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51
651화
쿵쿵쿵쿵!
촉수에서 튀어나온 태양검 그람을 바라본 지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회귀를 한 뒤 지크는 겔리온을 만나 다시 태양검 그람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전생과 달리 이번 생에서 겔리온은 그람이 아닌 바하무트를 만들게 되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전생의 검을 마주하니 지크로선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건 정신 공격…… 환각인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실제 태양검 그람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 지크는 좀 더 합리적인 추론을 해 봤다.
그런데 그때 그람을 내뱉은 촉수가 봉인되기 직전 지크의 머릿속에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기억하라…… 우리의…… 의지를…… 혼돈의 아이여.』
텅!
촉수가 검신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며 그람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지크의 권능으로 재구성이 모두 끝나면서 검신상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 안에서 튀어나오려던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의 기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지크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환상이 아니었던 건가.’
그는 검신상 아래로 착지해 촉수가 뱉어 낸 그람을 주워 들었다.
손에 쥐는 순간 지크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전생에서 사용했던 바로 그 검이 확실했다.
“이걸 다시 볼 수 있을 줄이야.”
전생에서 하단전을 쓸 수 없었던 지크는 오러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중단전의 마나를 오러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 이 검이 목숨만큼이나 중요했었다.
명장 겔리온은 지크에게 목숨을 빚졌던 만큼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검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지크는 전생의 검을 바라보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회귀 전 시간선의 일들이 방금 겪었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는 지금의 시간선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태양검 그람을 뱉어 낸 외부종의 존재에 대해 더 큰 의구심을 갖게 됐다.
‘시간선을 거슬러 온 혼돈의 아이.’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은 지크를 그렇게 불렀다.
지크는 ‘혼돈의 아이’라는 호칭이 신경 쓰였다.
‘혼돈의 신, 테이아 여신의 이름에 갇힌 신이자 솔로몬 왕을 최초의 이레귤러로 만든 존재.’
태양신 아폴리온과 혼돈의 신, 그리고 외부종.
이 사이에 분명 지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서 드레이커가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쥐고 있을 것이다.’
지크는 한시라도 빨리 아서 드레이커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뒤를 돌아보니 헬라가 다른 외부종 마수들을 모두 휩쓸어 공동은 여기저기 그을린 자국과 불길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수고했다, 헬라.”
그는 헬라를 돌려보낸 뒤 이곳에 남아 있을 아서 드레이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크 드레이커.”
순간 아무런 기척도 없던 곳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크가 당황하며 레바테인을 쥔 채 재빨리 뒤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 앞에 처음 보는 인물이 서 있었다.
‘저건……?’
새하얀 드레이커 제복을 입고 있는 회색 머리카락의 젊은 기사.
‘뭐지?’
처음 보는 인물이었지만 복장이나 기세가 낯설지 않았다.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지크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명하겠다. 이만 죽어라.”
말을 끝낸 기사가 검을 뽑아 들었다.
우우우웅―
기사가 자세를 취하자 검에서 검명이 일어났다.
지크는 기사의 낯익은 기수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용살법?’
순간 기사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지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무시무시한 기세로 휘두른 검격이 지크의 레바테인과 부딪쳤다.
쩌어엉!
검과 검이 부딪쳤지만, 그 충격은 거대한 쇳덩이끼리 충돌한 듯한 파동을 만들어 냈다.
레바테인을 쥔 지크가 하얀 드레이커 제복을 입은 기사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은 누구냐.”
그의 말에 기사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리베인 아폴리온.”
그가 다시 검을 치켜들며 말했다.
“너와 같은 가짜가 아닌, 아버지의 진짜 아들이다.”
지크는 기사의 말에 미간을 구겼다.
‘아폴리온?’
태양신의 이름인 아폴리온, 이를 가문명으로 썼던 인물은 영웅왕의 양자이자 위대한 현자의 제자였던 지멘스 아폴리온뿐이었다.
지크는 스스로를 리베인 아폴리온이라 밝힌 기사를 향해 물었다.
“아버지의 진짜 아들이라. 네가 아버지라 부르는 존재가 대체 누구냐.”
