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87
0386 테마파크(5)
“일단, 제게 온 견적을 보면, 총 네 개의 기구를 만들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맞나요?”
“네. 롤러코스터, 바이킹, 자이로드롭, 짚라인. 총 네 개죠.”
회의에서 나온 여러 아이디어 중 간추려낸 것이 총 네 개의 기구였다. 아라를 통한 자유낙하같이 조금 비현실적이거나 하기 힘든 것들은 제외한 것이 네 개였다.
“그럼 일단 롤러코스터부터 제작하는 걸로 할까요? 자이로드롭이나 바이킹보다는 공사가 빨리 끝나는 편이거든요. 따로 2중 3중으로 교차점이 있거나 플립 구간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지만요.”
범복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 롤러코스터를 짓기로 결정한 부지로 향했다.
자연구역의 초입 부근에 있는 것이었기에, 나는 범복화와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 앵무새가 모는 얼룩말 마차라니, 꽤 신기하네요.”
“요즘 저희 동물원에서 제일 핫하죠.”
마부석 근처에 앵무새용 간식을 하나 놓아두면, 슬쩍 한쪽 발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나 인기였다.
아무튼, 그렇게 마차를 타고 자연구역으로 향한 우리는 곧바로 롤러코스터의 부지로 움직였다. 롤러코스터 부지는 마차의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자연구역의 입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 아닌 데다, 약간의 커브 구간을 만들면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서도 만들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근에 레일을 깔아서 롤러코스터를 운행하고 싶으신 거죠?”
“네. 아무래도 마루가 동력원이 될 예정이니, 내리막을 내려오면서 가속도를 붙이면서 오르막을 다시 올라가게 하려고 하거든요. 마루의 부담도 덜고, 탑승자도 나름대로 고저차를 느끼면서 속도감까지 느낄 수 있게요.”
“괜찮은 선택이네요. 익스트림한 기구를 목표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구가 목표니……. 제가 한 번 구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 그리고 롤러코스터 열차는 앞에서 마루가 쳇바퀴를 돌려서 움직이도록 설계해 주시겠어요?”
“쳇바퀴라면 뒤쪽에 있는 게 더 낫지 않나요? 아무래도 롤러코스터를 타면 앞에서 시야를 가릴만한 것이 없는 게 좋은데요.”
범복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롤러코스터는 앞에서 뚝 떨어지는 절벽 같은 코스나 새파란 하늘을 가려지는 것 없이 보는 맛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루가 동력원이 되어 달릴 공간은 열차의 앞에 만들 생각이었다. 마루가 직접 열차를 끄는 모습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만들려는 롤러코스터가 평범한 롤러코스터라면 몰라도, 마루가 끄는 롤러코스터였으니 마루를 볼 수 있어야 했다.
더군다나, 쳇바퀴로 하는 이유는 마루가 레일을 달릴 때 발이 빠져서 걸린다거나 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쳇바퀴를 돌리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이유들을 들며 설명하니, 범복화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공간에 맞춰, 마루가 끌 수 있을 정도의 형태로 구성해 보도록 하죠.”
범복화는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흘이 지난 뒤, 그는 자신을 따르는 공사 팀을 이끌고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건설 자재와 도구들을 가지고서.
그리고, 그는 곧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미 어떻게 롤러코스터를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는 거칠 것 없다는 듯이 자연구역에 롤러코스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범복화가 만드는 롤러코스터는 정말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롤러코스터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높은 곳까지 치솟았다가 내리꽂히는 형태의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았고, 공사의 난이도도 낮았다. 그저 산의 비탈면을 따라서 레일을 단단하게 고정하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다리 같은 것을 놓는 것이 아니었더라면 이틀 내지는 사흘이었으면 완공되었을 수준이었다.
“오……. 중간중간 나름대로 재미가 있겠는데요?”
