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9
0408 따라나와!(8)
“제 말 안 들려요? 뭐 하는 짓이냐고요!”
캣맘을 골탕 먹일 생각을 하며 잠시 반응을 하지 않았더니, 다가온 캣맘이 다시 한번 소리를 빽- 내질렀다.
함께 자리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내 눈치를 보며 가만히 있었고, 그들의 시선을 받고 있던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건지 씩씩대며 화낼 준비를 하는 캣맘의 모습을 슬쩍 본 뒤, 상자에 들어간 채로 만족하고 있던 마지막 고양이를 켄넬에 밀어 넣었다. 하악질하는 녀석에게 사식……이 아니라, 츄르가 담긴 접시를 주었다.
하악질이 순식간에 멈추고 ?? 핥아대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뭐 하는 짓이냐고요!”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캣맘이 다시 한번 성질을 냈다.
분노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드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보면 몰라요? 고양이 포획하고 있잖아요.”
눈이 달렸는데 그것도 몰라? 하는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물론, 열 좀 받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포획을 왜 하냐고요!”
“고양이들을 포획해서 내륙으로 보내기로 결정됐다고 알린 지가 언젠데요? 선착장에도 현수막을 큼직하게 세 개나 붙여놨고, 마을 곳곳에도 현수막을 붙여놨는데요? 봐요, 저기도 있네요.”
“이, 이이이!”
당연한 말이지만 열받으라고 한 내 어투는 아주 훌륭한 효과를 발휘했다. 캣맘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씩씩대고 있었다. 얼굴이 실시간으로 붉어지는 걸 보니, 괜히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화병으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벌게진 얼굴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
“누구 허락받고 고양이들을 포획하는 거냐고요!”
“허락받을 필요 따윈 없으니까 그렇죠?”
캣맘의 대답에 ‘그것도 몰라?’하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어깨까지 으쓱이면서 말하니 캣맘이 다시 한번 부들댔다.
그 꼴을 보니, 나한테 온갖 시비를 걸던 캣맘과 캣대디들이 떠올라 통쾌함이 느껴졌다. 부산의 길고양이들을 싹 쓸어갔다고 온갖 욕을 해대던 놈들 중 하나라 생각하니 아주 날아갈 것 같았다.
“허락받을 필요가 왜 없어요! 동물인데!”
어떻게든 포획한 고양이들을 내려놓게 만들 생각인지, 캣맘은 부들거리면서도 꽥꽥 소리를 질렀다.
고라니의 울음보다 듣기 싫은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근처에 있던 환경부 소속의 유해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내 시선을 받은 유해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환경부의 생물다양성과의 유해수입니다. 방금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답을 드리자면 고양이를 포획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주인이 있는 고양이를 포획한다면 절도죄가 성립될 수 있으나, 길고양이의 경우에는 포획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포획한 이후 판매를 하거나 학대를 하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공무원증을 내밀며 말하는 유해수의 말에 캣맘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방해를 할 생각인지, 눈알을 데룩데룩 굴리고 있었다.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는 듯한 모습의 캣맘을 잠시 바라보다, 작업을 마저 이어갔다. 고양이들이 들어간 켄넬의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고, 켄넬들을 화물에 짐칸에 적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몇 명의 사람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는 사람인가 싶어 주변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으나, 그들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발을 동동 구르던 캣맘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캣맘의 일행이라는 소리였다.
그들은 저들끼리 모여 무어라 쑥덕거리더니, 화물차의 앞을 가로막았다.
“차 나갑니다! 비키세요!”
“못 비켜! 고양이들 다 내려!”
“거 참! 오늘 안에 다 끝내야 하니까 좀 비키세요!”
“못 비킨다니까!”
화물차의 앞을 가로막은 캣맘과 캣대디들은 인간 바리케이드라도 되는 것처럼 화물차의 앞을 틀어막았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화물차 짐칸에 실린 켄넬을 꺼내려 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껏 실어둔 켄넬을 빼앗길 생각이 없던 공무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막았다. 만약 켄넬이 개방되어 고양이가 탈출한다면, 다시 잡아서 묵직한 켄넬을 화물차에 다시 실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너희야말로 이러면 안 되지! 누구 허락받고 고양이들을 데려가는 거야!”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밀치며 악악 소리를 내지르는 이들의 모습에 난감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내가 어! 너희 싹 다 옷 벗게 할 거야!”
꽤액- 소리를 내지르는 한 캣맘의 외침에 공무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대응이 바뀌었다.
“자꾸 이러시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공무집행 같은 소리 하네! 죄 없는 고양이들 잡아가는 게 공무냐 이것들아!”
공무집행방해죄라 말을 함에도 캣맘과 캣대디들의 행동은 바뀌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내 근처에 있던 경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단체로 몰려와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옷을 벗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는 것으로, 캣맘과 캣대디들이 수갑을 찰 위기에 놓였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미란다 원칙에 따라 고지를 해준 경찰들은 곧바로 수갑을 꺼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이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음을 깨달은 캣맘과 캣대디들이 슬금슬금 물러났다. 수갑을 채우기 위해서 손목을 잡으려는 경찰들에게서 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언제 방해를 했냐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잡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경찰들은 그런 변명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손목에 수갑을 채울 생각이 가득해 보였다.
