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35
0134 호주(2)
“도차악!”
비행기와 지상을 연결하는 계단에서 폴짝, 뛰어내린 소은이는 과거 한 예능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으로 호주 땅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와 우리를 미리 착륙지점까지 마중나와 있던 그레이스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호주에 오신걸 환영해요.”
“이렇게 마중해주는 사람도 있으니까, 외국도 올만한데요?”
“음……. 그러면 조금 있다가는 호주에 살고 싶어질 수도 있겠네요.”
“네?”
뭔가 있다는 듯한 그레이스의 말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도대체 뭘 준비했길래, 내가 호주에 살고 싶어질 거라는 말을 하는지 도무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대답해줄 생각이 없는 건지, 부드럽게 웃으며 우리 가족을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호주 정부의 초대로 온 만큼 프리패스에 가깝게 입국 심사를 통과한 우리는 그레이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심사가 끝나고, 입국장을 통해 공항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환호성이 우리를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족히 수백 명은 넘을 인파가 모여, 우리 가족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사진을 찍어대는 것이었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 입국했을 때 팬들이 보이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환아, 다 네 팬인 거 같은데?”
누나의 말대로, 그렇게 모여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내 팬처럼 보였다. 내 채널의 아이콘이 그려진 팻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내 얼굴이 인쇄된 커다란 종이판을 들고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소은이 얼굴이 인쇄된 판도 있었고, 드물지만 누나의 얼굴이 인쇄된 판도 있었다. 내 부인인 탓인지, 누나도 꽤 유명한 셀럽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말 그대로 우리 가족 전체를 환영해주는 듯한 인파에, 묘한 느낌이었다. 매번 팬이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아이돌처럼 공항에서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환영해줄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한껏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있으니, 곁에 있던 그레이스가 입을 열었다.
“호주에서 드루이드님의 인기는 제법 높은 편이죠. 전 세계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보니 동물 뮤튜버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거든요. 거기다, 드루이드님을 모시는 비용이 세금이다보니 일정의 일부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레이스의 말에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내 뮤튜브 구독자에서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외국인들 중에서도 호주 지역에서의 구독자가 제법 많았다.
팬들이 많은 곳인데, 거기서 내 방문까지 알려진 상태였으니 이렇게 팬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게다가, 드루이드님을 초청한 이유가 산불로 복구중인 곳을 확실하게 복구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알려진 상황이라서 찾아온 사람들도 많을 걸요?”
나는 내 팬 뿐만 아니라, 내 행동을 좋게 본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에 괜히 어깨가 으쓱이는 느낌을 받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와아아아아!”
손을 흔들어주니 더 환하게 맞이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니, 곁에 있던 소은이가 자기도 하겠다며 손을 붕붕 흔들어댔다.
그 모습에 귀엽다며 사람들이 호들갑 떠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쉽게도 그들과 작별을 해야했다. 비행 피로가 몸을 지배하는 상황이었으니, 숙소로 가서 일단 자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반겨주는 이들을 뒤로하고, 그레이스가 미리 준비한 차량에 올라탔다.
“리무진이네? 환영 한 번 제대로 해주려나 봐.”
누나는 난생 처음 타보는 리무진에 살짝 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두근거림을 느끼며 리무진에 올라탔다.
“압빠! 차가 길어! 기차야!”
소은이는 리무진에 오르자마자 내부의 기다란 의자에서 방방 뛰며 신기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와 누나는 물론이고, 그레이스마저 소은이를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보지 못하던 리무진의 기사는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공항을 벗어나 숙소를 향해 이동했다.
리무진에 비치되어 있던 냉장고를 털어 주스를 마시는 소은이와, 창 밖을 향해 저길 좀 보라며 연신 팔뚝을 두드리는 누나와 함께 이동하는 것이었다.
넓은 땅덩어리 만큼 긴 이동시간이었지만, 이색적인 풍경 덕분에 그렇게 지루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리고, 소은이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할 즈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레이스, 여기가 진짜 숙소라고요?”
다만, 숙소에 도착한 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숙소가 조금, 이상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숙소가 이상하기 보다는, 그 주변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숙소는 영화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고즈넉한 산골의 통나무집 같은 느낌인 곳이었다.
척 봐도 깔끔하고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게 티가 났는데, 문제는 그 주변이었다.
주변 일대에는 나무나 풀, 꽃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듬성듬성 있었는데, 그것도 자라다가 만 듯한 모습이었다.
“죄, 죄송해요…….”
그레이스는 내 표정에서 내 감정을 느낀 듯, 고개를 슬며시 돌리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내 변명 아닌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이곳을 중심으로 복원 사업을 진행중인데, 드루이드님의 숙소를 이곳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거든요……. 건물 자체도 올해 초에 지어진 거라, 엄청 깨끗하니까요. 아무래도 초능력의 영향을 받으려면 주변에 지속적으로 있는 게 좋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기서 관광지까지 먼 거리가 아니기도 하고…….”
