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67
0366 IF 외전 – 군인 신수환(8)
“여기는 코끼리. 상황 종료.”
코끼리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뒤이어 소대장의 무전이 들려왔다.
“코끼리들 상태는?”
“멀쩡합니다. 아니, 어떻게 된 게 지근거리에서 탄창 하나를 연발로 비웠는데도 멀쩡합니다. 솔직히, 방탄이 있더라도 충격까지 상쇄되는 건 아닌데, 무슨 비비탄 맞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질렸다는 듯이 말하는 소대장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코끼리를 인간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되지. 그것도 내 영향을 받은 코끼리를.
“그럼 코끼리들 데리고 입구로 이동해. 아, 올 때 멀쩡한 차량이 있으면 좀 가져와. 원래 여기서 수송기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놈들이 지원군 운운하는 걸로 봐서는 자리를 이동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코끼리들 때문에 멀쩡한 게 없습니다.”
망설이며 대답하는 소대장의 말에,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코끼리들이 인간들을 뻥뻥 던져대고, 건물을 무너트리는데 차량이라고 멀쩡할 리가 없었다. 아마 많지는 않아도 뒤집어엎어버린 것들이 제법 있을 것이었다.
“좀 찌그러졌어도 운행 가능한 거면 돼. 단순히 뒤집은 게 있다면 다시 뒤집어 달라고 해서 가져와.”
“예,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하는 소대장의 무전을 마지막으로, 무전기를 품에 넣었다.
외부에는 더 이상 전투를 속행할 수 있는 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확인했기에, 인질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모두를 데리고 나오진 않았다. 섬광탄으로 무력화 시킨 다음 포박해 둔 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부로 들어가, 한국인 중 한 명을 데려왔다. 살풍경한 모습을 여성분께 보여드릴 생각은 없었기에, 군대를 막 전역한 듯 머리카락이 무척 짧은 남자를 데리고 나왔다.
“지금 포박된 이들 중에서, 강제로 동원된 인질들이 있습니까?”
“자, 잠시만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역한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는 추측이 사실인지, 그는 내 말이 명령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허겁지겁 움직였다. 포박되어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있는 놈들의 면상을 하나하나 확인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없습니다. 애초에, 저희가 인질로 붙잡힌 다음에 이 건물 밖으로 나온 것 자체가 처음이긴 합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곁에 있던 이들에게 지시해서, 포박된 놈들은 구석으로 치워버리라 지시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놈들은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간단한 정리 작업을 마친 다음, 내부에 있는 인질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바깥의 상황은 조금 처참하다고 할 수 있으니, 웬만하면 시선을 바닥에 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앞사람의 발을 보면서, 저희를 따라 이동하시면 되겠습니다.”
밖으로 나온 인질들은 오랜만에 쬐는 햇볕에 기뻐하려다, 내 말에 흠칫 떨며 고개를 숙였다. 총성과 폭음이 난무하던 것을 똑똑히 들었으니, 현장의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닥만 보며 졸졸 따라오는 사십 명의 인질들을 보호하며 코끼리들과 차량이 있을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런데, 그 순간, 주변에 있던 잔해가 후두둑 떨어지며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교적 크게 다치지 않고, 가벼운 잔해에 깔려 있던 적이 인기척을 느끼고 불쑥 일어선 것이었다. 그것도 소총을 든 채로.
“꺄아악!”
총을 든 적이 나타났다는 것에 인질들이 화들짝 놀랐고, 나와 부하들이 곧바로 대응하기 위해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우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이 없었다면 말이다.
빠각- 하는,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적이 목을 꺾으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남캣 녀석이 도도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흥.”
남캣 녀석은 냥냥펀치를 위해 특수 제작한 티타늄 합금 앞발 싸개를 달고,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앞장서서 움직였다. 그러면서 의식을 차리려는 듯한 적들을 다시금 침묵에 빠트리고 있었다.
