’
비명을 질렀지만 그건 소리가 되어서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