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66
0365 IF 외전 – 군인 신수환(7)
“와, 중대장님. 쟤들 지금 사람으로 야구하는 겁니까?”
코끼리의 코에 얻어맞으며 수십여 미터를 날아가, 가건물을 부수며 처박히는 인간의 모습을 본 소대장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왜? 너도 참가하고 싶어?”
“저는 야구 별로 안 좋아하지 말입니다.”
다급하게 고개를 휘휘 내젓는 소대장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우리가 있던 곳을 향해 내던져졌다.
콰아앙!
큰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우리가 탑승한 차량의 위로 떨어져내렸다. 물론, 그것이 무엇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날아다니는 묵직한 것이라곤 하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우리도 이제 움직이자고.”
하지만 그것을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이렇게 소란이 일어났으니, 놈들이 인질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르게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 향해, 인질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하로우, 호인두. 둘은 코끼리들을 보호해. 전신을 방탄 갑옷으로 보호하고 있으니, 코끼리들을 방패 삼아 움직이면서 대물 저격총을 쓰려는 놈들을 우선적으로 저지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사격 계열의 초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니, 코끼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들을 상대하기엔 딱이었다. 빗발치는 소총탄 정도는 코끼리들을 방패 삼으면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워낙 거대한 덩치를 가진 녀석들이니, 다리 뒤에 숨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가려질 수도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내 지시를 들은 둘은 재빨리 코끼리들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어디론가를 향해 총을 격발했다. 그러자, 큼직한 저격용 총기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 하나가 건물 위에서 떨어져내렸다.
“저 둘은 알아서 잘 할 테니, 우리도 이제 움직이자고. 임군아.”
“중사 지임군. 시작하겠습니다.”
마치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우직하게 대답한 지임군이 차량의 여기저기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니 차량의 외부에 달린 장갑이 뚝- 떨어져 나왔다.
차량이 대물 저격총에도 몇 번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외부 장갑층이었는데, 신체 강화 계열의 초능력자가 탈거해서 방패로 쓸 수 있는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쉽게 들 수 없지만, 초능력으로 인해 근육이 일반인과 많이 다른 지임군은 어렵지 않게 들 수 있었다.
순식간에 우리를 보호해 주는 방어막을 얻게 된 우리는 지임군이 든 방패를 앞세워 움직였다. 중간중간 대물 저격총으로 인해 지임군의 움직임이 멈추는 일이 있긴 했지만, 잠깐이었다. 사격 계열의 초능력은 없어도, 수십여 발의 탄환 세례라면 근거리에 있는 저격수 정도를 없애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차량 장갑을 방어막으로 이용해 움직인 우리는, 쥐새들이 정찰해 온 영상에서 보았던 건물을 목전에 둘 수 있었다. 인질들이 감금되어 있는 그 건물이었다.
“트랩은?”
“없습니다. 다만, 내부에 설치해 두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내 말에 문짝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공병남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도 덧붙이는 말에, 나는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던 청호에게 손짓했다.
청호가 내 신호를 알아듣고, 곧바로 문짝 주변으로 다가가 노즈워크하듯 코를 킁킁거렸다.
“내부에도 폭발물의 냄새는 없슴다. 다만…….”
“다만?”
“내부에 총기류를 소지한 이들이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됨다. 탄환 특유의 화약 냄새가 짙게 나고 있슴다. 수는…… 약 십여 명으로 추산됨다.”
군견으로, 탐지견 훈련도 받아온 청호는 아주 정확하게 내부의 상황을 파악해냈다. 건물이 완전히 밀폐된 곳도 아니었으니,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를 통해 상황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정보를 확인한 나는 잠시 고민하다, 미리 챙겨온 소형 폭발물을 꺼내들었다. 우리가 들어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적들을 당황시킬 생각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어, 가슴께에 달아 놓은 ‘섬광폭음탄’이라는 글귀가 적힌 원통을 꺼내들었다.
조심스레 소형 폭발물을 문에 부착하고, 원격 신호기를 쥔 채로 문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지임군의 방어막을 앞세워 폭발의 여파에 대비하며 신호기의 버튼을 꾹- 눌렀다.
삐빅- 소리와 함께 곧바로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지임군이 들고 있는 방어막 위로 콘크리트 조각들이 후두둑 쏟아졌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기에, 재빨리 폭발물로 인해 생긴 구멍으로 섬광폭음탄을 내던졌다.
펑-하는 굉음과 함께 구멍 사이로 강한 빛이 잠깐 서렸다가 사라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과 동시에 그 안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각종 욕설이 난무하고, 눈을 뜻하는 단어들이 드문드문 들려왔다.
섬광폭음탄, 간단하게 말해서 섬광탄이 아주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돌입!”
당연히, 나는 섬광탄에 의해서 시력과 청각을 일시적으로 마비당한 이들이 회복하길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부서진 문을 완벽히 박살 내며 내부로 진입했고, 총기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몸부림치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사살합니까?”
“일단 제압. 인질을 강제로 동원했을 수 있으니 일단은 제압한다.”
총알받이 같은 목적으로 인질을 세워두었을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기에, 부하들에게 몸부림치는 이들을 모두 포박하라 지시했다. 칼로도 쉬이 끊지 못하는 도구로 모두의 몸을 포박했다.
그렇게 모두를 포박한 다음, 내부에 있는 또 다른 건물의 입구로 향했다. 인질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서 2중 구조로 되어 있는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것을 알고 있었으니 폭발물과 섬광탄을 고민도 않고 사용한 것이었다.
“청호.”
