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43
0142 체육대회(1)
호주에 가 있는 동안, 방송을 거의 하지 않았다보니 사람들이 방송 좀 해달라는 DM을 꾸준히 보내고 있었다.
중간중간 영상은 찍어서, 편집팀에 보내어 뮤튜브 업로드는 쉬는 일이 없었지만 방송은 달랐다.
단순하게 관광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간 것이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휴식에 중점을 두고 말 그대로 쉬고 있다보니 방송을 잘 하지 않은 탓이었다.
확실히 방송을 조금 오래 쉬었다는 생각에, 나는 곧바로 방송을 켰다.
[ㅅㅎ~] [와 이게 얼마만의 생방이야] [오리너구리 어딨어!] [호주에서 데려온 코끼리 보여줘!] [호주에서 데려온 코알라겠지 멍청아] [군대랑 싸워서 이긴 에뮤 보여주세요!]방송을 켜자마자 들어온 시청자들은 온갖 채팅을 쏟아냈다. 오랜만이라 반가워하는 이들도 있었고, 다짜고짜 동물들을 보여달라며 졸라대는 이들도 있었다.
“오랜만이죠? 요즘 조금 바쁘다보니, 방송을 켤 시간이 없었네요.”
[손목없음 님이 5만 원 후원!] [“구라치면 어떻게 된다?”]“아니,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바빠요.”
나는 한 시청자의 후원 메시지에 고개를 저으며, 내 얼굴을 찍던 카메라를 뒤집었다. 그곳에는 내가 우리 동물원의 안내지도 위에 스케치하던 것이 있었다.
“지금 어떻게 공사를 해야할지 스케치 중이거든요.”
공사라는 말과, 내 스케치를 보던 사람들은 의아함을 드러냈다. 귀국한 이후 하는 첫 방송에서 난데없이 공사를 한다고 하니 시청자들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공사를 하려는 이유가 있었다.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요번에 오리너구리들을 들여왔잖아요. 그러다보니 약간 문제가 생겼어요. 따로 수생동물이 많지 않다보니 이 녀석들이 지낼 공간이 마땅치 않은 거죠.”
이야기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곧바로 오리너구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미 오리너구리와, 세 마리의 새끼오리너구리들은 거북이들의 사육장을 공유하고 있었다. 수생과 반수생 거북들이 지내는 풀장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꾸미고 살 수 있도록 각종 나무와 풀들로 장식해둔 곳이라 자리를 잡는 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자리를 잡는 것에만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야생을 살아가던 녀석에겐 아무리 잘 꾸며진 곳이라 해도 비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거북이들이랑 사이 좋게 잘 지내고 있긴 한데……. 이 녀석들에겐 공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거든요.”
공간의 협소함을 드러낸 나는 어떻게 공사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관람로를 기준으로 해서 동물원 전체를 한 바퀴 감싸는 수로를 만들 생각이에요. 폭은 조금 넓게 해서 사이사이에 다리를 놔둬서 그 위에서 관람할 수도 있게 할 거고요. 그리고 그 수로 곳곳으로 수생동물들의 서식지를 만들 예정이죠.”
스케치한 것을 보여주며 설명해주니 공사가 끝나면 꼭, 반드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구경오겠다는 시청자들이 줄서기 시작했다.
아직 공사를 시작하긴 커녕, 상상도를 스케치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의 기대감이 꽤나 컸다.
[10트째임 님이 1만 원 후원!] [“공사하면 동물원 못가나요?”]“일정 구간별로 공사를 시작할 거라, 입장을 제한하진 않을 거예요.”
내 말에 다행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랑같긴 하지만, 우리 동물원 하나만 보고 부산까지 오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애자 님이 10만 원 후원!] [“어떻게 공사하면 좋을지 집단지성 기기!”]그런데 한 시청자가 집단지성을 원하는 듯한 후원 메시지를 보냈다. 어떻게든 공사하는 것에 한 숟가락 얹고 싶다는 건지는 몰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물원 곳곳을 누비며 시청자들에게 여러 의견을 받은 덕분에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워낙 시청자가 많다보니 건축 관련 된 부분의 전문가들도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예상보다 빠르게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 ◑ ● ◐ ○ ◑ ● ◐ ○
그르르르릉-
커다란 포클레인이 육중한 몸뚱아리를 움직이며 관람로 일부를 파헤치고 있었다. 관람로를 감싸는 수로가 되는 곳을 파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잠시 구경하고 있으니 무언가가 스윽- 다가와 내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쥔님, 쥔님.”
