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0
0249 비슈누
토요일 아침. 주말이라 무척 느긋한 아침이었다.
바깥에서는 주말을 맞이해 평일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직원들이 무척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물론, 나와 누나는 주말에는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였기에, 딱히 일을 하러 가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주말에 근무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토요일 아침. 우리 가족은 모두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어흐, 허벅지 말랑말랑하니 좋다.”
“뭐야, 살쪘다는 거야?”
“좋다는 거지. 여러모로.”
거실 소파에서 누나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으니, 평화로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바닥에서는 소은이가 숙제를 한다고 엎어져서 다리를 동당거리며 연필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고, 은수는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으니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내 머리를 살며시 만져주는 누나의 손길에 노곤노곤하게 잠이 올 정도였다.
“간지러워. 하지 마아.”
누나의 배 쪽으로 코를 박고 습하습하- 크게 숨을 쉬니, 누나가 간지럽다며 몸을 떨었다.
“하지 말랬지!”
“악!”
물론, 한 번 더 했다가 귀를 꼬집혔다. 그래도, 말랑말랑한 허벅지에서 머리를 떼지는 않았다. 아픈 건 아픈 거고, 이 말랑말랑함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점심 뭐 먹을까?”
“글쎄. 소은아, 점심 먹고 싶은 거 있어?”
“점심? 우움.”
소은이가 쥐고 있던 연필을 코와 입술 사이 인중에 걸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나가 자주 그러는데, 그 모습을 보니 정말 누나랑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볶음밥 먹고 싶어!”
“볶음밥?”
“응응! 김치볶음밥! 계란 많이 해서! 왕 많이!”
“그럼 계란볶음밥에 김치를 넣는 수준으로 해줄까?”
“웅!”
해맑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치를 반찬으로 먹으라면 잘 안 먹으면서, 볶음밥으로 해주면 무척 잘 먹었다.
“수환아, 점심하게 비켜봐.”
“……시켜 먹을까?”
“안 돼.”
나는 아쉬움 가득 담아, 누나의 허벅지에서 머리를 떼었다. 말랑말랑하고 따듯한 허벅지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방으로 향하며 소매를 걷어 올리는 누나를 잠시 바라보다, 소은이의 숙제를 확인했다. 어느새 숙제를 거의 다 끝내고, 문제 풀이 하나 정도만이 남아 있는 듯했다.
“소은이 잘하네.”
“그치이?”
해맑게 웃는 소은이의 모습에 마주 웃어주었다. 그러고 나니, 그 한 문제도 다 풀어낸 소은이가 벌떡 일어났다.
“다 해따아아!”
“다 했어? 아빠가 확인해도 돼?”
“웅!”
숙제한 것을 착- 내미는 소은이의 모습에 가볍게 한 번 훑어보았다. 맞고 틀린 것을 확인한 것은 아니고, 풀지 않은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였다. 나머지 몫은 소은이의 담임 선생님이 해줄 것이었다.
그렇게 숙제를 확인해 주고, 가방에 잘 챙겨 넣고 있으니 주방에서 누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은아, 밥 먹으러 가자.”
“웅. 그런데 은수는?”
“은수는 조금 있다가 깨면 먹여도 돼.”
“아으우응!”
“아, 깼구나.”
때마침 일어났다고 알려주는 은수의 모습에 웃으며, 다 함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니, 다시금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왔다. 배가 부른 상태라 눕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있으니, 소은이가 내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 그것도 은수를 품에 안고서 말이다.
“셋이서 사이좋은 걸?”
“누나도 올라올래?”
“됐어.”
올라오라고 하니, 누나가 푸흐흐-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엄마두 같이 있어!”
“어마!”
물론, 아이들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올라왔지만 말이다. 내 위로 누나와 소은이, 은수까지 모두 올라오니 꽤나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운동을 열심히 한 덕에,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이이잉-!
넷이서 사이좋게 같이 앉아 있으니,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그 진동에 누나가 슬며시 일어나며 아이들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잠시 후 휴대폰을 확인한 누나가 의아함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수환아.”
“응?”
“그……. 인도 정부에서 축제 때 초청하겠다고 하는데?”
“웬 축제?”
누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축제에 부르겠다고 하는 것은 솔직히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축제라고 하긴 그렇고, 동물들의 대회 같은 것들에서 초청을 받은 경우는 있긴 했지만 축제에 초청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누나의 말에 더더욱 의아해졌다.
“어음……. 그런데, 이 축제가 신들을 위한 축제……라는고 되어 있네?”
“신?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글쎄? 그런 건 안 적혀 있고, 그냥 신들을 위한 축제에 초청한다고만 되어 있어.”
신들을 위한 축제를 하는데, 나를 왜 부르는 건지 의아했다.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아, 그다음 메일에 있네. 너를 비슈누 신의 화신……? 뭐, 아바타 그런 거로 생각하나 봐. 그래서 초청한다고 하네.”
아,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이 되어 있었구나.
나는 황당함을 지우지 못했다.
“나도 좀 보자.”
누나가 보고 있는 휴대폰을 가져와, 메일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그 내용은 조금 황당함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니, 허황된 이야기 그 자체였다.
“내가 독수리를 타고 다녔으니까, 힌두교의 신들 중 하나인 비슈누의 화신이다?”
나를 비슈누라는 신의 화신이라 칭하는 이유가 아라 때문이었다.
