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7
0026 소통을 해봅시다
유부가 제 부하들과 함께 남캣에게 떡이 되는 영상은 또 다시 폭발했다.
업로드한 것이 불과 하루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어마어마한 수준의 조회수가 올라간 것이었다.
단순히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반응이 오고 있는 덕분이었다. 언어의 장벽이 문제가 되지 않는 동물의 영상이다 보니, 접근이 쉬웠던 것이 이유였다.
[빨리 사실대로 말해요. 유부 부엉이 아니죠? 부엉이 탈을 씌운 거죠? 그게 아니면 고양이한테 저렇게 처맞을 리가 없잖아요.] [국제고양이연구협회입니다. 남캣은 고양이가 아닌 거 같습니다.] [(자동번역됨) 대단하다, 남고양이. 나도 갖고 싶다.] [(자동번역됨) 불쌍한 당신부. 부하와 얻어맞다.] [진짜 쟤들 싸우는 거 직관하고 싶네. 영상만 봐도 박진감이 장난 아닌데? 구독자 참여로 직관 하실 생각 없으신가?]유부 녀석과, 그 부하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녀석들이 남캣에게 당하는 모습은 조회수가 어마어마했다. 이전에 유부와 남캣의 전투 영상도 어마어마한 조회수가 나왔는데, 이번에도 더 많은 조회수가 나왔다.
덕분에 구독자 역시 엄청난 속도로 상승한 상황이었다.
[구독자 53만명]실버 버튼을 신청한 것이 이제 일주일 정도 됐는데, 벌써 53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했다.
“와, 이 정도면 골드 버튼도 금방이겠는데? 아니, 실버 버튼이 배송 되기 전에 배송 신청도 할 수 있겠다.”
100만의 구독자를 달성하면 수령할 수 있는 골드 버튼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설레발 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이걸 보면 그러지도 못하겠네.”
누나 역시, 내 말에 부정을 하지 못했다.
단순 계산으로 일주일만에 40만의 구독자가 더 늘었으니, 이대로 열흘 정도만 있으면 100만 구독자라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기가 무척 힘든 것이었으니 열흘 보다는 더 오래 걸리겠지만, 지금 성장세만 보자면 열흘 내로 100만을 달성하는 게 마냥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구독자가 빠르게 상승하며 좋은 반응이 있다고는 하나, 무조건 좋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영상 편집자좀 구하세요. 영상 너무 구려요. 진심.] [요즘 배경이 너무 똑같은 거 같아요. 집 말고 다른데서도 찍어주세요. 공원에서 아이들 산책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구독자 이벤트 같은 거 하실 생각 없으세요? 저희 집 개가 말썽인데 도와주세요 ㅠㅠ] [신수님. 우리 소통좀 해줘요. 제발. 커뮤니티라도 만들어 줘요!]내 채널이 가진 단점을 지적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비록, 추천과 비추천의 향연으로 쉽게 발견하지 못할 수준이었지만, 틀린 내용이 담긴 것은 없었다.
아마추어 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편집 실력과, 늘상 집 안에서 찍는 영상의 단조로움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외에도 소통을 해달라는 이야기 역시 있었다. 내가 따로 영상을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SNS 같은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지만, 정작 내가 그 분들과 무언가 소통을 하는 것이 없으니 그 분들로서는 아쉽겠지.
‘그럼, 일단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할까.’
해결하기 가장 쉬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한 나는, 곧바로 큼큼- 헛기침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누나아아아! 와서 좀 도와줘!”
집 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누나를 부르니, 2~3분 정도 지나자 누나가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왜에.”
8마리. 아니, 유부와 그 부하까지 치면 10마리가 넘는 동물들의 먹이를 챙겨주고 있던 건지, 누나는 사료컵을 든 채로 들어왔다.
‘꼭 뭔가 할 때 부르면 그대로 온단 말이지…….’
저번에는 고기를 썰다가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손에 식칼을 들고 와서 얼마나 놀랬던가.
