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42
0141 귀국
“이제 여기 있는 것도 며칠 안 남았네.”
“그러게…….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좀 아쉽다.”
숙소의 앞에 놓인 2인용 그네 의자에 앉아 누나와 가볍게 담소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으로 귀국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무척 아쉬움을 느꼈다. 벌써 호주에 온 것이 2주 가까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였다.
자연을 복원하기도 하고, 호주 여기저기를 관광하러 다니기도 하다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것이었다.
호주의 중심에 있는 산이나 다름없는 거대한 바위도 보고, 온갖 생물군이 있는 태즈매니아 같은 섬에도 가보는 등 여러 곳을 돌아다녔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기를 사서 우리 별장으로 쓸까?”
“별장?”
“왜, 부자들 보면 별장 하나씩은 있다고 하잖아. 우리라고 못 할게 뭐 있어?”
내 말에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원에 호텔 형식으로 받아주는 동물 한 마리에 매달 억 단위로 지불하는 억만장자들이 많았다. 덕분에, 우리 역시 부자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뮤튜브 구독자도 5천만 명을 넘어 1억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호주 자연의 복원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에, 호주인 구독자의 수가 급증한데다 유럽인들의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구독자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수익도 어마어마한 상황이었다. 매일같이 슈퍼카를 새로 산다고 해도 파산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 부인이라는 점과 소은이의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는 것으로 인해 누나 역시 초대형 SNS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었다. 옷, 음식, 어린이 용품 등 온갖 협찬 제의가 들어오는데 게시글 한 번에 억 단위의 제안이 들어올 정도였다.
결론은, 지금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곳을 인수하는 것에 자금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누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 건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좋아. 자주 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 별장 하나쯤 있는 것도 좋을 거 같아.”
“그럼 그레이스한테 이야기해보자. 여길 구매하고 싶다고. 거절하진 않겠지. 가끔이라도 내가 오면 이곳의 성장속도 같은 게 더 빨라질 거 아냐.”
나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곳에 도착한지 2주가 살짝 안 되는 수준인데 벌써부터 내 키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의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효과를 봤으면 숙소의 매매 정도는 쉽게 해주겠지.
해외에 별장이 생긴다는 것 때문인지, 묘하게 들뜬 듯한 누나는 그네에서 발을 동동 흔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수환아. 그런데 소은이는?”
“놀러갔어. 이 주변에 이제 동물들이 많이 들어왔잖아.”
“혼자?”
“아니, 다 데리고. 혹시 몰라서 영어가 가능한 경호원도 따라갔어.”
내 말에 누나가 안심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목적 헬기나 다름 없는 유부와, 달리기 하나는 끝내주는 뽀니, 경호원들도 아직 이긴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청호까지 붙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경호원까지 있었으니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솔직히 여기에 아이들이 놀만한 게 별로 없어서 소은이가 심심해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
“흐흐, 우리 딸이 그런 걸로 심심해 할 리가 없지. 동물 친구들만 있으면 아주 좋아하잖아. 소은이한텐 여기가 천국 같을 걸?”
“그래도 처음 하루 정도는 심심해 했잖아.”
“그건 그렇지. 그 땐 동물들은 거의 없었으니까. 우리집 애들이랑 놀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자연이 복원되며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한 동물들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 소은이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유명 관광지에 가서 이런저런 것들을 보고 체험하는 것 보다도 숙소 주변에서 동물들을 찾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가 밖으로 관광을 나가지 않은지 벌써 이틀이 되었다. 나와 누나는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고, 에너지가 넘치는 소은이는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압빠아아! 엄마아아아!”
호랑이도 부르면 온다는 것처럼, 호랑이도 타고다니는 소은이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눈치 챈 듯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다 놀았어?”
“아니이!”
소은이가 다 놀았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니 전혀 아닌 듯, 고개를 붕붕 저어댔다. 다 놀지도 않았는데, 왜 돌아온 건가- 싶었다.
“압빠, 엄마! 가치가!”
그런데, 고개를 젓던 소은이가 나와 누나의 손을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나와 누나는 서로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은이가 이끄는대로 일어나, 소은이가 같이 가자고 하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조금 걷다보니, 소은이가 향하는 곳이 얼마 전에 갔던 그 강이 있던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수환아, 저기 봐.”
양쪽에서 누나와 함께 소은이의 양 손을 잡고 가던 나는 누나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수 많은 동물들이 강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지?”
캥거루, 코알라, 웜뱃, 가시두더지 등등. 숲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 한 곳에 몰려서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심지어, 언제 온 건지 모를 에뮤나 화식조 같은 녀석들도 보였다.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하는 동물이란 동물은 다 모인 느낌이었다.
소은이가 명백히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에, 호기심을 참으며 더 다가가니 어떻게 된 건지 알게 되었다.
“새끼 오리너구리네?”
“쫌 저네 태어나써!”
소은이가 이렇게 우리를 불러모은 것도,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바로, 이제 갓 태어나 꼬물거리며 어미 오리너구리의 품에 있는 새끼 오리너구리들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건 동물들도 마찬가지인지, 멍하니 새끼들을 바라보며 히죽거리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 캥거루 중 몇 마리는 자기들 육아낭을 슬쩍 매만지고 있었다.
