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44
0143 체육대회(2)
따아앙!
미리 준비해둔었던 육상 경기 때 쓰이는 화약총을 발사하자, 각자 트랙에 자리를 잡은 동물들이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녀석은 역시 달리기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치타였다.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기르던 어떤 치타는 정지 상태에서 속도가 100km/h에 도달하는 것이 2초 내지는 3초 가량 걸린다고 했다. 그런 치타인만큼, 녀석은 단숨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치고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치타를 마루가 아주 빠른 속도로 뒤쫓았다. 달리기는 빠르지만 치타에 비해 가속력이 조금 뒤떨어지다보니 마루가 살짝 뒤쳐졌다.
“히히히이이잉!”
당연히, 뽀니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화약총의 총성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치고나간 녀석은 갈기와 꼬랑지를 휘날리며 네 발을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이 가는 거샤!”
다만 그렇게 흩날리는 갈기 사이로 일기토가 모습을 뿅- 하고 드러냈다. 뽀니가 달려가는 것과 동시에 녀석의 등허리 위에 올라탄 것이었다. 자그마한 몸에서 오는 불리함을 잔머리로 극복하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캥거루는 굵직한 다리를 스프링처럼 이용하여 새총에서 구슬이 발사되듯 튕겨져나가고 있었다. 한 번 착지하고 점프하는 것만으로 십여 미터가 훌쩍 넘는 거리를 뛰고 있는 것이었다.
“와아아! 역시 치타야! 믿고 있었어!”
“치타는 그냥 웃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겨라 뽀니! 공주님이 보고 계신다!”
경기의 승자를 맞춘 관람객들에게 시즌 입장권 같은 상품들을 주기로 한 상태다보니, 동물들이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함성은 동물들이 엎치락 뒤치락 위치를 바꿀 때마다 터져나왔다.
치타는 속도로 유명한 치타답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다른 동물들과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치타에게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나와 함께하며 체력적인 부분에 버프를 받았다곤 하지만, 녀석을 뒤따라가는 동물들은 괴물같은 녀석들이었다.
“노오오! 좀 더 힘내라고!”
“역시 치타는 웃고 있어야지!”
치타의 최고속도가 조금씩 떨어지며 마루와 뽀니가 추월하기 시작하자 관람객들의 환호성과 절규가 뒤섞였다.
아무리 마루라고 해도 치타에겐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한 관람객들이 치타에 걸었는데, 어느새 마루가 치타를 제치고 뽀니마저 치타를 제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뽀니에게 올라탄 일기토를 제외한다면 치타의 뒤에 있는 건 열심히 폴짝폴짝 뛰는 캥거루 밖에 없었다.
“역시 치타는 인간 선에서 컷이라니까! 쟤들한테 비비긴 어딜 비벼!”
“마루야 가즈아!”
“탈것의 자존심을 보여줘라 뽀니!”
“일기토! 마지막을 노려!”
마루와 뽀니의 2파전……이 아니라 잔머리로 마지막을 노리는 일기토까지 3파전이었다.
조금 원형의 트랙이라 완전한 직진은 아니지만 일단 한 방향으로 달리는 것에는 발군의 실력을 가진 마루, 미니호스라도 말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뛰는 뽀니의 접전이었다.
하지만 그 승부의 결말은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일종의 드래그 레이싱. 오로지 직진으로 속도만을 보는 레이싱에 출전하는 차량처럼 직진하는 속도만 높은 마루와, 범용적인 스포츠카 같은 느낌인 뽀니의 성향 차이 때문이다.
뽀니가 열심히 뛰어가기는 하지만, 마루가 조금씩 거리를 벌리며 트랙을 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선이 가까워졌을 때, 뽀니의 등에 올라타 있던 일기토가 귀를 쫑긋- 세웠다. 마루가 앞서가고 있긴 하지만, 일기토의 점프라면 충분히 좁힐 수 있을법한 거리였다.
“내가 이기는 거샤! 다 비키잉긱!”
결승선에 가까워진 것을 확인한 일기토는 그대로 다리에 힘을 주며 폴짝 뛰어올랐다. 아니, 뛰어오르려고 했다.
