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43
0242 익명 커뮤니티
소은이가 학교에 등교하고, 누나가 사무실로 향하고, 은수가 고로롱 꿀잠 자고 있는 오전. 딱히 할 일이 없던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으로 뭘 할까 하며 적당히 어플들을 뒤지던 도중, 예전에 가입해 놓고 잘 쓰지 않던 커뮤니티 어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직장인들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어플이었다.
솔직히, 익명을 앞세우는 커뮤니티였기에, 우리 직원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볼 생각으로 가입하긴 했다.
하지만 딱히 나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기에, 어느 순간부터 잘 사용하지 않게 된 커뮤니티였다.
곧장 어플을 실행하니, 커뮤니티답게 여러 게시글들이 눈에 띄었다.
수많은 게시글들 중에 조회수가 높은 걸 눌러, 내용을 확인했다.
[연봉 10% 올랐다 개꿀?] [스타트업 b*****]연봉협상해서 바로 연봉 10% 올랐다? 근데 근무 시간이 20% 정도 늘었어 ㅠㅠ
[삼스타전자 c*****]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회사 a*****] [연봉 10% 상승 + 근무 시간 20% 연장 or 연봉 20% 삭감 + 근무 시간 10% 단축. 당신의 선택은?] [의사 f*****] [ㅋㅋㅋㅋ 그냥 조삼모사 아니냐 ㅋㅋㅋ] [스타트업 g*****] [나랑 똑같은 사람이 여기 있네?]내용을 보니 예전 추억이라고 할만한 것이 떠올랐다.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고 착각했던 내 초능력을 개화하기 이전에, 나도 평범한 직장인이었을 때가 떠올랐다.
월급 올랐다고 좋아했더니, 그다음 달부터 출근 시간을 30분 당기겠다는 소리를 해대던 직장이었다. 월급은 올랐지만 시급으로 따지면 오히려 월급이 줄어드는 기적이 일어났었지.
‘뭐, 늘어난 시간만큼 일을 더 하진 않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딱히 추가된 근무 시간만큼 일을 더 하진 않았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애초에 출근을 일찍 하는 편이어서 출근하는 시간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고개를 휘휘 내저어, 잠깐 떠오른 추억 아닌 추억을 흩어버린 나는 곧바로 ‘신수의 둥지’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뮤튜브 채널 관리자까지 모두 신수의 둥지 직원으로 편입시킨 지 꽤 되었기에, 동물원을 메인으로 하는 신수의 둥지라는 회사가 설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신수의 둥지’에 대한 검색을 하니, 우리 회사에 대한 글들이 꽤나 많이 나왔다.
[신수의 둥지 놀러 갈 건데 꿀팁 좀] [공무원 1*****] [개꿀 직장이 어디라고 생각해?] [스타트업 v*****] [신둥이 힐링하면서 일하는 직장 맞지?] [렐지화학 d*****]나는 검색된 결과 중에서, 우리 회사 이름이 제목에 없음에도 검색된 게시글을 확인했다.
[개꿀 직장이 어디라고 생각해?] [스타트업 v*****]진짜 이직 마려워서 그래ㅠㅠ 나도 꿀 좀 빨아보고 싶어!
[코리아전력 k*****] [개꿀 직장이 어딨냐; 돈 벌어먹기 쉬운 줄 알아?] [돈슨 d*****] [우리 회사 오쉴? 유저한테 욕은 먹어도 복지 개꿀임] [공무원 x*****] [신수의 둥지 아닐까? 맨날 신기한 동물들 보면서 힐링할 거 아냐.]수많은 댓글들 중에서, 우리 회사가 언급된 댓글이 보였다. 그리고, 그 댓글을 시작으로 우리 회사에 대한 환상 같은 것들을 가진 이들이 여러 댓글들을 써놓았다.
[새회사 j*****] [신둥 직원들 개부럽다. 맨날 동물들이랑 놀 거 아냐. 토실토실한 뱃살 맘대로 쓰다듬겠지? 부러워 죽겠다…] [순박펜션 e*****] [갠적으로 파충류 좋아하는데 뱀 사육사들 뱀 두르고 다니는 거 진심 부러움. 신둥 직원들은 만족도 최상 아닐까?] [집더하기 h****] [신수의 둥지가 꿀인지는 몰라도 멘탈건강은 최고일 듯?]여러 사람들이 우리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환상을 가진 이들이 꽤나 보였다.
마치 이성에 대한 여러 환상 같이, 당사자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써놓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맨 아래에 댓글이 하나 있었다.
[신수의둥지 v*****]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회사 직원들 중 누군가가 작성한, 키읔으로 도배가 된 댓글이었다.
그 댓글에 ‘왜 그래?’, ‘왜 웃어’, ‘웃는 이유 좀 알려줘’ 같은 댓글들이 주르륵 달려 있었다.
제발 웃는 이유를 알려달라는 반응에, 댓글의 작성자가 링크 하나를 남겼다. 그 링크를 누르니, 다른 게시물로 연결되었다.
[신수의 둥지 근무 중이다. 질문받는다.] [신수의둥지 v*****]우리 회사에 환상이 있는 사람들이 좀 많은 거 같아서 이렇게 글까지 쓰네.
