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10
0409 따라나와!(9)
“자, 신분증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위 계급을 가진 감방행이 기염물과 유해수의 고발 접수를 도와주겠다는 소리를 하는 것과 동시에,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던 경찰관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캣맘과 캣대디들에게 다가가 곧바로 신분증을 요구했다. 인적 사항을 기록해 둬야, 피고발인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캣맘과 캣대디들은 머뭇거리며 신분증을 꺼내지 않았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빠져나갈 구멍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승선 기록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으니까,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승선 신고를 해야 했고, 거기에 기본적인 인적 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탑승할 때 신분증도 제시하고, 그 과정 모두가 CCTV에 녹화되고 있었다. 지금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찾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캣맘과 캣대디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는 것에 가까웠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정말 구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저 사람이 아무리 동물이랑 대화가 통한다고 해서 그게 법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잖아요!”
한참 머리를 굴리던 그들 중 한 명이 빽- 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 부분 역시 대비가 되어 있었다.
“저는 변호사, 임유재입니다. 그 부분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이미 부산 경찰 측에서 제 의뢰주의 도움을 통해 수사에 도움을 준 전례가 있습니다. 충분히 법적인 증거로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특수한 초능력자들의 초능력을 이용한 수사 역시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죠.”
변호사 배지를 보이듯 가슴을 활짝 펴며 말하는 임유재 변호사의 말에 상대방의 입이 닫혔다.
그러나,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이 다른 이가 입을 열었다.
“고양이들을 포획하는 도중에 미리 그런 반응을 보이도록 지시했을 수도 있는 일이잖습니까! 저희 고양이들이 뿔쇠오리를 사냥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 부분도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과정은 경찰분들의 바디캠을 통해 촬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 섬에 입도하기 전부터 모든 상황이 녹화되었습니다. 촬영된 영상을 통해 행동을 제어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임유재는 경찰들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들의 가슴팍에 달려 있는 바디캠을 말이다.
애초에 경찰들과 동행한 것은 캣맘, 캣대디들과의 충돌을 예상한 것이기도 했지만 모든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찰이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꼬투리를 잡기는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캣맘과 캣대디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한 번만 봐달라며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받은 민원 등으로 시달린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은 조금도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문화재청과 환경부에서 나온 이들이 경찰관들과 고발을 진행하러 떠나갔고, 캣맘과 캣대디들도 그런 그들을 따라갔다. 한 번만 봐달라고 애걸복걸하면서 말이다.
“귀찮은 인간들이 사라졌으니까 나머지 고양이들부터 포획하죠.”
방해물 그 자체인 캣맘과 캣대디들이 사라졌기에, 나는 곧바로 고양이들의 포획을 다시금 이어갔다.
앞잡이……가 아니라, 고양이들이 잘 모이는 곳을 찾아줄 고양이가 없어진 탓에, 일단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하지만 앞잡이……가 아닌 안내역의 고양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주 자그마한 섬에서 살아가는 고양이가 백 마리가 넘었으니, 잠깐 걷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를 찾을 수 있었다. 앞……안내자 노릇을 해주는 고양이를 발견한 나는 녀석을 통해 다른 고양이들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덕분에 화물차에 쌓인 켄넬에는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채워졌다. 야옹야옹- 화물차 짐칸에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커져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고양이들은 계속해서 포획이 되었고, 화물차의 짐칸은 고양이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렇게 한 대의 화물차 짐칸이 고양이들로 가득 차고, 다른 화물차로 바뀌길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고양이들을 발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흩어져서 고양이들이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합시다. 한 바퀴 돌고 지구대 앞에서 보는 걸로 하죠.”
함께 모여 있던 이들이 흩어져서 마라도 전역을 한 번 둘러보며 혹시라도 남은 고양이가 있는지 확인까지 했음에도 더 이상 고양이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마라도에 있는 모든 길고양이들을 포획했다는 소리였다.
