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92
0191 난장판인 숙제 방송
“신수님.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나는 오랜만에 들어온 광고에,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들어온 광고는, 내가 처음으로 계약을 맺어가며 했던 광고인 마이쩡 펫푸드의 신제품에 관한 광고였다.
나와 처음 광고를 진행하며 톡톡히 효과를 보고, 내가 사용하는 모든 사료를 무상 제공해 주는 것으로 더 큰 효과를 본 마이쩡 펫푸드였기에 이번에도 찾아온 것이었다.
전 세계에 구독자를 보유한 내 효과를 본 마이쩡 펫푸드가 글로벌한 기업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에 내게 광고 요청을 넣을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광고를 해야 할 제품은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츄르와 비슷한 맛이 나면서도 칼로리가 낮고 금방 소화되는, 말 그대로 간식으로 주기에 적합한 사료였다.
고양이가 귀엽다며 사료를 많이 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사료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 사료보다 크게 차이가 날 정도의 칼로리를 가진, 사람으로 따지자면 곤약 같은 것이었기에 조금 넉넉하게 준다고 해서 살이 찔 일이 없는 것이었다. 돼냥이 방지 사료라고 할 수도 있었다.
마이쩡 펫푸드에서 제공해 준 실험 결과서 같은 것들을 보면, 장기간 먹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나와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칼로리가 낮은 데다 소화도 빨리 되는 만큼 영양분 역시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반 사료와 병행해서 급여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부분만 잘 이야기해주면 되겠지.”
유의할 것을 상기하고서, 나는 곧바로 방송을 시작했다.
[드하!] [영웅 등장!] [드루이드 하이! (드하라는뜻)] [ㅅㅎ~!] [ㅇㅋㅁ?] [오컨무 님이 1만 원 후원!] [“오컨무? 아이언 하산 방송하시나여?”]“……아니, 등산 방송도 아니고 하산 방송은 뭐야.”
아무리 내가 못한다지만 그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아 그럼 잘하시던가?] [정보)드루이드는 버스 타고 간신히 실버에 올랐다.] [팩트)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하는 거 아니면 팀겜 하지 마십쇼 형님]시청자들의 반응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의자 옆에 내려놓았던, 사료포대를 들어 올렸다. 3kg 정도로 포장된 것이라 들어 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화면에 잘 잡히도록 들어 올리고,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은 오랜만에 돌아온 광고 방송입니다!”
[와! 숙제!]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짝짝짝)] [완판! 완판!] [이미 완판 됐습니다~ 방송 내려주세요] [고양이 그림이네? 고양이 사료인가요?]“완판은 무슨! 내일부터 판매 시작이거든요?”
“까비는 무슨. 아무튼, 여기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늘 광고할 물건은 고양이 사료입니다.”
[와아아아!] [넘모 궁금해욧!] [본인,, 동년배들,, 저거 다들 좋아한다,,,] [어머. 이번에는. 무슨. 사료일까. 너무. 궁금한걸?]내 말에, 채팅창으로 사람들이 환호해 주었다. 물론, 내 말에 장난치듯 맞장구쳐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그런 채팅을 가볍게 무시하고,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칼로리가 낮고, 소화가 잘 되지만 영양분이 많지 않고 등등.
“돼냥이를 키우고 계신 분들에게 이 사료를 추천드려요.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알맞거든요. 일반 사료를 평범한 수준으로 주고, 더 먹고 싶어 하는 부분은 이 사료로 채워주는 거죠.”
실제로 마이쩡 펫푸드에서 자체적으로 실험한 결과, 돼냥이들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 부분을 포함해서 보여주니, 채팅창 곳곳에서 돼냥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말로만 해서는 이게 좋은 건지 모르겠죠? 그럼 이걸 먹을 당사자들을 불러와야죠.”
나는 잠시 자리를 이탈해, 집안에 널브러져 있던 한 녀석을 데려왔다. 반항하지 못하도록 목덜미를 쥐고 들어 올리니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자, 오늘의 조수. 남캣입니다. 인사해.”
“드즈그습느?”
힘 없이 축- 늘어진 녀석의 앞발을 잡아들고 휘휘 흔들어주니 녀석이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냈다.
[형! 죠때써! 튀어!] [쟤 빡쳤다 빡쳤다니까?] [형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우리는 형을 구해주지 못할 거 같아…] [속보)드루이드, 방송 중 맹수에게 공격당해!]남캣의 울음소리에 채팅창이 난리가 났지만, 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 여전히 남캣의 목덜미를 붙잡아 반항하지 못하게 만든 나는, 사료포대의 끝부분을 잘라내고 사료를 꺼내들었다.
“먹고 싶지? 어때, 맛있는 냄새도 나지?”
“내놔!”