아무튼, 나는 곧바로 누나를 부른 용건을 설명했다. 오늘은 칼을 들고 있는 것도 아니니 조금 귀찮게 해도 문제 없다고.
“아웃스타, 쓰는 방법 좀 알려주라.”
“아웃스타?”
“응. 뮤튜브 댓글 좀 읽어 봤는데, 소통 좀 해달라고 하더라.”
누나는 내 말에 아아- 하며 알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도 한 번 말하려고 했는데. 먼저 봤나보네.”
“알고 있었어?”
“나도 댓글은 자주 확인하니까. 안 그래도 조만간 말해주려고 했는데, 네가 먼저 봤네.”
“오, 역시 남편을 잘 내조해주는 구만.”
“알면 잘 해.”
“받들어 모시죠.”
나는 장난스레 누나를 끌어안았다. 남편이란 이야기에도 부끄러워하지 않던 누나가, 그제서야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돌리며 말을 함께 돌렸다.
“그래서 뭘 알려 달라는 거야? 아웃스타가 어렵지는 않을 건데.”
누나가 돌린 말머리를 다시금 돌려버린다면 내 옆구리살이 돌아갈 것이 뻔했기에, 나는 누나가 원하는대로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맞팔? 뭐, 그런 거랑……. 아니,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어.”
내 말에 누나는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싶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떡해? 지금까지 SNS는 한 번도 안 써봤는 걸. 내 친구들도 쓰지 않으니 나도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고.
‘협곡을 비롯한 게임과 데스코드가 우리의 소셜 네트워크였지. 음.’
내가 속으로 변명을 하는 사이 작게 한숨을 내쉰 누나는 차근차근 알려주기 시작했다.
“자, 여기를 누르는 이게 클릭이야.”
“아니 그건 나도 알거든?”
장난으로 시작한 누나의 설명은 제법 쉽고 간단했다. 왜 이런 것도 몰라서 누나를 불렀는지 내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그럼, 이제 이건 어떻게 할 거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잖아.”
“안 그래도 뮤튜브 커뮤니티 신청했어. 내일 쯤 쓸 수 있을 걸? 찾아보니까 보통 하루 걸린다더라.”
“잘 했어. 팬들이랑 소통도 하고 그래야 오래가지.”
“아아, 애 취급 하지 말라니까?”
“몇 번이나 말하지만, 누나한테 너는 언제나 아이 같다니까?”
“참나……. 혼나고 싶으면 그냥 혼나고 싶다고 말을 해.”
나는 누나를 덥썩 안아들고서는 침대로 다이빙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누나가 흘린 사료컵 뿐이었다.
○ ◑ ● ◐ ○ ◑ ● ◐ ○
띵띵띵띵띵띵띵-!
“화력 봐라…….”
아웃스타의 알림이 미친듯이 오는 것을 보며, 뮤튜브 초창기 때를 떠올렸다.
그 때도 알림이 연달아 오며 아침 잠에서 깰 정도였지.
이번에는 다행히도 뮤튜브의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고, 그 이후에 아웃스타에 대한 홍보를 한 덕분에 자던 도중 방해받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시끄러운 것은 시끄러운 것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아웃스타의 알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 설정하고서는 우리집에 있는 동물들을 모조리 불러들였다.
“또 뭘 하려고.”
“산책가요! 산책!”
“털 좀 빗어줘요. 조금 엉키는데.”
“주인님. 저 배고파요.”
“………………귀찮아.”
“이번에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오?”
“발톱 간지러운데. 긁을 거 뭐 없음?”
“간식 좀 주십시오. 대장님과 나눠 먹겠습니다.”
열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모이자,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멍멍 왈왈 냥냥 애옹 깍깍 부우.
어휴, 여기가 가정집 거실이냐 동물원이냐.
하지만 나는 녀석들을 조용히 시키며, 내 주변으로 하나씩 자리를 잡게 만들었다.
그리고서, 녀석들에게 한 가지 포즈를 취하게 만들었다.