싸가지는 없어도 이럴 땐 무척 든든한 녀석이었기에, 가볍게 웃으며 이동했다.
열 마리의 코끼리들과 하로우, 호인두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하니 벌써 몇 대의 차량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대장인 하로우가 말한 것처럼, 차량들은 멀쩡한 게 없었다. 그나마 제일 멀쩡한 게 좌측 뒷문이 찌그러져 있는 것이었다. 어떤 것은 옆면이 무언가에 꿰뚫렸던 건지, 크고 동그란 구멍 두 개가 뚫려 있는 것도 있었다. 코끼리의 상아가 꿰뚫은 흔적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곧바로 구출한 인질들 가운데 운전을 할 수 있는 이들을 추렸다. 인질들을 모두 데리고 가려면 차량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차량에 배정되어 하나둘씩 탑승하는 것을 보고서, 저들끼리 모여 있는 코끼리들에게 다가갔다.
“인간. 덕분에 새끼의 복수를 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인간들이 우리의 엄니를 좋아하니, 나의 것이라도 잘라 가겠나요?”
“아니, 괜찮아. 보답을 바라고 도와준 게 아니니까.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지. 너희 도움이 없었으면 내가 오히려 곤란했을 거야.”
자신의 상아를 보답으로 내놓겠다는 우두머리 코끼리를 말리고서, 곧바로 녀석의 몸에 둘러진 방탄 갑옷을 통통 두드렸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이건 가져가야 할 것 같네. 너희가 그냥 쓰게 놔두고 싶지만, 쉽게 입고 벗을 수 없는 너희들한텐 오히려 독이 되는 거니까.”
방탄 성능은 좋지만 오래 입고 있으면 통풍도 잘되지 않고, 뜨거운 열에 달궈지면 찜통처럼 변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무척 아쉬워하는 코끼리들에게서 방탄 갑옷을 벗겨냈다.
장착은 힘들지만 벗겨내는 것은 무척 쉬웠다. 조각조각 연결해서 붙이는 것이다 보니, 등 쪽의 일부만 해체하면 몸에서 주르륵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이제 그만 가봐. 여기 계속 있다간, 저런 놈들이랑 비슷한 놈들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멀리 피하고.”
“조언 고마워요.”
우두머리 코끼리는 고맙다며, 내게 두껍고 길쭉한 코를 치댔다. 수많은 적들을 야구공처럼 뻥뻥 날려대던 코였지만, 지금은 내 체취를 기억하겠다는 것처럼 킁킁거리고 있었다.
“중대장님! 준비 다 됐습니다!”
그렇게 코끼리와 작별 인사를 하고 있으니, 소대장의 외침이 들렸다.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니 정말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코끼리들이 입고 있던 방탄 갑옷도 회수되어 있었고, 인질들도 저마다의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 당연히, 데려온 동물들 역시 모두 차에 탑승한 상태였다.
“간다. 인간들 조심하고 잘 살아.”
지상 최강의 생물인 코끼리의 유일한 천적인 인간만 조심하면, 이 녀석들은 아마 수명을 다 누릴 수 있을 것이었다.
마지막 작별까지 한 다음 차에 올라타니, 차량의 행렬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는 내가 탑승한 차량이, 가장 후미에는 소대장이 탑승한 차량이 대열을 유지하며 움직였다.
그런데 그 순간, 뒤편에서 큰 굉음과 함께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는 유부와 아라가 보내 주고 있는 영상을 확인하니, 코끼리들이 주변 일대를 다시금 완전하게 파괴하는 모습이 보였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다시 한번 화풀이하는 것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폐허나 다름없게 변한 그곳은, 이제 폐허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런 내 웃음에, 곁에 있던 여성분이 의아하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참 충직하고 센스 좋은 부하 놈들이 이참에 기회나 잡아 보라며 내 옆자리에 앉힌 것이었다.
