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2
0251 꿀
소은이가 학교를 간 사이, 나는 은수를 데리고 마당에서 놀아주고 있었다.
여타 다른 남자아이와 다르게, 은수는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것은 별로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룡 같은 것도 은수보다는 소은이가 더 좋아했고, 12단 변신 로봇 같은 것도 약간의 흥미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은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풀들이 그득한 마당의 화단에 앉아서 당근모양 인형을 흔드는 것이었다.
“……살려달라는 건 아니겠지?”
“아뿌!”
“그래그래. 아빠 여기 있어.”
당근인형을 흔들며, 주변에 있는 딸기 줄기를 붙잡는 은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딸기를 하나 똑, 떼어 입에 물려주었다. 달달한 딸기를 입에 물게 된 은수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입가를 붉게 물들였다.
그렇게 딸기 한 알을 빠르게 해치운 은수는 끙차-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들어 올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려는 건가- 싶어 바라보고 있으니 집의 벽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집 벽면에 있는 두 개의 벌집 중 하나로 말이다.
“아뿌, 꾸!”
“꿀? 은수 꿀 먹고 싶어?”
“꾸!”
어서 꿀을 달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은수의 모습에, 근처에 놓아두었던 스푼을 꺼냈다. 옆의 수도에서 가볍게 스푼을 헹군 다음 자그마한 벌집에 스푼을 쑤셔 넣었다.
꾸즈득- 소리가 나며 벌집의 일부가 살짝 으깨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스푼을 뽑아냈다. 어차피 벌들의 집이 아니라, 우리 가족을 위해 따로 빼놓는 꿀이 담긴 통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스푼에는 찬란한 빛이 나는 착각이 들 정도인 금빛의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가득 묻어났다.
“자, 은수가 먹고 싶어 하던 꿀.”
“히!”
스푼을 쥐여주니, 은수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스푼을 한 입에 집어넣었다.
달달한 꿀의 맛이 입안 전체로 퍼졌기 때문인지 은수가 쮸압쮸압 소리를 내며 꿀을 먹기 시작했다.
“어이구 잘 먹네.”
절로 흐뭇해지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쩌저저저적-!
그런데, 그 순간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찢기고, 뜯기는 듯한 소리였다.
심상치 않은 소리에, 나는 곧바로 은수를 안아 들고 어디서 소리가 난 것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 소리의 근원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거 왜 저래.”
바로, 내 몸집보다도 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는, 벌들의 본거지인 벌집이 집 벽에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벌집이 그렇게 되니, 벌들이 붕붕 날갯짓을 하며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다른 녀석들 보다 큰 크기를 자랑하는 여왕벌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위험. 집. 붕괴. 무거움. 꿀.’
“꿀이 무거워서 집이 붕괴되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정확.’
여왕벌의 말에, 나는 황당함을 느꼈다. 아니, 꿀을 얼마나 모아 뒀길래 벌집이 무너질 정도야?
그리고, 내가 그렇게 황당함을 느끼고 있으니 벌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벌집의 아랫부분을 까드득 까드득 갉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쯔어어업!
잠시 동안 벌들이 열심히 벌집을 갉아 내니, 아랫부분이 똑- 떨어졌다.
덕분에 벌집 아래에 구멍이 생겼고, 그 구멍을 통해 꿀들이 줄줄 흘러내렸다. 찐득찐득해 보이는 꿀이 뚝뚝 떨어져 땅바닥을 적셨다.
그래도 덕분에 무게가 조금씩 줄어드는 건지, 벌집이 떨어지려 하던 것이 멈췄다. 더 이상 뜯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고, 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집을 보수하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꿀들을 바라보다,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손가락 위에 벌들을 한 마리씩 올려놓은 은수의 손에서 벌들을 날려 보낸 다음, 창고에서 꿀을 담아둘 말통을 하나 꺼냈다. 언젠간 쓰겠거니- 하고 구비해 둔 건데, 이렇게 쓸 줄은 몰랐다.
아무튼, 그렇게 꿀이 뚝뚝 떨어지는 바닥에 말통을 가져다 놓으니 말통이 빠르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뭔 꿀을 이렇게 많이 모아둔 거야?”
순식간에 말통 하나를 가득 채웠음에도, 떨어지는 꿀의 양에는 변함이 없었다. 벌집 대부분이 말 그대로 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자연구역. 최고. 꿀. 가득.’
“자연구역이 꿀로 가득해서 최고라고?”
‘긍정.’
더듬이, 날갯짓, 페로몬 등을 이용해 대화를 하는 벌답게 평범하게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꿀이 이렇게 그득하게 모인 이유가 자연구역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자연구역을 재정비하기도 했고, 은수가 자라나며 자연구역에도 더 자주 가다 보니 자연구역이 작년에 비해 엄청나게 커진 상태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봄이 되며 피어난 꽃 같은 것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만큼 꿀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었다. 차라리 집을 보호하기 위해 꿀을 다 내다 버리는 선택을 할 정도로 말이다.
“앞으로는 집이 무너질 정도로 꿀을 채워 넣지는 마. 내가 따로 꿀을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테니까, 거기에 모아 둬.”
‘감사.’
“대신, 나도 그 꿀을 좀 써도 되지? 너희들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모았을 때.”
‘긍정.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꽃, 많다. 꿀, 충분.’
“꽃이 많으니까 꿀은 충분하다고?”
‘자연구역. 꽃. 천국.’