개와 고양이들에게는 앉아서 오른쪽 앞 발을 들어올리게 만들고, 부엉이와 까치 까마귀들에겐 오른쪽 날개를 들어올리도록 만든 것이다.
“와…….”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가볍게 인사하듯이 손을 들어올리자, 누나가 곧바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찍힌 사진에는, 나를 중심으로 열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모여 같은 자세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녀석들도 이 사진을 보는 사람을 향해 인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거면 첫 인사용으로 쓰기에 충분하겠지?”
“이거 보겠다고도 사람들 많이 몰려 올 거 같은데…….”
누나는 본인이 직접 찍어놓고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누나에게 휴대폰을 건네 받아서 사진을 업로드했다. 텅 비어 있던 내 아웃스타 계정에 첫 게시글이 올라갔고, 당연하게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온갖 언어로 반갑다는 인사가 달렸고, 순식간에 팔로워의 숫자가 세자릿수를 넘어가며 그 뒤에는 k라는 영문자가 붙게 되었다.
이러다 최단시간 팔로워 숫자로 기네스에 등재되는 건 아닐까- 설레발을 칠 정도였다.
글로벌한 연예인들을 이길 수는 없어, 말 그대로 설레발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SNS를 통해서 나의 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다보니 온갖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누나와 함께 아웃스타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들어오는 이야기들을 감상했다.
“아, 이거 우리 아빠랑 똑같네. 강아지 키우고 싶은데 키우면 아빠가 집을 나가버릴 거라고 했대.”
“푸흡……. 이건 답을 해줘야 하나? 대부분 오히려 좋아하실 거라고. 아버님도 그랬잖아.”
“맞아. 이제는 아빠가 솜주먹한테 푹 빠져서 살 정도니까.”
이제는 반쯤 추억이 되어버린 이야기를 떠올린 누나와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메시지들을 정독했다.
내가 도착한 메시지의 대부분 동물에 관한 호기심이라던가, 각종 애로사항에 대한 문의였다. 물론, 모든 메시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참한 신부 대기중입니다. 위에서부터 36, 24, 36. 관심 있으시면 디엠 주세요.]“…….”
그 메시지를 함께 확인하게 된 누나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형용하기 어려운 기운이 스믈스믈 퍼지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다급히 메시지를 삭제하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을 차단했다.
그제서야 두려움을 자아내던 기운이 팟! 하고 사라졌다.
[신수님!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집 강아지가 저희 아빠만 보면 짖어서, 아빠가 내다버리겠다고 계속 화를 내고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오오오 ㅠㅠㅠㅠㅠㅠㅠㅠ]“얼레?”
메시지를 삭제하고나니 보이는 다음 메시지는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눈물을 표시하는 이모티콘이 주르륵 길게 이어진 것도 이어진 것이었지만 뮤튜브 댓글을 보면서도 비슷한 내용의 댓글을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맞다. 너 저번에, 구독자 이벤트 같은 거 할 거라고 하지 않았어?”
“그러긴 했지?”
누나는 가볍게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는 건지, 내가 했던 말을 끄집어 냈다.
나는 그런 누나의 의도를 금세 파악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이 촬영을 허락한다면야. 마냥 봉사하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어서 물어보자!”
곁에서 당장 물어보라며 재촉하는 누나의 성원에, 나는 곧바로 메시지에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
사연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것과 함께, 뮤튜브 촬영에 등장할 수 있다면 도와주겠다는 내용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띠링!
“아니, 뭐 언제 답장오나 기다리고 있던 거야?”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대한 답장은 30초가 채 지나기 전에 도착했다.
[뭐든 닥능해요!] [아니 다 가능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러다가 진짜 아빠가 얘 쫓아 낼지도 몰라요 ㅠㅠㅠㅠㅠㅠ]얼마나 다급했던 건지, 상대는 오타를 수정도 하지 못하고 답장부터 보낸 상태였다.
진심으로 다급해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처음으로 구독자의 가정방문 약속을 잡게 되었다.
그것도 바로 이번 토요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