뽀니의 등에서 뛰어오른 일기토였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던 뽀니였기에 미끄러진 것이었다.
잔머리로 1등을 노리던 일기토는 한 순간의 판단미스로 인해 그대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고, 하얀색 털공이 구르듯이 바닥을 굴러갔다.
“조아아아으쓰으으으으으!”
결국, 달리기 경기의 최종적인 우승자는 경기가 끝났음에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공터를 빙빙 돌고 있는 마루였다.
“내가 지다니……!”
뽀니가 무척 아쉬워하며 거칠게 투레질을 해댔다. 나는 아쉬워하는 녀석들을 돌려보내고, 곧바로 상품의 추첨을 진행했다.
1년간 언제든지 동물원을 이용할 수 있는 시즌 이용권이라던가, 내게 협찬이 들어오는 반려동물 관련 용품등을 제공해준 것이었다.
기뻐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에 적잖게 만족감을 느끼며, 다음 경기로 넘어갔다.
“이번 경기는 배구입니다. 물론, 발 밖에 없는 동물들을 배려해서 손과 발 모두 쓸 수 있는 배구겸 족구죠.”
내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금 동물들이 등장했다.
라쿤들과 고양이들, 유부와 원숭이 등등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 것이었다.
미리 팀을 나눠둔 나는 곧바로 녀석들을 두 부류로 나누었다. 두 마리의 라쿤, 대포동과 소포동을 다른 팀으로 가르고, 그 동물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남캣과 유부를 나눈 것이었다.
“흠, 이럴 생각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된 이상 괴물 고양이에게 갈고 닦은 발톱의 강력함을 보여주겠소이다.”
남캣을 이기는 걸 포기했던 유부였지만, 내 곁에서 초능력의 영향을 받으며 강해진 덕분에 자신감이 높아진 듯했다.
물론, 그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남캣은 조금도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쯧, 인간은 또 왜 이렇게 많아?”
남캣은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딱딱거리는 유부에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모습에 유부가 투덜거렸지만, 그 역시도 관심을 받진 못했다.
짜증나는 괴물 고양이라는 말을 중얼거린 유부는 내가 지정해준 팀원들과 함께 오른쪽 코트로 향했고, 남캣과 그 팀은 왼쪽 코트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진행된 경기는 평범한 족구나 배구와는 완전히 달랐다.
처음 원숭이가 공을 띄워올리는 것까지는 평범한 구기종목의 스포츠였지만, 그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가만두지 않겠소이다, 괴물 고양이!”
조금 전의 무시를 기억하고 있는지, 유부는 원숭이가 띄워올린 공을 하늘에서 있는 힘껏 걷어찼다. 파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허공에서 몸을 3바퀴 이상 돌린 유부가 기다란 다리로 공을 걷어찬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공의 목적지는 상대편 코트의 바닥이 아니라, 태평한 모습을 하고 있던 남캣이었다.
“느리잖아. 이딴 것도 공격이라고 하는 거냐?”
제게 날아온 묵직한 공을 발견한 남캣은 그대로 살짝 튀어오르며 허공에서 공을 받아냈다.
가볍게 공을 띄운 녀석은 마치 공의 중력에 끌린 듯이 공에 들러붙더니 네 발을 다 이용하여 유부를 향해 공을 쏘아보냈다. 공을 받아친 것이 아니라, 쏘아보낸 것이었다.
쐐액- 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쏘아진 공은 유부를 향해 날아갔다.
빠른 속도로 날아온 공이었지만 어마어마한 동체시력을 가진 유부는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다만, 그 공에 담긴 위력이 위력이다보니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꾸엑!”
그래도 다행스럽게, 바닥에서 공을 바라보고 있던 대포동이 온 몸으로 공을 받아내며 유부 팀이 실점하는 일은 없었다.
대포동의 몸에 맞고 튕겨나온 공은 기다리고 있던 원숭이가 받아쳤다. 배구를 하듯, 가볍게 뛰어올라 손바닥으로 스파이크를 내려친 것이었다.