여왕벌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긴, 봄이 되니 자연구역에 꽃이 만개한 상황이긴 했지. 그 넓은 곳 전체가 꽃으로 그득할 정도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안 그래도 요즘 동물원에 동물뿐만 아니라, 꽃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도 무척 많이 늘어난 상태였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은 자연구역에 들어갔다가 눈이 충혈되거나 콧물을 훌쩍이면서 나온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아무튼, 꿀을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에, 나는 깨끗한 구조물을 하나 주문했다. 벌들이 꿀만 모아둘 수 있도록 한 것이었는데, 꿀이 알아서 아래로 떨어지며 연결된 말통에 채워지도록 만든 것이었다.
마당 한편에 그것을 놓아주니, 열심히 꿀통을 채워주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들이 먹을 꿀을 비축하고, 우리 가족을 위한 것까지 비축해 준 다음에 꿀통에 채워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꿀을 다 받았다는 거야?”
“응. 엄청 많지? 자연구역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꿀을 모았나 봐. 지금 마당에 말통 여섯 개나 더 있다?”
“……그걸 우리가 어떻게 다 먹어.”
꿀이 그득한 말통을 자랑하니, 누나가 골치 아프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긴, 이 정도 양이라면 우리가 먹어서 치우긴 힘들긴 하지.
아침에 먹을 팬케이크에 꿀을 뿌려 먹고, 디저트로 먹는 아이스크림에 꿀을 뿌려 먹고, 차에도 타 먹고, 자기 전에는 꿀로 만든 팩까지 하면서 써보려 해도 남아돌 지경이었다.
결국, 우리는 꿀을 주변에 나눠주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들부터 시작해서, 영지나 영지의 부모님, 직원들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들 그 꿀을 맛보고 맛있다는 칭찬 일색이었다. 자연 그대로, 설탕 하나 주지 않은 순도 100%의 꿀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꿀의 재료가 되는 꽃가루 같은 것들이 전부 나와 은수의 초능력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난 꽃들이었으니 더더욱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순식간에 여섯 개나 더 있던 말통이 텅텅 비게 되었다.
다만, 새로운 말통 스무 개가 더 들어차게 되었다. 꿀을 소분하고, 주변에 나눠주는 사이에 꿀벌들이 미친 듯이 꿀을 모아서 저장했기 때문이다.
“……이거 어떡하지?”
“난 몰라.”
주변에 나눠 줘도, 나눠 주는 것보다 3배 더 많은 꿀이 생기니 처리가 막막했다. 꿀이 보관만 잘하면 썩지 않는다고 하지만, 공간이 문제였다. 벌써 마당 한편에 2단, 3단으로 쌓이기 시작한 말통은 볼 때마다 막막함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손님들이나 팬들한테 조금씩 나눠 줘야지.”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꿀들을 처리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아무나 대충 줄 수는 없었기에, 내게 도움이 되는 이들이나 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나 줄 생각이었다.
가장 먼저 꿀을 나눠주는 경로는 괴물의 둥지였다. 신수의 둥지의 영업이 끝난 다음, 공포체험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동물원을 주파하면 성공 상품으로 주기로 한 것이었다.
구역이 늘어나고, 동물들이 많아지며 최종적으로 열 개의 도장을 찍으면 완주를 인정해 주는 형태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하루에 10명 정도만이 그 10개의 도장을 모두 찍어오는 상태였다.
그다음으로 꿀을 주는 것은 내 뮤튜브 채널에서 오랜 기간 동안 구독을 유지해주고 있는 사람이나, 방송을 할 때 간간이 하나씩 풀어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꿀꿀이달달 님이 100만 원 후원!] [“삽니다. 꿀.”]그렇게 꿀들을 주변으로 풀다 보니, 꿀을 사겠다는 사람들마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워낙 맛있다고 소문이 나버리면서, 꿀만 노리고 괴물의 둥지를 찾아왔다 눈물, 콧물, 다른 물까지 흘리고 간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꿀은 판매하는 거 아니에요. 이벤트로 뿌리는 거죠. 그래도, 제 마음에 드셨으니 하나 보내드릴게요.”
절대 100만 원이라는 돈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 들어서 주는 것이었지.
[아무튼 파는 거 아니라고 ㅋㅋㅋㅋ] [(100만 원이)마음에 들었다.] [아 괴물의 둥지 클리어할 자신 없으면 사서 먹으라고 ㅋㅋㅋ] [꿀 엄청 맛있다길래 갔다가 지렸다…] [신수의 둥지 직원 복지 : 꿀 제공]아무튼, 그렇게 꿀을 나눠 주기 시작하니, 여러모로 내게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
구독자들을 위한 이벤트로 뿌리기도 하고 동물원을 찾는 이들에게도 주다 보니, 폭증한 상태임에도 구독자가 증가하고 동물원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진 상태였다.
덤으로 괴물의 둥지 시간에만 오픈하는 바지와 속옷 매장의 매출도 껑충 뛰어올랐고 말이다.
“다 너희 덕분이야.”
나는 열심히 꿀을 만들어주고 있는 벌들에게 다가가, 녀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물론, 말로만 인사를 해준 것은 아니었다. 녀석들이 생활하기 더 좋도록, 차양막이나 온도를 조절해 줄 수 있는 기계 같은 것들을 설치해 주었다.
덕분에 생산되는 꿀이 더 많아졌지만, 다행스럽게도 넘쳐날 정도는 아니었다.
벌들이 겨울에도 먹을 수 있도록 일부를 남겨 놓는다는 것은 감안하면, 사람들에게 꾸준히 나눠주면서도 양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딱 알맞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