손바닥에 올린 사료를 남캣의 코앞에서 슥슥 흔들어대니, 녀석이 입을 와앙 벌리며 냉큼 먹으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붙잡혀 있었기에 그런 행동을 한다고 주둥이에 사료가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복수 안 한다고 하면 줄게.”
“……안 할 테니까, 내놔!”
길고양이 시절을 겪은 탓에, 식탐 하나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남캣은 슬며시 내놓고 있던 발톱을 숨기며 콧잔등을 혀로 핥아댔다.
그 모습에 안심하고서 녀석을 바닥에 내려주었다.
와그작 와그작 소리를 내며, 사료들이 남캣의 날카로운 이빨에 갈려나갔다. 자그마한 부스러기가 녀석의 앞에 떨어지고 있었다.
“맛있어?”
“……맛있네.”
녀석은 정말 맛있다는 듯, 제 앞에 흐른 사료 부스러기까지 찹찹 핥아먹었다.
그런 녀석에게 슬그머니 붉은색의 버튼을 내밀었다.
“맛있으면 이거 한 번 눌러봐.”
내 말에 녀석이 곧바로 버튼을 눌렀고, 그 버튼에 녹음되어 있는 목소리가 재생되었다.
“마이쩡 펫푸드!”
마이쩡 펫푸드에서 제공해 준 음성 재생 버튼이었다.
“남캣도 맛있다네요. 우리 냥아치가 저를 때리는 걸 포기할 정도로요.”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니,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그런데, 채팅창이 불타오른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공겜러 님이 3만 원 후원!] [“뒤를 보라고요! 뒤! 뒤!”]“뒤?”
뒤를 보라는 채팅과 후원 메시지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 어?”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발견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자리하고 있던 사료포대와, 남캣을 말이다.
주변을 휙휙 돌아보았음에도 남캣과 사료포대를 찾지 못했다. 결국, 스트리밍되고 있던 방송을 다시 돌려보고 나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던 그 순간, 내 눈치를 보던 남캣이 사료포대를 야무지게 물더니 그대로 도망친 것이었다.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멍하니 화면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동물원 곳곳을 비추는 CCTV 화면을 확인했다. 몇 개의 CCTV에 남캣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3kg가량의 사료 포대를 물고 호다닥 뛰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는 것이었다.
“아, 이러면 또 혼내기 애매하잖아…….”
그리고, 어느덧 아깽이라고 할 수 있는 유아기 시절을 벗어나는 듯한 제 새끼들과 폭신이에게 그 사료를 내어주는 모습 역시 볼 수 있었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직 남아 있는 사료 포대를 들어 올렸다.
마이쩡 펫푸드에서 여러 상품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3kg부터 시작해서 20kg까지 다양하게 포장된 제품을 보내준 덕분이었다.
“흠……. 이번엔 누구한테 먹여볼까요?”
[치킨이 ㄱㄱ] [아깽이들 먹는 거 찍어줘요!] [개들도 고양이 사료 먹는지 보여주세요 ㅋㅋㅋ] [쌍둥이요!] [대포동!]이 사료를 아직 먹지 못한 다른 고양이들은 물론, 개나 라쿤 같은 동물들도 언급되었다.
하지만 고양이 사료인 만큼 고양이에게 먹일 생각으로, 휴대폰을 방송을 이어가며 동물원 내부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남캣 일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카페 지박령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카페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와! 드루이드다!”
카페로 찾아가니,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그 모습에 적당히 응해준 나는, 곧바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형부우. 누구 찾아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카페의 총괄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영지가 다가왔다.
“영지야, 고양이들 어디 있어?”
“고양이들? 치킨이는 저기 있고, 쌍둥이는 저쪽 손님한테요.”
책임자로 있으면서도 여전히 음료 만드는 걸 즐기는 영지는 순식간에 두 마리의 고양이를 찾아냈다.
카페에 있는 거대 캣타워의 꼭대기에 숨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치킨이, 한 손님의 품에 안겨 애교를 떨고 있는 쌍둥이를 찾아낸 것이었다.
“고마워. 그건 그렇고, 요즘 남친이랑 잘 돼? 그 남자랑 결혼할 생각은 있어? 저번에 잠깐 봤는데, 사람이 나쁘지 않더라.”
“아앗, 오늘이 명절이었나!”
해맑게 웃던 영지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더니, 호다닥 도망가버렸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선, 치킨이와 쌍둥이를 데려왔다. 쌍둥이를 안고 무척 좋아하던 손님이 아쉬워했지만, 굿즈 교환권으로 달래주었다.
그런데 광고 방송을 이어하기 위해 방으로 돌아온 나는 한 가지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돌아온 나를 반기는 다른 녀석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거, 걸리따! 튀라!”
“기다리 바라! 이건 가꼬 가야 할 거 아이가!”