공은 그대로 남캣 팀의 코트로 빨려들어가듯 날아갔지만, 이번에는 소포동이 온 몸으로 그 공을 막아냈다.
튕겨나온 공을 남캣이 또 쏘아보낸다거나 하는 등, 경기는 비슷한 양상으로 이어져갔다.
“……이거 족구나 배구 맞는 건가?”
“그러게.”
“나 이거 예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본 거 같은데. 막 사람도 죽어나가던 전투 피구 같은 느낌으로…….”
관람객들이 경기의 정체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지만 나름대로 볼만한 광경이 펼쳐졌기에 싫어하는 이들은 없었다.
오랜만에 진행되는 유부와 남캣의 전투같은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오히려 반가워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두 녀석이 서로를 공격하듯 공을 보내는 모습이었으니 볼만한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그 경기에도 끝이 찾아왔다.
포동이들의 몸에 맞고 튕겨나간 공이 코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었으며, 여러 동물들이 실수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으로 날아온 공에 날개를 맞으며 몸을 가누지 못한 유부로 인해 유부의 팀이 패배하는 것으로 끝이나게 되었다.
“승자는 남캣 팀입니다!”
또 다시 경기의 결과를 예측한 이들에게 간단한 상품 같은 것들을 추첨한 다음, 또 다른 순서를 진행했다.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동물들의 장기자랑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번 순서는 동물들의 경기가 아니라, 동물들의 장기자랑 시간이었다.
그 시작은 우리 동물원에서 손재주로 가장 유명한 흰손긴팔원숭이의 차례였다.
“끽끽!”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 중앙에서 손을 붕붕 흔들어보인 원숭이는 미리 준비해둔 풍선을 꺼내들었다.
풍선을 물고 빠르게 불어낸 녀석은 익숙하게 끝을 매듭지어 기다란 풍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풍선을 이리저리 꼬기도 하고 다른 풍선과 엮기도 하며 모양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끽끽! 바나나다끽!”
녀석이 만들어낸 것은 바나나였다. 노란 풍선을 휘어지게 만들어서 대충 바나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나나 송이가 몇 개씩 달려 있는 바나나 나무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바나나 나무 형태의 풍선을 바닥에 내려놓으니 정말 바나나 나무가 자라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손재주 화려한 거 보소…….”
“나한테 시키면 10초 내로 터트릴 자신있다.”
“갑자기 바나나 먹고싶네. 체육대회 끝나면 딸기바나나 조지러가야지.”
관람객들이 그걸 보며 감탄하는 것에 즐거워한 원숭이는 그대로 몇 개의 작품을 더 만들어냈다. 자기 모습을 본딴 듯한 형태의 풍선을 만들기도 하고, 종종 어울리는 코끼리인 뿌우뿌우를 모델로 만들기도 한 것이었다.
관람객들의 감탄을 받으며 작품들을 완성해낸 녀석은 충분히 만족한 듯한 모습으로 퇴장했다.
그리고, 원숭이 다음으로 장기자랑을 하는 것은 누렁이 녀석과 함께 들여온 십여 마리의 카멜레온들이었다.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이더니 자신들의 피부색을 바꾸기 시작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찍어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송출해주니, 관람객들의 감탄사가 또 다시 터져나왔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십여 마리의 카멜레온들이 마치 디스플레이가 된것처럼 그림이 명확하게 보여졌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바뀌며 바닷가를 표현하기도 하고, 울창한 숲속을 표현하기도 했다. 심지어, 소은이를 중심으로 한 우리 가족의 가족 사진같은 모습까지 표현해낼 정도였다.
관람객들은 입을 떡- 벌리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몇몇 동물들의 장기자랑이 더 이어졌다.
클립 두 개로 금고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있는 포동이들의 진기명기 쇼라던가, 손톱만한 조명을 든 꿀벌들이 허공에 드론쇼를 하듯이 비행하는 등의 장기자랑이 이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장기자랑이 끝난 다음 순서는 사람들이 꽤나 궁금해하던 것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