사실 그들에게도 캣맘과 캣대디들이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마라도에서 신고가 접수되어 가보면 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말이다. 뿔쇠오리를 비롯해서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이들과, 오로지 고양이만 생각하는 이들이 싸우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경찰들은 그 사이에 껴서 피만 보고 있었다. 누구 편을 들어도 민원이 접수되었으니, 그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곱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체포할 수 있는 꼬투리를 잡았으니, 경찰들이 무척 기분 좋아 보였다.
“자, 잠깐만! 우리는 공무집행을 방해하려고 한 게 아니라, 우리 고양이를 되찾으려고 했던 겁니다! 아니, 공무라고 해도 개인의 재산을 이렇게 막 강탈해 가면 어떡합니까!”
그런데 두 명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마치 방법을 찾았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모습은 덤이었다.
“마, 맞아! 아까 저 공무원도 나한테 그랬다고! 주인 있는 고양이를 데려가는 건 절도죄라고!”
그 소리를 들은, 가장 처음 만났던 캣맘도 이때다 싶어 소리쳤다. 그것이 유일한 탈출구라 생각했던 건지, 그들은 포획된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우리 고양이를 마음대로 막 납치해 가려고 하니까 이렇게 막을 수밖에 없죠!”
“맞아요! 아무리 공무라고 해도, 주인이 있는 고양이를 마구잡이로 데려가면 어떡하자는 건가요!”
“정식으로 항의하겠어요!”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는지 캣맘과 캣대디들이 아주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 상황 역시 미리 예상한 것이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유도한 것에 가까웠다. 공무원들에게도 미리 이야기를 해준 상황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공무원들은 조금도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가 원하던 상황이 펼쳐졌음을 확인한 나는, 행복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로 공무원들의 곁으로 움직였다.
“이야~! 고양이들의 주인이었다니, 진작 말씀하지 그러셨어요?”
“마, 말할 틈도 없이 데려가니까 그렇죠!”
“그랬군요? 그럼 다들 자기 고양이를 찾아가시겠어요?”
행복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물차를 가리키니, 캣맘과 캣대디들이 의심스럽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건지, 저마다 고양이들을 골라서 품에 안았다.
매번 밥을 챙겨주는 인간들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양이들은 그들을 거부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들은 안심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양이가 거부하면 자기 고양이가 아닌데도 데려갔다고 의심을 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의심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 고양이들은 그들의 소유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다들 그 고양이들이 본인들 소유라고 하시는 거죠?”
“그래요! 내 고양이를 납치하려고 했던 건 공식적으로 항의하겠어요!”
“네, 네. 그건 알아서 하시고요. 그전에 하실 게 있거든요.”
“……네?”
고양이들을 품에 안은 채로 떠나가려는 이들을 붙잡았다. 그들을 이대로 보낼 생각 따윈 조금도 없었다.
“일단……. 그쪽 분? 그쪽 소유의 고양이가 제 팔에 상처를 냈거든요? 관련해서 책임을 지셔야겠어요.”
씩- 웃으며 상처가 난 팔뚝을 들어 올렸다. 지금은 붕대로 감겨 있는 상태지만, 그 내부에는 고양이로 인해 생긴 기다란 자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한 캣대디가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가 품에 안고 있는 고양이가 바로 내 팔뚝에 상처를 낸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한 명만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었다.
“다른 분들도, 자기 고양이들이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죠?”
나는 캣맘과 캣대디들이 아닌, 그들의 품에 안긴 고양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생긴, 뿔쇠오리라고 하는 새를 사냥하거나 해친 경험이 있는 고양이, 오른쪽 앞발 들고 야옹 세 번.”
고양이들에게 뿔쇠오리의 사진을 보여주며, 녀석들에게 특정 행동을 시켰다. 라이브 방송으로 반려견 산책을 유도할 수도 있는 내 초능력은 아주 큰 효과를 발휘했다.
사람들의 품에 안긴 고양이들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야옹야옹야옹!”
조금 전에 붙잡았던 모든 고양이들이 힘차게 울부짖은 것이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오른쪽 앞발을 든 채로 야옹야옹야옹- 울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내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반응이 바뀌었다.
캣맘과 캣대디들의 얼굴을 새하얗게 질렸고, 문화재청과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니, 웃음꽃이 핀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한껏 웃음을 머금은 이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셨습니다.”
환경부 소속의 유해수가 나와 야생동물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 이야기를 꺼냈다.
“문화재 보호법을 위반하셨습니다. 참고로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 제450호입니다. 포획도 불법이고,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는 것 역시 불법입니다.”
유해수를 뒤따라 나온 기염물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꺼낸 두 사람은 곁에 있던 경찰, 감방행에게로 다가갔다.
“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에 해당하는 뿔쇠오리를 해친 동물의 주인이 밝혀졌으니, 그대로 고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아, 이게 원래 제가 접수하는 건 아니지만 성심성의껏 접수를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던 것이었기에, 감방행 역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캣맘, 캣대디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 같았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치켜뜬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한 고양이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특수공무집행방해였고, 자신의 것이라 계속 주장한다면 야생동물 관련 법률과 문화재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그게 우리가 한 것도 아닌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죠.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끼친 피해는 그 주인이 책임을 져야 하듯, 이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요? 집안에서 길러도 충분한 고양이를 왜 밖에서 키워서 이 사달을 내요?”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려고 하는 캣맘과 캣대디였지만, 빠져나가는 것을 용납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