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3
0252 수조 채우기(1)
동물들과 말이 통하기 시작한 소은이는, 평소보다 더 동물원을 누비고 있었다.
특히, 대형동물들 위주로 잘 어울리고 있는 것이었다. 자그마한 동물들은 매일같이 부대끼며 살다 보니, 초능력이 강해지기 전에도 어느 정도 눈치와 몸짓으로 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린아! 일루와!”
그리고, 그렇게 대형동물들과 어울리다 보니, 소은이가 간간이 위험한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기린의 등허리와 얼추 높이가 맞는 울타리에 기어 올라가더니 그대로 기린에게 올라타고 있는 것이었다.
“어, 어어! 소은아 위험해!”
기린의 등허리는 내 키보다도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당연히, 그런 위치까지 기어 올라가는 소은이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기린은 탑승하기에 적합한 동물이 아니었다. 골격등의 형태부터 알맞지 않으니 올라가면 미끄러지기 쉬웠다.
뿐만 아니라 기린은 걷는 것도 다른 동물들과 많은 차이가 있는 동물이었다.
네 발로 걷는 동물들이 좌우 발이 균형을 맞춰 나간다면, 기린은 한쪽 방향의 발이 동시에 나가는 동물이었다. 왼쪽 앞발과 뒷발이 동시에 움직이고, 그다음으로 오른쪽 앞발과 뒷발이 동시에 움직이는 형태인 것이었다.
“가자아!”
하지만 소은이는 생각보다 기린의 위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말의 갈기와 비슷하게 생긴 기린의 갈기를 붙잡고서 반쯤 엎드린 상태로 떨어지지 않게 몸을 밀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지지 않도록 잘 붙어 있음을 확인한 기린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큰 녀석 답게, 다리도 무척 길쭉했다.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보폭이 무척 넓었다.
“꺄하하하하하항!”
천천히 걷는 것 같아도 무척 빠른 기린의 속도에, 소은이는 무척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환호에 힘입어, 기린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기린 우리 내부를 질주했다. 물론, 소은이는 더 좋아하고 있을 뿐이었다.
“왼쪽으로 더 빨리이이이!”
오히려, 방향과 속도까지 지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딸이지만 동물들을 타며 속도를 즐기는 걸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에게 오랫동안 태워준 것이 잘못인가 싶었다.
하지만 동물들도 좋아하고, 소은이도 좋아하니 아무래도 좋다고 여겨졌다.
“소은아,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떨어지면 다시는 못 타게 할 거야!”
“웅!”
소은이는 내 외침에 크게 대답하며, 기린의 갈기를 더 강하게 붙잡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걱정되는 건 여전했기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소은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왔다.
“오빠.”
“……어, 바리야.”
다가온 누군가가 나를 톡톡 건드리는 것에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무인도에서 만났던 바리였다. 다금바리라는 별명을 가진 금바리, 낚시 관련 초능력자였다.
“응?!”
“소은아!”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으려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소은이의 모습에 고개를 휙 돌렸다.
하지만 기린이 뛰면서 몸이 붕- 떠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이 즐겁다며 내는 소리라는 것에 안도했다.
“어휴. 내 딸이지만……. 저렇게 좋을까.”
기린 갈기를 붙잡고 통통 튀고 있는 소은이는 나도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바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바리야, 오랜만이다.”
“아하하하, 오빠도 오랜만이에요. 지금 기린에 타고 있는 아이가 소은이죠?”
“응. 갑자기 기린한테 간다더니, 기린을 타고 있네.”
내 말에 바리가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나 역시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고선, 바리와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았다.
지금까지 잘 지냈냐, 어떻게 지냈냐 같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요즘 특별한 일이 있었냐는 질문까지 하며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 기린을 충분하게 즐기며 타고 온 소은이가 쪼르르 다가왔다.
“웅? 압빠, 이 언니는 누구야?”
내 다리에 찰싹 달라붙은 소은이가 바리에게 시선을 주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내가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 중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는 듯했다.