내게 다가온 것은 크림색에 가까운 골든리트리버, 마루였다.
살짝 쪼그려앉아 녀석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왜? 시끄러워서 그래?”
공사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가- 싶어 물어보니, 마루가 고개를 슬며시 흔들었다. 나나 내 주변 사람들이 부정의 의미를 표시할 때 고개를 내젓는 걸 보고 언제부턴가 따라하던 것이었다.
“뛰고 싶은데, 가로막혀서요. 저기 막힌 거 언제 뚫려요?”
“아…….”
공사 소음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공사 때문에 달리기 루트가 막혔기 때문에 온 것이었다.
하긴, 하루종일 동물원 수백 바퀴를 도는 녀석이었으니, 그 중간이 턱 막혀버린 것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며칠만 기다려봐.”
그래도 마루를 위한다고 시작한 공사를 중지하거나 할 수는 없었기에, 안타깝지만 마루에게 감내할 것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호다닥 달려나가는 마루의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해졌다.
하지만 공사로 인해 불만을 표시하는 녀석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관람 방향이 틀어지며 관람객들의 당근을 약탈하지 못하게 된 낙타라던가, 호랑이 우리에 몰래 숨어들어가는 개구멍이 공사로 막혀버린 것이 불만인 포동이들, 호기심 많은 새끼들이 공사장으로 다가가려해서 피곤한 붉은 여우까지.
하나둘씩 스트레스를 받는 듯한 동물들의 모습에,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어떻게 해야 녀석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줄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도중 내 머릿속에 하나가 떠올랐다.
스트레스를 받을 땐 움직이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활동량이 무척 중요한 동물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중요했다. 상쾌할 정도로 한 번 움직이면 스트레스도 꽤 많이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물론,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했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 1회 천하제일 동물 체육대회 개최!]나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도 해소해줄 겸, 일종의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체육대회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물들의 신체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려는 이유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반려동물들도 참여가 가능하게 할까- 생각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누나가 곁에서 그래봐야 2등 경쟁이 될 거라며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체육대회를 개최하기로한 나는 여러 준비를 하고서 수 많은 관람객들과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그러면 제 1회, 천하제일 동물 체육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 관람객들의 박수소리와, 후원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작을 알린 나는 곧바로 체육대회를 시작했다. 첫 순서는 올림픽을 개최할 때 선수단이 입장하듯, 동물들이 입장하는 것이었다.
“오늘 체육대회의 참가자들입니다!”
가장 앞에서 소은이가 우리 채널의 아이콘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뽀르르- 달려나왔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의 뒤로 수 많은 동물들이 따르고 있었다.
마치 주변 관람객들에게 인사하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등장한 동물들은 공사로 인해 공터가 된 곳을 한 바퀴 돌고 다시금 빠져나갔다. 곧 체육대회의 메인무대가 될 곳을 비워주는 것이었다.
“자아……. 그럼 첫번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첫번째 종목은 달리기입니다! 출전 선수, 나와주세요!”
내 외침과 동시에 공터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돌아갔던 동물들 중 일부가 다시 나타났다.
나타난 동물은 총 다섯 마리였는데, 대부분은 우리 동물원의 동물이지만 한 마리는 호텔 형식으로 맡아둔 동물이었다. 물론, 주인의 허락을 맡고 출전시킨 것이었다.
아무튼, 내 부름에 나타난 동물은 캥거루와 일기토, 뽀니, 마루. 거기에 온 몸에 점박이 무늬가 가득한 한 마리의 치타였다.
공터에 나온 녀석들은 자리를 잡더니, 마치 관람객들에게 인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깡총깡총 뛰어오르는 일기토, 꼬랑지를 휘휘 흔드는 뽀니, 스프링같은 다리로 통통 바운스를 주는 캥거루, 얌전히 앉아서 앞발 하나를 들어올리는 마루. 거기에, 아직은 조금 어색한 듯하지만 꼬리를 살랑이며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듯한 치타까지. 다들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게 시간을 준 나는, 곧바로 경기의 시작을 준비했다.
미리 공터에 체육대회를 위한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라 있는 트랙에, 직원들이 동물을 한 마리씩 배치해주었다.
동물원에 찾아와서 보는 이들은 물론, 뮤튜브로 시청하는 시청자들까지 그 모습을 보며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낙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동물들인데다, 마루 같은 경우에는 발전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잘 달리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보면 마루와 치타가 달리면 누가 이길 건지 토론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마루와 치타의 달리기 시합이라는 메인 매치를 기대하는 이들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것에 맞춰, 경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