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0
0029 영업 준비
구독자 가정방문이라는 이벤트를 끝낸 이후로, 한동안 내 일상에는 큰 변화나 이벤트가 없었다.
가장 더울 시간을 피해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다녀오고, 적당히 영상을 찍고 편집후 업로드. 그 외에는 누나와 들러붙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그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누나,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 같지?”
그런데 누나의 허벅지에 머리를 얹고 드러누운 채, 누나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초능력을 새로 개화한 것이 마치 어제 같은데, 벌써 제법 시간이 흐른 탓이었다.
“글쎄? 네가 체력이 약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니 갑자기 ?ソ?소리야. 내 체력이 뭐 어때서!”
하, 새로운 종류의 도발인가? 또 내 강철 체력을 보여줘야 되나 싶다.
“그렇게 체력이 좋으면 애들 데리고 산책 한 번 더 다녀올래?”
“아냐, 내 체력이 허약한 게 맞는 것 같아.”
우리집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한 번 더 다녀오라고? 그냥 허접 체력 할래.
안 그래도 산책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구만.
“저 녀석들은 개가 아냐. 개의 탈을 쓴 무한 체력의 무언가지…….”
“딱히 반박은 못하겠네.”
누나는 쓰게 웃음 지었다.
누나 역시 우리집 개들의 체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산책을 하는 건 나지만, 간간히 누나도 움직이겠다고 같이 따라나선 경험이 있었다. 비록, 녀석들에게 끌려가는 내 뒤를 따라오지 못해서 같이 뛰진 못했지만.
그래도 고강도의 운동이나 다름 없는 산책을 하다보니 예전에 비하면 몸이 더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그건 나름대로 이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기 싫어지는 건 별개로 치고.
“근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낸 거야?”
“그냥……. 카페로 쓸 건물 공사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시간이 엄청 빨리 가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땅을 다지고 기초 공사를 한다고 쿵쿵거리고 따다다당- 소리가 하루종일 울려퍼졌는데, 이제는 그런 소음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었다.
건물의 토대는 완공이라고 해도 될 수준이었다. 지금 하는 공사는 외벽의 장식이라던가 페인트칠 정도의 작업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물론, 내부의 인테리어는 제외하고.
“그러고 보니까 벌써 완공일에 가까워졌네.”
건설사에서 예상 완공일이라고 알려준 날짜가 며칠 남지 않았다.
완공일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인테리어라던가 하는 시간이 또 필요하기 때문에 카페 영업을 당장 며칠 이후에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 그러고 보니까 슬슬 직원도 구해야하지 않아? 미리 교육도 좀 해놔야, 영업할 때 차질이 없지.”
“응. 안 그래도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었어. 저 정도 규모는 나랑 영지 둘이서 할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나는 네 영상도 찍어줘야 하잖아.”
누나의 말에 나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들어낼 카페의 특성상 테이크아웃 형식으로 음료를 사려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카페 넓이가 원체 넓다보니 사람을 많이 수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당연히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역시 적지 않았으니, 종업원 한두 명으로는 절대 해결 할 수 없었다. 청소고 뭐고 다 신경쓰지 않고 음료만 만든다고 해도 두 명은 필요할 수준이었다.
“누나. 그럼 이참에 그냥 미리 구할까?”
“직원을?”
“응. 미리 교육도 시킬겸, 인테리어 완공 때 까지 교육기간이라 치는 거지. 아무래도 평범한 카페는 아니니까, 어느정도 교육은 해야 할 거 같아.”
“그렇긴 하겠다. 동물 관련해서 알러지 있는지도 미리 검사해야 할 거고……. 주의사항도 미리 챙겨서 알려줘야겠네.”
평범한 카페에 알바를 구하는 것과 달리, 이것저것 교육할 것이 있음을 인지한 우리는 곧바로 구인구직 사이트들에 구인 공고를 내걸었다.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무리되어, 실제로 영업을 할 수 있는 한 달 가량의 시간 이후 부터는 기장에 있는 카페에서 근무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인한다는 것을 명시해두었다. 물론, 동물 카페라는 특수성 때문에 동물 털 알러지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은 제외한다는 문구도 써놓았다.
