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49
649화
‘아서 드레이커가 부활한 곳.’
지크는 태양과 검의 인장을 들여다보며 미간을 그러모으곤 문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시스템, 관리자 권한에 접속할 수 있는지 탐색해.”
지크의 말에 시스템이 카발라 시스템을 가동했다.
[관리자 접속 권한을 찾을 수 없습니다.]하지만 카발라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는 듯 관리자 권한을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떠올랐다.
잠깐 고민하던 지크는 렉스의 기억 속에 들어갔을 때 재구축된 과거를 통해 외부종 마수가 이 문을 어떻게 열었었는지를 떠올렸다.
‘외부종 마수는 촉수를 넣어 열었는데, 특수한 배열을 맞춰야 열리는 건가.’
일단은 그림자를 일으켜 기억 속 외부종 마수의 촉수처럼 여러 갈래로 만들어 보았다.
“시스템, 재구성된 기억 속에서 외부종 마수가 촉수를 움직여 문을 열었던 패턴을 분석해.”
지크의 명령에 따라 시스템이 외부종 마수의 촉수가 문을 열었던 방법을 분석해 그 패턴을 그림자 촉수에 적용했다.
그림자 촉수가 태양과 검의 인장 주변에 미세하게 나 있는 구멍 속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기억 속의 외부종 마수가 했던 것처럼 그림자 촉수가 세심하게 문의 기관을 움직였다.
끼리리릭! 끼릭!
패턴이 적용된 그림자 촉수의 움직임에 따라 검과 태양의 인장이 새겨진 원판이 소리를 내며 반대로 돌아갔다.
기억 속과 마찬가지로 검 끝이 위로 향하자 철컥 소리가 나면서 원판을 중심으로 검붉은 색을 띤 빛이 퍼져 나갔다.
츠츠츠츠츠―
이내 검붉은 색이 더욱 선명한 붉은 색으로 변하더니 문 전체가 모세혈관으로 뒤덮인 것처럼 변했다.
쿠구구구구구!
문이 양쪽으로 서서히 갈라지면서 감춰져 있던 안쪽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크는 검을 들고 경계하며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서 드레이커가 부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공동이 보였다.
지크는 공동 가운데 놓여 있는 높게 쌓인 제단을 바라봤다.
재구성된 기억 속. 바로 저곳에서 아서 드레이커가 다크 매터를 심장에 품고 부활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크는 곧장 몸을 공중에 띄워 탑처럼 높게 쌓인 제단 위로 올라갔다.
휘이이이익!
공중에 날아오른 지크는 순식간에 제단 위로 올라갔다.
제단에 발을 딛자 쿵쿵 울리는 맥동이 느껴졌다.
미세한 혈관처럼 음산한 빛을 내는 실선들이 제단 바닥 전체에 퍼져 있었다.
지크는 제단 한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드레이커의 검신상이었다.
기억 속에서 본 것과 일치하는 검신상을 보고 지크는 미간을 그러모았다.
전생에서는 이 검신상 형태를 한 판별기가 지크를 힐러로 판별했기에 그는 드레이커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고, 그로부터 모든 비극이 시작됐었다.
그 검신상의 진짜 정체가 드레이커 혈통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화신 아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지크는 이 지독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아서 드레이커가 왜 이곳을 자신의 유산이라며 남긴 것인지 모르겠군.’
지크는 검신상을 바라보며 시스템창을 확인했다.
―종장 시나리오 (뒤틀린 신전의 장)―
[뒤틀린 성좌의 신전을 찾으시오.] [시나리오 보상 : 성좌의 권능 부여]뒤틀린 신전을 발견했다면 보상이 주어져야 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곳이 뒤틀린 성좌의 신전이 아니라는 건가?’
시스템상의 지도에서는 분명 이곳이 뒤틀린 성좌의 신전이라 명명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도 뜨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스템, 뒤틀린 성좌의 신전에 대해 검색해 봐.”
지크의 명령에 따라 시행한 시스템이 곧 메시지 창을 띄웠다.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검색을 시작합니다.] [위치를 검색합니다.] [검색 불가.] [‘뒤틀린 성좌’의 명명에 대한 카르마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지크는 눈앞에 뜬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뒤틀린 성좌라는 명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럴 리가.’