나는 코끼리들이 폐허를 폐허였던 곳으로 바꾸고 있음을 알려주기보다는, 이야기의 주제를 돌리기로 결정했다.
“혹시, 동물 좋아하십니까?”
인질로 감금되었을 때, 두려움의 연속이었을 테니 동물들을 이용해 심신의 안정을 유도하며 친밀감을 쌓을 생각이었다.
나는 뒷좌석에서 널브러져 있던 대포동 녀석을 들어 올려, 그녀의 무릎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이름대로 포동포동한 살집에, 보드라운 털의 감촉이 느껴지는지 슬쩍 미소가 떠올랐다.
대포동, 청호, 남캣 뿐만 아니라, 날아다니던 유부와 아라까지 동원하여 시간을 보낸 나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간단한 통성명을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나름대로 친밀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차량이 남수단의 국경을 넘고 에티오피아에 도달해, 미리 대기 중이던 수송기에 올라탈 때가 되었을 때는 누나 동생 하는 사이가 될 정도였다.
“누나, 나랑 같은 학교 나왔었네?”
“정말? 아……! 예전에 도서실에서 본 것 같아! 분명, 도서실에서 친구들이랑 떠들다가 선생님한테 쫓겨났었던 걸로 기억해.”
“……그런 경험이 없진 않지.”
친구 놈이 학교 도서실에 성인용 만화책이 숨겨져 있다는 말에 갔다가, 선생님한테 발각되어 쫓겨난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그 책은 수거되어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공유할 수 있는 추억까지 있다는 것에,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한국에 귀국했을 때, 누나의 가족과 인사를 할 정도로 말이다. 비록, 상견례 같은 의미를 담은 인사는 아니었다.
“아이고! 정말 고마우이!”
딸이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에 마음고생이 심하셨는지, 눈물범벅인 채로 연신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따님을 걱정하시느라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건데, 따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셔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연신 내 손을 붙잡고 고맙다고 인사하시던 누나의 부모님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누나를 콱- 붙잡았다.
“이년아! 거기가 어데라고 네가 가긴 가서 그 고생을 혀!”
“여권부터 가져와! 내 당장 찢어버릴 것이여! 두 번 다시 그런 곳에 갈 꿈도 꾸지 말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보내는 부모님의 모습에, 누나가 한껏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내게 슬쩍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누나와 작별 인사를 한 나는, 곧바로 기다리고 있을 영감님을 찾아 나섰다. 이번 임무에 대한 보고도 해야 하고, 할 게 많았다.
하지만 미리 잡아둔 데이트 약속 덕분인지, 평소라면 귀찮아 죽을 것 같던 그 과정이 나름대로 즐겁게 느껴졌다. 약속 시간까지 시간을 빨리 흐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의욕까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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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환아, 오늘 볼 수 있어?”
“아……. 오늘은 좀 힘들겠는데. 내일 안 될까?”
“내일? 내일은 내가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럼 주말에 보는 거로 하자. 아쉽다아.”
아쉬움 가득한 누나의 목소리에 나도 짙은 아쉬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의 신분이다 보니, 데이트하기가 쉽지 않았다. 병사처럼 외부로 나가는 게 통제되는 건 아니었지만, 이래저래 제약이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으로 몇 번이나 데이트에 실패하게 된 나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기로 결정했다. 정식으로 진지하게 교제를 이어가고 있는데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어디 여행을 가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은 전역이었다. 군인이란 신분이 데이트에 방해가 된다면, 군인이란 신분을 벗어던지면 되는 것이었다.
결정을 내린 나는 망설이지 않고 전역 신청서를 제출했다.
물론, 전역 신청서가 제출되자마자 난리가 나는 것은 예정된 순서였다. 그 시작은 상위 부대에서 제발 한 번만 재고해달라는 애원이었고, 마지막은 영감님이 직접 찾아와서 나를 만류하는 것이었다.
