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1
0250 장래희망
“형님. 아쿠아리움 기본 뼈대는 완공 됐는데, 한번 보러 가실래요?”
은수목 주변에서 이런저런 관리를 하고 있으니 설도가 다가와, 아쿠아리움의 공사 현황을 보러 갈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기본 뼈대가 완공 됐다고?”
“예. 그 왜…… 예전에 아웃스타 감성카페? 뭐 그런 게 있었잖아요. 그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콘크리트 구조물만 만들어진 상태라는 거죠.”
“그럼 한 번 둘러보기나 할까?”
내부를 제대로 꾸미기 전에 봐둬야,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바꾸기 수월했다.
나는 곧바로 설도와 같이 아쿠아리움이 지어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압빠! 어디 가?”
“아쿠아리움 보러.”
“나두 갈래!”
“아직 다 만든 게 아니라서, 소은이가 좋아할 만한 건 없을 건데?”
“그래도 갈래!”
내게 착- 달라붙어, 같이 가겠다는 소은이의 모습에 설도를 바라보았다. 완공이라고 하지만 인테리어가 되지 않은 만큼, 아이에게 위험한 곳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도는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고, 소은이가 함께 가도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래, 같이 보러 가자.”
“와아!”
신난다는 듯이 방방 뛰려는 소은이를 얌전히 있도록 붙잡고,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토끼즈, 카피바라, 천산갑, 개 등등. 여러 동물들이 합심해서 만들었던 굴을 확장해 만들었던 지하굴로 먼저 다가갔다. 아쿠아리움의 입구를 그곳과 연결해 두었기 때문이다.
[공사 중] [관계자 외 출입 금지]입구를 막고 있는 것을 치워내고 임시 문짝을 열고 들어가자, 따로 장식 하나 없는 콘크리트 길이 우리를 반겼다.
그 길을 지나가니, 거대한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절벽처럼 공간이 뚝- 떨어져 있었다. 총 3층 규모의 아쿠아리움으로, 그 3개 층을 모두 관통하는 초거대 수조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여기에 크고 깊은 수조를 만들 거야.”
“나 거기서 수영할래!”
“그건 안 돼. 너무 깊어서 위험해.”
“힝.”
아무리 그래도 초거대 수조에서 수영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인어 쇼 같은 걸 할 생각이긴 했지만, 그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이들로 구성할 생각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아쿠아리움을 둘러보았다. 수조고 뭐고 없이 온통 콘크리트 구조물 밖에 없는 곳이었지만, 어떻게 장식을 해야 할지 구성할 수는 있을 정도였다.
“형님. 그거 아십니까?”
“뭘?”
“여기 들어올 수조, 손이가 제작할 계획입니다.”
“손이? 잠깐만. 김손?”
“예.”
설도의 말에 나는 간간히 한두 번씩 인사 정도만 주고받던 한 여자를 떠올렸다.
설도를 만났던, 그 무인도에서 만났던 손재주 관련된 초능력자였다. 넝쿨이나 찢어낸 풀줄기 같은 것들로 만든 밧줄을 어지간한 공장제 밧줄보다 더 튼튼하게 만들던 수준의 초능력자였다.
“확실히, 손이가 만드는 거면 초거대 수조도 가능하긴 하겠네.”
수조가 거대할수록, 그 수조를 감싸는 아크릴에 어마어마한 압력이 걸리게 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초거대 수조를 계획 중이었는데, 손이가 만드는 수조라면 내구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저번에 형님이 말씀하셨던 건, 인테리어까지 끝냈습니다.”
“내가 말했던 거? 아, 수영장?”
“네. 직원복지겸 해서 만든다고 했던 그거요.”
나는 설도의 말에 곧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아쿠아리움의 다른 부분과 달리, 이미 인테리어까지 싹 끝마친 상태였다.
타일도 깔끔하게 깔려 있었고, 조명도 환하게 밝혀지고 있었다. 당장 수영을 해도 될 정도로, 물까지 받아져 있었다.
“수영장이다! 압빠, 나 수영할래!”
“수영하고 싶어?”
“웅! 엄마랑 은수랑 압빠랑 다 같이!”