그레이스는 열심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변명을 내뱉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다시금 사과했다.
“역시, 여기는 조금 불편하시겠죠? 지금이라도 시내 쪽으로 숙소를 새로 잡을게요.”
시내에 숙소를 새로 잡아주겠다던 그레이스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어 어디론가 연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꾸벅꾸벅 졸던 소은이가 눈을 부비며 정신을 차렸다.
“우아! 나무집!”
정신을 차린 소은이가 통나무로 만들어진 집 내부로 도도도도 뛰어가더니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엄마! 압빠! 우리 여기서 자눈 거야? 여기서 자고 시퍼!”
통나무집으로 뛰어 들어갔던 소은이는 잠시 뒤 다시 튀어나오더니, 나와 누나에게 안겨들었다.
소은이는 다른 건 몰라도, 통나무집 하나만큼은 마음에 들었던 건지 헤실거리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시내쪽 숙소는 필요 없겠네요.”
“아……!”
어디론가 연락하던 그레이스는 내 말에 전화를 팍, 꺼버렸다. 분명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 받던 상태 같았는데, 저래도 되나 싶었지만 내가 신경쓸 이유는 없었다.
나와 누나는 또 다시 통나무집에 달려가는 소은이를 뒤따라, 짐가방을 들고서 들어갔다.
외부는 통나무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현대식 집처럼 보였다. 깔끔하고, 난방 관련된 부분도 잘 처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깥의 풍경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숙소 자체는 깔끔하고 괜찮았다. 나는 나쁜 선택은 아니라 여기며 짐을 풀었다.
경호원들이 쉴 공간도 정해주고, 동물들까지 거실에 풀어놓으니 꽤나 안락한 곳이 되었다.
“저는 아침에 다시 올테니,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대기중인 사람도 있으니 새벽에 전화하셔도 괜찮아요.”
“그럼 아침에 오실 때 잔디 씨앗이랑 각종 꽃 종류의 씨앗을 좀 구해주실래요? 모종이어도 좋고, 빨리 자라는 종류면 더 좋고요.”
“네!”
복원 사업에 가장 기초가 되는 요구였기 때문인지, 그레이스는 무척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떠나갔다.
나는 경호원들이 저들끼리 경호 방법에 대한 부분을 의논하는 모습에 잠깐 시선을 준 다음, 누나와 소은이가 짐정리를 하고 있을 큰 방으로 향했다.
“벌써 다 했어?”
“꼭 필요한 거만 정리했어.”
방으로 들어가니, 누나가 소은이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만세를 하면서 옷을 갈아입은 소은이는 또 다시 졸리기 시작한 건지, 침대에 폭- 파묻혔다.
그리고, 소은이가 피곤한 것처럼 나와 누나 역시 피곤했기에, 우리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여행의 첫날은 그렇게 이동과 수면만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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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환아. 우리 둘째 가질까?”
침대에 누워 있으니, 누나가 반쯤 헐벗은 듯한 복장으로 내게 살며시 다가왔다. 한 침대를 같이 쓴 것이 벌써 몇 년이나 되었음에도 아찔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아찔한 모습의 누나가 내 몸에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꾸억!”
“압빠! 아침!”
꿈에서 깨어났다. 내 배에 걸터 앉아 있는 소은이의 모습으로 보아, 해맑은 모습으로 찍어누른 게 분명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해맑게 미소짓고 있는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나, 소은이의 말랑말랑한 볼따구를 주물러준 다음 일어났다.
“히히, 엄마가 아침 머그래써!”
“그래. 가자.”
내게 매달리는 소은이를 안아들고 거실로 나가니, 누나가 아침을 차려놓은 상태였다. 물론, 아침이라고 해봐야 그레이스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시리얼과 우유정도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시리얼을 챙겨먹고 잠깐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그레이스가 찾아왔다. 품에 각종 풀과 꽃들의 씨앗을 가진 채로 말이다.
“소은아, 아빠랑 씨앗 심을까?”
“웅!”
아침을 간단하게 챙겨먹은 우리는 곧바로 그레이스가 가져온 씨앗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 주변에 휑한 부분이 무척 넓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는 무슨, 경호원들까지 다 대동한다 하더라도 금방 끝내기는 무리라고 보여졌다.
“아, 몰라! 일단 놀고 생각해. 소은아, 놀러가자! 엄마한테 놀러갈 준비하라고 해.”
“우아! 엄마아아아아아!”
결국, 나는 그레이스에게 추가적으로 몇 가지 부탁을 하며, 관광을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
그 시작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골드코스트였다. 푸르른 해변이 아름다운 곳이었고,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첫 목적지는 하루를 통으로 써도 볼거리가 넘친다는 비치 월드였다. 각종 해양 생물들의 쇼를 볼 수 있는 테마파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