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41
0140 복원의 영향
“역시 난 육지가 좋은 거 같아.”
“그래? 난 좋았는데.”
소은이를 안아들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감상하는 누나는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조금 아쉬워하는 느낌이었다.
좋다는데 싫다고 할 수도 없어, 어깨를 으쓱이며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다음은 어디로 가나요?”
“음, 원래 일정이 쇼핑하기로 했다고 하셨죠?”
“네.”
그레이스는 잠시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는 듯하더니, 우리를 또 다시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그리 먼 곳은 아닌지, 잠깐 차를 타고 가는 것으로 도착했다.
“……근데, 사람이 별로 없네요?”
“……워, 원래 이런 곳이 아닌데 오늘따라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도착하니 사람이 많지가 않았다. 차를 타고 듣기론 사람이 꽤 많은, 유명한 패션 거리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원인이 우리 가족 때문이라는 것도 말이다.
“지금 고래와 돌고래들이 육지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왔다는 게 소문이나서, 다 거기로 갔다네요. 아무리 고래를 자주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우리 요트를 따라 정박지까지 들어온 고래들을 보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차를 타고 오는데 사람들이 우리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더라. 좀비 영화라도 찍는 줄 알았더니.
“저희는 편하게 쇼핑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겠네요.”
사람에 치이지 않고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듯, 누나는 소은이 손을 잡고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가게, 저 가게 가리지 않고 들어간 누나는 순식간에 이 구역의 큰 손이 되어 있었다.
“수환아. 이거 너한테 잘 어울리겠는데, 입어봐.”
“이거 잘 어울리니?”
“음……. 소은이한테 맞는 사이즈가 있으려나?”
“이거, 우리 가족 셔츠로 입을까? 다 똑같이.”
“꺅! 어쩜 좋아! 소은이 너무 귀엽잖아! 이건 사야 돼!”
누나는 들어가는 가게마다 몇 개씩 물건들을 사서 양손을 무겁게 만들었다. 경호원들에게 추가 임금을 주기로 하고, 그 물건들을 수시로 차에 옮기지 않았더라면 내 몸무게보다 무거운 짐을 들고다녀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무척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 돌면서 옷을 입어보는 건 귀찮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모처럼 관광지로 나와 쇼핑까지 한 우리는 외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해산물과 커다란 스테이크를 곁들여 나오는 곳을 방문한 것이었다.
양념된 커다란 새우나 바닷가재, 조개구이 등과 커다란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나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요트 투어와, 고래 몰이, 쇼핑까지 다 즐긴 탓인지 무척 피곤했다. 더군다나 숙소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기 때문에 우리는 달리는 차 안에서 사이좋게 골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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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투어를 가장한 고래 몰이를 즐기며 골아떨어진 그 날 이후, 우리는 호주 곳곳을 누비며 관광을 즐겼다.
그레이스의 도움으로 헬기까지 제공받아, 하늘에서 호주를 내려다보며 관광을 즐기기도 하고 먼 거리까지 편안하게 다녀오기도 하는 등의 호화로운 관광을 즐긴 것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우리가 호주를 누비며 이곳저곳을 관광하는 사이에도 식목을 마친 묘목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심지어 비가 거세게 내린 다음 날에는 숙소 주변이 전체적으로 푸릇푸릇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초능력의 영향을 가득하게 받은 묘목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것이었다. 소은이보다 작은 크기의 묘목들이었지만, 불과 며칠만에 소은이보다도 더 큰 키를 자랑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진짜, 제가 이런저런 초능력자들을 만나봤는데, 드루이드님 만큼 신기하고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처음인 것 같아요.”
잿빛 밖에 없던 바닥에 푸른 잔디와 여러 꽃과 풀들이 자라나고,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곳에 수 많은 묘목들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시작하는 것에 그레이스가 무척 감동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된 거, 한 번 구경이나 할까요? 그러고 보니까 이 주변을 제대로 구경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나두!”
가볍게 숙소 주변을 한 번 거닐 생각으로 일어나니, 소은이 호다닥 달려와 내게 안겨들었다.
