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50
650화
카아아아악!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괴성을 내지르는 외부종 마수들을 향해 지크가 오히려 잘됐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네놈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에겐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외부종 마수들이 모두 대량의 카르마 포인트 덩어리로 보였다.
그가 손을 뻗어 그림자의 칼날을 펼쳤다.
촤라라라락!
지크의 몸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그림자 칼날이 외부종 마수들의 몸을 순식간에 갈라 버렸다.
촤아아아악!
그림자 칼날에 갈라진 외부종 마수들의 토막 난 사체는 곧장 바닥에 깔린 그림자 속으로 흡수됐다.
예상대로 대량의 카르마 포인트가 들어온 것을 보고 지크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더 와 봐라!”
그가 인벤토리에서 아스칼론을 꺼내 성혼기를 일으켰다.
파지지지지지직!
성혼기의 힘을 품은 백색 전격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퍼버버버버벅!
외부종 마수들이 수백 갈래로 쏟아지는 전격을 맞고는 그대로 폭발했다.
츠츠츠츠―
죽은 마수들의 사체는 지크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입들이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우우우우웅!
공중에 뜬 검이 더 크게 진동을 일으키며 바닥과 벽에서 외부종 마수가 끊임없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카아아아악!
이를 본 지크가 아스칼론을 들고 새롭게 얻은 권능을 일으켰다.
“권능 심연의 불꽃.”
그와 동시에 지크의 몸에서 검은 불길이 일더니 그의 머리 위에 불꽃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고리가 만들어졌다.
화르르르르륵!
검은 불꽃의 고리에서 불꽃의 채찍이 튀어나와 달려드는 외부종 마수들을 휘감았다.
카아아악!
심연의 불꽃에 휘감긴 마수들은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재가 되어 흩어졌다.
꽤 많은 마수가 그 공격에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마수들의 숫자는 거대한 공동을 꽉 채울 정도였고 계속 생겨나고 있었다.
카아아아악!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지크를 향해 달려드는 외부종 마수들의 압도적인 숫자는 그 자체로 영혼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를 본 지크는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그가 검은 불꽃의 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헬라, 나와라.”
심연의 성수, 종말의 두 번째 짐승인 헬라가 심연의 밑바닥에서 소환되었다.
크아아아아!
지크의 부름을 받고 검은 불꽃의 고리 안에서 헬라가 튀어나왔다.
네 개의 사자 머리를 한 불꽃의 성수가 지크에게 달려드는 외부종 마수들을 향해 불길을 뿜었다.
화르르르르륵!
심연의 검은 불꽃이 외부종 마수들을 단숨에 불태웠다.
한 차례 공격을 감행한 헬라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마수들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불꽃으로 휘감긴 손톱이 마수들의 몸체를 할퀴고 지나갔다.
마수들은 그 손톱에 스치기만 하더라도 심연의 불꽃이 피어올라 몸 전체가 타올랐다.
카아아아악!
헬라가 내지른 손톱에 의해 심연의 불꽃이 옮겨붙은 외부종 마수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제단을 향해 달려들던 수천의 마수들이 불꽃에 휩쓸려 재가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지크를 향해 뛰어드는 마수의 수는 여전히 많았고, 지크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검은 불꽃의 고리 역시 불꽃의 채찍을 휘두르며 마수들을 공격했다.
지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파괴신의 눈동자까지 소환했다.
쿠구구구구!
공중에 소환된 파괴신의 눈동자가 비추는 곳에는 꺼지지 않는 파괴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동시에 타오르는 심연의 불꽃과 파괴의 불꽃이 외부종 마수들에게 자비 없는 소멸을 가져왔다.
이내 사방이 불타오르면서 드넓은 공동은 마치 연옥 그 자체로 변해 버린 듯했다.
헬라에게 외부종 마수를 맡겨 둔 지크는 서서히 공중에 떠 있는 검을 향해 다가갔다.
외부종 마수를 소환한 검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지크를 향해 다시 강하게 검명을 울부짖었다.
―아담의 혈족아. 의미 없는 반항일 뿐이다.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지크의 귓가에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 주변에 기이한 기운이 다시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지크가 다가오는 것을 가로막으려 했다.
그에 대응하듯 지크의 몸에서 황금빛 오오라가 물결치듯 퍼져 나왔다.
츠츠츠츠―
황금빛 오오라에 부딪힌 기이한 기운은 그대로 상쇄되었고, 결국 검은 다시 맨몸이 드러났다.
지크가 그렇게 드러난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네놈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서처럼 그 힘에 놀아나지 않을 거다.”