두 마리 라쿤이 20kg짜리 사료포대를 들고 낑낑대는 모습이 보였다.
“현행범은 일단 구속해두고 천천히 수사를 하도록 하고…….”
나는 대포동과 소포동에게, 녀석들을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해둔 수갑을 채웠다. 자그마한 앞발에 수갑이 채워지며 녀석들이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잠깐 관심을 주지 않았다고 순식간에 터져나간 채팅창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두 마리 고양이가 화면에 잘 나오도록 내 품에 안아들었다.
호기심이 강한 치킨이 녀석은 내 몸을 딛고 책상에 앞발을 올리며 모니터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과 교감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쌍둥이 녀석은 내 가슴팍에 몸을 슥슥 비벼대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을 품에 놔둔 상태라 조금은 불편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사료포대를 찢어내어 사료를 조금 꺼내들었다.
“우옷, 맛있는 냄새!”
“저도 주세요오옹~!”
사료를 꺼내드니, 두 녀석이 곧장 흥미를 보였다.
남캣 수준은 아니라도 식탐이 조금 있는 편인 치킨이는 당장 내 손으로 뛰어오를 듯한 모습을 보였고, 쌍둥이는 애교를 부리며 간식을 갈구하고 있었다.
“자, 하나씩 먹어봐.”
그런 두 녀석에게 하나씩 사료를 주둥이에 물려주었다.
남캣이 그러했듯, 녀석들은 와그작 소리를 내어가며 사료를 씹어삼켰다.
“오오오오! 더 줘요! 더더더더!”
“저도 더 먹고 싶은데. 주시면 안 돼요오?”
간식이 맛있던 건지, 녀석들은 내게 엉겨 붙으며 간식을 요구했다.
“이거 맛있었으면, 저기 보고 인사해 줘.”
간식을 받을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듯, 두 녀석은 내 말에 카메라를 바라보며 앞발 하나를 슬쩍 들어 올렸다.
마치 일본의 손 흔드는 고양이 인형처럼 앞발을 흔들어대는 그 모습에, 채팅창이 타올랐다.
[저거면 나도 고양이한테 인사받을 수 있음? 당장 사러 간다;] [속보)마이쩡 홈페이지 폭파!] [ㅋㅋㅋ 진짜 터졌네 ㅋㅋㅋㅋㅋㅋ]나는 불타오르는 채팅창을 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두 고양이에게 사료를 내어주었다. 녀석들은 누가 굶기기라도 한 것처럼 열성적으로 사료를 씹어댔다.
“자, 그럼 범죄자의 심문을 해보도록 할까요?”
치킨이와 쌍둥이가 열심히 사료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수갑을 차고 널브러져 있는 두 마리 라쿤들을 데려왔다.
“너희, 여기는 왜 온 거야?”
“요게 맛있는 기 있다 캐서…….”
“맛있는 게 있다고 했다고? 누가?”
“그 괴물 괭이가 그랬다 아이가.”
“맞다! 금마가 요 가면 있으니까 넘볼 생각 말라고 했다. 요 눈탱이 밤탱이 된 거 안 비나?”
소포동의 억울하다는 외침에, 녀석을 자세히 바라보니 눈 부근에 고양이 발자국이 보였다.
조금은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어, 녀석들에게도 사료를 조금 내어주었다.
“키야! 뭔데 이래 맛있노?”
“이 정도믄 눈탱이 한 대는 더 맞아줄 수 있다!”
두 녀석은 고양이 사료가 무척 입에 맞는 건지, 순식간에 사료를 흡입했다.
“들고 튀라!”
그리고, 녀석들은 내 품에서 벗어나자마자, 치킨이와 쌍둥이가 먹던 사료를 약탈해서 도망쳤다.
“……헨젤과 그레텔이냐고.”
주둥이 가득하게 베어 물고, 앞발로 사료를 끌어안고 도망친 녀석들은 그 흔적을 남기며 도망쳤다. 녀석들이 지나간 길로 사료가 하나씩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도둑 잡아라아아앙!”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젓고 있으니, 자신이 먹을 것을 빼앗긴 치킨이가 두 녀석들을 뒤쫓았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꼴을 보며 한숨을 내쉬니, 쌍둥이가 폴짝 뛰어올라 내 품에 안겨들었다.
“뭐, 아무튼. 이 정도면 광고주 분들도 만족하시겠죠?”
쌍둥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하니, 후원 메시지가 도착했다.
[마이쩡펫푸드 님이 1,000만 원 후원!] [“충분합니다! 지금 저희 서버도 터져나가고, 예약 주문까지 밀려오고 있어요! 서버를 빨리 복구할 테니 고객분들께서 조금만 양해해 주세요!”]“다행이네요.”
내가 광고를 맡은 물건이 잘 팔린다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느긋하게 쌍둥이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