“음……. 그럼 엄마한테도 물어보고 하자.”
어차피 우리 가족과, 직원들의 체력단련 겸 복지용으로 만든 수영장이었으니 이용하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이미 인테리어까지 끝난 곳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쿠아리움의 부속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영장까지 확인한 우리는 곧바로 아쿠아리움에서 빠져나왔다.
조금 어두컴컴한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서 빠져나오니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인테리어를 하고 나면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콘크리트만 있으니 갑갑한 느낌이 강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형님. 기본적인 인테리어는 손이한테 수조에 쓰일 아크릴을 받은 다음부터 진행될 거예요. 아마 며칠 정도는 걸릴 겁니다.”
“수고해 줘.”
“옙. 소은아 안녕!”
“삼춘 빠빠이.”
소은이가 설도를 보며 손을 붕붕 흔들더니, 곧바로 집으로 뛰어갔다. 조금 전에 수영을 하고 싶다고 하더니, 다 같이 수영을 하자며 허락받으러 가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소은이를 따라 집으로 향하고 있으니, 소은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모두 집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행복한 미소의 소은이 뒤를 따라 나온 누나가 자그마한 가방 하나를 들고 있는 걸로 봐서는, 거기에 수영복 같은 것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수환아, 수영장이라니?”
“왜, 저번에 말해줬잖아. 직원들 복지겸 우리가 쓸 수영장도 따로 만든다고.”
“그게 벌써 완공된 거야?”
“응. 다른 곳은 미완성이긴 한데, 수영장 쪽은 따로 대단한 인테리어도 없어서 바로 만들었다는 거 같더라. 물도 다 채워져 있고.”
내 말에 기억이 떠올랐는지, 누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수영장에 물 데우는 기능도 있어? 지금은 찬 물에 들어가긴 싫은데.”
“당연하지. 아직 봄이잖아. 살짝 반신욕 한다는 느낌으로 다녀오자.”
물도 따듯하게 할 수 있다고 하니, 누나가 괜찮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콘크리트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 상태인 아쿠아리움을 지나 수영장으로 향했다.
미완성인 곳과 다르게 조명과 인테리어 모두 깔끔한 수영장에 도착하니 누나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볍게 남녀로 나뉘어 씻고 수영복을 챙겨 입고 나오니, 누나와 소은이가 금세 나타났다.
“수영장!”
수영복을 입고 나타난 소은이는 수영장에 찰랑찰랑 채워진 물을 보더니, 그대로 호다닥 뛰어가서 퐁당 입수했다. 아이들을 위한 유아풀은 없었지만, 초입은 얕게 설계해 둔 수영장이었기에, 소은이도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미리 물을 따듯하게 데워 놓았기에, 소은이는 기분 좋다는 듯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들어가자.”
“잠깐만.”
누나는 은수의 팔다리에 튜브를 착착 끼우고선, 천천히 물에 몸을 담갔다.
온몸에 빵빵한 튜브를 끼우게 된 은수가 물에 천천히 입수했다. 그러더니 능숙하게 팔다리를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소은이가 첨벙대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물결이 치지 않으니, 은수는 편안하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곧바로 물속으로 잠수해 소은이에게 다가갔다.
잠영으로 다가가, 열심히 헤엄치고 있는 소은이의 아래로 슉- 지나가 보았다.
“꾸르릅!”
갑자기 나타난 내 모습에, 소은이가 놀란 듯이 물속에서 크게 소리쳤다. 그 모습에 나도 웃음을 터트리며, 소은이를 안아 들고일어났다.
“놀래써! 압빠가 왜 거기서 나와?”
물에 푹 젖은 소은이가 놀란 모습으로 재잘거렸다. 그 모습에 잠시 소은이와 술래잡기를 하듯 물속에서 놀아준 다음, 은수에게로 다가갔다.
“은수는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누나도 수영할 거면 하고 와.”
내 말에 누나가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천천히 자유형을 하며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열심히 헤엄치는 은수를 살며시 잡고 헤엄치는 것을 도와주었다.
조금 빠르게 움직여 주니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수영을 하며 즐겁게 시간은 보낸 우리는 다시금 집으로 돌아왔다. 다들 즐겁게 수영하고 놀았더니, 피곤하면서도 즐거운 모습이었다.