분명 미션 창에 뒤틀린 성좌라는 이름이 명시되어 있고 그 위치를 이곳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르마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크가 다시 시스템에게 물었다.
“시스템, 뒤틀린 성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야?”
지크의 대답에 시스템이 다시 문구를 띄웠다.
[아카식 코드에 기록된 성좌에 대한 정보 중 해당 데이터는 찾을 수 없습니다.]시스템의 문구를 보고 지크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 말인즉슨 애초에 뒤틀린 성좌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거나, 혹은 아직 그 성좌에 대한 카르마 데이터가 갱신되지 않았다는 건가.’
렉스의 기억에서 얻은 정보로 보면 정황상 뒤틀린 성좌가 태양신 아폴리온을 뜻하는 것 같았지만 섣불리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지크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고 검신상 쪽으로 다가갔다.
‘뒤틀린 성좌에 대해 관련된 정보를 얻게 되면 데이터가 갱신될 거다.’
지크가 검신상에 손을 뻗은 뒤 카르마 데이터를 읽기 위해 용의 지혜를 가동했다.
츠츠츠츠츠―
용의 지혜가 펼쳐지면서 아카식 코드와 연동된 권능 현자의 눈이 발동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키이이이이잉―
검신상이 지크의 권능에 반응하듯 표면에 기이한 기운이 맺히는 것이었다.
검신상에서 흘러나온 기이한 기운이 일렁이며 뭉치더니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쿠우우우우―
지크는 점점 선명한 형태를 띠는 물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저건?’
기이한 기운이 만들어 낸 것은 다름 아닌 그림자 검 칼라드볼그와 같은 모양을 한 한 자루의 검이었다.
아서 드레이커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던 그림자 검이 지금 지크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지크는 기이한 기운을 내뿜는 검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림자 속에서 자신이 지닌 검 한 자루를 꺼냈다.
츠츠츠츠―
모양이 같은 흑색 검이 지크의 손에 쥐어졌다.
그가 들고 있는 검의 진명(眞名)은 단단한 그림자의 검 ‘칼라드볼그’, 더불어 지크는 이 검의 진명 앞에 붙어 있던 수식어를 떠올렸다.
‘약속된 해방의 검의 한 단면.’
재구성했던 과거 속에서 봤던 아서 드레이커의 검, 그리고 드레이커 가문의 검 무덤에서 봤던 검, 지금 지크가 들고 있는 칼라드볼그, 마지막으로 눈앞에 있는 검까지 모두 같은 모양의 검이었다.
같은 모양을 지닌 네 개의 검이 가리키는 것은 하나였다.
“약속된 해방의 검.”
지크가 자신 모르게 그 이름을 읊조렸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손에 쥐어진 칼라드볼그와 검신상 앞에 있는 검이 함께 공명하며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두 개의 검이 공명하자 놀랍게도 검신상과 제단, 공간 전체가 함께 공명하며 다시 맥동했다.
지크는 지금의 현상을 보며 이 공간과 그림자 검 사이에 무엇인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이 검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지크가 이 검을 손에 넣은 것은 등급 외 랜덤 박스를 열어 레전더리 아이템인 지멘스 아폴리온의 검을 획득하면서였다.
지멘스 아폴리온은 마왕의 두 번째 숙주이며 또 한편으로는 다른 시간선에서 세계의 종말을 지켜보고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온 최후의 현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멘스 아폴리온은 시간선을 거슬러 온 영혼의 괴리를 이기지 못하고 광증에 빠져 버렸다.
결국 그는 마왕을 자신의 몸에 강림시키고 이 검으로 현상계를 수호하는 신룡들을 봉인해 마왕군을 지상으로 소환했다.
스스로 마왕이 된 구원자.
지크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칼라드볼그와 눈앞에 있는 검을 바라봤다.
‘그림자의 검이 가리키는 하나의 검. 약속된 해방의 검이 중요한 열쇠일지도 모른다.’
지크는 천천히 자신의 앞에 있는 검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검에서 요란한 진동이 일더니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츠츠츠츠츠―
그 기운들이 뭉치면서 아서 드레이커 때와 마찬가지로 다크 매터를 만들어 냈다.