롤러코스터를 타면 느낄 수 있는, 아랫배가 살짝 간질간질한 그 느낌을 잠깐이라도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사람들이나 동물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다리 부분을 지날 때면 잠깐이지만 압박감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롤러코스터의 레일이 완성된 이후, 범복화는 레일 위를 힘차게 달릴 열차도 금세 가져와 설치했다. 레일을 단단히 붙잡은 채로, 가장 앞에 달린 쳇바퀴를 통해 동력을 얻을 열차였다.
“달려! 달려! 쥔님 달려도 돼요?!”
자신이 마음껏, 미친 듯이 내달려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아는 마루가 펄떡이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녀석이 온 힘을 다해서 만족할 정도로 내달릴 수 있을 공간이 지금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직진. 그것만을 선호하는 녀석에겐 나무를 비롯한 장애물이 많은 자연구역도, 사람들 때문에 속력을 내지 못하는 동물원도 마음에 차지 않는 곳이었다. 지금까지 있던 쳇바퀴들은 마루의 힘을 제대로 버티지도 못했고, 주변 풍경이 바뀌지도 않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이다.
그에 반해서 지금 롤러코스터 열차의 쳇바퀴는 마루가 딱 원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달리기만 하면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 가고, 주변 풍경도 휙휙 바뀌는 것이었다.
“자자, 마루야. 일단 진정해.”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열차에 오를 것 같은 마루의 하네스를 두 손으로 꽈악 붙잡은 채, 녀석을 데리고 천천히 열차로 향했다.
열차에는 시범 운행을 위해 사람과 비슷한 무게를 가진 마네킹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혹여 마루가 너무 빠르게 탈선한다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마루야. 만약에 내가 위험하다고 소리치면, 바로 여기 옆쪽으로 탈출해야 돼. 안 그러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
“알았어요!”
“다치면 못 뛰는 것도 알지? 아마 한 달 동안은 움직이지도 못할걸?”
“히이익!”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꼼짝 못할 거라고 하니, 마루가 기겁을 했다. 녀석은 반드시 내 말을 따르겠다는 것처럼 컹컹 짖어댔다. 꼬리를 가랑이 사이로 말아 넣은 채로.
그 모습에 흡족하게 웃으며, 마루를 열차 최선두에 있는 쳇바퀴에 자리를 잡게 했다. 이미 쳇바퀴를 몇 번이나 돌려본 녀석이었기에, 쳇바퀴에 벌써부터 적응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슬쩍슬쩍 앞뒤로 흔들며, 신호만 준다면 바로 내달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마음껏 달려봐.”
“오예!”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루가 몸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쳇바퀴를 살살 돌리기 시작하던 녀석이, 쳇바퀴가 움직이니 더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쳇바퀴가 고정되어 있었더라면 쳇바퀴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을 정도로 움직였다.
“오, 꽤 빠른데?”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꽤나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놀이공원마다 하나 둘 정도 있는, 어린이용 롤러코스터가 출발하는 것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이윽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을 때, 그 속도가 더더욱 빨라졌다. 마치 실제 롤러코스터가 내리꽂히며 가속하듯, 롤러코스터가 더 빠르게 가속하고 있었다. 중력으로 인해 빨라지는 것에 더불어, 마루도 더더욱 힘을 내며 달린 덕이었다.
녀석은 그렇게 붙은 가속도를 이용해, 다시금 출발지로 되돌아가며 만난 오르막도 꽤나 빠른 속도로 주파했다.
마루가 빠르게 달리고 있음에도 쳇바퀴는 여전히 부드럽게 돌아가고 있었고, 열차도 레일을 아주 잘 붙잡고 있었다. 또한, 내부에 사람 대신 채워놓은 더미 역시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설계에 아주 공을 들였습니다. 제작 역시, 사람들이 탑승하는 물건이니 완벽을 기했고요. 덕분에 지금 보시는 것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마 당장 본격적으로 운행을 하더라도 문제를 찾기 힘드실 겁니다.”