“여기는 아빠가 아는 동생인 금바리.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둥지 초등학교 1학년 1반 9번 신소은입니다.”
“푸흡……! 아, 안녕? 아빠 아는 동생인 금바리야. ”
소은이의 자기소개에, 바리가 순간 웃음을 터트렸다.
다름이 아니라, 소은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 가지는 특성을 고스란히 살려서 자기소개를 했기 때문이다.
말을 하며 단어마다 잠깐의 휴식 시간과 일종의 악센트를 주면서 소개를 한 것이었다. 글로 쓴다면 ‘일 학년↗ 일↘ 반↗ 구↘ 번↗신소은↗ 입니다.’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제 친구들이 모두 똑같이 말하고 있으니, 소은이로서는 그게 무엇이 이상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가볍게 웃는 바리의 모습에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저 사람이 왜 웃는 건가-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바리는 자기가 웃었다는 것이 조금 미안했던 건지, 자기가 가지고 온 가방에서 과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오빠, 이거 소은이 줘도 되죠? 견과류 알레르기 같은 거 있어요?”
“줘도 돼. 딱히 먹어서 문제 되는 음식은 없으니까.”
“자, 소은아. 언니가 주는 선물! 맛있는 초콜릿이 발린 과자야.”
“와앙! 감사함미다!”
소은이는 바리가 주는 과자를 순식간에 낚아채더니, 그대로 포장을 벗겨 입으로 쏙 집어넣었다.
“마시써! 압빠, 이거 사줘!”
“……바리야, 방금 준 거 어디서 구하는 건지 나중에 메신저로 좀 찍어줄래?”
“네에.”
바리는 자기가 괜한 선물을 한 건가- 싶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미안하다는 듯이 손짓했다.
“괜찮아. 것보다, 오늘 내가 부른 이유는 알고 있지?”
“네. 설도 오빠한테 들었어요. 아쿠아리움이 이제 곧 완공된다면서요? 약간의 인테리어에 물만 채우면 된다고. 그리고, 거기에 채울 일부 물고기들을 자체적으로 수급하실 예정이라고도 들었어요.”
“응. 아무래도, 네가 낚시에선 최고잖아? 네 도움을 좀 받고 싶어서.”
바리가 동물원에 찾아온 것은, 내가 직접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곧 완공되어 운영을 시작할 수족관에 조금 더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채워 넣기 위함이었다.
바리의 별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금바리부터 시작해서, 온갖 희귀한 해양생물들을 포섭해서 아쿠아리움을 채울 생각이었다.
‘당연히 그 상괭이도 포함해서 말이지.’
나는 얼마 전에 해양 방류 되었던 상괭이를 떠올렸다. 녀석도 나중에 나와 함께 할 생각이 있다고 했으니, 찾기만 한다면 상괭이를 아쿠아리움에서 살게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찾아온 바리를 데리고 누나와도 인사를 한 다음,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몇 시간 깔작 거리는 게 아니라, 2박 3일 동안 바다를 떠다니며 낚시를 하여 해양생물들을 모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미리 해양 생물들의 운반을 위한 특수 차량은 물론, 많은 수의 해양 생물들을 건강하게 포획해 둘 특수 선박까지 섭외를 해둔 상황이었다.
“자, 그럼 출발할까?”
“가요!”
다른 것도 아니고, 낚시를 한다는 것 때문인지 바리가 무척 기대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잡아서 회를 떠 먹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아쉽다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합법적으로 온갖 물고기들을 낚을 수 있으니 만족한다고 했다.
“으…….”
“오빠 뱃멀미 해요?”
“어, 조금…….”
배에 올라타서 출항하니, 파도에 의해 배가 흔들리며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여러 번 배를 타면서 조금 익숙해진 것 같기도 했지만, 여전히 속이 좋지 않았다.
“이거 한 번 먹어 봐요. 특제 멀미약인데 제법 좋아요.”
