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68
0167 빼빼로 데이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면 온통 괴물의 둥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첫날부터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친 탓에 완주율이 10%가 채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완주를 목표로 너도나도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전자 전원에게 주는 굿즈와, 도전과제를 달성한 정도에 따라서 주는 보상을 노리고 참가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벌벌 떨면서도 매일같이 도전해서 모든 종류의 굿즈를 모으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괴물의 둥지 굿즈는 나름대로 수요가 있었다. 단순히 돈을 주고 구매하기보다는 도전자들에게만 주는 것이다 보니 모으려는 사람이 제법 있는 편이었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팬들은 물론이고, 공포 체험에 푹 빠진 사람들이 찾아온 덕분이었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무서운 동물원이라는 이색 기록으로 기네스에 등재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히히, 압빠! 맛있게 만들어주께!”
11월 11일. 과자 회사에서 상술로 만들어낸 빼빼로 데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것도, 소은이가 누나와 함께 직접 빼빼로를 만들어준다는 빼빼로 데이였다.
“엄마! 이케?”
“응. 그렇게 조물조물 주무르면 반죽이 돼.”
초콜릿을 묻힐 과자부터 만들기에, 밀가루로 반죽을 하고 있었다. 이런 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손으로 해야 보람 있다는 누나의 의지대로, 누나와 소은이가 각자 하나씩 반죽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곧바로 방송을 켰다.
흰색의 조리모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자그마한 손을 열심히 움직이는 소은이의 모습을 혼자만 보는 것은 세계적인 낭비였다.
그리고 반죽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한바탕 장난을 친 것을 증명하듯 볼과 코에 하얀 밀가루를 묻힌 소은이가 화면에 잡히니 사람들이 빠르게 채팅창을 채워갔다.
[낮엔 천상 공주님인데 왜 밤에는 보자기 뒤집어쓰고 유령 놀이하나요 ㅠㅠ] [진심 신수님이 이렇게 부러운 건 처음인데;] [신수님 공주님이 만든 빼빼로 나눔 하시나요?] [빼빼로 먹고 싶다!]소은이가 빼빼로 만드는 것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귀엽다며 난리였다. 역시 내 딸이야!
흐뭇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후원 메시지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메이도데수 님이 5만 원 후원!] [“여왕님께서 임신하셨는데, 혹시 메이드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요리청소빨래 다 잘합니당!”]그 와중에 누나의 현 상태를 아는 한 사람이 메이드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후원 메시지를 보고 답을 하려고 했으나, 나보다도 누나가 더 빠르게 반응했다.
“따로 가사도우미 분들을 고용할 생각은 없어요. 나중에 움직이기 힘들 때도, 도와줄 친구들이 있거든요.”
누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나타내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확인하더니, 그 호기심을 해소해 주겠다며 그 친구들을 불러냈다.
[마이무따 님이 3만 원 후원!] [“걔들이…… 친군가요?”]“당연하죠.”
누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제 곁으로 다가온 동물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드럼을 치는 신기한 고릴라, 콩콩이. 세계적인 수준의 풍선아트 기술을 보유한 원숭이. 경호원들에게 복싱을 배우고 있는 캥거루.
그렇게 세 마리 동물들이 누나가 친구라고 표현한 동물들이었다.
“얘들이 저를 얼마나 잘 도와주는데요. 그렇지, 소은아?”
“웅!”
누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던 소은이가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왜 그러나 싶어 바라보니, 갑자기 일회용 비닐봉지를 가져와 반죽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곁에 있던 콩콩이에게 쥐여주었다.
“콩콩이! 반죽!”
“끽!”
소은이가 반죽을 조물조물 주무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니, 콩콩이는 소은이가 원하는 대로 밀가루를 반죽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제 손에 들어온 비닐을 움켜쥐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인간보다도 더 강한 아귀힘을 가진 콩콩이는 뿌득뿌득 소리를 내어가며 반죽을 치댔다. 당장이라도 비닐봉지가 터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비닐은 반죽이 완성될 때까지 용케 버텨주었다.
[반죽기 님이 1만 원 후원!] [“저는 이만 은퇴합니다.”]“콩콩이가 반죽을 좀 잘 하죠?”
소은이가 할 때는 주물거려도 반죽이 되어가는 느낌이 별로 없었으나, 콩콩이가 하니 순식간에 반죽이 끝나버렸다. 곁에 있던 누나도 은근슬쩍 밀가루가 담긴 봉투를 내밀 정도였다.
금세 두 그릇의 반죽을 모두 완성해낸 녀석은, 누나가 수고했다며 주는 과일을 맛있게 씹어먹었다.
그 사이, 누나는 밀가루가 흐트러져 있는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캥거루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캥거루와 사이좋게 행주로 테이블을 닦아낸 누나는 완성된 반죽을 소은이에게 보여주었다.
“아까랑 많이 다르지?”
“웅! 가루가 아냐!”
신기하다는 듯이 반죽을 조물거리던 소은이는, 갑자기 제 얼굴을 반죽에 푹- 찍어눌렀다.
“히히히! 내 얼굴!”
반죽에 자기 얼굴을 찍어낸 소은이는 무척 즐거워하며 반죽에 찍힌 자기 얼굴을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순식간에 수백만 원 가량의 후원 메시지들이 줄 지었다. 대부분 소은이의 행동이 너무 귀엽다는 것이었다.