“기엽찌?”
“엄마랑 아빠한테 얘들 보려주려고 데리고 온 거야?”
“웅!”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오리너구리에게 다가갔다.
“새끼들을 잠깐 봐도 될까?”
“얼마든지 봐도 된다꽥!”
자기 새끼지만, 나는 믿을 수 있다는 건지 품에 있던 세 마리의 새끼중 한 마리를 슬그머니 밀어주었다.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들어올린 나는 누나와 함께 꼬물거리는 새끼 오리너구리를 구경했다.
“흐에에, 귀여워!”
귀여운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누나는, 새끼 오리너구리를 보더니 녹아내리듯이 흐물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행복해했다.
잠시동안 그렇게 새끼를 구경하던 도중, 새끼가 어미를 찾듯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새끼를 어미의 품에 돌려놓았다. 어미가 살짝 보듬어주니 그 울음은 금세 멎었다.
“귀엽긴 귀엽네.”
어미 곁에서 꼬물거리듯이 움직이는 새끼 오리너구리는 무척 귀여웠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곁에 있던 소은이가 내 소매를 콕콕 잡아당겼다.
“소은아, 왜?”
“압빠! 얘들 키우면 안대?”
“얘들을 키우고 싶다고?”
“웅! 우리 동물원에 같이 이쓰면 조을 거 같아!”
소은이의 말에 나는 고민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야생에서 살아가던 녀석인데, 마냥 귀엽다고 데려가도 되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곁에서 자기도 꼭 그랬으면 한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누나의 시선은 물론이고, 내 말을 들은 오리너구리가 참 좋은 생각이라며 내게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자.”
어차피, 자연의 복원을 도와준다면 얼마든지 호주의 동물들을 데려갈 수 있게 해준다고 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얘들’과, 소은이가 생각하는 ‘얘들’의 범위가 달랐다는 것이다.
“히히! 다 같이 사는 거야!”
소은이는 한 손으로 제 곁에 있던 캥거루의 꼬리와 코알라의 털을 함께 붙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에뮤와 화식조의 꼬리깃을 붙잡았으며 웜뱃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발등에는 가시두더지와 뱀 한 마리를 올려둔 상태였다.
“…….”
“…….”
그 모습에 나와 누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 딸 스케일 한 번 크네…….
그래도, 내가 호주에 준 도움이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그레이스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그 동물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이틀 뒤 귀국하려는 우리의 주변에는 어마어마한 짐들이 가득해졌다. 호주로 올 때는 가볍게 왔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몇 배나 되는 짐과 일행이 생긴 것이었다.
우리가 숙소로 사용한 통나무집과 그 주변 일부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는 증명서와, 호주 총리가 자연 복원에 대한 감사라며 준 감사패, 누나가 선물용으로 산 각종 기념품 같은 것들이 어마어마한 부피를 차지했다.
“호주 빠빠이!”
하지만 어떻게든 그 모든 짐을 비행기까지 옮기고 실은 우리는 시원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한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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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귀국한 우리는 곧바로 어마어마한 인파를 맞이했다. 호주의 자연을 성공적으로 복원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각족 신문사, 방송사 등에서 나온 기자들과 잠깐 인터뷰를 하고 동물원에 돌아온 우리는 또 다른 인파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코알라가 처음으로 정식 전시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펫 호텔 형식으로 돌본 경우는 있었지만, 그 때를 제외하면 동물원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코알라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코알라 뿐만 아니라, 캥거루나 에뮤, 화식조 같은 호주 특유의 동물들까지 모두 전시되기 시작했으니 사람이 몰리는 것이었다.
동물들을 보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바쁜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쁜 일상을 보내던 도중 그레이스에게 연락이 왔다.
“그레이스? 웬 일이에요?”
“드루이드님! 혹시, 네펜데스도 키우셨나요?”
“네펜데스요? 아뇨, 딱히 키운 적은 없는데…….”
“드루이드님 숙소 주변에 네펜데스가 엄청 크게 자라 있는 걸 이제 발견했거든요.”
네펜데스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식충식물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보니 일부러 키우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뭐……. 직접 키운 건 아니지만 씨앗이 어떻게든 섞여 들어갔던가 했겠죠. 그런데, 그게 왜요?”
“그게……. 네펜데스가 토끼를 잡아먹었거든요.”
“……토끼요?”
식충식물인 네펜데스가 토끼를 잡아먹었다는 것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내가 황당해하고 있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
“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네펜데스를 좀 키워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토끼 잡이에 딱일 거 같은데.”
내심 기대하는 듯한 그레이스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토끼를 상대로 독약으로 모자라 다이너마이트도 쓰더니, 이젠 괴물처럼 자라난 네펜데스까지 쓰겠다는 마인드는 어떻게 해야 나오는 건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여우 꼴 나면 어떡하려고요?”
“아……앗, 웃, 엑!”
토끼를 잡기 위해 들인 여우가 또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린 그레이스가 괴상한 목소리를 내었다.
결국, 그레이스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서, 그레이스와의 전화는 평범한 안부 전화로 그 성격이 바뀌어버렸다.
그것보다, 내 초능력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아직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어떻게, 파리같은 곤충을 잡아먹는 네펜데스가 토끼를 잡아먹게 만드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