자그마한 한약의 환단 같은 것을 내미는 바리의 말에 곧바로 환단을 털어 넣었다. 그러고 삼십 분 정도 흔들리는 배에서 누워 있으니, 속이 정말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약간 울렁거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제법 괜찮아졌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겨우 살 것 같네. 고마워.”
“히히, 대신 제 뮤튜브에도 나와주셔야 해요.”
“편한 대로 찍어.”
어차피 2박 3일 동안 뮤튜브 영상도 촬영할 생각이었다. 바리가 나올 것이 분명했으니, 나도 바리의 채널에 나가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먼바다로 나아간 배는 그 뒤로도 두 시간을 더 나아간 다음에서야 멈춰 섰다.
“그럼 낚시 시작! 오빠도 낚시할 줄 알죠?”
“알기는 알지. 잘 낚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친구들과 내기를 했다가, 결국 아라를 시켜 물고기를 낚아 올렸던 것이 떠올랐다.
조금 자신 없다는 듯한 내 말에 바리가 피식 웃으며 낚싯줄에 바늘을 연결하고 미끼까지 연결한 다음, 찌를 내던졌다.
“왓! 잡혔다!”
그리고, 찌가 바다에 던져지기 무섭게, 바리가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반짝반짝한 은빛의 비늘을 자랑하고 있는 감성돔 한 마리였다. 적어도 50cm는 넘어 보이는 크기를 자랑하는 감성돔이 파닥파닥 흔들리며 바리의 손에 잡혀 있었다.
“오예! 57cm!”
“큰 거야?”
“당연하죠! 제가 잡은 감성돔 중에 제일 큰 게 53cm 정도였다구요. 역시 오빠랑 같이 와서 그런가?”
바리는 싱싱하게 파닥거리는 감성돔을, 따로 만들어둔 수조에 퐁당 던져 넣었다. 나는 그렇게 수조에서 천천히 헤엄치기 시작하는 돔을 바라보다, 가지고 있던 미끼 중 하나를 수조에 떨어트렸다.
“잘 먹네.”
마치 청소기처럼 미끼를 호로록 삼켜 버리는 감성돔의 모습에 신기함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감성돔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 바리가 한 마리를 더 낚아 올렸다.
“앗싸! 6자!”
이번에도 감성돔이었는데, 조금 전에 낚은 것 보다도 아주 조금 더 큰 크기를 자랑하는 개체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바리는 정말 끊임없이 물고기들을 낚아 올리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릴을 휘감다 지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낚아 올리는 것이었다.
각종 돔, 숭어, 가자미, 넙치 등등. 정말 이런 게 여기서도 잡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잡혔다.
덕분에, 배에 만들어둔 수조는 금세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로 채워지며 꽤나 볼만한 수준이 되었다.
“오빠는 안 잡아요?”
“……안 잡는 게 아니라, 못 잡은 건데.”
“앗.”
헤헤-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슬며시 돌리는 바리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잡으려고 시도는 해보았다. 바늘에 미끼를 가득 걸어 낚싯대를 거치해두기도 했고, 직접 낚싯대를 잡아보기도 했지만 단 한 마리도 못 잡았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바리가 낚시를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려는 듯한 모습에, 나는 미리 챙겨 왔던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위성 통신도 되며 GPS까지 읽을 수 있는 특수 제품이었는데, 그것을 꺼낸 이유는 하나였다. 이전에 해양 방류된 상괭이 녀석을 찾기 위함이었다. 한 번 포획되었던 녀석들에겐 각종 연구 등을 위해 GPS 태그가 부착되기 때문에, 찾기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잠시 통신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으니, 금세 위치가 파악된 듯 노트북에 점이 하나 그려졌다. 우리 배가 있는 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점이 콕 찍혔다.
나는 곧바로 배를 그 위치를 향해 이동시켰다. 배가 빠르게 파도를 타고 통통 튀어 오르며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30분 정도가 흘렀을 때, 상괭이가 위치한 곳과 우리 배의 위치를 알려주는 두 개의 점이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