[쌀가루 님이 3만 원 후원!] [“오늘만 밀가루가 되어 저 반죽이 되고 싶다.”]“그러려면 일단 콩콩이한테 좀 반죽돼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쌀가루 님이 3만 원 후원!] [“나는 쌀가루다.”]콩콩이를 찍으며 말하니 한 후원 메시지가 바로 자기 말을 번복했다.
그리고, 그 사이 정리를 마친 누나가 반죽 두 덩이를 들고 소은이를 바라보았다.
“이제, 이걸 밀대로 밀어서 성형을 해줄 거야. 막대과자처럼 길쭉하게 만들면 돼. 밀대 좀 줄래?”
반죽을 내려놓은 누나는 곁에 있던 캥거루에게 손짓했다. 기다란 막대를 표현하는 듯한 그 손짓에, 캥거루는 제 육아낭에 넣어둔 밀대를 건네주었다.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된 밀대의 포장을 벗긴 누나는, 곧바로 반죽을 밀대로 밀기 시작했다. 덩어리진 반죽은 금세 평평하게 펼쳐졌다.
누나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니, 소은이가 열심히 낑낑거리며 밀대를 밀었다. 하지만, 소은이에겐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작은 키로 인해 엉성하게 잡은 밀대 때문인지, 힘 조절 실패인지는 몰라도 반죽이 울퉁불퉁하게 나온 것이었다.
“우움…….”
그 반죽을 잠시 바라보던 소은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지, 아니면 자기가 스스로 해결해 볼 건지 고민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었네.’
하지만 이어진 소은이의 행동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숭이! 이거 밀어!”
곁에서 멀뚱멀뚱 서있던 원숭이에게 밀대를 떠넘긴 것이었다. 그것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원숭이는, 소은이가 손짓하는 것을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끽!”
짧게 소리를 낸 원숭이는 소은이가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서, 밀대로 반죽을 밀기 시작한 것이었다.
풍선아트 장인……아니, 장원(猿원숭이 원) 답게 몇 번 부드럽게 움직여주니 반죽이 고르게 펴졌다. 심지어, 누나가 반죽을 자르는 것을 보더니 완벽히 똑같은 모양으로 잘라냈다.
“숭아, 너도 잘 했어.”
누나는 소은이를 도와준 원숭이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바나나 하나를 건네주었다. 녀석은 곧바로 껍질을 까, 과육을 빠르게 해치웠다.
“이건 이제 오븐에 구울 건데, 이게 엄~청 뜨거운 거니까 소은이는 만지면 안 돼. 알았지?”
“우웅, 하고 시푼데!”
“그럼 전원만 켜볼까?”
“웅!”
소은이는 누나의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서, 누나가 가리키는 대로 오븐의 전원을 켰다.
그렇게 오븐을 작동시키고 예열한 다음, 반죽을 넣어 굽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누나는 소은이와 함께 초콜릿을 중탕해 녹였다. 중간중간 우유와 섞기도 하고, 남는 우유에 초콜릿을 살짝 넣어 초코우유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마시써!”
소은이가 초코우유를 홀짝이며 초콜릿을 녹이던 사이, 과자를 굽던 오븐이 띵- 소리를 내며 다 구워졌음을 알려왔다.
과자를 가져온 누나는 과자를 잠시 식히고서, 소은이와 함께 과자를 녹여둔 초콜릿에 푹 담갔다.
과자를 담갔다 빼는 것만으로 빼빼로를 완성해낸 누나는 짜잔- 하고 소은이에게 보여주었다.
“나두! 나두 할래!”
소은이는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하겠다며, 양손에 과자를 들고 초콜릿에 푹 담갔다.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은이는 손가락까지 초콜릿에 반쯤 담가버렸다.
“아뜨! 달아!”
중탕한 탓에 조금 뜨거워했지만, 입에 손가락을 넣으며 초콜릿을 먹었는지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나와 누나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빼빼로는 초콜릿 부분이 무려 99%에 달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소은아, 이제 포장하자.”
소은이가 몇 개의 빼빼로를 만들어낸 것을 확인한 누나는 미리 준비해둔 상자를 가져와 예쁘게 포장했다.
포장지에 빼빼로를 감싸고, 상자에 담은 다음 리본으로 장식까지 하는 것이었다.
소은이도 열심히 따라 하려 했지만, 손재주는 조금 부족한 지 꽤나 삐뚤빼뚤한 모양이었다. 물론, 원숭이의 도움 한 번으로 무척 깔끔하게 변해버렸지만 말이다.
“압빠, 선물!”
“수환아. 빼빼로 데이니까 선물이야.”
나는 두 사람이 내미는 빼빼로를 받아들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맛을 보았다.
“그럼 이건 내 선물.”
빼빼로의 맛을 본 뒤, 소은이를 안아들고 볼에 찐한 뽀뽀를 해주었고 누나는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데리고 나가 찐한 키스를 날려주었다.
돌아오니 채팅창에 ‘ㅗㅜㅑ’하는 채팅들이 가득했다.
그 채팅에, 누나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진 듯한 느낌이었지만 나는 가볍게 웃으며 방송을 종료했다.
[근데 공주님이 만든 빼빼로 지분 50%는 원숭이에 30%는 콩콩이 아님?]마지막 채팅이 묘하게 거슬렸지만, 나는 못 본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