“그 하찮은 입으로 위대한 아버지를 언급하지 말라. 네놈을 비롯해 드레이커라는 이름은 온전히 거짓된 존재일 뿐이다.”
지크는 리베인이 드레이커를 부정하는 것을 보며 그가 ‘아버지’라고 부른 자를 추측해 보았다.
“설마 네가 말하는 위대한 아버지라는 것이 아서 드레이커를 말하는 건가.”
그의 말에 리베인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드레이커라는 이름은 거짓이며, 구시대의 잔재일 뿐이다. 내 아버지께서는 인간의 굴레를 벗어나 신세계의 왕이자 신이 되실 분이다.”
지크의 예상대로 아서 드레이커의 추종자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한 차례 고개를 내저은 지크가 리베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서 드레이커가 왕이자 신이라. 같잖은 개소리를 하는군.”
지크가 다시 드레이커라는 이름을 말하자 리베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을 모독한 죄. 죽음으로 처벌할지어다.”
말과 함께 리베인이 손목에 끼고 있던 팔찌를 옆으로 돌렸다.
키이이이잉―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리베인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지크는 리베인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검을 치켜들었다.
‘이건?’
놀랍게도 리베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투기술 특유의 파동이었다.
투기가 리베인의 검에 집중되더니 검신이 웅웅거리며 진동을 일으켰다.
휘이이익!
리베인이 용살법의 자세를 잡고 지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투기의 파동이 실린 반월의 검격이 지크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
지크가 레바테인을 휘둘러 리베인의 검격을 쳐 냈다.
일반 기사였다면 오러를 흐트러뜨리는 투기술의 파동에 당황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겠지만, 지크는 달랐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놈을 붙잡아 아서 드레이커가 어디에 있는지 심문을 해 봐야겠군.’
간단히 대처한 지크가 리베인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려 할 때였다.
츠츠츠츠―
놀랍게도 순간 리베인의 몸이 흐려지더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와 지크를 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지크는 뒤로 물러나며 그의 검격을 쳐 냈다.
지크는 리베인이 갑자기 사라질 때 사용한 기술이 기사의 보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간 이동…… 혈계 능력인가.’
노스트라 패밀리 소속 더 식스의 수장이었던 라힘.
그가 펼쳤던 공간 이동 혈계 능력을 리베인이 사용한 것이었다.
‘투기술에다가 혈계 능력까지? 설마…….’
리베인이 다시 공간 이동으로 사라졌다가 사각지대에서 나타났다.
그러고는 곧장 용살법에 투기술을 실어 검을 휘두르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콰드드득!
검술을 펼치면서 그사이에 염동력을 사용해 지크를 공격한 것이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어서며 검을 휘두르고 염동력까지 동시에 펼칠 수 있는 능력.
일반적인 기사를 훌쩍 뛰어넘는 놀라운 힘이 아닐 수 없었다.
츠츠츠―
리베인이 염동력으로 지크의 팔을 꺾었지만, 불멸지체의 신체는 그 정도 상처쯤은 순식간에 회복을 시켰다.
이를 본 리베인이 지크를 날카롭게 노려보더니 순간적으로 화를 못 참겠다는 얼굴로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검으로 내리그었다.
츠츠츠츠―
놀랍게도 리베인의 상처 역시 빠르게 회복되며 아물었다.
투기술이나 혈계 능력뿐 아니라 지크처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셈이었다.
지크는 리베인의 갖가지 능력을 보며 그의 정체를 깨달았다.
‘나락과 노스트라 패밀리, 지멘스 그리고 드레이커에서 해 왔던 모든 실험들의 총체적인 결과물인가.’
아서 드레이커가 만들고자 했던 신인류의 이상향.
그가 바라는 진정한 순혈 드레이커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일지 몰랐다.
리베인이 지크를 노려보며 검을 치켜들었다.
“네놈 같은 가짜가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그가 손가락을 딱하고 부딪혔다.
그러자 놀랍게도 리베인의 뒤에 비슷한 복장을 한 기사들 수십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리베인처럼 회색 머리카락에 백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각기 생김새는 달랐지만 풍기는 특유의 기세나 느낌은 비슷했다.