“소은아, 방에 가서 자.”
너무 열심히 놀았는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소은이를 방으로 보내려 했다.
하지만 내가 건드는 것에 잠에서 깼는지, 고개를 휘휘 내젓기 시작했다.
“밥 먹고 잘 거야!”
저녁은 꼭 먹어야 한다는 듯, 소은이가 절대 자지 않겠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한 모습을 보인 소은이가 어디론가 호다닥 달려갔다.
“압빠, 이거!”
어딘가 다녀온 소은이가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장래희망조사서]종이는 각 가정의 학부모에게 자녀의 장래희망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냐- 하는 질문이 담긴 설문지였다.
“선생님이 써서 오래써!”
“그래? 그럼 조금 있다가 엄마랑 같이 써서 줄게.”
“웅.”
잠시 후, 저녁을 먹은 우리는 곧바로 거실에 옹기종기 모였다. 소은이가 가져온 그 설문지를 작성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누나와 함께 그 설문지를 보니, 새삼 우리가 학부모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생활기록부 보면 이런 거 있었잖아. 아이가 원하는 장래희망, 부모가 원하는 장래희망.”
누나도 나와 비슷한 감상을 느꼈는지,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난 과학자라고 적었던 거 같은데. 누난?”
“나? 나는……. 선생님이었던 거 같아. 아, 화가도 있었어. 내가 그림을 못 그린다는 걸 인정하고 포기했지만.”
“우리 둘 다 그때 적은 장래희망은 못 이뤘네.”
“그러게.”
나와 누나는 푸흐흐- 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누난 소은이가 커서 뭐 했으면 좋겠어?”
“글쎄……. 솔직히, 소은이가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는데. 뭘 하고 싶어 하든, 우리라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잖아.”
“하긴.”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뮤튜브나 동물원이 망하지 않는 이상, 소은이나 은수가 컸을 때도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소은아. 소은이는 커서 뭐 하고 싶어?”
“웅? 움……. 동물 친구들이랑 같이 있을 거니까, 사육사 할래! 사육사!”
잠시 고민하던 소은이는 역시 동물들이 좋았던 건지, 사육사를 하겠다고 외쳤다.
역시 소은이 답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상으로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소은이라면, 사육사보다 잘 어울리는 직업은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나이가 들고, 동물원을 더 이상 관리할 수 없을 때가 된다고 하더라도 소은이가 동물원을 이어서 관리할 수도 있었으니 최상의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 소은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초능력을 다 떠나, 소은이가 하고 싶다고 한 것이므로 얼마든지 지원해 줄 생각을 하며 설문지에 ‘사육사’ 세 글자를 적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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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님! 쥔님! 쥔님!”
소은이의 장래희망 설문지를 작성하고 며칠이 지난 후, 갑자기 청호가 호들갑을 떨면서 내게 뛰어왔다.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났나 싶어 녀석을 바라보니,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아가씨께서! 아가씨께서……!”
“소은이가 왜? 무슨 일이라도 난 거야?”
“제 말을 알아들었슴다!”
“……뭐?”
“쥔님처럼, 제 말을 알아들었슴다! 게다가 저도 아가씨께서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슴다! 마치 쥔님처럼 말임다!”
호들갑 떨지 않는 청호 녀석이, 유달리 호들갑을 떨어대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청호를 데리고 황급히 소은이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많은 동물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소은이를 볼 수 있었다.
“거기 말고 조금만 위를 쓰다듬어 달라는 거샤!”
“요기?”
“거기샤!”
이기토를 쓰다듬으며, 녀석이 원하는 부위를 콕 집어 쓰다듬는 소은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은이가 사육사를 하고 싶어 하더니, 본인이 원하는 대로 초능력까지 발전한 건가?”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며칠 전 작성했던 설문지가 떠올랐다. 본인이 원하는 장래희망에 알맞게, 초능력이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육사라는 직업에는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가 통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압빠! 나 동물 친구들이랑 말이 통해! 히히히!”
무척 기분이 좋다는 듯한 모습의 소은이는,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그래, 이유가 어찌 되었든 소은이에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주 웃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