캣맘과 캣대디들의 품에 안겨 있는 그 고양이들을 제외하고서도 거진 백 마리에 달하는 고양이들이 선착장에 자리하게 됐다. 물론, 도망치지 못하도록 여전히 켄넬에 갇힌 상태였다.
“수환 님. 이 고양이들을 다 동물원으로 데려가실 겁니까?”
“그래야죠. 이 녀석들을 길에서 살라고 풀어놓을 수도 없으니 제가 데려가는 수밖에요. 고양이를 보호해야 한답시고 와서 난리 치는 인간들 중에 이 고양이들을 데려가서 키울 사람이 없잖아요?”
고양이를 보호해야 하니 뭐니 지껄이면서 정작 자기가 데려가서 키울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인간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거의 백 마리나 되는데……. 부담되진 않습니까?”
“예전에는 부산 전 지역에서 고양이들을 데려왔었는데요 뭘. 백 마리 정도야…….”
백 마리라는 수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 동물원에 풀어놓는 것을 기준으로 하자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었다.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나면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데려갈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당장 동물원에 남아 있는 고양이도 백 마리가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양이들에 대해서 더 이상 문제가 없음을 알리니, 때마침 배가 선착장으로 들어왔다.
그 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일부는 내가 포획한 고양이들을 동물원까지 데려갈 우리 직원들이었다. 물론, 동물원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건 고양이들에게 이미 설명을 해둔 상황이었다.
“고양이들은 훈련장에 풀어놓으면 돼요. 훈련은 소은이가 대신해주기로 했고요.”
“예. 바로 이동해서 풀어놓겠습니다.”
직원들은 곧바로 백여 개의 켄넬을 다시금 배에 싣기 시작했다. 가득 쌓여 있던 켄넬들은 순식간에 배에 선적됐고, 제주도를 향해 움직였다. 제주도에 도착한 고양이들은 직원들과 함께 부산으로 이동해서 동물원에 풀릴 예정이었다.
“수환 님.”
고양이들이 가득한 배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여전히 근처에 있던 기염물이 다가왔다.
“예?”
“쥐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고양이가 큰 문제긴 했지만, 쥐 역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혹시 독도에서처럼 쥐들을 이용하실 겁니까?”
외부에서 쥐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도처럼 쥐를 이용할 거냐고 묻는 기염물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마라도에서는 그 방법을 쓰기가 애매해요. 사람들이 많거든요.”
“사람이 많은 게 문제가 됩니까?”
“독도보다는 문제가 되는 편이죠. 쓰레기를 비롯해서 더러운 것들이 독도보단 많으니까요. 질병 등을 옮기는 매개체가 되기에 딱 좋다고 해야겠네요. 그런 쥐들을 이용하기에는 애매하죠.”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질병을 퍼트릴 위험이 있는 동물들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과장님이 말해준 대로 해야죠.”
“저…… 말입니까?”
자기가 해준 이야기가 있냐는 듯한 기염물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갈매기가 쥐를 잡아먹는다면서요? 그 갈매기, 여기 참 많네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끼룩끼룩 울어대는 갈매기들을 가리켰다. 녀석들은 선착장 근처를 날아다니며,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과자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아! 갈매기들이 쥐를 잡아먹게 하실 생각입니까?”
“비슷해요.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쥐는 갈매기한테도 그렇게 좋지는 않을 테니, 직접 잡아먹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잡아오면 저 녀석들이 좋아……아니, 환장하는 걸로 바꿔주는 거죠.”
새우과자를 흩뿌리던 한 관광객을 습격하는 갈매기들을 가리켰다. 빨간색 봉지에 들어 있는 과자가 갈매기들에게 약탈당하는 모습이었다.
저 정도로 환장하는 건데, 쥐를 잡아왔을 때 교환해 준다고 하면 응할 녀석들이 무척 많을 것은 뻔했다.