그러자 순간 검에서 강한 파동이 흘러나왔다.
키이이이잉―
마지막 발악을 하는 듯 검이 이전과는 다른 기세로 강하게 울렸다.
그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쿠드드드득!
뒤에 있던 검신상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쿠르르르르!
이내 검신상 표면에 생겨난 균열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 사이로 뭔가가 기어 나왔다.
콰드드드득!
검신상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외부종 마수의 촉수와 비슷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크는 검신상의 균열에서 기어 나온 그것을 보자마자, 일반적인 외부종 마수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저건……?’
잠시 그것을 관찰하던 지크는 어디서 이 기운을 느꼈는지를 깨달았다.
다름 아닌 테이아 여신의 신전에서 봤던 성녀상에 봉인된 외부종에게서 느꼈던 바로 그 기운이었다.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칭호 ‘고룡의 축복을 받은 자’가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의 흔적을 감지합니다.]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의 흔적에 방어 체계가 자동 작동합니다.] [시스템 오버 클럭이 강제 가동됩니다.] [성좌의 신격을 드러냅니다.] [성좌명 ‘벽을 넘어선 자’가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의 흔적에 대항합니다.] [성좌명 ‘공정한 고통의 인도자’가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의 흔적에 대항합니다.]우우우우웅!
지크의 몸에서 저절로 오버 클럭이 가동되며 그의 신격이 뻗어 나와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이라 불리는 외부종의 힘에 대항했다.
끼아아아아아―
공중에 뜬 검이 울부짖으며 검신상에 계속 균열을 일으켰다.
지크는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에 대해 아카식 코드로 분석해 보려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검신상의 균열을 틀어막아야 한다.’
이전에 테이아 여신의 신전에서 성녀상을 봉인했던 것처럼 검신상 역시 봉인해 저 불길한 존재가 튀어나오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지크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스칼론을 쥐고 성혼기의 힘을 일으켰다.
동시에 엘리멘탈 소드 화력의 장을 펼쳤다.
가장 순수한 불꽃에 성혼기의 힘까지 깃드니 그야말로 성스러운 불꽃이 만들어졌다.
지크는 그 즉시 아스칼론을 휘둘러 검신상을 향해 성화를 내뿜었다.
화르르르륵!
하얗게 빛나는 순수하고도 성스러운 불꽃이 균열을 일으키는 검신상을 휘감았다.
끼아아아악!
그러자 그림자 검이 더욱 거세게 울부짖으며, 어떻게든 검신상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을 끄집어내려 했다.
지크는 순간적으로 아주 강하게 성화를 일으켜 우선 검신상에서 빠져나오려는 존재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러고는 뒤로 몸을 돌려 다크 매터를 완전히 흡수한 레바테인을 향해 손짓을 했다.
콰콰콰콰콰!
암혼기의 기운을 품은 레바테인이 그림자 검을 향해 날아갔다.
파지지지지직!
레바테인이 날아들자 그림자 검이 주변에 다크매터와 비슷한 재질의 물질을 만들어 내 방어막을 쳤지만, 이 역시 레바테인에게 흡수될 수밖에 없었다.
파지지지지직!
레바테인이 점점 안으로 파고들자 결국 그림자 검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지크는 그 틈을 타 그림자를 일으켰다.
촤아아아아악!
지크가 일으킨 그림자가 거대한 손의 모양을 갖추더니 그림자 검을 휘감았다.
촤아아아악!
앞에서는 레바테인이, 뒤에서는 그림자로 이루어진 손이 압박해 오자 그림자 검도 더는 버티지를 못했다.
지크가 만들어 낸 그림자가 그림자의 검을 휘감으며 그 힘을 제어하려 했다.
파지지지지직!
검 주변에서 플라즈마가 튀어 올랐다.
지크는 그림자에 의해 붙잡힌 검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검은 격렬하게 지크를 거부하려 했지만, 지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운명에 종속된 존재야. 네 위치를 망각하지 말라.
그 속삭임에 지크가 말했다.
“닥쳐라. 네놈이 누군지는 몰라도, 내가 반드시 그 건방진 면상을 후려쳐 주마.”
말을 마친 지크가 그림자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키이이이잉!
지크의 손에 쥐어진 그림자 검에서 강렬한 파동이 일었다.
카아아아아!
검에서 기이한 힘이 일렁이더니 그 안에 깃들어 있던 검은 기운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동시에 지크는 자신에게 속삭이던 목소리의 흔적이 사라진 것이 느껴졌다.