뭐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 달아줘. 답해줄 수 있는 건 답해줄게.
참고로 나는 사무직이긴 한데, 사육사 분들이랑도 친하니까 따로 업무상 비밀 같은 거만 빼면 다 대답해 줄 수 있을 거야.
조금 전 키읔으로 도배한 댓글을 달았던 이로 추정되는 사람이 작성한 게시글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있었다.
“아하하. 가끔 그러긴 하지.”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어둔 것을 바라본 나는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온 누나가 종종 푸념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들 때문에 했던 일들의 일부를 다시 하는 등, 귀찮은 일이 있었다면서 말이다.
짜리몽땅 친구들이라 불리는 짜몽이와 치킨이가 서로 술래잡기를 한답시고 뛰어놀다가, 사무실을 습격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짜리몽땅해도 점프력은 괜찮은 치킨이가 책상 위를 어지르며 뛰어다니고, 그 뒤를 쫓는 짜몽이가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한 번 더 흩어놓는 형식이었다.
그 외에는 염소 몇 마리가 침입해 서류들을 씹어먹는다던가, 고양이들이 직원들의 무릎을 점령해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던가, 낙타가 사무실 입구를 틀어막고 앉아 있다던가 하는 일들도 있는 편이었다.
나는 즐겁게 웃음을 터트리며 계속해서 댓글들을 읽어나갔다.
[새회사 p*****] [신둥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휴가를 거의 안 쓰더라? 회사에서 따로 못 쓰게 하는 거야?] [신수의둥지 v***** 작성자] [아, 그건 아냐. 근데 다들 잘 안 쓰는 분위기지. 휴가를 쓰면 공주님을 못 보거든. 공주님이 워낙 많이 돌아다니니까 출근하면 무조건 한 번은 볼 수 있어. 공주님은 직원들이랑 만나면 양손을 붕붕 흔들어 줘. 기분 좋을 때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갈 때도 있어. 그래서 보통 연가를 써도 오전 반가 정도만 쓰는 편이지. 예전엔 유치원, 지금은 학교 때문에. 아마 공주님이랑 도련님이 중, 고등학생 정도 되면 다들 알아서 쓰지 않을까?]직원들이 연가를 잘 쓰지 않아서 연가 보상비가 많이 나오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또 처음 알았다.
[공무원 z*****] [거기 동물들 엄청 똑똑하잖아? 직접 체감될 때 있어?] [신수의둥지 v***** 작성자] [다들 똑똑하긴 한데……. 제일 체감되는 동물은 청호야. 눈치가 좋은 건지는 몰라도, 해도 되는 거랑 안 되는 걸 잘 구분해. 엄청 듬직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다음으로 똑똑하게 느끼는 건 원숭이. 풍선아트 하는 원숭이 있잖아? 가끔 진상이 오는데, 자기한테 욕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주먹감자를 먹여줘. 그래도 욕을 하면 그 상태로 중지를 올리고.]‘……원숭이 녀석 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거야? 아니, 그전에 법규는 또 어디서 배운 거냐고.’
나는 게임을 하면서 보였던 원숭이 녀석의 모습이, 게임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원숭이 녀석 담당 사육사가 가끔씩 피곤한 얼굴을 하는 이유가 있다 싶었다.
이어진 댓글을 본 다음엔 사육사들의 월급을 올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제는 하루에 한 번 꼴로 비버의 집을 해체하고 있는 비버 담당 사육사와 마루 담당 사육사의 월급을 더 올려줘야 할 것 같았다.
코끼리 아재는……. 본인이 오히려 좋아했으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즈브즈 s*****] [신둥 직원으로서 왔으면 꼭 봐야 한다는 동물 있어?] [신수의둥지 v***** 작성자] [솔직히 왔으면 다 둘러봐야지. 세계 어느 동물원을 가도 여기 있는 동물들 같은 동물들은 못 볼 거야. 못 본 동물이 있으면 꼭 다시 와서 봐.]우리 직원이 영업도 잘하네.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무원 l*****] [이건 진짜 개쩌는 복지다- 하는 거 있어?] [신수의둥지 v***** 작성자] [음, 복지는 진짜 좋은 편이야. 반려동물 키우는 직원들은 사장님이 직접 배변훈련 시켜주셔. 나 집에 있던 배변패드 다 내다버렸어 ㅎㅎㅎ! 난폭하거나 이상행동 보이는 경우도 해결해주시고. 사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한텐 그게 엄청 큰 복지지. 혼자 사는 사람들은 반려동물들 데리고 출근해도 되고. 게다가, 사장님 주변에 있기만 해도 건강해지는데, 그게 제일 큰 복지 아닐까?]실제로 내가 근처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회사에 취직을 희망하는 이들이 무척 많았다. 전문적인 분야가 아닌 일반적인 분야에서 채용을 할 때면 수백대 1의 경쟁률이 아주 가볍게 나올 정도였다.
나는 그 외에도 우리 회사의 좋은 점이나, 사람들이 가진 몇몇 환상들을 깨부숴주고 있는 직원의 댓글들을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이 사람 마케팅팀으로 옮겨도 되겠네.”
회사 홍보를 해주는 듯한 느낌에, 누군지 알게 되면 마케팅팀으로의 전근을 권유해보고 싶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