구인하기도 힘들지만, 구직하기도 힘든 이 괴상망측한 상황에도 지원자들의 이력서가 하나둘씩 빠르게 접수되기 시작했다.
“진짜 월급을 이렇게 주게?”
물론, 그 이유는 다른 곳 보다 높은 페이 덕분이었다. 아르바이트라기 보다는, 평범한 직장인 수준의 월급이었다.
지금도 나름 초년생이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받았던 열정 페이를 떠올리면 남들에게 열정 페이를 줄 수 없었다.
“근데 이것도 조금 적은 느낌이야. 사람들이 제법 몰릴 것 같은데, 분명 이 돈 받고도 힘들다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을 것 같거든.”
내 예상대로라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할 것이 뻔했다. 그러면 그만큼 업무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많아진다면 필연적으로 진상도 많아지는 것이었으니.
물론, 누나는 여전히 많은 수의 사람을 높은 월급을 줘가며 고용한다는 것이 불안한 듯한 모습이었다. 만에 하나, 손님이 별로 오지 않게 되었을 때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너무 걱정하지마. 뮤튜브에 홍보하면서 영업을 시작할 거니까. 영업 개시일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 할 걸?”
“그럴까?”
“그렇다니까. 나. 아니, 오빠 못 믿어?”
“……네가 왜 오빠야.”
누나는 내 말에 어이 없다는 듯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누나의 걱정은 덜어진 듯했다.
덕분에 우리는 금세 직원을 뽑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누나가 카페를 운영하며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금세 일부 이력서들을 추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력서 가운데 몇몇을 골라낸 우리는 곧바로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건물에서 면접을 볼 수는 없었기에, 면접 장소는 누나가 운영하던 카페였다.
갑작스럽게 유명해진 덕분에 찾아온 손님들과 손놈들로 인해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던 곳이었다.
급전이 필요했던 건물주가 1년치 임대료를 선납하면 크게 할인 해준다는 미끼에 홀라당 넘어간 누나였기에 아직도 임대 기간이 한참 남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그 카페에는 약간 먼지가 내려앉긴 했지만 카페 집기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실례합니다.”
나와 누나, 거기에 영지까지 더해진 세 명이 누나의 카페를 가볍게 정리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슬며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지와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들어온 것이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오늘 면접보러 오라고 하셔서요. 음료 파트에 지원한 이혜지예요.”
여자, 혜지 양의 말에 나는 곧바로 미리 출력해둔 면접자들의 이력서를 한 번 주르륵 훑었다.
‘여기 있네.’
중간 즈음에서 이혜지라는 이름과, 지금 보이는 혜지 양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사진이 보여졌다.
“스물한 살이시고. 오, 바리스타 경력도 있으시네.”
“네에……. 커피를 좋아해서 하게 됐어요.”
혜지에게서 묘하게 영지와 비슷한 동류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심지어 두 사람은 나이까지 똑같았다.
그건 누나 역시 마찬가지인지, 옆에서 영지와 혜지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영지는 두 눈을 초롱초롱 빛을 내며 혜지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커피 잘 내릴 수 있어요?”
“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지, 혜지는 힘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누나와 영지에게 시선을 돌렸고, 영지가 나섰다.
이미 면접에 대해서는 다 정해둔 것이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음료 파트 만큼은 영지가 원하는대로 해주기로 말이다.
영지는 혜지를 데리고 카운터 너머로 들어가더니, 대뜸 아메리카노 한 잔을 뽑도록 시켰다.
전원도 켜지 않은 기계였으나, 경력이 허위는 아닌지 익숙하게 기계의 전원을 켜고서 순식간에 커피를 뽑아냈다.
“합격!”
영지는 혜지가 뽑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그 자리에서 합격이라 외쳤다.
누나와 나는 그 모습에 황당하다는 모습을 보였으나, 뒤 이어 들어오는 다른 면접자들을 하나둘씩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음료 파트는 영지에게 맡기기로 결정했기에 뭐라 할 수도 없었지만.
그리고 몇 차례에, 며칠에 걸쳐 나눠 진행한 면접은 거의 서른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채용하고서야 끝이 났다.