멀쩡하게 한 바퀴를 돌고, 다시 한 바퀴를 도는 마루의 모습을 바라본 범복화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범복화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벌써부터 문제가 하나 발견됐다.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어……. 기구 자체의 문제는 아니에요. 마루 녀석이 멈추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지.”
지금 발생한 문제는 전적으로 마루의 문제였다. 이 녀석이 오랜만에 전력을 다 해서 질주할 기회가 생기니,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라는 것이었다.
한 바퀴가 지나고, 두 바퀴도 지나고. 벌써 세 바퀴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녀석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혀를 길게 쭉- 빼내고서 아주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놀이 기구에 탑승할 수 있는 곳에 맞춰 멈추라고 알려주었는데, 그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계속 달리는 것이었다.
“마루야, 멈춰볼래?”
“달려달려달려!”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건지, 마루 녀석은 오로지 내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마법의 단어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멈춰- 하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마루의 몸이 순간 굳었다. 당연히 쳇바퀴를 내달리던 상황이었기에, 마루는 쳇바퀴가 도는 것에 따라 한 바퀴 휙-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리 안전장치를 해둔 상태였기에, 쳇바퀴는 부드럽게 멈추며 마루를 멀쩡히 서있도록 만들었다.
“얌마. 멈추라고 했지?”
“헤헤헤.”
자기가 잘못한 건 알고 있긴 한 건지, 마루는 내게 달려와 애교를 부렸다. 한 번만 봐달라는 듯이.
“으이그!”
녀석의 볼 부근을 잡고 가볍게 흔들어 주니, 녀석은 꼬리를 붕붕 흔들어댔다.
혼나는 것도 마냥 좋다는 듯한 마루 녀석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녀석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더미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을 태운 상태로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도 큰 사고였으니 말이다.
“앞으로 여기서 이렇게 생긴 깃발을 흔들면, 그때는 꼭 멈춰야 해. 그다음에 또 달릴 수 있게 해줄 거니까 꼭 멈춰야 한다? 안 그러면 이거 못 타게 할 거야.”
“네! 꼭!”
마루는 절대 잊지 않겠다는 듯이 힘차게 대답했다. 지금 마루에겐 이 롤러코스터가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일단 우리부터 타서 한 번 체험이나 하죠?”
마루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준 나는, 곧바로 범복화와 그의 팀원들을 데리고 롤러코스터에 탑승했다.
따로 남아 있는 직원에게 세 바퀴를 돌면 깃발을 흔들라고 지시를 하고서, 곧바로 마루에게 움직이라고 신호를 주었다.
“오……! 직접 타니까 제법 속도감이 느껴지는데?”
그리고,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직접 탑승해 보니 꽤나 속도감이 느껴졌다. 앞에서 마루가 돌리는 쳇바퀴가 윙윙- 소리를 내며 빠르게 회전했고, 자연구역의 싱그러운 숲내음을 가득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특히, 관람객이나 동물들이 이동하라고 만들어 둔 다리를 지날 때면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서 몸이 살짝 찌부러지는 듯한 압박감까지 느껴졌기에 더더욱 즐거웠다. 정말 놀이 기구를 타고 있는 느낌이었다.
“으하하하!”
옆에 앉아 있던 범복화 역시 꽤나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니, 내가 미리 지정해둔 깃발이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과연 마루가 이 신호를 보고 멈출 것인가- 하며 생각하고 있으니, 쳇바퀴가 천천히 멈추며 열차 역시 탑승장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잘했어!”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마루를 칭찬한 나는, 곧바로 롤러코스터를 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타보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으니, 운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루도 마음껏 달릴 수 있음에 무척 흥분한 모습이었고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운영을 시작한 롤러코스터 역시 꽤나 호평을 끌어내고 있었다. 익스트림한 놀이 기구에 비하면 심심하지만, 가족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린이들도 충분히 탑승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롤러코스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롤러코스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범복화는 곧바로 다른 놀이 기구들 역시 제작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