차르르륵! 차르륵!
기묘한 질감으로 표면이 일렁이던 다크 매터가 마치 지크를 향해 손짓 하는 것처럼 서서히 다가왔다.
죽은 아서 드레이커를 부활시키고 태양성체로 체질을 완전히 변화시켰던 그 기이한 힘이 이번엔 지크를 향해 손을 뻗친 것이었다.
―아담의 혈족이여.
지크의 귓가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깊은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듯한 기이한 목소리는 노인인지 아이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거대한 의사의 집합체였다.
다크 매터의 표면이 다시 움직이며 지크의 귓가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쪽으로 오라.
지크는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빠져 버린 듯 조금 흐릿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곧 다크 매터의 표면이 변화하더니 그 안에서 손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손이 튀어나와 지크를 향해 뻗어졌다.
―운명을 받아들여라. 그럼 네가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룰 수 있으리라.
지크는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취한 듯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은 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크의 손끝과 검은 손끝이 거의 닿으려는 그때였다.
파지지지지직!
갑자기 다크 매터를 만들어 낸 검에서 플라즈마가 사방으로 튀었다.
끼기기기긱!
지크가 불러낸 그림자가 은밀하게 움직여 바닥에 꽂혀 있던 검을 흡수하려 했던 것이다.
파지지지직!
검신상 앞에 꽂혀 있는 또 다른 그림자 검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어나더니 동심원 형태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파동에 밀려 지크의 그림자들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져 갔다.
―감히 정해진 운명을 거부할 셈이더냐!
순간 검은 손이 연기로 변하더니 재빨리 지크의 손을 휘어 감으려 했다.
그때 지크의 손에서 황금빛 오오라가 흘러나왔다.
웅웅웅웅!
황금빛 파동이 역으로 지크를 유혹하려던 검은 기운을 휘감으며 상쇄시켜 버렸다.
동시에 지크가 레바테인을 꺼내 공중에 떠 있는 다크 매터를 향해 곧장 집어던졌다.
콰콰콰콰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레바테인이 다크 매터의 중심에 꽂혔다.
콰드드드드―
다크 매터 주변을 휘감은 뒤틀린 인과율의 힘이 레바테인을 부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레바테인의 암혼기가 발동되면서 뒤틀린 인과율의 힘이 검 속으로 흡수됐다.
츠츠츠츠츠―
뒤틀린 인과율의 힘이 흡수되자 다크 매터가 놀란 듯 그 표면이 날카로운 비늘처럼 변했다.
카아아아아악!
다크 매터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바닥에 꽂혀 있던 검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검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레바테인에게 붙잡힌 다크매터와 연결이 되면서 진동이 더욱 커졌다.
우우우우웅!
진동은 이내 제단 전체로 퍼져 나가더니 곧 공간 전체가 울렸다.
쿵! 쿵! 쿵!
거대한 공간의 벽에 미세혈관과 같은 실선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격렬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 공간 자체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지크가 공중에 뜬 검을 노려보며 말했다.
“검 주제에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말 들어라.”
검의 목소리에 취한 듯 보였던 지크는 어느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기이한 목소리에 유혹당한 듯 연기를 하면서 뒤로는 그 힘의 근원인 검을 통째로 흡수하려 했던 것이다.
우우우웅웅!
그런 지크의 술수에 넘어간 것에 대해 분노하듯 검이 격렬한 검명을 울렸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검의 강한 울부짖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레바테인, 모두 흡수해라.”
츠츠츠츠츠―
다크 매터를 꿰뚫은 레바테인이 힘을 완전히 개방하여 뒤틀린 인과율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힘이 흡수당하는 것을 느낀 다크 매터 본체가 레바테인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어느새 레바테인의 검신은 다크 매터의 본체마저 흡수하고 있었다.
키이이이이잉―
다크 매터가 흡수되자 공중에 뜬 검이 더욱 격렬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러자 맥동하던 공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쿠드드득! 쿠득!
벽에서 다양한 형태의 외부종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카아아아악!
벽면과 바닥 곳곳에서 튀어나온 수천의 외부종 마수들이 제단 위의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