“폭발물 없슴다. 내부에서도 화약 냄새가 느껴지지 않슴다.”
내부 건물의 문 앞에서, 청호의 후각을 다시 한번 활용하고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문이 열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주 굳건한 잠금장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파괴한다고 해서 열 수 있는 형태의 잠금장치가 아니었다.
“큭큭큭큭큭!”
그리고, 열리지 않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철컥철컥 소리를 내고 있으니,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섬광탄의 효과를 제대로 받지 않는 위치에 있던 건지, 금세 섬광탄의 영향에서 회복한 한 명이 내 모습을 보며 웃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너는 그 문을 절대 열 수 없을 거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놈은 나를 보며 한동안 큭큭 웃어대더니, 이내 내가 알 수 없는 말을 주르륵 지껄여대기 시작했다.
“철수야. 저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건지 통역 좀 해봐.”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철수는 곧바로 놈의 이야기를 통역해 주기 시작했다.
“열쇠가 없으면 문을 절대 못 열 것이다! 인질들의 구출과 탈출 모두 대비한 특수 감옥이니까!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우리의 지원군이 와서 머리통을 다 깨부술 것이다!”
놈은 아주 자랑스럽다는 것처럼, 내부 건물에 대한 스펙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특수한 콘크리트를 이용해서 쉬이 부서지지도 않고, 그 내부에는 철근을 아주 촘촘하게 엮어두었다고 했다. 6면 모두 철근으로 엮여 있어, 어느 방향에서도 구멍을 뚫는 식으로의 구출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쥐새들이 드나든 구멍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숨 쉴 공기를 넣어 주기 위한 최소한의 구멍에 지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놈이 말한 대로 열쇠가 없다면 놈들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구출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열쇠의 위치라도 물어봅니까?”
“아니, 됐어. 어차피 알려줄 것 같지도 않은데 뭐.”
하지만 나는 열쇠가 없다고 해서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 어떤 자물쇠로도 막을 수 없는 녀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포동.”
어디 구석에 숨어 있던 건지,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라쿤 한 마리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인질 구출이나 잠입이 필요한 경우에 반드시 데리고 다니는 녀석이었기에, 이번에도 동행한 상태였다.
“하따, 드디어 내 차례가?”
껄렁껄렁하게 걸어 나온 녀석은 늘 허리 부근에 메고 다니는 힙색을 더듬었다. 사람의 손과도 비슷한 앞발을 이용해 능숙하게 지퍼를 연 녀석은, 내부에서 락픽 도구를 꺼내들었다.
“쫌 들어도!”
당돌하게 나를 향해 손을 뻗는 대포동 녀석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녀석을 들어 올렸다. 녀석의 앞발이 잠금장치에 닿는 위치까지 올리니, 녀석이 곧바로 락픽 도구를 이용해서 자물쇠를 따기 시작했다.
끼릭끼릭 쇠가 긁히는 소리가 나며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앞발을 놀렸다.
그리고, 녀석이 잠시 동안 앞발을 움직이고 있으니 철컥- 하고 쇳덩이가 움직인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어……!”
명백히 잠금이 해제된 소리였기에, 뒤에서 큭큭 웃고 있던 놈의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니, 그 자리를 경악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놈에게 피식, 비웃음을 날려주고선 인질들이 감금되어 있는 곳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 내부에는 사십여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대부분이 두려움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구, 군인이다……! 군인이야!”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은 나를 보더니 희망에 가득 찬 모습을 보였다. 총성, 폭음, 굉음, 비명이 난무하던 상황에서 명백히 군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니 구출하러 온 것임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런 인질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 나는,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네 명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초능력특수임무대대 소속, 대위 신수환입니다.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조국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슬쩍 한쪽 무릎을 굽히며, 눈여겨보았던 여성분에게 손을 내밀었다. 설마 자기에게 손을 내밀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조심스레 내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손부터 잡을 줄은 몰랐는데, 나쁘진 않았다. 다만, 그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면 두 손의 손목이 케이블 타이 같은 것으로 묶여 있다는 것이었다.
“하, 비무장 민간인을 이렇게 대하다니. 제가 바로 풀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리띠에 잘 묶어둔 대검을 꺼내, 케이블 타이처럼 생긴 것을 잘라냈다. 순식간에 자유를 되찾은 것에 기뻐하는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물론, 그녀 혼자만 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다른 이들의 손목에 묶인 것들도 모조리 잘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서 마흔 명에 달하는 인질들의 케이블 타이를 모두 잘라내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기에, 철수를 불러 돕게 만들었다.
철수의 도움과, 풀려난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다른 이들을 돕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모든 인질의 포박을 풀 수 있었다. 그들은 두려운 기색을 지우고, 희망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철수야.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해. 전원 한국으로 이동한 후, 각자 소속된 국가로 이동할 거라고. 그리고, 우리 수송기에 탑승할 때까지 절대적으로 명령에 따라 줘야 한다고도 전해.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겐 확실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철수가 여러 언어들을 쏟아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등. 덕분에 모두가 확실히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게 인질들의 포박을 풀고 주의까지 준 나는, 곧바로 인질들을 잠시 놔두고 바깥의 상황을 확인했다. 인질들의 구출은 마무리가 되었다지만, 외부의 상황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었다.
곳곳에서 총성이 울려 퍼지고,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가 나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코끼리들이 내뿜는 울음소리 역시 강렬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소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누군가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한 것인지, 연발로 수십여 회 격발하는 소리를 끝으로 적막이 내려앉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발악이 누구 것인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적막을 깨고, 코끼리들이 힘껏 내지르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