“안 된다 이놈아! 비대칭 전력에서 네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대로는 못 보낸다 이놈아!”
“아, 됐다니까요? 전역할 거라고요!”
“뭐가 문제냐! 그래, 그 처자랑 잘 되고 있다지? 연애 때문인 게냐? 그럼 초능력특수임무대대를 부산으로 옮겨주마! 지역방위사단이 있는 곳이니, 그 부대의 협조만 받으면 금방이다!”
“됐어요. 시내에 자리 잡고 편하게 살 거라고요.”
“이놈아 내 말 아직 안 끝났으니 더 들어 보거라!”
영감님은 정말 온갖 혜택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마치 인터넷을 해지할 거라고 하니 상품권을 주겠다고 약정을 연장하자는 통신사 같았다.
물론, 내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것이었다. 돈이나 편의는 오히려 민간인의 신분이 되면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최상급의 초능력은 어떻게 활용하든 돈을 갈퀴로 쓸어 담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 그래! 결혼! 결혼도 하고 자식도 볼 거 아니냐!”
“……그건 그렇죠?”
아직 혼자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아들딸 하나씩 갖고 싶었다. 여자아이면 신소은, 남자아이면 신은수라고 이름도 지어놨다.
“만약 자식이 태어났는데, 사내아이라면 네가 군에 있는 게 더 좋을 게다! 아주 상전 취급받으면서 군 생활할 거 아니냐. 너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어머니 쪽이 무척 좋아하지 않겠느냐? 군대가 좋아졌다 해도 어머니들이 걱정하는 건 다름없잖나!”
아직 있지도 않은 자식까지 들먹이며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영감님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순간 혹하는 조건이긴 했지만 아무리 못 해도 20년 이상은 걸리는 일이었으니, 내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영감님이 바짓가랑이까지 잡으며 애원하는 모습을 마냥 뿌리칠 수는 없었기에, 전역은 하지만 유사시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약속을 했다. 신분은 민간인이 되긴 하겠지만, 꾸준히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었다.
그제야 영감님이 바짓가랑이를 놓았고, 나는 군인 신분을 벗어던지고 민간인이 되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전역하는 주제에 특진에 특진을 거듭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예비군으로 편성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법적으로 더 오래 부려먹을 수 있도록 계급을 올려치기 한 것이었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특진을 거부하며 붕 떠버린 공적들이 소급 적용된 탓도 있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군인 신분을 벗게 되었음에도 앞으로 삼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예비군에 편성되어 있어야 했다. 샛노란 별 하나가 반짝이는 계급장 덕분이었다.
내 계급 그대로 전역했다면 40대 초중반에 예비군이 끝났을 건데, 갑자기 진급이 결정되는 바람에 십수 년이 더 늘어났다.
“끙…….”
어쩐지, 영감님이 마지막에 사악한 웃음을 짓더라니.
영감님 집에 새똥이라도 투하해 주고 싶었지만, 한 번만 넘어가기로 했다. 솔직히 영감님 덕분에 편의를 본 것도 많이 있고, 정년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열심히 군인으로 뛰는 영감님을 생각하면 이런 것 정도는 넘어가 줄 수 있었다.
고등급의 초능력자들이 전역할 때 계급을 올려치는 게 내가 처음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대위를 준장으로 올려치는 전례가 있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쌓아둔 공적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골치 아픈 생각들을 떨쳐낸 나는, 곧바로 오랜만에 누나와의 데이트를 즐겼다. 누나도 모처럼 시간이 있는 상황이었기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리고, 군인의 신분을 벗어나게 된 나는 미래 계획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가족을 꾸리고, 남부럽지 않게 살기 위한 계획이었다.
“일단은……. 펫카페부터 시작해 볼까? 최종 목표는 초거대 동물원을 지어서, 그 안에 집도 지어놓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사는 걸로…….”
그저 상상만 했을 뿐임에도 벌써부터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