그리고, 모처럼 산책을 하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누나까지 다가왔다.
결국 우리 가족 모두가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당연히 경호원들은 물론, 동물들까지 대동하게 되었으니 그 일행의 규모가 꽤나 커질 수밖에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대동하긴 했지만, 나와 누나는 모처럼 산책하는 것에 팔짱을 끼며 데이트 분위기라도 내보기로 했다. 눈치를 챈 그레이스를 비롯한 경호원들이 센스 좋게 조금 거리를 벌려주었다.
결혼하기도 전에,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하던 그 때 처럼 팔짱을 끼고 다니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비록, 뽀니에 올라탄 소은이가 우리 주변을 정신사납게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좋았다.
배시시 웃음지은 누나는 근처에서 빠르게 자라고 있는 묘목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이파리가 많이 돋아나며 나무의 형태를 온전히 가지고 있는 개체였다.
“처음에 왔을 때는 엄청 음산하다고 해야하나?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나무들이 가득하니까 나름대로 볼만한데?”
“그렇지? 나도 솔직히 소은이가 저 숙소를 좋아한 게 아니었으면 시내로 가자고 했을 거야.”
처음 도착했을 때 보았던 그 풍경이 잊히지 않는지, 누나는 나뭇잎을 만지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나와 함께 발걸음을 맞춰 움직였다.
황량하기 그지 없던 숲은 어느덧 새로이 자라나는 생명으로 가득차 있어, 나름대로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새롭게 돋아나기 시작한 가지같은 것을 보기도 했고, 언제 자리를 잡은 건지 많지 않은 규모의 개미 떼를 보기도 했다. 심지어, 어디서 온 건지 모를 자그마한 뱀 한 마리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에 뱀도 있었나본데?”
“묘목을 심을 땐 못 봤는데……. 어디서 나온 거지?”
자그마한 뱀에게도 그리 크지 않은 묘목을 휘감아 올라가는 뱀을 가리킨 누나의 모습에 나는 신기함을 느꼈다. 내가 주변을 다 돌아본 건 아니긴 했지만, 이렇게 뱀을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개미와 뱀이 등장한 것은 분명히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외치는 그레이스의 모습에 가볍게 웃은 우리는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따로 목적지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고 있으니 동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숙소 근처에서 아주 손쉽게 볼 수 있는 캥거루나 코알라, 웜뱃 외에도 여러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등에 가시가 잔뜩 있는 두더지라고 할 수 있는 가시두더지도 발견했고, 아성체 수준의 화식조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인기척에 순식간에 도망치긴 했지만,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레이스는 정말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며 무척 좋아했다.
“응? 수환아, 물 소리 같은 거 들리지 않아?”
“물소리?”
여러 동물들을 만나 신기함을 느끼며 걷던 도중, 누나가 물소리가 들린다는 소리를 했다. 그 말에 집중하여 귀를 기울이니, 쏴아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 이 주변에 강 같은 게 있나요?”
“아, 네.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걸 보면……. 저 방향으로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강이 있다는 말에 우리는 다시금 그곳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십여 분 정도를 걸으니 정말 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맑은 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강을 발견한 우리는 또 다른 동물들을 보게 되었다. 개구리 같은 동물은 물론, 민물새우나 가재 같은 녀석들도 볼 수 있었다.
“여긴 따로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복원이 되고 있네요. 원래는 여기도 잿가루 때문에 가재 같은 동물들도 없었거든요.”
잽싸게 움직이는 가재 한 마리를 발견하여 잡으려 했지만, 집게를 달랑 떨구고 도망친 가재의 행동에 미안해하고 있으니 그레이스가 가볍게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가 포로록- 다가왔다.
“그거 안 먹을 거면 나 주라꽥!”
“……?”
내 발치에서 들려오는 꽥꽥거리는 외침에, 나는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환아, 얘가 걔지? 오리너구리.”
“그, 그런 거 같네. 나도 처음 보는데.”