우우우웅―
검에서 진동이 일어나면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유 권능 절대군림이 검의 힘을 깨웁니다.] [드러나지 않았던 검의 ‘진명(眞名)’이 밝혀집니다.] [약속된 해방의 검의 한 단면, 균열의 검 ‘칼레드불흐’가 진명과 함께 힘을 개방합니다.]검의 진명이 개방됨과 동시에 이전에 획득했던 칼라드볼그처럼 그림자 검이 지크의 섀도우 아머와 연동되기 시작했다.
[같은 힘의 근원을 지닌 ‘칼레드불흐’가 섀도우 아머가 연결됩니다.] [‘칼레드불흐’가 섀도우 아머와 결합합니다.]‘칼레드불흐?’
이전에 봉인되어 있던 다른 그림자 검인 ‘칼라드볼그’와 비슷한 이름이었지만 그 호칭이 달랐다.
칼라드볼그는 ‘단단한 그림자의 검’이라는 호칭인 반면, 칼레드불흐는 ‘균열의 검’이라는 호칭으로 명명되어 있었다.
두 검은 겉모습이 같은 만큼 호칭은 달랐지만, 공통점 역시 있었다. 바로 두 검 모두 ‘약속된 해방의 검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었다.
‘내 예상대로 이 검들은 모두 하나의 검을 비추는 그림자다.’
츠츠츠츠츠―
지크가 생각을 정리하는 그때, 진명을 깨운 ‘칼레드불흐’가 섀도우 아머와의 연결을 마무리했다.
그림자에 녹아든 칼레드불흐는 칼라드볼그처럼 자연스럽게 지크의 의지를 따르게 됐다.
지크는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칼레드불흐에 깃들어 있던 기이한 힘과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이미 검 속에 그런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도대체 그건 뭐였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의 정체를 이리저리 추측해 보던 지크는 고개를 들고 부서진 검신상을 바라봤다.
쩌저저적―
신격이 담긴 불꽃으로 그 힘을 억누르고 있는데도 한 번 부서진 검신상에는 계속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지크는 천천히 검신상 쪽으로 다가갔다.
검신상의 균열에서 튀어나오려 하는 외부종은 마치 지크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를 향해 꿈틀거렸다.
『내가 남긴 흔적을 가진 자여…….』
그는 순간 외부종이 자신에게 전달한 의사를 감지했다.
과거 성녀상에서 튀어나왔던 외부종과 똑같이 지크의 의식 속으로 직접 파고드는 듯한 전달 방식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 그의 의지인 것인가.’
외부종이라는 기이한 존재를 꽤 상대해 온 지크였지만, 여전히 그 존재가 어디서 왔는지는 알지 못했다.
태양신 아폴리온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아서 드레이커가 외부종을 다루는 것으로 봤을 때 그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추정만 할 뿐이었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외부종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성좌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외부종의 힘은 성좌의 힘에 반대편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천계의 모든 성좌 위에 군림하는 태양신이 이런 외부종의 힘을 다룬다는 것이 지크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인가.’
지크는 우선 검신상의 균열을 막은 뒤, 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그가 공중으로 몸을 띄워 균열이 가장 심한 검신상의 오른쪽 어깨 쪽으로 향했다.
과거에는 신격을 갖지 못했기에 숲의 신인 헤르메스의 성물과 엘릭서를 이용해 균열을 메웠지만 강력한 성좌의 힘을 지닌 지금으로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크가 균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권능 재창조.”
오만한 구원자의 권능을 발동하자 검신상의 균열이 빠르게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부서져 나갔던 부분이 다시 원래대로 붙으며 시간이 되돌아가듯 금 간 곳이 메워졌다.
『오라…… 나를 거부하지 말고 오라. 혼돈의 아이여.』
권능으로 균열을 메우는 지크를 향해 형언할 수 없는 어둑함이 계속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지크는 의식을 잠식하는 그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 신격을 일으켜 권능을 통해 균열을 메워 갔다.
검신상이 거의 원래대로 되돌아갔을 때쯤이었다.
틈 사이로 촉수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촉수를 통해 거부하기 힘든 목소리가 지크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시간선을 거슬러 온…… 혼돈의 아이. 우리는 결코……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다…….』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내뱉은 외부종 촉수가 쩌억 갈라지더니 뭔가를 뱉어 냈다.
투욱!
지크는 외부종의 촉수가 뱉어낸 것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건……?’
촉수에서 튀어나온 것은 하나의 검이었다.
검신에 똬리를 튼 뱀이 새겨져 있는 클레이모어.
“태양검(太陽劍) 그람?”
다름 아닌 전생에서 지크가 사용했던, 영혼의 대장장이인 겔리온이 만든 바로 그 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