나는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새우과자 하나를 사서 나왔다. 과자 봉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빛이 변한 듯한 갈매기 몇 마리가 내게로 후루룩 날아왔다. 하지만 그 과자를 빼앗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꽈악?!”
내게로 날아오는 갈매기 중 한 마리를 덥석 낚아챘다. 과자를 노리고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녀석이다 보니, 조금만 신경 쓰면 잡는 게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설마 잡힐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녀석은 내 손아귀에 잡힌 채 무척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과자 봉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먹고 싶지?”
“내놔락!”
“쥐를 사냥해서 오면 이거 줄게. 어때?”
“쥐? 바닥에 기어다니는 그 작은 놈말이냑?”
“그래. 어때?”
“좋다악!”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갈매기 녀석이 퍼드득 날아올랐다. 그리고, 녀석은 금세 한 마리의 쥐를 물고 왔다.
근처에 쥐를 패대기친 갈매기 녀석은 내 손에 있던 새우과자를 훔쳐 갔다. 봉지를 어떻게 뜯나 싶었지만, 질소가 가득한 봉지를 쪼아서 터트린 뒤에 먹어치우고 있었다.
“어때요, 효과 죽이죠? 마라도에 있는 갈매기 전부한테 이야기를 해두면 쥐의 씨가 금세 마를 거예요.”
“……새우과자의 씨도 마르겠습니다만.”
“에이, 공장만 있으면 만드는 제품인데요 뭘.”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뒤, 마라도에 있는 보건소를 향해 움직였다. 쥐가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그 뒤처리를 하려면 보건소의 도움이 필요했다.
난데없이 혐오 업무나 다름없는 업무를 떠넘겨 받은 보건소는 난처한 모습을 보였으나, 보건소에서 쥐의 처리에 관한 업무를 종종 하기도 했기에 금세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쥐가 싹 사라지면 보건소에서도 좋은 일이었다.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새우과자를 싹 구매해서 기증한 뒤, 마라도에 있는 갈매기들에게 소문을 냈다.
바로, ‘쥐를 잡아서 보건소로 가져오면 새우 과자로 바꿔준다.’라는 소문을 말이다.
당연하게도 그 소문은 순식간에 갈매기 사회에 퍼져나갔고, 보건소 주변에는 선착장보다 많은 갈매기들이 자리하게 됐다. 저마다 쥐를 한 마리씩 물고 있는 상태로 말이다.
덕분에 마라도에서는 쥐의 씨가 마르기 시작했고, 마라도가 아니라 제주도의 항구 근처 편의점에서까지 새우과자가 매진되었다. 보건소에서 새우과자를 구하기 위해 급하게 주변 항구들을 돌아야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마라도에서 빠르게 쥐들이 사라진 덕에, 주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도 꽤나 좋아하고 있었다. 생존에 크나큰 위협이 되는 고양이와 쥐가 사라지니, 각종 새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러 희귀종의 새들을 조금 더 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비단 마라도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동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한 독도 역시 관광객들이 무척 호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독도의 선착장에서 쥐의 유입을 막는 쥐들 덕분이었다.
평범한 쥐라면 사람들이 혐오했겠으나, 지금 독도에서 쥐의 유입을 막아주는 쥐들은 평범함과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었다. 바로, 녀석들이 태극기처럼 생긴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독도에 있는 갈매기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특제 보호구였는데, 태극기로 장식을 한 덕에 사람들이 호평을 하고 있었다.
독도라는 장소의 특수성에 태극기라는 것이 덧붙여지니, 쥐들을 혐오하는 이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쥐들을 독도 방역대라고 부르며, 쥐들이 새끼들을 낳으면 분양받길 희망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였다.
재판에 넘겨진 특정 한 집단을 제외하고, 독도와 마라도 두 장소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나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물론, 맨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의 보존을 위해서 몇 쌍의 뿔쇠오리들과 함께 돌아왔다.