넓적한 부리같은 주둥이, 둥글둥글한 몸뚱이, 주둥이처럼 넓적한 꼬리와 네 발에 달린 물갈퀴까지. ‘신이 동물을 만들다 남은 걸 모아 만든 동물’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신기한 동물인 오리너구리였다.
“우아, 오리야! 근데 오리가 아니야!”
소은이가 오리너구리를 보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 가볍게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지금은 소은이보다 누나와 조금 더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누나가 한 번 줘볼래?”
“……그럴까?”
물에 둥둥 떠다니던 오리너구리를 살며시 감싸, 들어올리며 누나에게 가재가 떨구고간 집게를 건네주었다.
누나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집게를 녀석의 주둥이 앞에 내밀어주었다.
살짝 움직여 누나가 내민 집게를 호로록 빨아먹듯이 주둥이에 밀어넣은 녀석은 열심히 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레이스가 다가와 오리너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오리너구리는 암컷 같아 보여서 다행이네요. 수컷의 뒷발에는 독이 나오는 발톱이 있거든요. 보통 번식기인 10월에 독이 강해지는데……. 아, 지금이 10월이죠?”
“…….”
나는 괜히 뒷목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으며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런 건 좀 일찍 말해주라고. 만지기 전에!
내 시선에 담긴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레이스는 태평하게 오리너구리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었다.
“참고로 오리너구리는 위가 없이, 식도가 바로 장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요. 그래서 먹이를 먹을 때 아주 열심히 씹어먹는다고 하죠.”
그레이스의 말을 듣고 녀석의 부리같은 주둥이를 바라보니 아주 열심히 부리가 찹찹찹 움직이며 가재의 집게를 씹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오리너구리는 알을 낳는 포유류라고 하죠. 아까 보셨던 가시두더지를 비롯한 몇 종의 포유류만 그런 포유류로, 한국어로는 단공류라고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그레이스의 오리너구리 강의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제법 신기한 이야기라서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누나와 소은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 낳는 포유류는 처음 들어봐요. 포유류는 다 젖을 먹이는 동물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아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래도 틀린 건 아닌게, 오리너구리도 젖을 먹이긴 먹인다고 해요. 유두가 없어서 땀처럼 분비되는 젖을 새끼가 핥아먹는 거지만요.”
“우아…….”
“신기하긴 하네요. 알도 낳고 젖도 먹인다니.”
우리 가족은 신기하다는 듯이 내 손에 들린 오리너구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열심히 집게를 씹어대는 오리너구리는 설명을 듣고 바라보니 더더욱 신기했다.
“내 알 보여주꽉?”
그런데, 우리의 시선을 받던 오리너구리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오리너구리를 물가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녀석이 강변을 따라 헤엄치기 시작했다. 잘 따라오라는 듯, 조금 움직이다가 우리를 기다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알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해주니, 다들 나를 재촉했다.
“내 알은 여기 있꽥!”
오리너구리를 따라 가니, 얼마 없는 수초를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한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오리너구리의 알로 추정되는 희끗한 것 역시 보이고 있었다.
녀석의 알을 잠시 구경한 우리는 조심스레 다시금 녀석의 둥지에 알을 내려놓았다. 괜히 관찰한답시고 건드렸다가 깨면 곤란했으니 말이다.
“더 안 볼거꽥?”
“응, 괜찮아.”
더 봐도 된다는 듯이 물갈퀴가 달린 발로 알을 잡으려는 오리너구리를 말렸다.
녀석은 알을 잘 정비하더니, 우리 가족의 주위에서 허우적거렸다. 특히, 소은이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녀석은 소은이 주변에서 알짱거렸다.
소은이도 그런 녀석이 마음에 든 듯, 녀석을 안아들고 열심히 쓰다듬어대고 있었다.
“압빠! 부리가 말랑말랑해!”
“소은양, 그건 오리너구리의 부리는 새들의 부리랑 다르게, 사람의 입술 같은 거라서 그래요. 주변에 뼈가 있어 딱딱하긴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부드럽죠.”
“우웅! 신기해!”
우리는 소은이와 오리너구리가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교감을 나누고 나서야 산책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