인도의 힌두교에서 비슈누라는 신이 있는데, 그 신이 가루다라는 신조(神鳥)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신조의 일부가 독수리였다.
그런 신조가 있는데, 세상 어디를 봐도 독수리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나를 신의 화신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물론, 단순히 그것만으로 내가 비슈누의 화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슈누는 인간 세상과 만물을 보호, 보존하며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등 여러 부분을 관장하는 신이었다.
내가 멸종위기종의 복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모자라, 호주에서 산불 피해지역의 자연을 복원했고, 동물원의 자연구역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의 식물들이 조화롭게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한 내 행보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이 ‘쟤 비슈누의 화신이 아닐까?’ 하는 소리를 하다가, 내가 아라를 타고 날아다니는 것이 뮤튜브 영상으로 퍼지기 시작하니 ‘쟤는 비슈누의 화신이다!’하고 자기들끼리 확정 지은 것이었다.
“어이가 없네 진짜.”
자기들끼리 판단해서 신의 화신이라고 멋대로 정하고, 초청을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따로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를 신으로 믿는다고 해서 내게 해가 되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수환아, 근데 뮤튜브 채널 구독자가 갑자기 많이 늘었는데?”
“얼마나 늘었길래?”
“……지금 7위인데?”
해가 되긴커녕, 오히려 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중국 다음으로 어마어마한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답게, 힌두교의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의 화신이라는 소리가 나돌고 있는 내 채널에 인도인들의 구독이 몰려든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1억이라는 수치에 근접하고 있던 상태였던 구독자의 수가, 인도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며 1억을 돌파한 상태가 된 것이었다. 단순히 1억을 간신히 넘긴 것이 아니라, 몇백만 이상 더 높아져 있었다.
“우리 남편, 신이 되더니 구독자가 엄청 빨리 늘어나네?”
1억을 넘긴 구독자의 수를 보더니, 누나가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놀리고 싶어 하는 느낌이 그득한 표정이었다.
“……남편이 뜬금없이 신이 돼서 좋겠다?”
“응, 너무 좋은 걸? 소은아, 아빠가 신이 됐어요.”
“그럼 압빠가 신이야?!”
누나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다만, 아직 순수하기 그지없는 소은이는 그 장난을 정말 믿고 있는지, 두 눈을 아주 크게 치켜떴다.
입까지 떡- 벌리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에, 나도 약간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그러게. 아빠가, 아빠도 모르는 사이에 신이 되어 있네?”
“우와아아! 대단해!”
여전히 두 눈을 크게 치켜뜨고 있는 소은이가 박수를 짝짝 치며 대단하다고 외쳐댔다.
“대다내!”
소은이가 하니 따라 하는 은수도 대단하다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황당함 보다는 즐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쥔님이 신이었슴까?! 역시, 쥔님이십니다!”
다만, 근처에 지나가다 내 말을 들었던 건지, 청호 녀석도 내 말을 듣고서 믿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장난이야 장난. 내가 무슨 신이야? 난 그냥 정하은의 남편이고, 소은이랑 은수의 아빠라고. 청호 너랑 다른 동물들을 키우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 말에 소은이와 청호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잠깐이지만 내가 정말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소은이와 청호의 오해를 푸는데 약간의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갑자기 장난쳐서 이렇게 됐잖아.”
“내 탓은 아니잖니. 네가 호응해서 그렇지.”
뻔뻔하게 자기 잘못은 없다는 누나의 모습에, 조만간 혼을 내줘야겠다 다짐했다. 안 그래도 엄마가 애들 좀 재우고 가라던데.
마음속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며, 아쉬워하는 소은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누나의 장난으로 잠시 잊혔던 것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근데, 이 정도로 구독자가 올랐으면 기대해도 되겠다. 정산금 꽤 많이 늘어나겠는데?”
나는 아쿠아리움 건설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쓰다 보니, 홀쭉해진 통장……. 아니, 텅장을 떠올리며 약간 기대감을 가졌다.
며칠 전과 비교해서 구독자가 거진 15% 정도 늘어났으니, 정산이 기대가 되고 있었다.
구독자가 15%가 늘었다고 정산금도 15%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으니 더더욱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 수환아. 초청 메일 또 왔어. 이번엔 다른 곳이야.”
“어딘데?”
“인도는 인도인데, 축제가 아니라. 너를 신으로 모시는 신전? 신당? 이건 번역이 이상해서 모르겠네. 아무튼, 그런 걸 만든다고 초청한다고 해. 수환아, 축하해. 진짜 신 취급받고 있네?”
여전히 생글거리는 웃음을 짓는 누나의 모습에, 못 참고 누나의 양 볼을 잡아당겼다.
“아으흐, 아허!”
“어허, 불경하도다. 어디 신 앞에서 아프다고 칭얼대느냐.”
“푸흐흐흐! 아, 아! 지쨔 아흐다거!”
“악!”
장난스레 어울려주다가, 볼을 잡힌 것이 조금 아팠던 건지 누나가 복수를 했다.
나는 옆구리를 붉게 물들였고, 누나는 양볼을 붉게 물들이게 되었다. 잠시 눈물을 살짝 짜내던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신이고 뭐고, 지금 이 시간이 즐거울 뿐이었다.
물론, 여러 곳. 정확히는 인도의 여러 곳에서 오는 초청들은 다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같이 나를 신으로 모시겠다는데, 그거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다.
언젠간 가볼까- 했던 여행지 목록에서 인도가 빠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