서른 명이라고 하면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인원도 아니었다. 평일과 주말을 나누고, 거기서 또 오전과 오후로 나누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다. 실제적으로 동 시간대에 근무하는 사람을 따지자면 일곱에서 여덟 명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후우……. 사람 뽑는 것도 일이네.”
“그러니까. 나는 기껏해야 두세 명을 뽑는 것도 힘들었는데. 서른 명이라니……. 죽겠다아.”
서른 명 가량의 사람들을 채용했다는 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의 사람을 봤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그만한 사람들을 평가내리는 일이 쉬울 수 없었다.
내 구독자인지,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더더욱 피곤한 상황이었다. 면접하기 전이나 후에 사진 촬영 같은 팬 서비스까지 해줘야 했으니 지칠 수 밖에.
“아아아아! 이게 끝이 아니란 게 너무 슬퍼.”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채용이 끝나긴 했지만, 그렇게 뽑은 사람들을 교육시켜야 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누나는 테이블에 엎어져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는데, 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남았다는 사실에 현실도피를 하는 거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 빡세게 하면 다음엔 편할테니까 열심히 해보자.”
“으으으! 어쩔 수 없지.”
누나는 마지막으로 현실도피를 하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만 교육을 해둔다면, 선임이 후임을 가르치는 식으로 우리의 부담을 덜 수 있었기에, 우리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직원들을 교육했다.
음료 파트는 영지가, 고객응대 파트는 누나가, 나머지 동물 관련된 케어를 해줄 직원들은 내가 교육하는 식으로 직원들의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다른 파트의 직원 교육은 누나가 운영하던 카페에서 진행할 수 있었지만, 실제 동물들을 케어하기도 하며 카페 관리를 도와야 하는 직원들의 경우에는 그럴 수 없었다.
덕분에 나는 혼자만 동떨어져서, 집 주변에 직원들을 불러 교육해야 했다.
“여러분은 카페에서 동물들을 케어하시는 일을 맡게 될 거예요. 뭐, 케어라고 해도 대단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여러분이 하실 건, 진상같은 손놈들이 동물들에게 해를 끼치는 걸 제지하거나 접촉을 거부하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시면 돼요.”
내가 교육하는 직원들이 할 일은 간단했다. 치워지지 않은 테이블을 정리한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일에 덧붙여서, 동물들을 케어하는 것이었다.
동물들과 말이 통하는 건 나였지, 손님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동물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었고, 심한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괴롭히려는 인간들도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직원들이 해야 하는 것은 그런 진상 손놈들을 제지시키고, 쫓아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여자가 대부분인 고객응대 파트와 달리, 덩치 좋은 남자들을 절반정도 채용했다.
내가 예상, 아니 예언 하는데. 진상 손놈들 가운데 덩치 좋은 직원들 앞에서 꼬리 말고 도망칠 인간들이 100% 있을 거다.
아무튼, 그렇게 직원들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준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동물들과 직원들의 인사였다.
정작 케어해야 할 직원들이 동물과 어색해서 다가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 아닌가.
“이 인간들은 또 뭐야.”
“앞으로 카페에서 너희들을 케어해줄 사람들이야.”
“오! 그렇단 말이지?”
남캣 녀석은 내 말에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약간 위화감을 느낀 나는 다급히 외쳤다.
“그렇다고 니가 막 부려먹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괜히 붙잡고 츄르 내놓으라고 하지 마라.”
“?.”
내 말을 들은 남캣은 김이 팍 식었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고양이가 침도 뱉나?
하지만 삐딱하기 그지 없는 남캣과 다르게 다른 동물들은 직원들과 제법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나태가 독보적으로 직원들과 친밀해졌다. 한 직원을 붙잡고 자신을 안고 다니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내가 가르치기는 했지만, 자기를 안은 사람의 팔을 툭툭 치며 원하는 곳을 가리키는 꼴을 보고 있자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카페 영업을 시작하면 손님들에게도 그러고 있을 꼴이 훤히 그려지니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그 역시 카페의 마스코트가 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애써 관심을 다른 동물들에게로 돌렸다. 그러나, 다른 녀석들이라고 해서 정상적인 녀석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