지크는 그 기사들에게서 느껴지는 맹목적인 광기에 전생의 드레이커가 떠올랐다.
‘기존의 드레이커를 버리고 아예 새로운 광신도를 만들어 냈어. 아서 드레이커가 할 법한 일이군.’
리베인이 다른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힘을 개방하라! 저 가짜를 죽여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라!”
기사들이 아까의 리베인처럼 팔찌를 옆으로 돌렸다.
철컥!
그와 동시에 그들에게서도 강력한 투기가 흘러나왔다.
투기가 집중된 검을 치켜든 기사들이 동시에 사라졌다.
휘이이익―
순식간에 기사들이 공중에서 나타나 지크를 향해 동시에 검격을 휘둘렀다.
콰콰콰콰!
투기가 담긴 변형된 용살법의 특전기가 기사들의 검에서 펼쳐졌다.
지크는 섀도우 아머를 일으켜 기사들의 검을 막았다.
쿠구구구구!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른 한 무리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손을 뻗어 지크를 향해 염동력을 쏟아 낸 것이다.
키이이이잉―
놀랍게도 기사들의 염동력에 섀도우 아머가 흩어지며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 사이로 다른 기사들이 치고 들어와 지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칭!
지크는 침착하게 레바테인을 휘둘러 기사들의 검을 튕겨 냈다.
‘신기하긴 하지만 각각이 적색 기사 이상의 힘 정도다.’
공격이 다채롭긴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크는 기사들의 공격 패턴을 주시하여 분석을 끝낸 뒤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후우우웅!
그를 쫓아 기사들 역시 공중으로 따라붙으며 오히려 지크보다 더 높게 위로 올라갔다.
지크는 자신의 위로 뛰어오른 아폴리온의 기사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진짜 용살법은 이런 거다.”
쿠르르르릉!
레바테인에서 우레가 치는 소리가 일어났다.
지크가 검을 치켜들고 자세를 잡았다.
용살법을 익히는 모든 드레이커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자세.
용살법 기본식
1장 1절
하늘베기
가장 순수한 용살법이 지크의 검에서 펼쳐졌다.
쩌저저저적―
지크가 펼친 하늘베기에 공간이 갈라지며 그 범위에 있던 아폴리온의 기사들이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투둑!
그들이 들고 있던 검이 갈라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동시에 그들의 몸 역시 공간과 함께 반절로 갈라졌다.
투두두두둑!
십수 명의 기사들이 일도양단된 채 바닥에 떨어졌다.
단 한 번의 검격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기사들을 모조리 베어 버린 것이었다.
지크는 바닥에 안착한 뒤 리베인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 잔재주로 신세계의 신인류라. 아서 드레이커가 노망이 난 것일지도 모르겠군.”
리베인이 지크의 말에 미간을 그러모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츠츠츠츠츠―
몸이 갈라진 아폴리온 기사들의 시신이 서로 달라붙더니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내 그들은 새하얀 제복에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채로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를 본 지크가 리베인에게 말했다.
“자가 재생이라…… 이걸 믿고 있었던 건가.”
순간 지크의 몸에서 백색의 불길이 일었다.
화르르르륵!
엘리멘탈 소드 화력의 장.
가장 순수한 불길은 재생체의 육신은 물론 그 거짓된 영혼마저도 태워 버릴 수 있었다.
지크가 화력의 장을 펼치며 리베인과 기사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아서 드레이커의 인형들아. 모조리 태워 주마.”
그가 엘리멘탈 소드의 힘을 펼치려 하는 때였다.
화르르륵!
놀랍게도 지크와 마주 보고 있던 리베인의 검에서도 백색의 불길이 일었다.
이를 본 지크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건……?’
리베인의 검에서 솟구친 불길.
그것은 지크가 일으킨 것과 같은 엘리멘탈 소드 화력의 장으로 만들어 낸 순수한 불꽃이었다.
리베인이 지크를 보며 입을 열었다.
“거짓된 망령들아. 구시대의 종식과 함께 이만 사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